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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키워드로 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 [4]
국내에는 낯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지의 걸작들

첫 극장용 장편 감독작부터 7분짜리 뮤직비디오까지


1. <마녀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 1989)
마녀인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키키는 13살이 되던 날 완전한 마녀가 되기 위해 바닷가 소도시로 수행을 떠난다. <마녀배달부 키키>는 마녀수련(우편배달부 일)에 돌입한 소녀 키키가 사춘기 소녀로서 당연히 겪을 만한 정체성 혼돈을 겪으면서 하나의 인간(마녀)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가쿠노 에이코의 원작동화를 애니메이션화한 <마녀배달부 키키>는 원래 젊은 지브리 스탭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지던 작품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까지 맡아 완성하게 되었다(이때 작화감독으로 참여했던 곤도 가쓰야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다시 작화감독을 맡으며 복귀한다). <이웃집 토토로>로 고조되어 있던 지브리의 흥행신화가 폭발하듯 시작된 첫 번째 박스오피스 성공작이었으며(총관객 246만명), 강하고 자립적인 소녀 주인공의 정체성 찾기라는 주제의식은 이 작품을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로 만들었다. 국제영화제 수상 경력이 없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수입이 불가능하다는 국내 법규 때문에 DVD로도 출시되지 못한 미야자키의 숨겨진 걸작.

2. <온 유어 마크>(On Your Mark, 1995)
미야자키 하야오가 일본 그룹 차게 앤드 아스카(Chage and Aska)를 위해 제작한 6분40초짜리 뮤직비디오. 사교집단을 기습한 두 경찰이 그곳에서 우상시되던 천사를 발견하게 되고, 정부에 의해 다시 갇히는 신세가 된 그녀를 두 사람이 구해내서 하늘로 날려보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범한 스토리 라인을 살짝 벗어나 여러 겹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출이 일품이다. 이 짧은 뮤직비디오는 사실 가장 특이한 하야오의 작품이기도 한데, 일반적인 일본 SF만화의 무대나 메커닉을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미야자키는 <온 유어 마크>에서 (오시이 마모루나 오토모 가쓰히로가 살짝 떠오르는) 메커닉이나 미래도시를 거리낌없이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귀를 기울이면>의 극장 개봉시 일종의 팬서비스로 동시공개되었다(사실 국내에서도 이 작품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며, 각종 카페와 블로그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 <루팡 3세-카리오스트로의 성>(ルパン三世-カリオストロの城, 1979)
국내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비디오로 출시되었으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 번째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감독작’에 걸맞은 대접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작품이 본작이다. 몽키펀치의 인기만화 <루팡 3세>(1967)를 TV애니메이션 시리즈화하는 작업에 참가했던 미야자키는, 그때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신의 첫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뚝딱뚝딱 만들어냈다. 다분히 성인용인 오리지널 만화를 지금처럼 밝은 분위기로 탈바꿈한 것에서도 미야자키의 손길이 느껴지며, 79년 작품이라고는 여간해서 여겨지지 않는 작화 퀄리티와 역동적인 액션연출은 이 작품을 수많은 극장판 <루팡 3세> 중에서도 여전히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게 만든다. 일본 개봉시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재평가받았고, 무명의 미야자키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제작에 착수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출처 : 씨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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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키워드로 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 [3]

