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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엠버city of ember> 출간을 앞두고, 함께읽기 이벤트를 합니다.
연재글을 보고 의견을 마구마구 달아주세요.
총 30명을 추첨해서 10월 21일 책을 보내드립니다.
씨오엠C.O.M.(city of ember) 마니아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리나는 오른쪽 벽에 난 닫힌 문 쪽으로 다가갔다. 앞으로 당겨 문을 열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자신이 방 안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사이 다들 어디로 갔는지, 리나는 다만 그것이 궁금했다. 리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층의 계단을 다 오르자 굳게 닫힌 문이 나왔다. 조심스럽게 그 문을 여니 또 다른 복도와 더 많은 문들이 닫힌 채 늘어서 있었다. 리나는 그 문을 도로 닫고,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나무 계단에 부딪치는 둔탁한 발자국 소리가 크게 울렸다. 리나는 누군가 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 자신에게 호통을 치지나 않을까 더럭 겁이 났다. 리나가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뒤쫓아 오지 않았으므로 닫힌 문을 하나 더 지나쳐 계속 위로 올라갔다.

공회당은 엠버 시에서 하나밖에 없는 3층 건물이었다. 리나는 꼭 한 번쯤은 공회당의 지붕 위에 서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고 싶었다. 그곳에서라면 엠버 시 너머 저편, 미지의 지대를 언뜻 내다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리나의 그림 속, 환히 빛나는 도시가 만약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도시는 저 건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계단 꼭대기에 이르자 ‘지붕’이라는 표지가 붙은 문이 나왔다. 그 문을 있는 힘껏 밀어젖히자 차가운 공기가 리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리나가 있는 곳은 건물 밖이었다. 리나 앞으로 평평한 자갈 바닥이 깔려 있었고, 리나가 열 발짝 정도 앞으로 나아가자 시계탑의 높다란 벽이 눈에 들어왔다.

리나는 곧장 지붕 끝으로 갔다. 그곳에 서자 엠버 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바로 발아래는 하큰 광장이었고, 사람들이 이리저리 바삐 오고가고 있었다.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니 움직이는 사람들이 길쭉하다기보다 동그랗게 보였다. 하큰 광장 너머로는 불 밝힌 건물의 창들이 줄을 맞추고 서로 교차하며, 사방으로 노랗고 검은 빛의 격자무늬를 아롱아롱 만들어 냈다. 리나는 미지의 지대를 지나 좀 더 멀리 내다보려 해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엠버 시의 가장자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빛이 아른아른거렸다. 그 건너편에는 암흑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때 광장 아래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좀 봐!” 작지만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였다. “지붕 위에 누군가 있어!” 리나는 몇 사람이 가던 길을 멈추고 위를 올려보는 게 보였다. “저게 누구야? 저 높은 곳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몰려들더니 공회당 계단 앞에 한 떼의 사람들이 모여 섰다. ‘다들 나를 보고 있어!’ 하는 생각에 리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리나는 신이 나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흥에 겨워 클로빙 광장 무용 행사 때 배운 종종걸음 곤충발 춤까지 췄다. 그러자 사람들이 웃음보를 터뜨렸고, 차츰 더 크게 함성을 질렀다.

그때 리나의 등 뒤에서 문이 거세게 열리고, 검은 수염이 텁수룩하고 몸집이 우람한 경비병이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멈춰!” 하고 호통 치며 경비병이 으름장을 놓았지만, 사실 리나는 전혀 달아나지 않았다. 그는 리나의 팔을 움켜쥐었다. “너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저는 그냥 호기심에…….” 리나는 최대한 순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지 지붕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리나는 경비병의 명찰 배지를 읽었다. ‘렛지 스탭마크, 경비대 대장’이라고 씌어 있었다.

“호기심은 말썽을 낳는 법이지.” 렛지가 말했다. 그는 발밑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넌 소동을 일으켰어.” 그는 리나를 문 안으로 끌고 들어갔고, 계단을 세 층이나 내려가는 내내 등을 떠밀며 서두르라고 재촉했다. 그들이 대기실에 도착하자 바튼 스노드가 좌우로 턱을 씰룩대며 안절부절 못한 채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시장이 있었다.

“말썽을 피운 아이입니다, 콜 시장님.” 경비대 대장이 말했다.

시장은 리나를 노려보았다. “네 얼굴이 기억나는구나. 직업을 배정하는 날이었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새로 받은 일을 하면서 스스로 명예를 더럽히다니.”

“말썽을 일으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리나가 해명했다. “메시지를 전해 드리려고 시장님을 찾던 중이었어요.”

