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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아침 둔은 기대에 부풀어 배관실에 일찌감치 도착했다. 마침내 둔은 중대한 일의 세계, 가치 있는 일을 해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곳에 온 것이다. 둔은 학교에서, 아버지에게서, 그리고 자신이 직접 조사하고 연구해서 배운 것들을 이제 훌륭한 목적을 위해 쏟아 부을 수 있었다.

 둔은 배관실로 들어가는 육중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곰팡이 슨 고무 냄새 같은 퀴퀴한 악취가 물씬 풍겼다. 하지만 둔은 코를 찌르는 이 냄새가 마냥 유쾌하고 흥미롭기만 했다. 둔은 벽에 박힌 못에 노란 작업용 외투들이 줄지어 걸려 있는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갔다. 복도 끝에 사람들로 득시글거리는 방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의자에 앉아 무릎 위로 긴 고무장화를 끌어올리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노란 외투를 입으려고 애쓰고 있었으며, 다른 이들은 연장 허리띠를 채우고 있었다. 귓가에 왕왕대는 아우성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둔은 일꾼들 사이에 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쩌면 좋을지 몰라 복도에 서서 망연히 방 안을 지켜보았다.

 잠시 뒤 그 무리에서 한 사람이 빠져나왔다. 그는 한 손을 앞으로 내밀며, “리스터 멍크라고 하네. 배관실 감독관이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자넨 새로 온 일꾼이로군, 맞나? 신발 크기가 어떻게 되지? 대, 중, 아니면 소?”

 “중입니다.” 둔이 대답하자 리스터는 둔에게 작업용 외투와 장화를 찾아 주었다. 장화는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온통 금이 가서 녹색 고무가 마치 하얀 거미줄로 뒤덮인 것 같았다. 리스터는 둔에게 렌치(볼트와 너트, 파이프 따위를 틀어 돌리는 공구-옮긴이)와 망치, 철사 줄과 테이프를 감아 놓은 실패, 끈적이는 검은 물질이 들어찬 튜브 등이 들어 있는 연장 허리띠도 건네주었다.

 “오늘 자네는 97번 터널에서 일하게 될 걸세. 알린 프롤이 함께 가서 자네에게 거기서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알려 줄 거야.” 리스터는 이처럼 말하고는 흰빛이 도는 금발머리를 땋아 등 뒤로 늘어뜨린 한 소녀를 가리켰다. 그녀는 작달막한 키에 곱상하고 여려 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지 않지만 전문가라네.”

 둔은 연장 허리띠를 허리에 두르고, 무슨 이유에선지 땀에 전 발냄새가 풀풀 풍기는 작업용 외투를 걸쳤다. “이쪽이야.” 반기는 인사말이나 웃음 띤 눈인사도 없이 알린은 짧게 말했다. 그녀는 일꾼들 사이를 누비고 지나 ‘계단’이라는 표지가 붙은 문 앞으로 가 문을 열었다.

 문 바깥엔 돌계단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는데, 둔에게는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계단 양쪽에는 깎아지른 돌벽이 물기 때문에 번들거렸다. 붙잡을 만한 난간은 없었다. 2~3미터마다 하나씩 전구가 매달린 전선줄이 천장을 따라 지나갔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돌계단을 오르내려 생긴 닳고 패인 구멍에는 야트막히 물이 고여 있었다.

 그들은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둔은 발밑에 신경이 쓰였다. 장화가 익숙하지 않은 탓에 고꾸라지지 않도록 똑바로 걷는 게 힘들었다. 더 깊숙이 내려가자 낮게 으르렁대는 소음이 어딘가에서 아련히 들려왔다. 너무나 나지막해서 귀에서 들리는 게 아니라 뱃속에서 울려오는 것 같았다. 소리는 차츰 더 커졌다. 무슨 기계 같은 것이 만들어 내는 소음인가? 혹시 발전기일까?

 ‘주터널’이라는 푯말이 붙은 문 앞에 이르자 계단이 끝났다. 알린이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차례로 안쪽으로 들어가자 둔은 그가 들었던 소음이 기계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강이었다.