Quest(탐색여행, 원정)
미야자키 작품들이 ‘탈일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여전히 일본적인 롤 플레잉 게임의 전형(주인공이 길을 떠나 한명한명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목적을 향해 여행하거나 모험을 겪는 것)이 드리워져 있다. 이것은 하나의 캐릭터에 집중하기보다는 공동체적인 주인공의 경험을 중시하는 미야자키의 세계관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Retirement(은퇴)
미야자키 하야오는 <모노노케 히메>를 감독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 이야기했고, <센과 치히로…> 역시 미야자키의 은퇴작으로 홍보되었다. 이에 대해 방한한 스즈키 도시오 PD(사진)는 “미야자키 감독은 ‘대체 관객이 얼마나 와줄 것인가’ 하는 기분으로 매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은퇴할 작정’이라고 말하지만, 손님이 많이 들게 되면 그런 겸허한 기분은 다 사라지고 다시 열심히 다음 작품을 준비하게 된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Steam Punk(스팀 펑크)
스팀 펑크는 SF의 서브 장르로서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이 발달한 19세기를 무대로 하는 대체역사 장르다. 특히 스팀 펑크는 일본의 SF문학이나 게임시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이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완벽하게 다른 방식의 사조와 문물을 받아들이며 발전하기 시작했던 ‘근대’라는 세계에 대한 향수를 크게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미야자키 영화들 역시 ‘증기기관’을 위주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한 20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울의…>에서는 이것이 ‘마법’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되지만, 거대한 연통으로 연기를 뿜으며 걸어다니는 하울의 성의 외양은 증기기관의 그것과 흡사하다.

Transformation(변신, 변태)
<하울의…>에서 주요인물들은 모두 신체의 변형을 겪는다. 하울의 마법사 견습생 마르클은 노인의 모습으로 시시각각 변신하고, 거대한 몸집의 황무지 마녀는 사랑스러운 보통의 노인으로 변하며, 하울은 미청년에서 괴조(怪鳥) 전쟁병기로 몸을 탈바꿈할 수 있는데다가 불의 악마 캘시퍼는 화염의 모습이지만 사실은 하울의 심장이기도 하다. 영화 속 소피의 모습은 18살 소녀와 90살 노파, 혹은 그 중간 나이의 모습으로 시시때때 다르게 화면에 보여진다(처음 등장했을 때의 소피의 모습과 머리를 자르고 난 뒤의 모습은 작화 자체가 조금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스즈키 도시오에 따르면 이는 “머리를 자름으로써 마침내 히로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야자키 영화에서 이러한 주인공들의 신체변형은 <붉은 돼지> 이후 보여지는 특징으로, 캐릭터의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장치로 요긴하게 쓰인다.

Utopia(유토피아)
<바람계곡의…>의 바람계곡, <천공의 성…>의 슬러그 계곡, <모노노케 히메>의 타타라 마을, 더 나아가서 <미래소년 코난>의 하이하바까지. 미야자키는 이상적인 공동체 부락을 일종의 유토피아로 제시한다. 그것들은 마치 중세유럽의 봉건사회와도 같은 순박한 서구적 이상향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같은 유토피아상은 전제국가 토르메키아(<바람계곡의…>), 강력한 군사정부(<천공의 성…>), 1인 독재국가 인더스트리아(<미래소년 코난>) 등의 파시즘적인 집단의 등장에 의해 더욱 순결한 것으로 힘을 얻는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그같은 유토피아상이 직접적으로 제시되는 일은 드물다. <하울의…>에서 제시되는,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낸 대안가족은 미야자키가 그려냈던 유토피아의 축소형이라 보아도 손색이 없다.

Villain(악당)
미야자키 영화에 진정한 악당은 잘 등장하지 않는다(예외를 찾는다면 <천공의…>의 무스카 정도).

War fire(전화: 戰火))
미야자키 영화에서 불은 전화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한다. <바람계곡의…>에서 마을 사람들은 “불은 숲을 하루에 재로 만들지, 물과 바람은 100년에 걸쳐 그 숲을 키웠는데. 우리는 물과 바람이 더 좋아”라고 침략자 토르메키아인들에게 말한다. <하울의…>에서 불의 악마 캘시퍼가 가장 친근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은 원작에서 가져오지 않을 수 없었던 캐릭터였기 때문. 그래서 미야자키는 캘시퍼의 입을 빌려 아이러니한 처지를 귀엽게 변명한다. “화약의 불은 싫어. 놈들은 예의가 없어!”

