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나라, 켈름 

아이작 B. 싱어 지음, 
유리 슐레비츠 그림,
강미경 옮김,
8900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아이작 B. 싱어가 들려주는 유쾌한 고전 동화,
웃음과 지혜를 주는 진짜 순수하고 행복한 바보들의 이야기!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바보들이나 악마들, 도깨비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쓴 동화 작가로 더욱 유명한 아이작 싱어의 대표적인 동화이다. 바보들과 그들이 사는 마을인 켈름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그려낸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그저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니다. 어리석은 인간들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가 깃들어 있는 싱어의 이야기는 늘 독자들에게 웃음과 함께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 책도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졌다 나오면 어느새 현실을 들여다보는 혜안을 갖게 해준다. 1969년에 칼데콧 상을 받은 그림 작가인 유리 슐레비츠의 삽화는 켈름과 켈름의 사람들을 너무나 잘 표현해내고 있다. 『바보들의 나라, 켈름』은 아이작 싱어의 뛰어난 이야기와 유리 슐레비츠의 탁월한 그림을 함께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게다가 삶에 지친 아이들에게 많은 웃음과 지혜를 줄 것이다. 이 책은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두레)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올바른 지도자, 책임감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우화!

어느 집단이나 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무리)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혜롭고 현명한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때로는 악한 지도자와 이들을 선택하는 어리석은 시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켈름도 마찬가지다. 켈름의 첫 통치자인 현자 중의 현자(바보 중의 바보이기도 하다)라 불리는 황소 그로남과 다섯 현자들(역시 바보들이기도 하다). 아이작 싱어는 먼저 이들의 이름으로, 그리고 바보스런 행동을 통해 웃음과 함께, 어리석은 지도자들의 모습과 권력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작가의 날카로운 풍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쟁에서 대패한 그로남을 쫓아내고 정권을 잡지만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정책을 추구하다 주민들의 반발로 역시 권좌에서 쫓겨나는 부넴 포크라카와 혁명당, 포크라카가 불러일으킨 혼란을 틈타 정권을 훔친 ‘도둑’ 파이텔 일당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어리석고 이기적인 지도자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을 합리화하고 찬양하는 시인 제켈은 위선적이며 기회주의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매우 적나라하고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하나같이 바보짓을 일삼는 ‘남자들’을 풍자하면서 작가는 그 대안으로 여성들을 내세운다. ‘바보’들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여성들이 통치하는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게 된 켈름의 미래가 ‘밝다’고 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닐까.


폭소를 자아내는 풍자를 통해 오늘의 세계를 다시 보게 해 주는 뛰어난 우화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은 모든 게 부족하지만 늘 행복하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원시 사회에서 문명 사회로 발전하면서 위기가 닥쳐온다. 위기, 문제라는 단어가 생겨나고, 사람들은 마을 사정이 좋지 않다는 데 주목하게 된 것이다. 켈름의 현자 중의 현자이자 통치자인 황소 그로남과 다섯 현자들은 이레 밤낮을 고민한 끝에,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웃 마을과 전쟁을 벌인다. 전쟁의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자신들을 바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켈름 군대는 전쟁에서 대패하고, 설상가상으로 부넴 프로라카의 반란으로 권좌에서마저 쫓겨나 이웃 나라로 도망을 가는 신세로 전락한다.

켈름을 통치하게 된 혁명당은 이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돈을 아예 폐지해 버린다. 그러자 켈름은 더욱더 혼란에 빠지고, 마침내 참다못한 주민들은 이들의 정책에 반발하며 들고 일어선다. 이 어수선한 틈을 타 도둑 파이텔 일당이 군중들을 선동해 혁명당을 몰아내고 권력을 가로챈다. 파이텔은 이웃 마을들과 다시 전쟁을 시작해 승승장구한다. 그 사이 켈름은 더욱더 피폐해지고, 더불어 파이텔 군대도 지쳐간다. 결국 켈름은 또다시 전쟁에서 패하면서 파이텔의 지배는 막을 내린다.

거지 생활을 하며 숨어 지내던 황소 그로남과 다섯 현자들은 혁명당과 파이텔의 지배가 끝이 나자 다시 켈름으로 돌아와 켈름을 통치하려 한다. 그런데 남자들의 바보짓에 신물이 난 여자들이 보다 못해 켈름을 직접 다스리겠다고 선포한다. 과연 켈름은 예전처럼 평화와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문명의 그림자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아이작 싱어는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의 이야기들을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고 무구한 가족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전쟁과 잔인한 박해로 인해 어른이 될 기회를 잃어버린 수많은 아이들에게” 바쳤는데, 그의 이러한 전쟁과 폭력에 대한 비판은 이 책에서도 계속된다.

어리석은 황소 그로남과 다섯 현자들이 켈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도, 도둑 파이텔이 정권을 빼앗은 다음에 벌인 것도 전쟁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하나같이 실패하고 모두에게 아픔과 상처만 남긴다. 결국 이 모든 혼란을 겪고 나서야 ‘일(노동)만이 그들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급기야 “우리는 세상을 정복하길 바라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게 된다. 이 해학적인 우화는 전쟁뿐만이 아니라 현대 문명의 이기적인 모습들, 즉 범죄, 돈, 폭력 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이렇다 할 기교를 부리지 않은 그의 이야기들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거침없이 술술 풀려 나가는 데 그 묘미가 있는데, 그가 천부적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라는 평가처럼, 이 책은 폭소를 자아내는 풍자를 통해 오늘의 세계를 다시 보게 해주는 뛰어난 우화로서 손색이 없다.