둔은 꼼짝 않고 강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엠버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둔 역시 강이란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 ‘어찌된 셈인지 저 혼자 흐르는 물’이라는 어렴풋한 생각이 드는 게 고작이었다. 둔은 수도꼭지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수돗물과 비슷하게 폭이 좁고 맑은 물줄기가 흐르고 있을 거라 상상했었다. 수돗물보다는 좀 더 크고,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흐르는 차이 정도만 있을 거라 짐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둔이 마주보고 있는 이것은 전혀 딴판이었다. 물이 흐른다기보다는 엄청난 양의 물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엠버에서 가장 넓은 도로만큼이나 넓은 강폭 안에서, 강물은 굉음소리를 내며 세차게 휘젓고, 거세게 떨어지고, 휙휙 소용돌이쳐 흘러갔다. 검은 물유리(물에 녹는 유리-옮긴이) 같은 강물의 표면 위로 엷은 빛이 반점을 뿌리며 산산이 흩어졌다. 둔은 지금껏 이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본 적도, 이처럼 우레와 같이 당장이라도 심장을 멈출 듯이 그르렁대는 소리를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들이 선 통로는 너비가 2미터쯤 되었고, 강과 평행으로 놓여 있었는데, 양쪽으로 뻗은 길은 너무 멀어 가늠할 수가 없었다. 통로의 벽면을 따라 뚫린 틈새들은 엠버 시 지하 속속들이까지 가지처럼 뻗어 나간 터널로 연결되어 있으리라, 둔은 추측했다. 계단에서 본 것과 다름없이 이곳에도 전선에 매달린 전구가 아치 모양의 천장에서 달랑거렸다.

둔은 지금 자신이 엠버 시의 북쪽 경계 아래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둔은 학교에서 배운 ‘방향 찾는 법’을 떠올려 보았다. 북쪽은 강물, 남쪽은 온실이 있는 방향이다. 동쪽은 학교가 있는 방향이고, 서쪽은 나머지, 즉 특별히 표시할 필요가 없는 사소한 것들이 모여 있는 방향이다. 지하 배관터널은 모두 주터널로부터 남쪽, 곧 엠버의 도심부를 향해 가지를 치고 있었다.

 알린이 둔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그의 귓가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일단 우리는 강물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갈 거야.” 그러고는 긴 통로를 지나 주터널로 둔을 안내했다. 가는 길에 둔과 알린은 노란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을 지나쳤다. 일꾼들은 알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며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둔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15분쯤 걸어가자 그들은 지하 배관터널의 동쪽 끝으로 나왔다. 그곳은 강물이 어찌나 거칠게 휘저으며 흐르는지 검은 물줄기는 흰 물거품이 되고, 공중에 가득한 물보라가 둔의 얼굴까지 적셨다.

그들이 선 곳에서 오른쪽 벽으로 넓은 이중문이 보였다. “바로 저기 있는 문이 보이지?” 알린이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쳐 물었다.

 “네.” 둔도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저게 발전기실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나요?”

 “당연히 안 되지!” 알린이 말했다. “특별 허가증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어.” 알린이 다시 뒤쪽 주터널을 가리켰다. “이제 우리는 강이 끝나는 곳으로 갈 거야.”

알린은 다시 계단으로 가는 문을 지나 지하 배관터널의 서쪽 끝으로 둔을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강물은 벽에 뻥 뚫린 거대한 구멍을 통과해 암흑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강물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 거죠?” 둔이 물었다.

 알린은 어깨를 으쓱 추어올렸다. “글쎄. 다시 땅속으로 돌아갈 테지. 단지 추측일 뿐이지만. 자, 이제 97번 터널을 찾아가서 본격적으로 일을 해 봐야지.” 그녀는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건 지도야. 네 주머니에도 들어 있을 거야. 이 주변에서 길을 찾으려면 지도가 꼭 필요해.” 둔의 눈에 지도는 거대한 지네처럼 보였다. 종이 위쪽에는 지네의 몸통처럼 생긴 강이 아치형으로 가로질렀고, 그 아래로 터널이 수백 개의 기다란 다리처럼 서로 뒤엉켜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 지난 연재목록 -   


[연재 10 - 시청]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9 - 엠버 시 전서]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8 - 메신저 2]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7 - 메신저]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6 - 리나의 집]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5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2장 시장에게 전하는 메시지

[연재 4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3

[연재 3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2

[연재 2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1

[연재 1 - episod1]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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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는 오른쪽 벽에 난 닫힌 문 쪽으로 다가갔다. 앞으로 당겨 문을 열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자신이 방 안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사이 다들 어디로 갔는지, 리나는 다만 그것이 궁금했다. 리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층의 계단을 다 오르자 굳게 닫힌 문이 나왔다. 조심스럽게 그 문을 여니 또 다른 복도와 더 많은 문들이 닫힌 채 늘어서 있었다. 리나는 그 문을 도로 닫고,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나무 계단에 부딪치는 둔탁한 발자국 소리가 크게 울렸다. 리나는 누군가 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 자신에게 호통을 치지나 않을까 더럭 겁이 났다. 리나가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뒤쫓아 오지 않았으므로 닫힌 문을 하나 더 지나쳐 계속 위로 올라갔다.

