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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가 사랑한 천재들 - 푸슈킨에서 차이코프스키까지 ㅣ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5
조성관 지음 / 열대림 / 2014년 3월
평점 :
사람들의 여행을 하는 이유가 제각각이겠지만, 내 여행의 목적은 '페테르부르크가 사랑한 천재들'의 저자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작가 혹은 음악가의 발자취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은 팬의 마음과 비슷한 그것이리라. 하지만 시간과 경제적인 여건상 다 이루지 못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을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책을 다시 들춰보거나, 혹은 음악 속으로 빠져들고는 하는데, 그런 내 갈증을 풀어줄 귀중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니 심장이 두근두근 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도시는 200년 이상 정치의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문화예술의 수도로 군림하였다. 음악, 오페라, 발레, 미술 등에 재능을 타고난 이들은 성공을 꿈꾸며 모두 페테르부르크로 몰려들었다. 도시는 세계적인 작가와 예술가들을 키워냈다. 또한 이들에 대한 오마주로 지하철역과 거리에 천재들의 이름을 헌정했고 이들의 숨결이 머무른 곳에 동상을 세우고 플라크를 붙였다. 지하철 1호선 푸슈킨 역을 가보라. 박물관에 온 것처럼 화려하고 격조가 있다."
지하철의 이름이 푸슈킨 역이라는 것을 읽으며 아찔해졌다. 러시아 사람들의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저 역 이름에 담겨있지 않을까? 이 곳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조금 우스워졌다. 역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집값을 들먹이며 결사반대나 하지 않을는지, 조금 씁쓸해지면서 러시아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워졌다.
세계문학 전집을 독파해나가던 어린 시절 <대위의 딸>도 내 목록 중 하나였다. 그 당시에는 사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는데 이 책을 접하면서 대위의 딸을 다시 펼쳐들었다. 푸슈킨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으니 작품 역시 가슴 속에 제대로 들어와 박혔다.
쇼스타코비치는 또 어떤가. 아무 생각 없이 들었던 레닌그라드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총탄이 오가는 현장 속에서 900일을 견딘 레닌그라드 시민들을 위로하는 음악 이였다니 왜 그가 러시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어린 시절, 차이코프스키가 지휘한 마린스키 극장, 일리야 레핀이 공부하던 미술 아카데미에 이르기까지 천재들의 자취를 함께 따라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책의 가장 마지막장에 이르러있었다. 이 여정을 끝마치고 싶지 않다는 진한 아쉬움이 몰려왔다.
어떤 사람을 잘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 사람을 사귀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이 책 한 권으로 다섯 명의 천재들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그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들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볼 때 페테르부르크의 아름다운 전경이 함께 눈앞에 그려질 것 같다. 그리고 아울러 앞으로 펼쳐질 다른 도시의 다른 천재들에 대한 시리즈도 기대해본다. 그때는 또 기꺼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