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의 다음 고객은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폴스터 선생님이었다. 폴스터 선생님은 매주 『엠버 시 전서』에 쓰인 구절들을 외우게 했다. 폴스터 선생님은 반 학생들의 이름을 전부 다 적고, 그 아래 각종 사항에 관한 도표를 만들어 교실 벽에 붙여 놓았다. 누군가 바람직한 일을 하면, 선생님은 그 사람 이름 옆에 녹색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반대로 나쁜 행동을 하면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선생님은 낭랑하고 정확한 목소리로 언제나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점을 배우고 나면…….” 이 부분에서 선생님은 꼭 멈추고 학생들을 가리켰다. 그러면 학생들이 문장의 나머지 부분을 마무리 지었다. “여러분은 언제나 옳은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폴스터 선생님은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 다시 만난 폴스터 선생님은 리나를 굽어보며 자신의 메시지를 또박또박 들려주었다. “흄 가 39번지에 사는 애니셋 라프론드에게 다음과 같이 전해 주세요.” 폴스터 선생님이 말했다. “지난 목요일에 당신이 관여한 창피스러운 사건에 대해 전해들은 뒤, 당신에 대한 나의 신뢰는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제 외워 보렴.”

리나는 세 번이나 시도한 끝에 간신히 이 메시지를 제대로 외울 수 있었다. 실수할 때마다 리나는 “이런! 빨간 동그라미가 하나 더!” 하고 스스로 평가를 내려 봤지만 폴스터 선생님은 생각만큼 기꺼워하지 않았다.

첫날 아침 리나를 찾은 고객은 19명이었다. 고객들이 보내는 메시지 중 일부는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화요일에 못 가요.” “집에 오는 길에 감자 1파운드만 사다 주실래요?” “오셔서 우리 집 현관문 좀 고쳐 주세요.” 리나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들도 있었다. 바로 폴스터 선생님의 메시지처럼 말이다. 이해하고 말고는 리나에게 아무 상관이 없었다. 메신저 일을 하는 데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라 배달하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 집에 들어가 볼 수도 있고, 숨겨진 골목이나, 가게 뒤편의 작은 방들에도 찾아가 볼 수 있었다. 일을 시작한 지 고작 몇 시간 지났을 뿐이었는데도 리나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갖가지 일들을 제법 발견해 냈다.

예를 들면, 옷을 수선하는 일을 하는 샘플 부인은 침실 안에 고쳐야 할 옷들이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꽉꽉 들어찬 탓에 소파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펠리니아 타워 박사는 뼛조각들을 검은색 실로 연결하여 만든 사람의 뼈대를 거실 벽에 걸어 두고 있었다. 리나가 뼛조각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박사는 “연구용이야”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사람들의 뼈가 어떻게 짜 맞춰졌는지 알 필요가 있거든” 하고 덧붙였다. 칼루 가에 있는 어떤 집에서 리나는 얼굴에 시름이 가득한 남자에게 메시지를 배달했다. 그 집의 거실은 온통 깜깜했다. “전구를 아끼고 있어.” 그 남자가 말했다. 메시지를 배달하러 카페 캔에 들렀을 때도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특정한 날이 되면 카페의 뒷방이 중대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회합의 장소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리나는 누군가 묻는 걸 들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대꾸했다. 그러고는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런데 반면에, 어쩌면 아닐지도 몰라.”

이 모든 것들이 흥미로웠다. 리나는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내는 것이 즐거웠고, 달리는 일을 사랑했다. 그래서 심지어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도 리나는 지치지 않았다. 달리기는 자신을 강인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 주었고, 달려가는 모든 장소와, 메시지를 배달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게 해 주었다. 리나는 사람들이 간절하게 듣고 싶어 하는 기쁜 소식을 모든 이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메신저가 되고 싶었다.

그날 오후 늦게 젊은 남자 하나가 비스듬히 갈지자로 걸어 리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괴상하게 생긴 사람이었다-목은 매우 긴 데다 가운데가 묘하게 튀어나왔고, 앞니는 어찌나 큰지 입에서 탈출하려는 듯했다. 텁수룩한 까만 머리카락은 단정치 못하게 삐죽삐죽 솟구쳐 있었다. “공회당에 계신 시장님께 드릴 메시지가 있는데.” 그가 말했다. 그러고는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리나에게 깨닫게 하려고 뜸을 들였다. “시장님 말이야.” 그가 말했다. “알아들었어?”

“알아들었어요.” 리나가 대답했다.

“좋아. 귀담아 듣도록 해. 시장님께 이렇게 전해. 여덟 시에 배달. 루퍼로부터. 자, 따라해 봐.”

“여덟 시에 배달. 루퍼로부터.” 리나가 따라했다. 쉬운 메시지였다.

“됐어. 답장은 필요 없어.” 그는 리나에게 20센트를 건넸고, 리나는 공회당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연재 7 - 메신저]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6 - 리나의 집]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5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2장 시장에게 전하는 메시지

[연재 4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3

[연재 3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2

[연재 2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1

[연재 1 - episod1]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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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2008-10-0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촬영 장면을 함께 실어 주셔서
좀더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네요~
판타스틱한 장면이 얼른 나오길 기다립니다^^

수양버들 2008-10-0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환상적이고 낭만적이기도 할 것 같은데
아들과 저를 모두 만족시킬 책일 것 같아요
아들이 영화가 나와 버리면 책을 안 읽을 수도 있으니까 빨리 읽어야 겠네요

poison 2008-10-07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안에선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게 되네요.
갈 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가 오감을 자극하네요^^*

soogi10 2008-10-0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해지네요.
영화로 나오기 전에 책으로 먼저 만나고 싶어요.^^

살리에르 2008-10-08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타지요소를 잘 반영한 책 같습니다. 영화로 보면 더 실감날꺼 같기도 하고..^^ 하지만 책은 상상력을 더 키워주니깐 책으로 접하는게 더 좋겠지요..^^

두레&두레아이들 2008-10-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들도 영화 속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무지 궁금합니다. 예고편이나 인터넷에 공개된 몇몇 스틸들을 보면서 조금은 감이 옵니다만 그래도 얼른 영화를 보고 싶네요. 찾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며, 웃음 가득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요 ^^

자유혼 2008-10-13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아서 감질나기는 하지만, 영화 장면들이 같이 올라와 있어서 더 흥미롭네요.
판타지를 좋아해서, 먼저 책으로 읽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