공회당은 엠버 시에서 하나밖에 없는 3층 건물이었다. 리나는 꼭 한 번쯤은 공회당의 지붕 위에 서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고 싶었다. 그곳에서라면 엠버 시 너머 저편, 미지의 지대를 언뜻 내다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리나의 그림 속, 환히 빛나는 도시가 만약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도시는 저 건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계단 꼭대기에 이르자 ‘지붕’이라는 표지가 붙은 문이 나왔다. 그 문을 있는 힘껏 밀어젖히자 차가운 공기가 리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리나가 있는 곳은 건물 밖이었다. 리나 앞으로 평평한 자갈 바닥이 깔려 있었고, 리나가 열 발짝 정도 앞으로 나아가자 시계탑의 높다란 벽이 눈에 들어왔다.

리나는 곧장 지붕 끝으로 갔다. 그곳에 서자 엠버 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바로 발아래는 하큰 광장이었고, 사람들이 이리저리 바삐 오고가고 있었다.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니 움직이는 사람들이 길쭉하다기보다 동그랗게 보였다. 하큰 광장 너머로는 불 밝힌 건물의 창들이 줄을 맞추고 서로 교차하며, 사방으로 노랗고 검은 빛의 격자무늬를 아롱아롱 만들어 냈다. 리나는 미지의 지대를 지나 좀 더 멀리 내다보려 해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엠버 시의 가장자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빛이 아른아른거렸다. 그 건너편에는 암흑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때 광장 아래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좀 봐!” 작지만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였다. “지붕 위에 누군가 있어!” 리나는 몇 사람이 가던 길을 멈추고 위를 올려보는 게 보였다. “저게 누구야? 저 높은 곳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몰려들더니 공회당 계단 앞에 한 떼의 사람들이 모여 섰다. ‘다들 나를 보고 있어!’ 하는 생각에 리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리나는 신이 나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흥에 겨워 클로빙 광장 무용 행사 때 배운 종종걸음 곤충발 춤까지 췄다. 그러자 사람들이 웃음보를 터뜨렸고, 차츰 더 크게 함성을 질렀다.

그때 리나의 등 뒤에서 문이 거세게 열리고, 검은 수염이 텁수룩하고 몸집이 우람한 경비병이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멈춰!” 하고 호통 치며 경비병이 으름장을 놓았지만, 사실 리나는 전혀 달아나지 않았다. 그는 리나의 팔을 움켜쥐었다. “너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저는 그냥 호기심에…….” 리나는 최대한 순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지 지붕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리나는 경비병의 명찰 배지를 읽었다. ‘렛지 스탭마크, 경비대 대장’이라고 씌어 있었다.

“호기심은 말썽을 낳는 법이지.” 렛지가 말했다. 그는 발밑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넌 소동을 일으켰어.” 그는 리나를 문 안으로 끌고 들어갔고, 계단을 세 층이나 내려가는 내내 등을 떠밀며 서두르라고 재촉했다. 그들이 대기실에 도착하자 바튼 스노드가 좌우로 턱을 씰룩대며 안절부절 못한 채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시장이 있었다.

“말썽을 피운 아이입니다, 콜 시장님.” 경비대 대장이 말했다.

시장은 리나를 노려보았다. “네 얼굴이 기억나는구나. 직업을 배정하는 날이었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새로 받은 일을 하면서 스스로 명예를 더럽히다니.”

“말썽을 일으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리나가 해명했다. “메시지를 전해 드리려고 시장님을 찾던 중이었어요.”

“이 아이를 하루나 이틀 정도 감옥에 집어넣을까요?” 경비대 대장이 물었다.

시장은 얼굴을 찌푸리고 잠깐 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메시지의 내용이 뭐지?” 시장이 물었다. 리나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일 수 있도록 허리를 낮추었다. 시장에게서는 오래 조린 순무 냄새가 살짝 났다.