“이 아이를 하루나 이틀 정도 감옥에 집어넣을까요?” 경비대 대장이 물었다.

시장은 얼굴을 찌푸리고 잠깐 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메시지의 내용이 뭐지?” 시장이 물었다. 리나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일 수 있도록 허리를 낮추었다. 시장에게서는 오래 조린 순무 냄새가 살짝 났다.

“여덟 시에 배달.” 리나가 시장의 귓가에 속삭였다. “루퍼로부터.”

시장은 희미하게 굳은 미소를 짓더니 경비대 대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기껏해야 철부지 어린애가 벌인 어릿광대짓이 아닌가?” 시장이 말했다. “이번만 봐주마. 하지만 지금부터는 바르게 행동하도록!” 시장은 리나에게 경고했다.

“네. 시장님.” 리나가 대답했다.

“그리고 자네.” 경비병 보조를 향해 돌아선 시장은 통통한 손가락을 그에게 흔들며 말했다. “앞으로 방문객을 받을 땐…… 각별히…… 조심하게.”

바튼 스노드는 눈을 끔벅끔벅거리고는 머리를 깊이 끄덕였다.

리나는 현관문 쪽으로 달렸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여전히 현관문 밖 계단 주변에 서 있었다.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리나가 밖으로 나오자 환호성을 지르며 반겨 주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골칫덩어리,” “어리석은 계집애,” “자랑꾼”과 같은 험한 말들을 중얼거렸다. 리나는 갑자기 창피스러워 귀밑이 붉게 달아올랐다. 으스댈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리나는 서둘러 그곳을 지나 오터윌 가로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연재 9 - 엠버 시 전서]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8 - 메신저 2]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7 - 메신저]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6 - 리나의 집]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5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2장 시장에게 전하는 메시지

[연재 4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3

[연재 3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2

[연재 2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1

[연재 1 - episod1]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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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의 다음 고객은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폴스터 선생님이었다. 폴스터 선생님은 매주 『엠버 시 전서』에 쓰인 구절들을 외우게 했다. 폴스터 선생님은 반 학생들의 이름을 전부 다 적고, 그 아래 각종 사항에 관한 도표를 만들어 교실 벽에 붙여 놓았다. 누군가 바람직한 일을 하면, 선생님은 그 사람 이름 옆에 녹색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반대로 나쁜 행동을 하면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선생님은 낭랑하고 정확한 목소리로 언제나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점을 배우고 나면…….” 이 부분에서 선생님은 꼭 멈추고 학생들을 가리켰다. 그러면 학생들이 문장의 나머지 부분을 마무리 지었다. “여러분은 언제나 옳은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폴스터 선생님은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 다시 만난 폴스터 선생님은 리나를 굽어보며 자신의 메시지를 또박또박 들려주었다. “흄 가 39번지에 사는 애니셋 라프론드에게 다음과 같이 전해 주세요.” 폴스터 선생님이 말했다. “지난 목요일에 당신이 관여한 창피스러운 사건에 대해 전해들은 뒤, 당신에 대한 나의 신뢰는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제 외워 보렴.”

리나는 세 번이나 시도한 끝에 간신히 이 메시지를 제대로 외울 수 있었다. 실수할 때마다 리나는 “이런! 빨간 동그라미가 하나 더!” 하고 스스로 평가를 내려 봤지만 폴스터 선생님은 생각만큼 기꺼워하지 않았다.

첫날 아침 리나를 찾은 고객은 19명이었다. 고객들이 보내는 메시지 중 일부는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화요일에 못 가요.” “집에 오는 길에 감자 1파운드만 사다 주실래요?” “오셔서 우리 집 현관문 좀 고쳐 주세요.” 리나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들도 있었다. 바로 폴스터 선생님의 메시지처럼 말이다. 이해하고 말고는 리나에게 아무 상관이 없었다. 메신저 일을 하는 데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라 배달하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 집에 들어가 볼 수도 있고, 숨겨진 골목이나, 가게 뒤편의 작은 방들에도 찾아가 볼 수 있었다. 일을 시작한 지 고작 몇 시간 지났을 뿐이었는데도 리나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갖가지 일들을 제법 발견해 냈다.

