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본부는 공회당 뒤편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클로빙 가에 있었다. 이튿날 아침 리나가 메신저 본부에 들어서자 본부장인 앨리스 플리리가 맞아 주었다. 플리리는 눈이 창백하고 잿빛 머리카락에다가 빼빼 마른 여자였다. “우리의 새로운 메신저입니다.” 앨리스가 다른 메신저들에게 리나를 소개했다. 모여 있던 아홉 명이 리나에게 미소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여기, 이게 네 제복이야.” 본부장은 이렇게 말하며 다른 메신저들이 입고 있는 것과 똑같은 모양의 빨간 제복을 리나에게 건넸다. 단지 제복이 리나에게 조금 클 뿐이었다.

그때 공회당의 시계탑에서 ‘둥’ 하는 소리가 깊게 울려 퍼졌다. “8시다!” 플리리 본부장이 큰 소리로 외치며 긴 팔을 흔들었다. “모두들 자기 위치로!” 시계가 일곱 번 더 울리는 사이 메신저들이 제각기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이윽고 리나를 향해 돌아선 본부장이 말했다. “네 담당 구역은 가안 광장이야.”

그러자 리나가 고개를 끄덕하고 곧장 출발하려는데 본부장이 리나의 목덜미를 붙들었다. “규칙은 아직 말하지도 않았어!” 본부장은 이처럼 말하며 울퉁불퉁 마디가 진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첫째, 고객이 네게 메시지를 말하면 곧바로 내용을 암송하여 네가 메시지를 정확히 알고 있음을 확인시켜 줄 것. 둘째, 시민들이 네가 메신저라는 것을 즉각 알아볼 수 있게끔 언제 어디서나 빨간 제복을 입고 있을 것. 셋째, 가능한 한 신속히 전달할 것. 그리고 고객들은 메시지 한 건당 20센트씩 지불할 거야. 배달 거리에는 상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리나가 한 마디 했다. “저는 항상 빨리 달려요.”

“넷째,” 본부장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절대 다른 사람이 아닌, 반드시 지정된 사람에게 메시지를 배달할 것.”

리나는 다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일을 시작하고 싶어 발끝이 절로 들썩였다. 플 리리 본부장은 슬며시 웃더니 “가 봐” 하고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리나는 출발했다.

리나는 자신의 발걸음이 강하고 빠르고 확신에 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구 수리점의 창문을 스쳐 지나가며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았다. 리나는 등 뒤로 나부끼는 짙은 색 머리카락과, 검은색 양말을 신은 긴 다리와, 펄럭이는 빨간 제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단 한 번도 두드러지지 않았던 평범한 자기 얼굴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한눈에도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가안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리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메신저!” 리나의 첫 번째 고객이었다! 내티 프라인이라는 노인이었는데, 그가 늘 앉는 긴 의자에 앉아서 리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걸 셀버튼 광장 18번지에 사는 레이버넷 파슨스 씨에게 전해 다오.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오련?” 노인이 말했다.

리나는 수염이 듬성듬성 난 노인의 입가에 귀가 거의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혔다.

노인은 쉰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내 화덕이 고장 났습니다. 저녁 드시러 오지 마세요. 자, 외워 보거라.”

리나가 메시지를 따라 외웠다.

“좋아.” 내용을 확인한 노인은 리나에게 20센트를 주었다. 리나는 도시를 가로질러 셀버튼 광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리나는 같은 자세로 긴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레이버넷 파슨스 씨를 발견했다. 그에게 부탁받은 메시지를 들려주었다.

“늙은 순무머리.” 메시지를 다 들은 그가 투덜댔다. “게으른 벼룩 얼굴 영감 같으니라고. 틀림없이 요리하기가 귀찮았던 게지. 답신은 없단다.”

가안 광장으로 뛰어서 돌아오는 길에 리나는 신자들 무리를 지나쳤다. 그들은 둥그렇게 둘러서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쾌활한 찬송가 한 곡을 부르고 있었다. 요즘 들어 신도들이 부쩍 더 늘어난 것 같았다.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리나는 알지 못했지만, 신도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신도들은 항상 웃는 얼굴이었으니까.

 

 [연재 6 - 리나의 집]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5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2장 시장에게 전하는 메시지

[연재 4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3

[연재 3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2

[연재 2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1

[연재 1 - episod1]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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