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전쟁터 아닌 전쟁터'랄 수 있는 이라크 현지에서 '바그다드 통신'을 보내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아침저녁으로 라디오나 텔레비전 혹은 인터넷 매체 기고 등을 통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이라크의 현지 상황을 마치 건넌방 얘기처럼 빠르고도 소상히 전해주고 있다.
최근 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외국인들의 신변 위협이 한층 고조된 이라크 현지에서 목숨을 걸고 취재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취재진은 과연 몇이나 되며, 또 그들은 누구일까.
방송3사 등 한국인 기자 13명 바드다드서 취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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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란 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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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
29일 현재 바그다드 현지에는 총 13명의 한국인 기자들이 취재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내 언론사의 규모나 전체 언론인 숫자에 비하면 결코 많은 인원이라고 할 수 없다.
바그다드에 체류중인 금철영(37) 한국방송 보도본부 기자에 따르면, 29일 현재 이라크에 머물며 현지 소식을 전하는 취재진은 KBS MBC SBS 방송3사 기자들을 비롯, 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인 강경란, 김영미 프리랜서 PD와 조성수 프리랜서 사진작가, 강은지 월간 <민족21> 기자 등.
지난 26일 안수훈 <연합뉴스> 바그다드 특파원이 고 김선일씨 유해와 함께 귀국해, 현재 바그다드에 머물며 취재중인 한국 일간신문사 소속 기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 김선일씨 5월 31일 피랍'을 최초로 보도한 금철영 기자는 "호텔 안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한국인 언론인 납치테러 소문이 돌아 주이라크 한국대사관 측이 기자들의 철수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며 "현재 미군이 안전하다고 설정한 그린존 안에서도 연일 폭탄이 터져 위험을 실감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이라크전 주권이양기와 종전 이후 전황 취재에는 국내 분쟁전문 저널리스트들의 활약이 매우 눈에 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여성저널리스트들의 활약은 기존 남성 중심 사고 방식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한다.
한국의 대표적 분쟁전문 저널리스트로 불리는 강경란(43) 피디는 지난 6월 23일 방영된 KBS <추적60분> '김선일씨 살릴 수 없었나?'를 현지에서 직접 취재해 보도했다.
강 피디는 지난 94년에 일어난 캄보디아 내전 취재를 시작으로 10여 년간 미얀마, 중동, 코소보, 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분쟁지역을 다녔다. 이뿐 아니라 강 피디는 지난 9·11 이후 참혹해진 아프가니스탄의 현황을 취재했고, 관련 내용은 KBS <세계는 지금>과 <수요기획>에 각각 보도됐다.
분쟁지역 전문취재, 여성저널리스트들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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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수 프리랜서 사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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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안수훈 |
그는 2002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KBS MBC 등에서 프리랜서 피디로 일을 시작했다"며 "Q채널에 근무하던 지난 94년, 캄보디아 내전 현장을 직접 다녀온 후 분쟁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현재 프런트라인 뉴스 서비스(FNS)라는 분쟁지역 전문 취재회사를 설립, 활동 중이다. 강 피디는 지난 2002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코소보 내전 등을 취재해 '올해의 자랑스런 이화언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영미(34) 피디는 지난 6월 2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살고싶다-고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취재해 국내에 보도했다. 김 피디는 99년말 동티모르 분쟁을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카슈미르지역 등 위험한 분쟁지역을 두루 다니며 취재했다.
2002년 김 피디가 제작해 KBS <일요스페셜>에 보도된 '탈레반 붕괴 100일, 부르카를 벗는 아프간 여성들'은 46일간 분쟁지역인 아프가니스탄을 누비며 취재해,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피디의 대표작으로는 <일요스페셜-부르카를 벗는 여인들>(2001, KBS), <그것이 알고 싶다-일촉즉발, 이라크를 가다> <바그다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2003, SBS), <아프간 난민촌 여성> <카쉬미르를 가다> <아프간에서 온 편지>(2002, 니혼TV) 등이 있다.