예를 들면, 옷을 수선하는 일을 하는 샘플 부인은 침실 안에 고쳐야 할 옷들이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꽉꽉 들어찬 탓에 소파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펠리니아 타워 박사는 뼛조각들을 검은색 실로 연결하여 만든 사람의 뼈대를 거실 벽에 걸어 두고 있었다. 리나가 뼛조각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박사는 “연구용이야”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사람들의 뼈가 어떻게 짜 맞춰졌는지 알 필요가 있거든” 하고 덧붙였다. 칼루 가에 있는 어떤 집에서 리나는 얼굴에 시름이 가득한 남자에게 메시지를 배달했다. 그 집의 거실은 온통 깜깜했다. “전구를 아끼고 있어.” 그 남자가 말했다. 메시지를 배달하러 카페 캔에 들렀을 때도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특정한 날이 되면 카페의 뒷방이 중대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회합의 장소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리나는 누군가 묻는 걸 들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대꾸했다. 그러고는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런데 반면에, 어쩌면 아닐지도 몰라.”

이 모든 것들이 흥미로웠다. 리나는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내는 것이 즐거웠고, 달리는 일을 사랑했다. 그래서 심지어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도 리나는 지치지 않았다. 달리기는 자신을 강인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 주었고, 달려가는 모든 장소와, 메시지를 배달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게 해 주었다. 리나는 사람들이 간절하게 듣고 싶어 하는 기쁜 소식을 모든 이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메신저가 되고 싶었다.

그날 오후 늦게 젊은 남자 하나가 비스듬히 갈지자로 걸어 리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괴상하게 생긴 사람이었다-목은 매우 긴 데다 가운데가 묘하게 튀어나왔고, 앞니는 어찌나 큰지 입에서 탈출하려는 듯했다. 텁수룩한 까만 머리카락은 단정치 못하게 삐죽삐죽 솟구쳐 있었다. “공회당에 계신 시장님께 드릴 메시지가 있는데.” 그가 말했다. 그러고는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리나에게 깨닫게 하려고 뜸을 들였다. “시장님 말이야.” 그가 말했다. “알아들었어?”

“알아들었어요.” 리나가 대답했다.

“좋아. 귀담아 듣도록 해. 시장님께 이렇게 전해. 여덟 시에 배달. 루퍼로부터. 자, 따라해 봐.”

“여덟 시에 배달. 루퍼로부터.” 리나가 따라했다. 쉬운 메시지였다.

“됐어. 답장은 필요 없어.” 그는 리나에게 20센트를 건넸고, 리나는 공회당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연재 7 - 메신저]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6 - 리나의 집]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5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2장 시장에게 전하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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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2008-10-0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촬영 장면을 함께 실어 주셔서
좀더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네요~
판타스틱한 장면이 얼른 나오길 기다립니다^^

수양버들 2008-10-0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환상적이고 낭만적이기도 할 것 같은데
아들과 저를 모두 만족시킬 책일 것 같아요
아들이 영화가 나와 버리면 책을 안 읽을 수도 있으니까 빨리 읽어야 겠네요

poison 2008-10-07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안에선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게 되네요.
갈 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가 오감을 자극하네요^^*

soogi10 2008-10-0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해지네요.
영화로 나오기 전에 책으로 먼저 만나고 싶어요.^^

살리에르 2008-10-08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타지요소를 잘 반영한 책 같습니다. 영화로 보면 더 실감날꺼 같기도 하고..^^ 하지만 책은 상상력을 더 키워주니깐 책으로 접하는게 더 좋겠지요..^^

두레&두레아이들 2008-10-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들도 영화 속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무지 궁금합니다. 예고편이나 인터넷에 공개된 몇몇 스틸들을 보면서 조금은 감이 옵니다만 그래도 얼른 영화를 보고 싶네요. 찾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며, 웃음 가득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요 ^^

자유혼 2008-10-13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아서 감질나기는 하지만, 영화 장면들이 같이 올라와 있어서 더 흥미롭네요.
판타지를 좋아해서, 먼저 책으로 읽고 싶습니다. ^^
 

<뉴시스>에서 "어린 자녀의 내면을 기름지게 만들어주는 책들"을 선정했는데, 두레아이들이 펴낸 <내 이름은 제인 구달>도 선정되었네요.
 
어린 자녀의 내면을 기름지게 만들어주는 책들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부모와 자식 간의 기본적이면서도 원초적인 감정에 울림을 주는 작고 앙증맞은 그림책이다. 아기의 사랑스러운 얼굴과 표정을 절묘하게 버무린 책은 2006년 출간 직후 유아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었다......
로제티 슈스탁 글, 처치 그림, 신형건 옮김, 26쪽, 2만4900원, 보물창고

◇ 내 이름은 제인 구달

침팬지와 함께한 생태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의 아름다운 삶을 글과 그림으로 엮었다. 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침팬지들과 친구가 되기까지 겪은 과정, 생태환경운동가가 돼 자연보호운동에 앞장선 제인 구달의 삶을 담고 있다.
지네트 윈터 글·그림, 장우봉 옮김, 48쪽, 9800원, 두레아이들

◇ 지구는 왜 점점 더워질까?

