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엠버city of ember> 출간을 앞두고, 함께읽기 이벤트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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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아침 둔은 기대에 부풀어 배관실에 일찌감치 도착했다. 마침내 둔은 중대한 일의 세계, 가치 있는 일을 해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곳에 온 것이다. 둔은 학교에서, 아버지에게서, 그리고 자신이 직접 조사하고 연구해서 배운 것들을 이제 훌륭한 목적을 위해 쏟아 부을 수 있었다.

 둔은 배관실로 들어가는 육중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곰팡이 슨 고무 냄새 같은 퀴퀴한 악취가 물씬 풍겼다. 하지만 둔은 코를 찌르는 이 냄새가 마냥 유쾌하고 흥미롭기만 했다. 둔은 벽에 박힌 못에 노란 작업용 외투들이 줄지어 걸려 있는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갔다. 복도 끝에 사람들로 득시글거리는 방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의자에 앉아 무릎 위로 긴 고무장화를 끌어올리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노란 외투를 입으려고 애쓰고 있었으며, 다른 이들은 연장 허리띠를 채우고 있었다. 귓가에 왕왕대는 아우성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둔은 일꾼들 사이에 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쩌면 좋을지 몰라 복도에 서서 망연히 방 안을 지켜보았다.

 잠시 뒤 그 무리에서 한 사람이 빠져나왔다. 그는 한 손을 앞으로 내밀며, “리스터 멍크라고 하네. 배관실 감독관이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자넨 새로 온 일꾼이로군, 맞나? 신발 크기가 어떻게 되지? 대, 중, 아니면 소?”

 “중입니다.” 둔이 대답하자 리스터는 둔에게 작업용 외투와 장화를 찾아 주었다. 장화는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온통 금이 가서 녹색 고무가 마치 하얀 거미줄로 뒤덮인 것 같았다. 리스터는 둔에게 렌치(볼트와 너트, 파이프 따위를 틀어 돌리는 공구-옮긴이)와 망치, 철사 줄과 테이프를 감아 놓은 실패, 끈적이는 검은 물질이 들어찬 튜브 등이 들어 있는 연장 허리띠도 건네주었다.

 “오늘 자네는 97번 터널에서 일하게 될 걸세. 알린 프롤이 함께 가서 자네에게 거기서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알려 줄 거야.” 리스터는 이처럼 말하고는 흰빛이 도는 금발머리를 땋아 등 뒤로 늘어뜨린 한 소녀를 가리켰다. 그녀는 작달막한 키에 곱상하고 여려 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지 않지만 전문가라네.”

 둔은 연장 허리띠를 허리에 두르고, 무슨 이유에선지 땀에 전 발냄새가 풀풀 풍기는 작업용 외투를 걸쳤다. “이쪽이야.” 반기는 인사말이나 웃음 띤 눈인사도 없이 알린은 짧게 말했다. 그녀는 일꾼들 사이를 누비고 지나 ‘계단’이라는 표지가 붙은 문 앞으로 가 문을 열었다.

 문 바깥엔 돌계단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는데, 둔에게는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계단 양쪽에는 깎아지른 돌벽이 물기 때문에 번들거렸다. 붙잡을 만한 난간은 없었다. 2~3미터마다 하나씩 전구가 매달린 전선줄이 천장을 따라 지나갔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돌계단을 오르내려 생긴 닳고 패인 구멍에는 야트막히 물이 고여 있었다.

 그들은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둔은 발밑에 신경이 쓰였다. 장화가 익숙하지 않은 탓에 고꾸라지지 않도록 똑바로 걷는 게 힘들었다. 더 깊숙이 내려가자 낮게 으르렁대는 소음이 어딘가에서 아련히 들려왔다. 너무나 나지막해서 귀에서 들리는 게 아니라 뱃속에서 울려오는 것 같았다. 소리는 차츰 더 커졌다. 무슨 기계 같은 것이 만들어 내는 소음인가? 혹시 발전기일까?

 ‘주터널’이라는 푯말이 붙은 문 앞에 이르자 계단이 끝났다. 알린이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차례로 안쪽으로 들어가자 둔은 그가 들었던 소음이 기계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강이었다.

