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당은 도시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하큰 광장의 한쪽 면을 몽땅 차지하고 있었다. 돌로 포장한 광장에는 나사못으로 고정한 긴 의자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또한 공지사항을 알리는 알림판도 두 개 설치되어 있었다. 널따란 계단을 따라 공회당으로 올라가면 불룩하고 둔중한 기둥으로 틀을 만든 현관문이 나타났다. 시장의 집무실은 이 공회당 안에 있었다. 공무원들은 어느 건물에 깨진 창문이 있는지, 어떤 가로등을 고쳐야 하는지, 엠버에 살고 있는 인구는 모두 몇 명인지 등을 조사하고 빠짐없이 기록했다. 엠버의 시계를 맡아 관리하는 시간 관리원과 법을 집행하는 경비대 사무실도 모두 이곳에 있었다. 경비병들은 이따금씩 소매치기나 싸움에 휘말린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기도 했다. 공회당 한쪽에 툭 튀어나오고 비탈진 지붕으로 덮인 1층짜리 작은 구조물이 바로 감옥이었다.


리나는 계단을 뛰어 올라가 문을 지나 널찍한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왼쪽에 놓인 책상 앞에 경비병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바튼 스노드, 경비병 보조.’ 가슴에 달린 배지가 이름을 알려 주었다. 넓은 어깨와 잘 발달된 근육질 팔, 그리고 목덜미가 두터운, 덩치가 큰 남자였다.

리나를 보자 그는 오물대던 턱을 잠시 멈추고 입술을 위로 올리며 살짝 웃었다. “안녕! 여기엔 무슨 일로 왔지?” 그가 말했다.

“시장님께 전해 드릴 메시지가 있습니다.”

“좋아, 좋아!” 바튼 스노드는 무거운 몸을 주섬주섬 일으켜 세웠다. “이쪽으로 오너라.”

바튼은 리나를 데리고 복도를 따라 가다가 ‘접견실’이라는 표지가 붙은 문을 열었다.

“여기서 기다리렴. 시장님은 개인적인 용무로 지하 사무실에 계시거든. 하지만 곧 올라오실 거야.” 그가 말했다.

리나는 안으로 들어섰다.

“시장님께 알릴 테니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 시장님이 널 만나러 곧 오실거야. 가능한 한 빨리.” 이렇게 말한 뒤 바튼은 등 뒤로 문을 닫고 나갔다. 이내 문이 다시 열리더니 잔털이 소복한 작은 머리가 한 번 더 나타났다. “메시지의 내용이 뭐지?” 그가 물었다.

“반드시 시장님께만 전달해야 해요.” 리나가 대답했다.

“물론이지, 당연히 그래야지.” 경비병이 말했다. 문이 또다시 닫혔다. 저 사람은 상황파악을 정확히 못 하는 것 같아, 리나는 생각했다. 경비병이 된 지 얼마 안 돼 뭘 모르는 모양이었다.

접견실은 허름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볼품없지만 한때는 제법 인상적인 장소였겠다고 리나는 생각했다. 암적색 벽은 군데군데 벗겨져 갈색 페인트로 덧칠이 되어 있었다. 오른쪽 벽에는 굳게 닫힌 출입문이 있었다. 보기 흉한 밤색 양탄자가 방바닥에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닿으면 가려울 것 같은 빨간 천을 씌운 안락의자와 몇 개의 작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찻주전자와 컵을 받치고 있는 조그마한 탁자가 있고, 방 중앙에 나란히 놓인 큰 탁자 위에는 누군가 읽다 만 것처럼 『엠버 시 전서』가 펼쳐져 있었다. 벽에는 초대 시장부터 지금까지 모든 시장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는데, 초상화의 주인공들은 오래된 액자 유리 뒤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리나는 커다란 안락의자에 앉아 기다렸지만 누구 하나 오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 둘레를 어슬렁어슬렁 걸어 보았다. 그러다가 『엠버 시 전서』 위로 허리를 굽히고 문장 몇 줄을 읽었다. “엠버의 시민은 사치스러운 물품들은 가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태초에 저장창고를 가득 채워 둔 건설자들의 선견지명에 따라 언제까지나 충분한 물자가 보장될 것이다. 지혜로운 자라면 부족하지 않은 생활에 만족할 것이다.”

리나는 책을 몇 장 더 넘겼다. 그리고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공회당의 시계는 밤낮 없이 항상 시간을 표시해야 한다. 시계가 정지하는 일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시계가 없다면 언제 일하러 가고, 언제 학교에 가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언제 전깃불을 켜고 언제 꺼야 하는지 조명 담당자가 어찌 파악할 수 있겠는가? 매주 시계 태엽을 감고 하큰 광장에 있는 날짜 표시판을 바꾸어 놓는 것은 시간 관리원의 담당 업무이다. 시간 관리원은 이러한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리나는 책을 내버려 두고, 시장들의 초상화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곱 번째 시장인 포드 모레스워트는 리나의 증조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의-얼마나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할아버지였다. 참으로 우울해 보이는 얼굴이구나, 리나는 생각했다. 길쭉한 뺨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갔고, 입은 양쪽 끝이 접혀 내려갔으며, 두 눈엔 허탈한 빛이 서려 있었다. 리나가 가장 마음에 드는 초상화는 온화하게 웃고 있는 검은 곱슬머리의 네 번째 시장, 제인 라켓의 초상화였다.

한데 아직껏 접견실로 들어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문 밖 복도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리나에 대해 다들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연재 8 - 메신저 2]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7 - 메신저]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6 - 리나의 집]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5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2장 시장에게 전하는 메시지

[연재 4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3

[연재 3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2

[연재 2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1

[연재 1 - episod1]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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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2 05: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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