착한 어른이 되고자 하는 아이들의 유익한 벗!

이 책의 원제는 “The Fools of Chelm and Their History(1973),” 즉 ‘켈름의 바보들과 그들의 역사’이다. 잉어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를 집행하기 위해 잉어를 물에 빠트려 ‘익사’시키는 사람들, 명절날 쓸 신 크림(우유의 지방을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시게 만든 것)이 부족하자, 마을에 풍부한 물을 신 크림이라 부르고 신 크림을 물이라 부르게 해서 신 크림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현자들 등의 요절복통 이야기 20여 편을 담은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1966~68)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다. 주철환 전 OBS 사장이 “삶에 지쳐 힘겨울 때, 우울하고 쓸쓸할 때, 아이의 마음을 가진 바보를 만난다면 당신은 행복해질 것”이라며 극찬했던 이 책의 유머와 재치와 해학은 『바보들의 나라, 켈름』에서도 여전히 빛난다.

“진짜 이야기꾼으로서 그에 견줄 만한 사람은 우리 시대에는 없다”고 평가받는 아이작 싱어의 매력이 묻어나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을 번역한 황명걸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착한 어른이 되고자 하는 아이들과 ‘착했던 어린 시절’을 동경하는 어른들에게 유익한 벗”이 될 것이다.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웃음을 주는 이야기

‘얼뜨기 레키슈, 얼간이 자인벨, 바보 트라이텔, 빙충이 센더, 멍청이 슈멘드릭.’ 켈름의 다섯 현자들이다. 이름만큼이나 우스꽝스러운 이들의 모습은 독자들의 궁금증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유리 슐레비츠의 탁월한 그림 덕분이다). 또 슐레밀이라는 그로남의 비서가 있는데, 슐레밀도 이디시 어로 ‘바로’라는 뜻이란다. 이제 켈름이 왜 ‘바보들의 나라’인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우리를 더욱 웃음 짓게 하는 건 늘 예측할 수 없는 이들의 생각과 행동이다. 그 예로 켈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는 방안을 한번 보자. “‘위기’라는 말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서 사용 못 하게 하면 위기도 잊혀질 것이다, 월요일과 목요일을 단식의 날로 정해서 빵을 절약해야 한다, 모든 물품에 높은 세금을 매겨 부자들만 사고 가난한 사람들은 살 수 없도록 하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자들이 자는 동안 부자들의 집을 털게 하자.” 심지어 의복을 모두 없애고 옛날 원시인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제안도 나온다. 게다가 무기도 군대도 없고, 적들이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면서 전쟁을 한다며 도둑을 앞세워 무작정 쳐들어가는 이 바보들의 활약상은 장마와 더위에 지친 아이들을 시원한 웃음과 지혜가 넘쳐나는 계곡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찬사 

“켈름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마을이다. 단지 물자가 좀 부족하고, 어리석은 시민들과 무능한 지도자들이 함께 힘들게 살아간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뿐이다. 아이작 싱어는 이 해학적인 우화를 통해 현대 문명이 가져다준 ‘혜택들’, 즉 전쟁, 범죄, 돈, 폭력 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북리스트(Booklist)」 


교보문고, 인터파크, 예스24,
 

*** 이 책과 같이 읽으면 좋은 책 ***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아이작 B. 싱어 지음 / 황명걸 옮김 / 두레 

  
 

 

무한경쟁 속에 살아야만 버틸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저마다 잘나고 똑똑해지고 싶은 사람들(될 수만 있다면 천재가 되고 싶은)이 넘쳐난다.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착하게 살기보다는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잘 살기를 원한다. 이런 세상을 견디어내기가 힘든 사람들-경쟁이 싫은 사람들, 낙오된 사람들, 경쟁에서 이겼지만 쓸쓸한 사람들, 경쟁과 갈등의 사회를 공존의 세상으로 바꾸기 원하는 사람들-이 착한 바보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은 이런 사람들에게 한줄기 위안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여유와 평안을 맛보게 한다. 바보들의 어이없는 행동이 우리를 웃게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잔잔한 감동과 삶의 지혜가 있다. 착하고 순수하게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 끝없는 지혜를 안겨줄 것이다. 불행한 천재들의 잇단 몰락을 보게 되면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 책에 담긴 스물두 개의 이야기들은 동화라 불러도 좋고 동화가 아니라고 해도 상관이 없다. 이 세상에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과 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있으므로 이 이야기들은 이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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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10-2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작 싱어는 우화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썼지요~. 전 특별히 바보김펠(이렇게 써야할듯?ㅎㅎ)이라는 단편을 너무 좋아해요~. 이 책도 함 읽어 보고 싶네요~. 두레에서 아주 좋은 작품을 출판하셨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