“여덟 시에 배달.” 리나가 시장의 귓가에 속삭였다. “루퍼로부터.”

시장은 희미하게 굳은 미소를 짓더니 경비대 대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기껏해야 철부지 어린애가 벌인 어릿광대짓이 아닌가?” 시장이 말했다. “이번만 봐주마. 하지만 지금부터는 바르게 행동하도록!” 시장은 리나에게 경고했다.

“네. 시장님.” 리나가 대답했다.

“그리고 자네.” 경비병 보조를 향해 돌아선 시장은 통통한 손가락을 그에게 흔들며 말했다. “앞으로 방문객을 받을 땐…… 각별히…… 조심하게.”

바튼 스노드는 눈을 끔벅끔벅거리고는 머리를 깊이 끄덕였다.

리나는 현관문 쪽으로 달렸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여전히 현관문 밖 계단 주변에 서 있었다.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리나가 밖으로 나오자 환호성을 지르며 반겨 주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골칫덩어리,” “어리석은 계집애,” “자랑꾼”과 같은 험한 말들을 중얼거렸다. 리나는 갑자기 창피스러워 귀밑이 붉게 달아올랐다. 으스댈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리나는 서둘러 그곳을 지나 오터윌 가로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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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회당은 도시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하큰 광장의 한쪽 면을 몽땅 차지하고 있었다. 돌로 포장한 광장에는 나사못으로 고정한 긴 의자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또한 공지사항을 알리는 알림판도 두 개 설치되어 있었다. 널따란 계단을 따라 공회당으로 올라가면 불룩하고 둔중한 기둥으로 틀을 만든 현관문이 나타났다. 시장의 집무실은 이 공회당 안에 있었다. 공무원들은 어느 건물에 깨진 창문이 있는지, 어떤 가로등을 고쳐야 하는지, 엠버에 살고 있는 인구는 모두 몇 명인지 등을 조사하고 빠짐없이 기록했다. 엠버의 시계를 맡아 관리하는 시간 관리원과 법을 집행하는 경비대 사무실도 모두 이곳에 있었다. 경비병들은 이따금씩 소매치기나 싸움에 휘말린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기도 했다. 공회당 한쪽에 툭 튀어나오고 비탈진 지붕으로 덮인 1층짜리 작은 구조물이 바로 감옥이었다.


리나는 계단을 뛰어 올라가 문을 지나 널찍한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왼쪽에 놓인 책상 앞에 경비병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바튼 스노드, 경비병 보조.’ 가슴에 달린 배지가 이름을 알려 주었다. 넓은 어깨와 잘 발달된 근육질 팔, 그리고 목덜미가 두터운, 덩치가 큰 남자였다.

리나를 보자 그는 오물대던 턱을 잠시 멈추고 입술을 위로 올리며 살짝 웃었다. “안녕! 여기엔 무슨 일로 왔지?” 그가 말했다.

“시장님께 전해 드릴 메시지가 있습니다.”

“좋아, 좋아!” 바튼 스노드는 무거운 몸을 주섬주섬 일으켜 세웠다. “이쪽으로 오너라.”

바튼은 리나를 데리고 복도를 따라 가다가 ‘접견실’이라는 표지가 붙은 문을 열었다.

“여기서 기다리렴. 시장님은 개인적인 용무로 지하 사무실에 계시거든. 하지만 곧 올라오실 거야.” 그가 말했다.

리나는 안으로 들어섰다.

“시장님께 알릴 테니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 시장님이 널 만나러 곧 오실거야. 가능한 한 빨리.” 이렇게 말한 뒤 바튼은 등 뒤로 문을 닫고 나갔다. 이내 문이 다시 열리더니 잔털이 소복한 작은 머리가 한 번 더 나타났다. “메시지의 내용이 뭐지?” 그가 물었다.

“반드시 시장님께만 전달해야 해요.” 리나가 대답했다.

“물론이지, 당연히 그래야지.” 경비병이 말했다. 문이 또다시 닫혔다. 저 사람은 상황파악을 정확히 못 하는 것 같아, 리나는 생각했다. 경비병이 된 지 얼마 안 돼 뭘 모르는 모양이었다.