Xenophile(외국에의 동경)
오랫동안 미야자키 작품들에 대한 한국 비평계의 험담은 그의 영화가 ‘탈역사성, 무국적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피상적인 이해로부터 온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방식’의 문제로 여겨진다. 미야자키에게 역사라는 것은 부재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현실에 대해서 발언하는 것만이 역사를 해석하는 도구라는 거추장스러운 굴레를 굳이 쓰지 않는다. <하울의…>에 등장하는 유럽적인 배경이, 사실은 프랑스, 영국, 스위스, 동유럽을 철저히 뒤섞어서 창조해낸 완벽하게 무국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그것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엄밀히 말해서 일본인이 보는 서양의 모습이다. 미야자키는 자신이 좋아하는 서양을 그린 것이고 그것은 실재와는 다르다.”(스즈키 도시오 PD)

Yen(엔-흥행수익)
현재 일본 역대 흥행순위 1위와 2위는 모두 미야자키의 작품들이다. <센과 치히로…>가 2400만명을 동원해 300억엔의 수익을 올렸고, <모노노케 히메>가 1430만명의 관객동원에 193억엔의 수익으로 2위에 올라 있다. 현재 <하울의…>는 12월5일까지 52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70억엔의 수익을 기록 중이며, 최종적으로는 <센과 치히로…>의 수익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Zeitgeist(시대정신)
미야자키는 파시즘에 대한 비판을 수행한 <붉은 돼지>를 만들고 난 이후에는 “지금은 그저 정치를 좌우로 가르지 않는다. 다만 물질문명에 비판적이라는 진보적 경향은 남아 있다”고 술회한다. <붉은 돼지>의 엔딩송에 나오는 가사 “그날의 모든 것이 헛된 것이라고 아무도 말하진 않아. 지금도 똑같이 다 그리지 못한 꿈을 그리며 계속 달리고 있겠지, 어딘가에서…”는 과거 공산당 지지자였다가 현실 사회주의에 실망한 채 이상적인 사회주의에 대한 애정만을 간직하고 있는 미야자키의 개인적인 술회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같은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적 은유는 가오나시의 돈을 거부하며 “난 받을 수 없어. 내게 정말 소중한 것은 이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센과 치히로…>의 대사처럼 여전히 미야자키의 기본적인 정서를 유지하고 있고, <붉은 돼지>의 포르코나 <하울의…>의 마법사 하울처럼 자유의지대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인물들에서도 나타난다. “미야자키 감독은 하울이라는 캐릭터를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스즈키 도시오 PD)

김도훈 groove@cine21.com



 

출처  :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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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키워드로 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 [1]

날아라! 마법의 모험담, <하울의 움직이는 성>

미야자키 하야오의 9번째 장편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18살 소녀 소피가 황무지 마녀의 저주로 90살 노파로 변하고, 젊은 마법사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청소부로 취직하면서 시작된다. 소피, 마법사 견습생 마르클과 저주에 걸린 허수아비, 불의 악마 캘시퍼로 구성된 대안가족은 괴조(怪鳥)로 변신해 전쟁터에 뛰어들어야 하는 ‘집주인’ 하울의 운명에 얽혀들고, 그 운명론적 모험 속에서 소피는 90살의 지혜를 익히며 성숙해간다. 이것은 언뜻 익숙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험담이다. 하지만 그 모험담은 예전과는 조금 다른 듯도 하다. 주인공들은 이제 종종 변덕을 부리거나 우울해하고, 마법의 힘으로 외모를 바꾸거나 세상을 움직이려 들며, 그들을 품고 가는 이야기는 가끔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가버린 다음 느긋하게 한참을 머물다가 본궤도로 돌아온다. 미야자키는 이제 “살아라!”(<모노노케 히메>)라고 부르짖지도 않고 “네 이름을 소중히 여기며 살라”(<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며 교훈을 던져주지도 않는다. 대신에 “이제는 지켜야 할 것이 생겼다”라고 간접적으로, 혹은 “사랑한다”며 상대를 향해 돌진하기도 하고, “나이가 드니 영악해진다”며 슬그머니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거나 “마음은 원래 무거운 것”이라고 말해놓고도 잠시 뒤에 “원래 사람 마음은 언제나 변하니까”라며 변덕을 부린다. 미야자키의 영화들에서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는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으며, 주제의식은 조금씩 무게를 덜어가는 듯하다. <하울의…>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영감님의 베갯머리 동화처럼 편안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모든 것을 온전히 지녔으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창문 역시 조심스레 열어 보이는 <하울의…>에 담긴, A부터 Z까지 26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의 흔적들을 되살펴본다.


