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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의 다음 고객은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폴스터 선생님이었다. 폴스터 선생님은 매주 『엠버 시 전서』에 쓰인 구절들을 외우게 했다. 폴스터 선생님은 반 학생들의 이름을 전부 다 적고, 그 아래 각종 사항에 관한 도표를 만들어 교실 벽에 붙여 놓았다. 누군가 바람직한 일을 하면, 선생님은 그 사람 이름 옆에 녹색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반대로 나쁜 행동을 하면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선생님은 낭랑하고 정확한 목소리로 언제나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점을 배우고 나면…….” 이 부분에서 선생님은 꼭 멈추고 학생들을 가리켰다. 그러면 학생들이 문장의 나머지 부분을 마무리 지었다. “여러분은 언제나 옳은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폴스터 선생님은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 다시 만난 폴스터 선생님은 리나를 굽어보며 자신의 메시지를 또박또박 들려주었다. “흄 가 39번지에 사는 애니셋 라프론드에게 다음과 같이 전해 주세요.” 폴스터 선생님이 말했다. “지난 목요일에 당신이 관여한 창피스러운 사건에 대해 전해들은 뒤, 당신에 대한 나의 신뢰는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제 외워 보렴.”

리나는 세 번이나 시도한 끝에 간신히 이 메시지를 제대로 외울 수 있었다. 실수할 때마다 리나는 “이런! 빨간 동그라미가 하나 더!” 하고 스스로 평가를 내려 봤지만 폴스터 선생님은 생각만큼 기꺼워하지 않았다.

첫날 아침 리나를 찾은 고객은 19명이었다. 고객들이 보내는 메시지 중 일부는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화요일에 못 가요.” “집에 오는 길에 감자 1파운드만 사다 주실래요?” “오셔서 우리 집 현관문 좀 고쳐 주세요.” 리나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들도 있었다. 바로 폴스터 선생님의 메시지처럼 말이다. 이해하고 말고는 리나에게 아무 상관이 없었다. 메신저 일을 하는 데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라 배달하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 집에 들어가 볼 수도 있고, 숨겨진 골목이나, 가게 뒤편의 작은 방들에도 찾아가 볼 수 있었다. 일을 시작한 지 고작 몇 시간 지났을 뿐이었는데도 리나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갖가지 일들을 제법 발견해 냈다.

예를 들면, 옷을 수선하는 일을 하는 샘플 부인은 침실 안에 고쳐야 할 옷들이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꽉꽉 들어찬 탓에 소파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펠리니아 타워 박사는 뼛조각들을 검은색 실로 연결하여 만든 사람의 뼈대를 거실 벽에 걸어 두고 있었다. 리나가 뼛조각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박사는 “연구용이야”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사람들의 뼈가 어떻게 짜 맞춰졌는지 알 필요가 있거든” 하고 덧붙였다. 칼루 가에 있는 어떤 집에서 리나는 얼굴에 시름이 가득한 남자에게 메시지를 배달했다. 그 집의 거실은 온통 깜깜했다. “전구를 아끼고 있어.” 그 남자가 말했다. 메시지를 배달하러 카페 캔에 들렀을 때도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특정한 날이 되면 카페의 뒷방이 중대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회합의 장소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리나는 누군가 묻는 걸 들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대꾸했다. 그러고는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런데 반면에, 어쩌면 아닐지도 몰라.”

이 모든 것들이 흥미로웠다. 리나는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내는 것이 즐거웠고, 달리는 일을 사랑했다. 그래서 심지어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도 리나는 지치지 않았다. 달리기는 자신을 강인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 주었고, 달려가는 모든 장소와, 메시지를 배달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게 해 주었다. 리나는 사람들이 간절하게 듣고 싶어 하는 기쁜 소식을 모든 이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메신저가 되고 싶었다.

그날 오후 늦게 젊은 남자 하나가 비스듬히 갈지자로 걸어 리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괴상하게 생긴 사람이었다-목은 매우 긴 데다 가운데가 묘하게 튀어나왔고, 앞니는 어찌나 큰지 입에서 탈출하려는 듯했다. 텁수룩한 까만 머리카락은 단정치 못하게 삐죽삐죽 솟구쳐 있었다. “공회당에 계신 시장님께 드릴 메시지가 있는데.” 그가 말했다. 그러고는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리나에게 깨닫게 하려고 뜸을 들였다. “시장님 말이야.” 그가 말했다. “알아들었어?”