접견실은 허름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볼품없지만 한때는 제법 인상적인 장소였겠다고 리나는 생각했다. 암적색 벽은 군데군데 벗겨져 갈색 페인트로 덧칠이 되어 있었다. 오른쪽 벽에는 굳게 닫힌 출입문이 있었다. 보기 흉한 밤색 양탄자가 방바닥에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닿으면 가려울 것 같은 빨간 천을 씌운 안락의자와 몇 개의 작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찻주전자와 컵을 받치고 있는 조그마한 탁자가 있고, 방 중앙에 나란히 놓인 큰 탁자 위에는 누군가 읽다 만 것처럼 『엠버 시 전서』가 펼쳐져 있었다. 벽에는 초대 시장부터 지금까지 모든 시장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는데, 초상화의 주인공들은 오래된 액자 유리 뒤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리나는 커다란 안락의자에 앉아 기다렸지만 누구 하나 오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 둘레를 어슬렁어슬렁 걸어 보았다. 그러다가 『엠버 시 전서』 위로 허리를 굽히고 문장 몇 줄을 읽었다. “엠버의 시민은 사치스러운 물품들은 가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태초에 저장창고를 가득 채워 둔 건설자들의 선견지명에 따라 언제까지나 충분한 물자가 보장될 것이다. 지혜로운 자라면 부족하지 않은 생활에 만족할 것이다.”

리나는 책을 몇 장 더 넘겼다. 그리고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공회당의 시계는 밤낮 없이 항상 시간을 표시해야 한다. 시계가 정지하는 일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시계가 없다면 언제 일하러 가고, 언제 학교에 가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언제 전깃불을 켜고 언제 꺼야 하는지 조명 담당자가 어찌 파악할 수 있겠는가? 매주 시계 태엽을 감고 하큰 광장에 있는 날짜 표시판을 바꾸어 놓는 것은 시간 관리원의 담당 업무이다. 시간 관리원은 이러한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리나는 책을 내버려 두고, 시장들의 초상화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곱 번째 시장인 포드 모레스워트는 리나의 증조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의-얼마나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할아버지였다. 참으로 우울해 보이는 얼굴이구나, 리나는 생각했다. 길쭉한 뺨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갔고, 입은 양쪽 끝이 접혀 내려갔으며, 두 눈엔 허탈한 빛이 서려 있었다. 리나가 가장 마음에 드는 초상화는 온화하게 웃고 있는 검은 곱슬머리의 네 번째 시장, 제인 라켓의 초상화였다.

한데 아직껏 접견실로 들어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문 밖 복도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리나에 대해 다들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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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2 05: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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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의 다음 고객은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폴스터 선생님이었다. 폴스터 선생님은 매주 『엠버 시 전서』에 쓰인 구절들을 외우게 했다. 폴스터 선생님은 반 학생들의 이름을 전부 다 적고, 그 아래 각종 사항에 관한 도표를 만들어 교실 벽에 붙여 놓았다. 누군가 바람직한 일을 하면, 선생님은 그 사람 이름 옆에 녹색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반대로 나쁜 행동을 하면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선생님은 낭랑하고 정확한 목소리로 언제나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점을 배우고 나면…….” 이 부분에서 선생님은 꼭 멈추고 학생들을 가리켰다. 그러면 학생들이 문장의 나머지 부분을 마무리 지었다. “여러분은 언제나 옳은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폴스터 선생님은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 다시 만난 폴스터 선생님은 리나를 굽어보며 자신의 메시지를 또박또박 들려주었다. “흄 가 39번지에 사는 애니셋 라프론드에게 다음과 같이 전해 주세요.” 폴스터 선생님이 말했다. “지난 목요일에 당신이 관여한 창피스러운 사건에 대해 전해들은 뒤, 당신에 대한 나의 신뢰는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제 외워 보렴.”

리나는 세 번이나 시도한 끝에 간신히 이 메시지를 제대로 외울 수 있었다. 실수할 때마다 리나는 “이런! 빨간 동그라미가 하나 더!” 하고 스스로 평가를 내려 봤지만 폴스터 선생님은 생각만큼 기꺼워하지 않았다.

첫날 아침 리나를 찾은 고객은 19명이었다. 고객들이 보내는 메시지 중 일부는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화요일에 못 가요.” “집에 오는 길에 감자 1파운드만 사다 주실래요?” “오셔서 우리 집 현관문 좀 고쳐 주세요.” 리나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들도 있었다. 바로 폴스터 선생님의 메시지처럼 말이다. 이해하고 말고는 리나에게 아무 상관이 없었다. 메신저 일을 하는 데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라 배달하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 집에 들어가 볼 수도 있고, 숨겨진 골목이나, 가게 뒤편의 작은 방들에도 찾아가 볼 수 있었다. 일을 시작한 지 고작 몇 시간 지났을 뿐이었는데도 리나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갖가지 일들을 제법 발견해 냈다.