Alice in Wonderland(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마찬가지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한 소녀가 마법에 걸려 낯선 장소로 떨어져 내린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식 플롯 구조를 지니고 있다. 권선징악의 결말이 없이 소녀의 꿈을 꾸는 듯한 모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루이스 캐럴의 은유로 가득 찬 세계의 영향력을 읽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주변 캐릭터들에서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를 읽어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전작 <센과 치히로…>의 캐릭터들은 ‘하트의 여왕=유바바, 공작부인의 돼지로 변한 아들=돼지로 변한 유바바의 아들’로서 대구를 이루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빠져나온 듯한 개구리 시종이 등장하기도 한다.

Beldame(노파, 못된 노파, 마귀할멈, 할머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에는 아버지의 존재가 없다. <천공의 성 라퓨타>와 <하울의…>에서는 아버지가 이미 죽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고, 나우시카의 아버지는 도중에 군대에 목숨을 잃게 되며, 그외의 작품들에서도 아버지의 존재 자체가 거론되지 않거나 있더라도 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를 대체하는 것은 어머니상이거나 그보다도 더 빈번하게 등장하는 할머니상이다. <하울의…>에서 90살 노파로 변해버린 소피는 꼬마 견습생 마르클과 하울의 대체 어머니 역할을 수행하고, <천공의…>의 해적대장 도라나 <센과 치히로…>의 마녀 자매는 주인공을 강하게 성장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것은 페미니즘적인 의도라기보다는 미야자키가 그려내는 세계관(자연이 모성이며 여성의 근원적 힘이 세계와 남성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Castle(성)
<하울의…>에서 가장 압도적인 스펙터클은 ‘움직이는 성’ 그 자체다. 마치 군함을 해체해 재조립한 듯한 외양에 증기를 뿜어내며 네 다리로 걸어다니는 이 괴물은 다이애나 윈 존스가 글로 이미지화했던 미끈한 유럽식 성과는 다른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사실 미야자키의 필모그래피에서 성(城)이라는 제목이 직접적으로 인용된 영화만도 본작을 포함해 <루팡 3세-카리오스트로성의 비밀> <천공의 성 라퓨타>까지 세 번째이며, 성체가 등장하는 영화들(<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 혹은 <센과 치히로…>에서 유바바의 온천여관 ‘아부라야’)을 포함한다면 전체 필모그래피의 절반을 넘어선다.

Disney(디즈니)
<모노노케 히메>부터 지브리는 미국 배급권을 디즈니에 이양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계약일 뿐 지브리는 여전히 ‘독립성’을 지니고 있는 상태이며 합작 애니메이션 제작의 계획은 전무하다. “디즈니는 부모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고, 미야자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든다.”(뫼비우스, 프랑스 만화가)

Ecologism(생태주의)
“나는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서 인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서는 영화를 만들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울의…>에서도 자연은 전쟁의 화염으로 가득한 문명에 대비되는 메타포를 지니지만, 생태주의라 일컬을 만한 미야자키의 목소리가 가장 두드러졌던 작품은 아마도 <모노노케 히메>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죽어버렸으면’을 외치며 파멸로 치닫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신세기 에반게리온> <최종병기 그녀>)의 급진적 생태주의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혁명이나 문화적 패러다임 교체만이 파멸로부터 지구를 구한다고 믿는 급진적 생태주의와 달리 미야자키의 생태주의는 문명과 자연 사이에서 투쟁하는 인간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라’(生きる)는 조언을 던지기 때문이다.