“알아들었어요.” 리나가 대답했다.

“좋아. 귀담아 듣도록 해. 시장님께 이렇게 전해. 여덟 시에 배달. 루퍼로부터. 자, 따라해 봐.”

“여덟 시에 배달. 루퍼로부터.” 리나가 따라했다. 쉬운 메시지였다.

“됐어. 답장은 필요 없어.” 그는 리나에게 20센트를 건넸고, 리나는 공회당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연재 7 - 메신저]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6 - 리나의 집]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연재 5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2장 시장에게 전하는 메시지

[연재 4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3

[연재 3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2

[연재 2 ]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 직업 배정의 날 1

[연재 1 - episod1] CITY OF EMBER 시티 오브 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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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2008-10-0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촬영 장면을 함께 실어 주셔서
좀더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네요~
판타스틱한 장면이 얼른 나오길 기다립니다^^

수양버들 2008-10-0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환상적이고 낭만적이기도 할 것 같은데
아들과 저를 모두 만족시킬 책일 것 같아요
아들이 영화가 나와 버리면 책을 안 읽을 수도 있으니까 빨리 읽어야 겠네요

poison 2008-10-07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안에선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게 되네요.
갈 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가 오감을 자극하네요^^*

soogi10 2008-10-0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해지네요.
영화로 나오기 전에 책으로 먼저 만나고 싶어요.^^

살리에르 2008-10-08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타지요소를 잘 반영한 책 같습니다. 영화로 보면 더 실감날꺼 같기도 하고..^^ 하지만 책은 상상력을 더 키워주니깐 책으로 접하는게 더 좋겠지요..^^

두레&두레아이들 2008-10-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들도 영화 속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무지 궁금합니다. 예고편이나 인터넷에 공개된 몇몇 스틸들을 보면서 조금은 감이 옵니다만 그래도 얼른 영화를 보고 싶네요. 찾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며, 웃음 가득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요 ^^

자유혼 2008-10-13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아서 감질나기는 하지만, 영화 장면들이 같이 올라와 있어서 더 흥미롭네요.
판타지를 좋아해서, 먼저 책으로 읽고 싶습니다. ^^
 


미국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선생님의 첫 작품

"평생 동안 공상과학 소설과 판타지 소설을 읽어 왔지만 이 소설에 대해선 특별한 감명을 받았다. 재미있는지 보려고 조금 읽는다는 것이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해리포터를 좋아한다면 분명 <시티 오브 엠버>도 마음에 들 것이다."
- 아마존 리뷰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해리포터 열풍이 뜨겁지만, 미국에서는 학교 선생님의 데뷔작 하나가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가장 큰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 <시티 오브 엠버>에 달린 리뷰만 400편에 육박할 정도다. 이 책은 대중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수상의 영예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미국도서관협회(ALA) 주목할 만한 어린이 책', <커큐스 리뷰> 편집자들이 선택한 책', '뉴욕 공공도서관 추천도서 100선' 등에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주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상을 받았고, 지금도 수상 목록은 멈출 줄을 모른다.
 
Florida Sunshine State Book Award 수상,
Texas Lone Star Reading List 수상,
West Virginia Children's Book Master List 추천도서,
Arkansas Charlie May Simon Award 수상,
Colorado Blue Spruce Young Adult Book Award 추천도서,
Illinois Rebecca Caudill Young Readers Award 추천도서,
Iowa Teen Book Award 추천도서,
Kansas William White Award 수상,
Kentucky Bluegrass Master List 수상,
California Young Reader Medal 수상,
New Jersey Garden State Children's Book Award 수상,
New Hampshire Great Stone Face Children's Book Award 수상,
Connecticut Nutmeg Children's Book Award 수상

언론의 찬사도 이어졌다.