기후 변화로 인한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린이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날씨를 예보하는 기상 캐스터, 북극 기지에 머물고 있는 기후학자, 동물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 허리케인을 겪은 사람, 석기 시대 환경을 체험해 본 사람, 에너지 전문가, 과학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청소년들과 인터뷰한 내용도 있다......
우테 뢰벤베르크·말테 아르코나 지음, 박성원 옮김, 152쪽, 1만2000원, 다섯수레

◇ 신현림의 옛 그림과 뛰노는 동시 놀이터

옛 그림을 마음으로 느끼고 섬세하게 관찰한 시인이 그 감상을 동시로 표현한 동시집이다. 어린이들이 알아야할 22편의 조선 시대 옛 그림이 수록됐다. 우리 명화를 분석하고 외우는 틀에 박힌 감상이 아닌 자신의 경험에 비춰 자유롭게, 다채롭게 상상하도록 꾸몄다......
신현림 글·그림, 64쪽, 1만800원, 살림어린이

◇ 양들이 매하고 우는 이유

양치기인 리암은 어느 날 전기 울타리에 감전된 56번 양에게 커다란 비밀 이야기를 듣는다. 지구에 사람이 살기 이전에 양들이 살고 있었고, 양들의 세계는 달에도 갔다 올 정도로 발달했는데 '양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로 양의 선조들이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이다. 이후 양들은 모든 문명을 불태우고 '자연으로의 대 귀환'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한 편의 시를 후대의 양들에게 남겨 주고 양 선조들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갔다. 양들은 자연으로의 대 귀환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뇌세포가 많이 없어져서 말도 잊고, 시도 잊게 됐다. 단지 시의 첫 글자인 '매'밖에 기억을 하지 못해 양들은 항상 '매'하고 우는 것이라고 한다......

폴린 팽송 글, 마갈리 르 위슈 그림, 박정연 옮김, 26쪽, 1만1500원, 맹&맹

(전문: 뉴시스 http://www.newsis.com/article/view.htm?cID=&ar_id=NISX20110816_0008989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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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아이들 생태 읽기 2

내 이름은 제인 구달
 
  
 

글,그림:지네트 윈터 / 옮긴이: 장우봉
책크기/쪽수: 225*225 / 48쪽
분야: 어린이(생태환경, 인물), 그림책
출간일: 2011년 7월 25일
출판사: 두레아이들(도서출판 두레)
ISBN 978-89-91550-32-2 77840
키워드: 제인 구달, 침팬지, 환경운동가
값: 9800원


“날마다 실천하는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제인 구달)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이자 생태환경운동가, 평화운동가, 제인 구달 이야기!

어려서부터 품었던 꿈을 이루고,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낸, 침팬지를 사랑한 위대한 관찰자, 제인 구달. <내 이름은 제인 구달>은 침팬지와 함께한 제인 구달의 아름다운 삶을 아름다운 글과 그림으로 엮어낸 그림책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짧은 이 책은, 오로지 제인이 스스로 일구어낸 일들을 중심으로 제인의 모든 삶을 오롯이 담고 있다. 동물들과 진정으로 소통하며, 사라져가는 동물들과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다 바친 제인 구달의 이야기는 동물과 환경, 평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큰 감동과 교훈을 줄 것이다. 또한 제인 구달이 전해주는 소중한 생명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50여 종의 책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미국의 인기 있는 어린이 책 작가인 지네트 윈터의 간결한 글과 인상적인 그림은 제인 구달과 그의 이야기가 어린이들에게 더 친숙하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미국 청소년도서관협회 선정도서이다.
 