 

출처 : 씨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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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키워드로 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 [2]

20세기 초 SF 화가들의 일러스트레이션. 지브리는 19~20세기 초에 서구인들이 상상했던 비행도구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는다.
Flight(비행)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에 대한 글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표현은 ‘비행의 쾌감’이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날아다니는 날틀과 추락에 대한 두려움 없이 비상하고 하강하는 역동감을 즐기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하야오의 작품들을 대변하는 이미지다. 다만 <센과 치히로…>에서는 <바람계곡의…>나 <천공의…>의 날틀이나 <마녀배달부 키키>의 빗자루 등 인간을 태울 만한 도구없이 용(하쿠)에 의해 비행이 행해지는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변모했고, <하울의…>에서 괴조(怪鳥)로 변신해 날아다니는 하울의 모습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하울의…>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않아 매너리즘에 빠진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천공의…>나 <바람계곡의…>에 등장했던 것과 비슷한 비행함선들이나 2인용 날틀이 익숙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지브리는 19세기와 20세기 초의 SF나 판타지 작가들이 상상했던 비행도구들의 모습을 수집해서 그것으로부터 수많은 비행도구들의 디자인을 창조하고 모아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irl(소녀)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의 주인공은 언제나 소녀다. 강하고 정의로운 소년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소녀가 쥐고 있는 열쇠를 푸는 데 필요한 조연에 머무른다. <하울의…>의 주인공 소피는 독립적이고 인기있는 여동생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고, 삶에 대한 도전적인 의지가 없는 소녀로서 첫 등장한다. 하지만 90살 노파로 변하는 저주를 받고나서는 오히려 삶에 대한 의지와 감정의 표현방식에서 점점 대범해진다. <천공의…>의 시타, <미래소년 코난>의 나나, <바람계곡의…>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의 산, <센과 치히로…>의 치히로는 모두 소년(남자)들의 철없는 생명력을 다스리며 그들의 성장을 진두지휘하는 독립적인 캐릭터로서의 힘을 얻는다. 특히 남자들을 구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능력은 극대화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마녀배달부 키키>에서도 키키는 사춘기의 정체성 혼란에 빠져 날아다니는 법을 잊어버리지만 남자친구인 톰보가 위기에 처하자 비행능력을 되찾는다. “나는 내가 날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어. 이제 내 자신을 돌아보고나니까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는지를 알겠어.”

Hisaishi Joe(히사이시 조)
히사이시 조는 <바람계곡의…>부터 <하울의…>까지 미야자키 영화들의 스코어를 모두 담당한, 미야자키 세계를 이야기할 때 떼어놓을 수 없는 음악가. <하울의…>에서 그는 상당수의 메인 테마를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유럽풍 도시들에 걸맞은 왈츠풍으로 작곡해냈다. 전작들만큼 귀에 강렬한 진운을 남기는 맛은 없지만, 영화에 알맞은 ‘동화적’인 스코어로서 미야자키 세계를 적절하게 그려낸다.

Inanimate matter(무생물)
<하울의…>에서 2개의 주요 캐릭터인 캘시퍼(불)과 무대가리(허수아비)는 무생물이다. 미야자키의 전작들에서 무생물의 의인화는 일찍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다이애나 윈 존스의 원작에 있던 캐릭터들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하울의…>는 미야자키의 이전 작들과 조금 달라졌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만물에 혼이 깃들어 있다’는 토착 신앙의 믿음을 품고 있는 미야자키의 전반적인 작품세계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Japan(일본)
“나는 일본인만을 위해 영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한국만이 아니라 해외 어느 나라에서 공개된다 하더라도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미야자키 하야오)

Kimura Takuya(기무라 다쿠야)
일본 최고의 스타 기무라 다쿠야가 <하울의…>의 남자주인공 ‘하울’의 목소리를 담당했다. 그는 처음으로 지브리가 고용한 ‘스타’ 배우 출신의 아마추어 성우다.