예를 들면, 옷을 수선하는 일을 하는 샘플 부인은 침실 안에 고쳐야 할 옷들이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꽉꽉 들어찬 탓에 소파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펠리니아 타워 박사는 뼛조각들을 검은색 실로 연결하여 만든 사람의 뼈대를 거실 벽에 걸어 두고 있었다. 리나가 뼛조각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박사는 “연구용이야”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사람들의 뼈가 어떻게 짜 맞춰졌는지 알 필요가 있거든” 하고 덧붙였다. 칼루 가에 있는 어떤 집에서 리나는 얼굴에 시름이 가득한 남자에게 메시지를 배달했다. 그 집의 거실은 온통 깜깜했다. “전구를 아끼고 있어.” 그 남자가 말했다. 메시지를 배달하러 카페 캔에 들렀을 때도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특정한 날이 되면 카페의 뒷방이 중대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회합의 장소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리나는 누군가 묻는 걸 들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대꾸했다. 그러고는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런데 반면에, 어쩌면 아닐지도 몰라.”

이 모든 것들이 흥미로웠다. 리나는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내는 것이 즐거웠고, 달리는 일을 사랑했다. 그래서 심지어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도 리나는 지치지 않았다. 달리기는 자신을 강인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 주었고, 달려가는 모든 장소와, 메시지를 배달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게 해 주었다. 리나는 사람들이 간절하게 듣고 싶어 하는 기쁜 소식을 모든 이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메신저가 되고 싶었다.

그날 오후 늦게 젊은 남자 하나가 비스듬히 갈지자로 걸어 리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괴상하게 생긴 사람이었다-목은 매우 긴 데다 가운데가 묘하게 튀어나왔고, 앞니는 어찌나 큰지 입에서 탈출하려는 듯했다. 텁수룩한 까만 머리카락은 단정치 못하게 삐죽삐죽 솟구쳐 있었다. “공회당에 계신 시장님께 드릴 메시지가 있는데.” 그가 말했다. 그러고는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리나에게 깨닫게 하려고 뜸을 들였다. “시장님 말이야.” 그가 말했다. “알아들었어?”

“알아들었어요.” 리나가 대답했다.

“좋아. 귀담아 듣도록 해. 시장님께 이렇게 전해. 여덟 시에 배달. 루퍼로부터. 자, 따라해 봐.”

“여덟 시에 배달. 루퍼로부터.” 리나가 따라했다. 쉬운 메시지였다.

“됐어. 답장은 필요 없어.” 그는 리나에게 20센트를 건넸고, 리나는 공회당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연재 7 - 메신저]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6 - 리나의 집]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5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2장 시장에게 전하는 메시지

[연재 4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3

[연재 3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2

[연재 2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1

[연재 1 - episod1]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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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2008-10-0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촬영 장면을 함께 실어 주셔서
좀더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네요~
판타스틱한 장면이 얼른 나오길 기다립니다^^

수양버들 2008-10-0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환상적이고 낭만적이기도 할 것 같은데
아들과 저를 모두 만족시킬 책일 것 같아요
아들이 영화가 나와 버리면 책을 안 읽을 수도 있으니까 빨리 읽어야 겠네요

poison 2008-10-07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안에선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게 되네요.
갈 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가 오감을 자극하네요^^*

soogi10 2008-10-0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해지네요.
영화로 나오기 전에 책으로 먼저 만나고 싶어요.^^

살리에르 2008-10-08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타지요소를 잘 반영한 책 같습니다. 영화로 보면 더 실감날꺼 같기도 하고..^^ 하지만 책은 상상력을 더 키워주니깐 책으로 접하는게 더 좋겠지요..^^

두레&두레아이들 2008-10-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들도 영화 속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무지 궁금합니다. 예고편이나 인터넷에 공개된 몇몇 스틸들을 보면서 조금은 감이 옵니다만 그래도 얼른 영화를 보고 싶네요. 찾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며, 웃음 가득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요 ^^

자유혼 2008-10-13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아서 감질나기는 하지만, 영화 장면들이 같이 올라와 있어서 더 흥미롭네요.
판타지를 좋아해서, 먼저 책으로 읽고 싶습니다. ^^
 