둔은 꼼짝 않고 강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엠버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둔 역시 강이란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 ‘어찌된 셈인지 저 혼자 흐르는 물’이라는 어렴풋한 생각이 드는 게 고작이었다. 둔은 수도꼭지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수돗물과 비슷하게 폭이 좁고 맑은 물줄기가 흐르고 있을 거라 상상했었다. 수돗물보다는 좀 더 크고,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흐르는 차이 정도만 있을 거라 짐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둔이 마주보고 있는 이것은 전혀 딴판이었다. 물이 흐른다기보다는 엄청난 양의 물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엠버에서 가장 넓은 도로만큼이나 넓은 강폭 안에서, 강물은 굉음소리를 내며 세차게 휘젓고, 거세게 떨어지고, 휙휙 소용돌이쳐 흘러갔다. 검은 물유리(물에 녹는 유리-옮긴이) 같은 강물의 표면 위로 엷은 빛이 반점을 뿌리며 산산이 흩어졌다. 둔은 지금껏 이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본 적도, 이처럼 우레와 같이 당장이라도 심장을 멈출 듯이 그르렁대는 소리를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들이 선 통로는 너비가 2미터쯤 되었고, 강과 평행으로 놓여 있었는데, 양쪽으로 뻗은 길은 너무 멀어 가늠할 수가 없었다. 통로의 벽면을 따라 뚫린 틈새들은 엠버 시 지하 속속들이까지 가지처럼 뻗어 나간 터널로 연결되어 있으리라, 둔은 추측했다. 계단에서 본 것과 다름없이 이곳에도 전선에 매달린 전구가 아치 모양의 천장에서 달랑거렸다.

둔은 지금 자신이 엠버 시의 북쪽 경계 아래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둔은 학교에서 배운 ‘방향 찾는 법’을 떠올려 보았다. 북쪽은 강물, 남쪽은 온실이 있는 방향이다. 동쪽은 학교가 있는 방향이고, 서쪽은 나머지, 즉 특별히 표시할 필요가 없는 사소한 것들이 모여 있는 방향이다. 지하 배관터널은 모두 주터널로부터 남쪽, 곧 엠버의 도심부를 향해 가지를 치고 있었다.

 알린이 둔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그의 귓가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일단 우리는 강물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갈 거야.” 그러고는 긴 통로를 지나 주터널로 둔을 안내했다. 가는 길에 둔과 알린은 노란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을 지나쳤다. 일꾼들은 알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며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둔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15분쯤 걸어가자 그들은 지하 배관터널의 동쪽 끝으로 나왔다. 그곳은 강물이 어찌나 거칠게 휘저으며 흐르는지 검은 물줄기는 흰 물거품이 되고, 공중에 가득한 물보라가 둔의 얼굴까지 적셨다.

그들이 선 곳에서 오른쪽 벽으로 넓은 이중문이 보였다. “바로 저기 있는 문이 보이지?” 알린이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쳐 물었다.

 “네.” 둔도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저게 발전기실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나요?”

 “당연히 안 되지!” 알린이 말했다. “특별 허가증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어.” 알린이 다시 뒤쪽 주터널을 가리켰다. “이제 우리는 강이 끝나는 곳으로 갈 거야.”

알린은 다시 계단으로 가는 문을 지나 지하 배관터널의 서쪽 끝으로 둔을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강물은 벽에 뻥 뚫린 거대한 구멍을 통과해 암흑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강물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 거죠?” 둔이 물었다.

 알린은 어깨를 으쓱 추어올렸다. “글쎄. 다시 땅속으로 돌아갈 테지. 단지 추측일 뿐이지만. 자, 이제 97번 터널을 찾아가서 본격적으로 일을 해 봐야지.” 그녀는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건 지도야. 네 주머니에도 들어 있을 거야. 이 주변에서 길을 찾으려면 지도가 꼭 필요해.” 둔의 눈에 지도는 거대한 지네처럼 보였다. 종이 위쪽에는 지네의 몸통처럼 생긴 강이 아치형으로 가로질렀고, 그 아래로 터널이 수백 개의 기다란 다리처럼 서로 뒤엉켜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 지난 연재목록 -   


[연재 10 - 시청]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9 - 엠버 시 전서]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8 - 메신저 2]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7 - 메신저]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6 - 리나의 집]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5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2장 시장에게 전하는 메시지

[연재 4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3

[연재 3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2

[연재 2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1

[연재 1 - episod1]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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