Love Story(사랑)
홍보문구처럼 <하울의…>가 ‘러브스토리’에 방점을 찍을 수 있을 만한 작품은 아니다. 여전히 미야자키는 조금이라도 섹슈얼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울이 소피에게 “이제 지켜야 할 것이 생겼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희생하려고 들거나, 소피가 “사랑한다”라고 고백하며 하울에게 키스를 보내는 것은, 분명히 이전 미야자키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다.

Move away, Move out(이사: 移徙)
미야자키 작품에서 ‘이사’라는 것은 일상에서 판타지로 이동하는 계기가 된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사쓰키와 메이는 어머니의 요양을 위해 시골로 이사하고, <센과 치히로…>의 치히로는 이사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 소녀다. <마녀배달부 키키>에서 키키는 마녀실습을 위해 인간세계로 이사한다. <하울의…>에서 소피가 직접적인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은, 저주를 받은 순간부터가 아니라 ‘하울의 성’으로 들어가서 살게 되면서부터다. 새로운 장소와 세계 속으로 몸을 옮기는 것에서 미야자키의 세계는 문을 여는 것이다. 이사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공간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소로 심리적인 보금자리를 옮긴다는 막중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하울의…>에서는 ‘마법’이라는 도구가 있으므로 그 의미가 옅어지기는 하지만)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처럼 일상적인 세계로 시작하는 작품들에서는, 일상적인 인간활동임에도 불구하고 흔히 벌어지는 일은 아닌 ‘이사’라는 것이 일상세계와 판타지 세계를 연결해주는 설득력 있는 도구로 보여진다.

Naturalism(자연주의)
“살다보면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장소와 시간, 그리고 빛에 주목하게 된다. 또한 이것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다보면 어느새 자연주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것이 내 작업의 특징이 아니겠는가? 또한 이 점은 <바람계곡의…>로부터 계속해서 내 작업 흐름의 가장 큰 특징이 되었다.”(미야자키 하야오)

Original Work(원작)
<하울의…>는 <마녀배달부 키키> 이후 15년 만에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미야자키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미야자키는 다이애나 윈 존스의 원작으로부터 움직이는 성과 캐릭터들만 가져와 완전히 재창조했다. 영국식의 드라이한 유머감각을 대신한 것은 미야자키 특유의 캐릭터들(특히 원작에서 자멸하는 황야의 마녀를 미야자키는 보통의 ‘할머니’로 만들어서 또 다른 성격을 부여했고, 대마법사인 설리만은 여자로 재창조되었다)과 좀더 직접적인 반전의 메시지 등이다. “나는 오랫동안 미야자키의 팬이었어요. 그는 이야기의 리듬과 힘을 잃지 않고서도 세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거든요. 그런 사람의 영화에 간섭하거나 조바심을 내는 것은 마땅치 않은 일이지요.”(다이애나 윈 존스)

Pet(애완동물)
다른 미야자키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하울의…>에도 늙은 개 ‘힌’을 비롯해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작은 애완동물들이 등장한다. 소소한 유머를 던져주는 극적 장치이지만 미야자키 작품들에서 특이한 점이라면, 작은 동물 캐릭터들이 처음부터 그리 귀엽게 굴거나 주인공에게 친근한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바람계곡의…>에서 작은 여우다람쥐는 나우시카의 손가락을 깨물고 나서야 가까워지며, <센과 치히로…>의 작은 돼지는 원래 유바바의 아들로서 치히로의 생명을 위협하던 존재였다. <하울의…>의 ‘힌’ 역시 비슷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무대가리

캘시퍼


 

출처: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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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렌티큘러 http://www.lenticular.co.kr/ko/lenticular/principle.php

내년에는 이것을 이용해서.. 숙제를 해야겠다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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