화폐전쟁, 진실과 미래 화폐전쟁
CCTV 경제 30분팀 지음, 류방승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도 있듯이 시대는 또 새로운 세계 화폐를 만들어낼 것이다. -p19

 금융위기 이후로 달러의 지위 약화와 몰락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당장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그 자리를 위안화가 차지할 듯이 요란스러움을 떠는 글들도 보입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아직까지 달러화가 여전히 이 세계의 경제와 금융의 혈액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할 듯 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돈을 찍어서 위기를 틀어막고 있는 미국이, 여전히 큰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달러화가 지니는 세계 화폐로서의 위상때문일 것입니다. 만약에 다른 나라가 이번 위기에 자국의 화폐를 마구 찍어내서 유동성을 유지할려고 했다면..... 당연히 극심한 혼란과 인플레이션 속에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몰락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돈을 뿌려대고서도 여전히 건재하고, 그외 모든 나라는 그 여파로 인한 부작용이 자국에 악영향을 미칠까 보아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바로 세계 화폐-기축 통화-가 가지는 극단적인 단면일 것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세계 화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전의 화폐전쟁 1, 2가 쑹홍빈이라는 저자 개인의 주관에 의한 음모론적인 시각이 강하게 개입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훨씬 더 객관적인 방송사의 다큐멘타리라는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면이 장점이 되기는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책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아무래도 음모론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일 듯 합니다..... 

 국가간의 교역이 활발해지기 전의 고대나 중세 시대에는 금이나 은이 화폐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나라마다 고유한 화폐제도가 있기는 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유통된 것이 금과 은이었다고 한다면, 당시의 세계 화폐는 금과 은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근대에 이르러 산업혁명과 신세계의 발견, 식민지 개척 등의 결과로 촉발되는 국가간 교역의 증가는 이러한 경향에 변화를 가져오고, 해가 지지않는 제국을 건설한 영국의 파운드화가 그러한 국력과 금융제도를 뒤에 업고 첫번째 세계 화폐의 왕좌에 오릅니다. 두차례의 세계 전쟁뒤에는 막대한 자금을 소요한 영국의 국력이 쇠퇴한 반면, 유럽 대륙에서의 전쟁을 통해 막대한 부와 국력을 신장시킨 미국의 달러화가 세계 화폐의 왕좌를 계승합니다. 중간에 일본의 엔화나 독일의 마르크화가 그 왕좌에 도전하기는 했지만, 그리고 이전의 영광에 비해 조금 빛이 바라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그 왕좌는 달러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로화가 그 입지를 다지고는 있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보듯이 뒷심이 달리는 모습이고,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 중국의 위안화가 기대주로서 선망을 받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말 그대로 기대주라고 할 정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주된 주제는 이 다섯가지 통화를 통해서 누가 세계 화폐의 왕좌에 오르고 누가 왜 실패했는가를 되돌아보고 위안화가 그 왕좌에 오르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 화폐의 지위에 오른 파운드화나 달러화의 이면에는 동시대의 최강대국이라는 국력이 뒷받침된 결과임을 곳곳에서 강조하고, 특히 일본 엔화의 실패를 돌아보며 화폐전쟁의 국면을 분석하는 부분을 보면, 분명 이 책의 주된 목적은 위안화가 실패하지 않고 세계 화폐의 왕좌에 오르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것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중국인의 시각에서 세계 화폐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는 것은 현재 미국과 G2를 이루는 이 대국이 자신들의 역량을 통해서 달러화가 가지는 왕좌를 탐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읽는 이의 입장 - 특히 이 두 대국사이에 끼인 우리의 입장- 에서는 한편으로는 저들의 야망에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낄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방관자적으로 위안화가 엔화처럼 고꾸러지지 않고 기어이 세계 통화의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대하는 우리의 전략적인 자세는 저들의 미래 전략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우리의 갈 바를 모색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감수자가 언급한 대로 위안화의 '만만디 국제화' 전략을 '추구하는 진리의 길을 멀고 험하지만 나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있는 힘을 다해 찾아 나선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우리의 생존 전략은 가랑비에도 대비하는 자세, 즉 '한 마리 제비가 봄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봄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봄은 영영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변화를 바라보지만 말고 미리 준비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강자는 자신가 원하는 대로 하며 약자는 자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인해 고통받는다. 강자와 약자는 힘(power)이 결정한다. 정의와 공정이란 것이 있지만 그저 강자의 이익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 p9, 투키디데스  

 화폐는 다만 자기 침대에서 숨을 거둘 뿐이다. - p35, 앙드레 코스톨라니 

 달러가 우리의 화폐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달러 평가 절하와 관련한 문제는 여러분의 문제다. - p116, 달러 패권에 대한 드골 대통령의 비판에 대한 미국 고위 관료의 대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