제인 구달 스스로 일군 아름다운 삶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제인 구달(77)과 관련된 수많은 일화와 사건들 중에서도 제인 구달이 직접 해낸 일들을 중심으로 짧지만 알차게 들려준다는 것이다.
달걀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아내기 위해 닭장에 숨어 있다가 마을을 발칵 뒤집어놓은 일, 두리틀 박사와 타잔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프리카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 케냐로 가기 위해 돈을 모으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서 침팬지들과 친구가 되기까지 겪었던 험난한 과정, 그리고 생태환경운동가가 되어 자연보호운동에 앞장서는 지금의 열정적인 모습까지, 제인 구달의 삶을 온전히 담고 있다.
특히 곰베 국립공원에서 침팬지들을 관찰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우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제인은 말라리아를 이겨내고, 침팬지들과 함께 퍼붓는 비를 맞고, 침팬지들의 잠자리와 가까운 산꼭대기에서 자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관찰만 했다. 그 결과 마침내 침팬지들의 친구로 받아들여지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침팬지의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침팬지들과 동물들의 영원한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어 전 세계를 누비게 된다.
저자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해내는 용감한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제인 구달의 이야기를 직접 썼다고 한다. 이렇듯 ‘용감한 여자’ 제인 구달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와 감동을 줄 것이다.

위대한 ‘관찰자’의 선구자, 제인 구달
이 책의 원제는 ‘관찰자(The Watcher)’이다. 이는 평생 침팬지를 연구하고 관찰한 제인 구달을 가장 간결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단어이다. 위대한 과학자들은 하나같이 빼어난 관찰자들이다. <곤충기>와 <식물기>를 쓴 장 앙리 파브르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칸 영화제에서 다큐영화로는 최초로 기술상을 받은 <마이크로 코스모스>의 감독인 클로드 뉘리자니와 마리 페레누도 빼놓을 수 없다. ‘작은 우주’의 생생하고도 아름다운 감동은 세심한 관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제인 구달도 누구보다 위대한 관찰자였다. 제인은 “동물행동학이 점점 더 이론적이고 비인격화 되고 실험적으로 통제되고 있던 때에 직관적이고 인격적이고 수용적이고, 그리고 이야기식의 접근법을 고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더구나 당시 여성은 좀처럼 현장 영장류학을 연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생물학자 도나 해러웨이의 말처럼, 1960년 이전에 박사학위를 받은 여성 영장류학자가 쓴 책은 단 한 권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제인은 고정관념을 깨고 편견에 맞서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게다가 한때 아마추어적이라고 비웃음을 사던 그의 ‘동물 연구 방법’은 이제 다른 현장 동물행동학자들이 동경하는 모범이 되었다. “곰베에서의 연구는 충격적인 결과와 함께 과학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스티븐 제이 굴드), “그의 업적은 아인슈타인에 필적하는 것,… 제인이 추구한 과학은 겸손한 과학이다. 그는 동물들이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기다린다”(로저 포우츠).
제인은 그때까지 여성으로서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연구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이자, 말라리아를 견뎌내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숲의 주인공인 침팬지’를 그냥 끈기 있게 지켜보기만 했던 진정한 ‘관찰자’였다. 이것은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아니라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동물들을 관찰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실천한 것이기에 더 값진 결과였다. 그래서 우리는 제인 구달을 ‘이 시대의 진정한 관찰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침팬지 연구가에서 환경운동가로
1934년 영국의 런던에서 태어난 제인 구달은 어렸을 때부터 아프리카 정글을 여행하면서 동물들을 연구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홀로 아프리카로 건너가, 세계적인 인류학자인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서 침팬지 무리를 연구했다(루이스 리키 박사의 유명한 세 제자는 제인 구달 외에도 고릴라를 연구한 다이안 포시, 오랑우탄을 연구한 비루테 골디카스가 있다). 그때부터 침팬지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제인은 침팬지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발견했는데, 특히 침팬지들이 도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만들 줄도 알고, 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은 전 세계를 흥분에 빠트리는 획기적인 발견들이었다. 사람들은 그전까지 침팬지들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몰랐고, 또한 침팬지들은 채식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제인은 또한 침팬지들이 평생 동안 돈독한 가족 관계를 이루며, 사랑과 동정심을 가진 반면 공격성도 갖고 있어 전쟁 비슷한 것도 치른다는 사실들도 알아냈다.
사랑하는 침팬지들 곁을 떠난 구달 박사는 이제 환경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서 곰베 숲이 아닌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멸종 위기에 놓인 침팬지와 많은 동물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막고,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벌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상, 벤자민 프랭클린 메달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제인구달연구소와 ‘뿌리와 새싹’
제인구달연구소(The Jane Goodall Institute)는 야생동물을 연구?교육?보존하기 위해 1977년 세워진 비영리기관이다. 연구소는 침팬지 현장 연구를 지원하고 침팬지를 보호하는 사업에서 시작해 차츰 교육, 지역사회 발전, 자연보호, 인도주의를 위한 노력 등 모든 생물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업까지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제인구달연구소에서는 서부 탄자니아의 숲을 다시 살리고 보존하기 위한 교육 사업인 ‘타카르(TACARE)’를 비롯해 동물원 등에 잡혀 있는 침팬지의 생활 환경을 연구하고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 사업인 ‘침팬주(ChimpanZoo)’ 등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제인 구달은 1991년 젊은이들을 위한 환경과 인도주의 교육 사업의 하나로 ‘뿌리와 새싹(Roots&Shoots)’을 설립했다. 학교에서, 지역사회 동아리에서, 그 밖의 젊은이 모임에서, 뿌리와 새싹 회원들은 모든 동물, 환경, 인간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촉구하는 계획에 참여하고, 자기들의 실천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경험하고 있다. 뿌리와 새싹 모임은 전세계 120개 이상의 나라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의 젊은이들이 전세계 조직망을 이루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인 구달 박사는 뿌리와 새싹을 통해 전세계 젊은이들과 중요한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한국의 뿌리와 새싹은 2007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의 주도 아래 2011년에 정식으로 뿌리와 새싹 사무국을 설립했다. 현재 한국의 멸종위기종을 찾아 보호하는 Little Known Littles Project, 환경교육 UCC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참신한 환경사랑 아이디어를 자신의 힘으로 직접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 www.rootsandshoots.or.kr

