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NESCENCE
찬연한 아름다움, 2003년 락계의 신성
에반에센스의 전세계적인 돌풍이 심상치 않다. 이제 갓 데뷔 앨범을 낸 밴드가 이토록 부각되어진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의 거대한 음악 산업 자본과 홍보 마케팅, 더불어 할리우드의 든든한 지원 사격이 없진 않았다. 그럼에도 여성 보컬과 메틀 사운드의 결합으로, 우아하면서도 통렬한 사운드를 이룩해 낸 에반에센스에겐 필히 그 인기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핫뮤직에서도 이례적으로 에반에센스를 커버 스토리로 다룬다. 이미 그들에 관한 기사와 앨범 리뷰는 지난 4월호에 나갔기에, 이번에는 영국 공연 취재와 폰 인터뷰 등 자료에 충실한 구성으로 그들의 실체에 접근해 보았다. (에반에센스의 표기법 혼동이 심각하다. 실제로 그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친절히도 ‘에베네센스’라 읽는 것이라 밝혔지만, 발음법과 표기법은 엄연히 다르므로 핫뮤직은 가장 적절한 표기인 ‘에반에센스’를 유지하도록 하겠다.)
PART 1.
LIVE IN LONDON
미국산 메틀의 전세계 시장 석권은 1990년대 말부터 하나의 현상이 되어 왔다. 물론 영국 시장도 이런 현상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영국산 락 밴드들은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반면, 뉴메틀로 불리는 미국산 메틀 밴드들은 승승장구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말이다. 림프 비즈킷과 린킨 파크로 이어지는 뉴메틀의 강습은 더 이상 막아낼 수도 없을 만큼 거세다. 그리고 이 미국산 메틀의 공격에 최근 가세한 또 다른 미국 출신 밴드가 있으니 이들이 바로 에반에센스이다.
여성 보컬리스트 에이미 리(Amy Lee)와 기타리스트이자 밴드의 브레인인 벤 무디(Ben Moody)를 주축으로 한 이 신예 밴드가 영국에서 거둔 성공은 한 마디로 놀라운 것이었다. 영국에 정식 데뷔한 지 몇 달도 지나지 않은 이들은 데뷔 앨범 「Fallen」을 발매 첫 주만에 앨범 차트 톱 5에 진입시키더니, 급기야 데뷔 싱글 'Bring Me To Life'를 싱글 차트 정상에 올려놓는 쾌거를 이룩했다. 필자가 에반에센스의 공연을 봤던 주까지 연속 2주간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으니, 이들의 인기는 그야말로 폭발하고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미국 출신 락 밴드의 곡이 영국 싱글 차트 정상을 밟은 것은 림프 비즈킷 이후로 처음이라니, 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 이제 막 데뷔 앨범을 공개한 신참으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파워풀한(음악적인 의미가 아니라) 락 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에반에센스의 런던 ‘이스토리아(Astoria)’ 공연은 매우 시기 적절한 이벤트였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Bring Me To Life'가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던 중에 치러졌으니, 팬들의 반응을 정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싱글을 정상에 올려준 영국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던 기회인 셈이었다. 게다가 6월 19일에 있었던 이 공연은 에반에센스의 영국 데뷔 무대이기도 했으니, 그 의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미국 밴드의 첫 공연답게 이스토리아의 열기는 대단했다. 이보다 몇 배 크기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갖는다고 해도 당연히 매진될 것이고 열기도 역시 대단하겠지만, 이스토리아가 영국 락 씬에서 갖는 의미는 남다르지 않은가. 신인 락 밴드들이 성인식을 치르는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기에 에반에센스의 데뷔 무대 장소로는 적합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곳이라고 할 만했다.
밴드가 무대 위에 나오기를 기다리며 프레스 핏에 있던 필자의 귀에 굉장히 귀에 익은 곡들이 흘러 나와서 생각해 보니, 판테라의 「Cowboys From Hell」 수록곡들이 공연장에 BGM으로 깔리고 있었다. 판테라의 노래들은 에반에센스의 노래보다 강력하긴 하지만, 에반에센스의 음악적 취향을 엿볼 수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공연 시작전의 BGM은 관례상 밴드가 선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판테라의 앨범 전곡 연주가 거의 끝나갈 무렵, 밴드 멤버들이 한 사람씩 무대 위로 등장했다. 벤이 무대 위로 나와 당당한 태도로 관객들에게 물을 뿌리자 관객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인기의 핵인 에이미의 등장에 공연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하 생략, Hot Music 7월호 참조>
취재 및 글, 사진│Jay Kim(seasonedeel@yahoo.co.kr)
SET LIST
Going Under
Haunted
Taking Over Me
Everybody’s Fool
My Last Breath
Farther Away
Even In Death
Zero
Bring Me To Life
Tourniquet
Imaginary
Whis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