조성수(36) 프리랜스 사진작가는 그 동안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소말리아, 팔레스타인,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을 전문으로 취재해온 현장사진 전문가.
이라크 저항세력이나 무자헤딘에 잡혀 고초 치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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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은지 월간 <민족21>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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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
미국의 사진에이전시 '폴라리스' 소속인 조 기자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02년 사담 후세인 정권 당시 처음으로 이라크 땅을 밟은 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바그다드에 머물며 이라크 전쟁을 취재했고, 올해 2월 다시 입국해 전후 이라크 모습을 취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기자는 그 동안 <뉴요커> <뉴스위크> 등 해외 언론과 계약을 맺고 활동했으며, 지난 3월부터는 시사주간지 <타임>과 계약을 맺고 이라크 전황을 사진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이라크 팔루자와 나자프, 키르쿠크, 티그리트, 사드르 시티 등 이라크 전역에서 10여 차례 종군취재했다. 조 기자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라크 취재 과정에서 저항세력이나 무자헤딘에게 잡히는 위험한 고비도 수차례 넘겼다"고 한다.
한편 <오마이뉴스>에 [강은지의 이라크 통신]을 연재하고 있는 강은지(30) 월간 <민족21> 기자는 국제민주연대 상임활동가, 격월간 <사람이 사람에게> 편집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CBS '변상욱의 시사터치-신문에 안 나오는 뉴스'를 맡아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강 기자는 지난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취재를 비롯, 이라크전 종전 이후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한 달 가량 이라크 현지를 취재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 5월 그는 한 달만에 처음 공개된 팔루자('팔루자 축구장은 거대한 공동묘지')를 촬영해 국내 첫 보도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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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도 좋지만 귀국해줬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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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취재목적 잔류 안된다'..방송3사 '예정대로 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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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길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외교부 브리핑에서 "28일 현재 이라크에 머물고 있는 재외 국민은 총 36명"이라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대사관 직원 8명, 지상사 15명(가나무역 11명, 개인사업 4명), 기자단 13명"이라고 각각 밝히고, "개인사업자 중에는 이라크 여성과 결혼한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런 기회에 한 마디 하면, 언론의 취재의욕과 특종도 중요하지만, 귀국해줬으면 하는 게 강력한 희망"이라며 "방송3사가 정부의 귀국방침에 따라주길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송3사는 당초 방침대로 오는 3일까지 취재진을 전원 철수시킨다는 방침이다. 특히 일부 취재진의 바그다드 잔류설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가 한때 일부 기자 사이에서 거론됐지만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도 없고, 3사 협의대상도 아니다"는 공통된 반응을 나타냈다.
현재 바그다드 현지에 파견된 금철영 KBS 기자는 2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KBS 취재진 1진이 철수했고, 3일 모두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 기자는 "하지만 정부 권유도 있고 회사에서도 조기철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조속히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이라크에서 민간인이 국경 밖으로 나가는 경로는 바그다드-요르단 암만행 비행노선이 유일한 실정이다. 현지 취재진에 따르면 오는 7월 3일까지 비행기 전 좌석이 매진돼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을 중심으로 그 전에 떠날 수 있는 항공권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숙 MBC 국제부 차장도 "예정된 7월 3일 MBC 취재진이 철수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차장은 이번 현지취재 방침과 관련, "취재진 안전이 최우선이며 다음으로 현지 판단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특종도 좋지만 정부의 귀국방침에 방송3사가 따라주길 바란다"고 언급한 외교부 브리핑에 대해 "잔류 여부는 방송3사 합의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SBS 국제부도 예정대로 3일까지 철수한다고 밝혔다. SBS 국제부 관계자는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일부 기자가 남는다고 언급한 적이 있긴 하지만 결정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일부 기자의 잔류 강행으로 방송3사가 철수방침을 바꿨다"는 외교부 브링핑도 정보부재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 신미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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