추천하는 말
“이 책은 무모해 보이던 꿈을 이룬 제인 구달 박사의 삶을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는 책입니다. 아이들의 꿈을 지켜 주는 첫걸음으로 자녀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 보세요.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의 문을 열어 주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뿌리와 새싹’ 한국지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동물보호론자를 아름답게 그린 책이다.”―?북리스트?
“매우 멋지고 아름다운 이 전기는, 제인 구달의 지칠 줄 모르는 연구에 대한 열정, 제인의 획기적인 발견들, 그리고 아프리카의 땅과 동물들을 보호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등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들려준다.”―?커큐스 리뷰?

지은이 소개
글,그림 / 지네트 윈터(Jeanette Winter)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작가로, 지금까지 모두 50여 권의 어린이 책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표작으로 <디에고(Diego)>([뉴욕 타임스] 베스트 그림책, Parents’ Choice 상 수상), <바스라의 사서(The Librarian of Basra)>(미국도서관협회 주목할 만한 책), <내 이름은 조지아(My Name is Georgia)>([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 미국도서관협회 주목할 만한 책, 북리스트 편집자들이 뽑은 책), 그리고 <마마(Mama)>(보스턴 글로브-혼 북 아너 상), <왕가리 마타이의 평화의 나무(Wangari’s Trees of Peace)> 등이 있습니다. 미술가인 남편 로저 윈터와 함께 뉴욕에 살고 있습니다.

옮긴이 / 장우봉
속초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두레출판사에서 어른과 어린이들이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혜초의 대여행기, 왕오천축국전>, <다석 류영모: 우리말과 우리글로 철학한 큰 사상가>, <폭력 없는 미래>, <뒤죽박죽>, <나는 두 집에 살아요>(근간) 등을 기획하고 편집했습니다.


‘두레아이들 생태 읽기’ 시리즈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자연?생태?환경’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흥미롭고도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들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내 이름은 제인 구달??, ??중국을 구한 참새 소녀??,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 ??동물들은 왜 화가 났을까???, ??아기 수달의 머나먼 여행?? 등이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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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나라, 켈름 

아이작 B. 싱어 지음, 
유리 슐레비츠 그림,
강미경 옮김,
8900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아이작 B. 싱어가 들려주는 유쾌한 고전 동화,
웃음과 지혜를 주는 진짜 순수하고 행복한 바보들의 이야기!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바보들이나 악마들, 도깨비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쓴 동화 작가로 더욱 유명한 아이작 싱어의 대표적인 동화이다. 바보들과 그들이 사는 마을인 켈름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그려낸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그저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니다. 어리석은 인간들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가 깃들어 있는 싱어의 이야기는 늘 독자들에게 웃음과 함께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 책도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졌다 나오면 어느새 현실을 들여다보는 혜안을 갖게 해준다. 1969년에 칼데콧 상을 받은 그림 작가인 유리 슐레비츠의 삽화는 켈름과 켈름의 사람들을 너무나 잘 표현해내고 있다. 『바보들의 나라, 켈름』은 아이작 싱어의 뛰어난 이야기와 유리 슐레비츠의 탁월한 그림을 함께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게다가 삶에 지친 아이들에게 많은 웃음과 지혜를 줄 것이다. 이 책은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두레)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올바른 지도자, 책임감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우화!