 



메신저 본부는 공회당 뒤편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클로빙 가에 있었다. 이튿날 아침 리나가 메신저 본부에 들어서자 본부장인 앨리스 플리리가 맞아 주었다. 플리리는 눈이 창백하고 잿빛 머리카락에다가 빼빼 마른 여자였다. “우리의 새로운 메신저입니다.” 앨리스가 다른 메신저들에게 리나를 소개했다. 모여 있던 아홉 명이 리나에게 미소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여기, 이게 네 제복이야.” 본부장은 이렇게 말하며 다른 메신저들이 입고 있는 것과 똑같은 모양의 빨간 제복을 리나에게 건넸다. 단지 제복이 리나에게 조금 클 뿐이었다.

그때 공회당의 시계탑에서 ‘둥’ 하는 소리가 깊게 울려 퍼졌다. “8시다!” 플리리 본부장이 큰 소리로 외치며 긴 팔을 흔들었다. “모두들 자기 위치로!” 시계가 일곱 번 더 울리는 사이 메신저들이 제각기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이윽고 리나를 향해 돌아선 본부장이 말했다. “네 담당 구역은 가안 광장이야.”

그러자 리나가 고개를 끄덕하고 곧장 출발하려는데 본부장이 리나의 목덜미를 붙들었다. “규칙은 아직 말하지도 않았어!” 본부장은 이처럼 말하며 울퉁불퉁 마디가 진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첫째, 고객이 네게 메시지를 말하면 곧바로 내용을 암송하여 네가 메시지를 정확히 알고 있음을 확인시켜 줄 것. 둘째, 시민들이 네가 메신저라는 것을 즉각 알아볼 수 있게끔 언제 어디서나 빨간 제복을 입고 있을 것. 셋째, 가능한 한 신속히 전달할 것. 그리고 고객들은 메시지 한 건당 20센트씩 지불할 거야. 배달 거리에는 상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리나가 한 마디 했다. “저는 항상 빨리 달려요.”

“넷째,” 본부장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절대 다른 사람이 아닌, 반드시 지정된 사람에게 메시지를 배달할 것.”

리나는 다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일을 시작하고 싶어 발끝이 절로 들썩였다. 플 리리 본부장은 슬며시 웃더니 “가 봐” 하고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리나는 출발했다.

리나는 자신의 발걸음이 강하고 빠르고 확신에 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구 수리점의 창문을 스쳐 지나가며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았다. 리나는 등 뒤로 나부끼는 짙은 색 머리카락과, 검은색 양말을 신은 긴 다리와, 펄럭이는 빨간 제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단 한 번도 두드러지지 않았던 평범한 자기 얼굴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한눈에도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가안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리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메신저!” 리나의 첫 번째 고객이었다! 내티 프라인이라는 노인이었는데, 그가 늘 앉는 긴 의자에 앉아서 리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걸 셀버튼 광장 18번지에 사는 레이버넷 파슨스 씨에게 전해 다오.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오련?” 노인이 말했다.

리나는 수염이 듬성듬성 난 노인의 입가에 귀가 거의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혔다.

노인은 쉰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내 화덕이 고장 났습니다. 저녁 드시러 오지 마세요. 자, 외워 보거라.”

리나가 메시지를 따라 외웠다.

“좋아.” 내용을 확인한 노인은 리나에게 20센트를 주었다. 리나는 도시를 가로질러 셀버튼 광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리나는 같은 자세로 긴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레이버넷 파슨스 씨를 발견했다. 그에게 부탁받은 메시지를 들려주었다.

“늙은 순무머리.” 메시지를 다 들은 그가 투덜댔다. “게으른 벼룩 얼굴 영감 같으니라고. 틀림없이 요리하기가 귀찮았던 게지. 답신은 없단다.”

가안 광장으로 뛰어서 돌아오는 길에 리나는 신자들 무리를 지나쳤다. 그들은 둥그렇게 둘러서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쾌활한 찬송가 한 곡을 부르고 있었다. 요즘 들어 신도들이 부쩍 더 늘어난 것 같았다.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리나는 알지 못했지만, 신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신도들은 항상 웃는 얼굴이었으니까.

 

 [연재 6 - 리나의 집]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5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2장 시장에게 전하는 메시지

[연재 4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3

[연재 3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2

[연재 2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1

[연재 1 - episod1]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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