어느 집단이나 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무리)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혜롭고 현명한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때로는 악한 지도자와 이들을 선택하는 어리석은 시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켈름도 마찬가지다. 켈름의 첫 통치자인 현자 중의 현자(바보 중의 바보이기도 하다)라 불리는 황소 그로남과 다섯 현자들(역시 바보들이기도 하다). 아이작 싱어는 먼저 이들의 이름으로, 그리고 바보스런 행동을 통해 웃음과 함께, 어리석은 지도자들의 모습과 권력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작가의 날카로운 풍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쟁에서 대패한 그로남을 쫓아내고 정권을 잡지만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정책을 추구하다 주민들의 반발로 역시 권좌에서 쫓겨나는 부넴 포크라카와 혁명당, 포크라카가 불러일으킨 혼란을 틈타 정권을 훔친 ‘도둑’ 파이텔 일당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어리석고 이기적인 지도자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을 합리화하고 찬양하는 시인 제켈은 위선적이며 기회주의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매우 적나라하고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하나같이 바보짓을 일삼는 ‘남자들’을 풍자하면서 작가는 그 대안으로 여성들을 내세운다. ‘바보’들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여성들이 통치하는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게 된 켈름의 미래가 ‘밝다’고 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닐까.


폭소를 자아내는 풍자를 통해 오늘의 세계를 다시 보게 해 주는 뛰어난 우화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은 모든 게 부족하지만 늘 행복하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원시 사회에서 문명 사회로 발전하면서 위기가 닥쳐온다. 위기, 문제라는 단어가 생겨나고, 사람들은 마을 사정이 좋지 않다는 데 주목하게 된 것이다. 켈름의 현자 중의 현자이자 통치자인 황소 그로남과 다섯 현자들은 이레 밤낮을 고민한 끝에,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웃 마을과 전쟁을 벌인다. 전쟁의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자신들을 바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켈름 군대는 전쟁에서 대패하고, 설상가상으로 부넴 프로라카의 반란으로 권좌에서마저 쫓겨나 이웃 나라로 도망을 가는 신세로 전락한다.

켈름을 통치하게 된 혁명당은 이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돈을 아예 폐지해 버린다. 그러자 켈름은 더욱더 혼란에 빠지고, 마침내 참다못한 주민들은 이들의 정책에 반발하며 들고 일어선다. 이 어수선한 틈을 타 도둑 파이텔 일당이 군중들을 선동해 혁명당을 몰아내고 권력을 가로챈다. 파이텔은 이웃 마을들과 다시 전쟁을 시작해 승승장구한다. 그 사이 켈름은 더욱더 피폐해지고, 더불어 파이텔 군대도 지쳐간다. 결국 켈름은 또다시 전쟁에서 패하면서 파이텔의 지배는 막을 내린다.

거지 생활을 하며 숨어 지내던 황소 그로남과 다섯 현자들은 혁명당과 파이텔의 지배가 끝이 나자 다시 켈름으로 돌아와 켈름을 통치하려 한다. 그런데 남자들의 바보짓에 신물이 난 여자들이 보다 못해 켈름을 직접 다스리겠다고 선포한다. 과연 켈름은 예전처럼 평화와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문명의 그림자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아이작 싱어는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의 이야기들을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고 무구한 가족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전쟁과 잔인한 박해로 인해 어른이 될 기회를 잃어버린 수많은 아이들에게” 바쳤는데, 그의 이러한 전쟁과 폭력에 대한 비판은 이 책에서도 계속된다.

어리석은 황소 그로남과 다섯 현자들이 켈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도, 도둑 파이텔이 정권을 빼앗은 다음에 벌인 것도 전쟁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하나같이 실패하고 모두에게 아픔과 상처만 남긴다. 결국 이 모든 혼란을 겪고 나서야 ‘일(노동)만이 그들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급기야 “우리는 세상을 정복하길 바라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게 된다. 이 해학적인 우화는 전쟁뿐만이 아니라 현대 문명의 이기적인 모습들, 즉 범죄, 돈, 폭력 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이렇다 할 기교를 부리지 않은 그의 이야기들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거침없이 술술 풀려 나가는 데 그 묘미가 있는데, 그가 천부적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라는 평가처럼, 이 책은 폭소를 자아내는 풍자를 통해 오늘의 세계를 다시 보게 해주는 뛰어난 우화로서 손색이 없다.

착한 어른이 되고자 하는 아이들의 유익한 벗!

이 책의 원제는 “The Fools of Chelm and Their History(1973),” 즉 ‘켈름의 바보들과 그들의 역사’이다. 잉어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를 집행하기 위해 잉어를 물에 빠트려 ‘익사’시키는 사람들, 명절날 쓸 신 크림(우유의 지방을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시게 만든 것)이 부족하자, 마을에 풍부한 물을 신 크림이라 부르고 신 크림을 물이라 부르게 해서 신 크림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현자들 등의 요절복통 이야기 20여 편을 담은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1966~68)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다. 주철환 전 OBS 사장이 “삶에 지쳐 힘겨울 때, 우울하고 쓸쓸할 때, 아이의 마음을 가진 바보를 만난다면 당신은 행복해질 것”이라며 극찬했던 이 책의 유머와 재치와 해학은 『바보들의 나라, 켈름』에서도 여전히 빛난다.

“진짜 이야기꾼으로서 그에 견줄 만한 사람은 우리 시대에는 없다”고 평가받는 아이작 싱어의 매력이 묻어나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을 번역한 황명걸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착한 어른이 되고자 하는 아이들과 ‘착했던 어린 시절’을 동경하는 어른들에게 유익한 벗”이 될 것이다.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웃음을 주는 이야기

‘얼뜨기 레키슈, 얼간이 자인벨, 바보 트라이텔, 빙충이 센더, 멍청이 슈멘드릭.’ 켈름의 다섯 현자들이다. 이름만큼이나 우스꽝스러운 이들의 모습은 독자들의 궁금증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유리 슐레비츠의 탁월한 그림 덕분이다). 또 슐레밀이라는 그로남의 비서가 있는데, 슐레밀도 이디시 어로 ‘바로’라는 뜻이란다. 이제 켈름이 왜 ‘바보들의 나라’인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우리를 더욱 웃음 짓게 하는 건 늘 예측할 수 없는 이들의 생각과 행동이다. 그 예로 켈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는 방안을 한번 보자. “‘위기’라는 말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서 사용 못 하게 하면 위기도 잊혀질 것이다, 월요일과 목요일을 단식의 날로 정해서 빵을 절약해야 한다, 모든 물품에 높은 세금을 매겨 부자들만 사고 가난한 사람들은 살 수 없도록 하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자들이 자는 동안 부자들의 집을 털게 하자.” 심지어 의복을 모두 없애고 옛날 원시인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제안도 나온다. 게다가 무기도 군대도 없고, 적들이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면서 전쟁을 한다며 도둑을 앞세워 무작정 쳐들어가는 이 바보들의 활약상은 장마와 더위에 지친 아이들을 시원한 웃음과 지혜가 넘쳐나는 계곡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찬사 

“켈름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마을이다. 단지 물자가 좀 부족하고, 어리석은 시민들과 무능한 지도자들이 함께 힘들게 살아간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뿐이다. 아이작 싱어는 이 해학적인 우화를 통해 현대 문명이 가져다준 ‘혜택들’, 즉 전쟁, 범죄, 돈, 폭력 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북리스트(Booklist)」 


교보문고, 인터파크, 예스24,
 

*** 이 책과 같이 읽으면 좋은 책 ***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아이작 B. 싱어 지음 / 황명걸 옮김 / 두레 

  
 

 

무한경쟁 속에 살아야만 버틸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저마다 잘나고 똑똑해지고 싶은 사람들(될 수만 있다면 천재가 되고 싶은)이 넘쳐난다.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착하게 살기보다는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잘 살기를 원한다. 이런 세상을 견디어내기가 힘든 사람들-경쟁이 싫은 사람들, 낙오된 사람들, 경쟁에서 이겼지만 쓸쓸한 사람들, 경쟁과 갈등의 사회를 공존의 세상으로 바꾸기 원하는 사람들-이 착한 바보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은 이런 사람들에게 한줄기 위안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여유와 평안을 맛보게 한다. 바보들의 어이없는 행동이 우리를 웃게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잔잔한 감동과 삶의 지혜가 있다. 착하고 순수하게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 끝없는 지혜를 안겨줄 것이다. 불행한 천재들의 잇단 몰락을 보게 되면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 책에 담긴 스물두 개의 이야기들은 동화라 불러도 좋고 동화가 아니라고 해도 상관이 없다. 이 세상에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과 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있으므로 이 이야기들은 이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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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10-2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작 싱어는 우화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썼지요~. 전 특별히 바보김펠(이렇게 써야할듯?ㅎㅎ)이라는 단편을 너무 좋아해요~. 이 책도 함 읽어 보고 싶네요~. 두레에서 아주 좋은 작품을 출판하셨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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