“충격적인 데뷔작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결말은 2권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증폭시킨다.” - 커큐스 리뷰

“뒤프라우의 첫 번째 소설은 인류 종말 후의 세상을 사실적으로 창조해 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의 『재커라이어를 위한 Z(Z for Zachariah)』에 비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 USA 투데이

“엠버 시는 색깔이 없는 암흑 세상이지만 이 책의 묘사는 빛나며 풍부하다.…… 신비롭고, 모험에 차 있으며, SF 같지 않은 SF적인 특징을 가진 소설이다.” - VOYA(Voice of Young Advocate)



인류의 마지막 운명을 간직한 채 어둠과 비밀에 싸인 도시인 엠버에서는 빛과 전기가 고갈되고 감자가 전염병에 걸려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등 전반적인 위기의 징후가 나타났다. 직업 배정이 추첨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고질적인 정전사태는 마치 북한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작가는 학교 선생님 답게 청소년과 어린 독자들에게 현실 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다양한 생각거리와 토론거리들을 제공한다. 예컨대 클레리 아줌마와 주인공 리나는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데,

"이것 좀 보렴." 클레리의 손바닥 위에 하얀 콩 한 알이 놓여 있었다. "이 씨앗 안에 있는 뭔가는 이 콩이 어떻게 하나의 식물로 자라나는지 알고 있단다. 그걸 어찌 알고 있을까?"
"글쎄요." 리나는 단단하고 납작한 통을 뚫어지게 보았다.
"그건 이 씨앗이 그 안에 생명을 담고 있기 때문이야. 그런데 생명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명이란 무엇일까?"
...
"등북을 한번 생각해 봐. 전기 등불에 달린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아 연결하면 등불은 그 나름대로 생명을 디게 되지. 불이 들어오잖아. 그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와 등불이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야. 그런데 이 콩은 그 어떤 것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아.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우리에게ㅔㄴ 발전기에 우리를 연결시킬 플러그와 전선이 달려 있지 않잖아? 살아 있는 것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그들 내부에 숨어 있는 어떤 힘이란다."
- 101~102쪽

독서지도안, 독서토론, 독후활동이 매우 발달돼 있는 미국 내 많은 학교에서 이 책을 문학이나 토론 수업에서 교재나 부교재로 채택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 교육의 문제를 진지하게 녹여내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해리포터>를 넘어서는 면이 있다.


아마존 리뷰어들의 반응

"책을 읽고 있다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책이 으슬으슬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디어인지 모른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 아마존 리뷰


작품의 대중적 성공으로 <시티 오브 엠버>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다. 유명한 톰 행크스가 제작하고 팀 로빈슨, 빌 머레이 등이 출연했다. 특히 최근 <어톤먼트>로 예민한 감수성의 소녀 역을 실감나게 연기한 시얼샤 로넌이 리나 역을 맡아 개봉이 기다려진다.


▲ 어톤먼트 브라이오니 탤리스 역을 맡으며 언니를 애간장타게 만들었던 여동생이 이번에는 어둡고 음습한 엠버를 종횡한다. 조만간 국내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400개에 육박한 아마존 리뷰에 올라간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전혀 다른 세계 속으로 빠져 들고픈 어린이들에겐 <시티 오브 엠버>가 아주 제격이다. … 무슨 일이 있을지 너무나 궁금해서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다음 이야기를 집어들 것이다. 어둡고 깊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용감한 소년과 소녀의 매력적인 이야기."

"간결하여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와 아이 사이에 토론 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숨겨져 있는 주제(메시지)에 관해서."

"나는 이 책을 6학년들의 낭독수업 첫 번째 시간을 위해 골랐다. 처음엔 천천히 진행되었으나 곧 학생들이 좀 더 읽어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이상적 사회의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참신한 특색을 지닌 긴장감 넘치는 소설이다."

"중학교 선생님으로서 독서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재미있는 책이다.
…  속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전형적이고 평범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는 새에 빠져들었다. 페이지를 점점 빨리 넘기고 있다는 걸 의식하기 전까지 이 이야기가 얼마나 마음을 끄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이 책의 아이디어가 매우 도발적이라고 생각한다. 흔들리는 불빛, 고립된 느낌, 놀라운 발견, 이런 생각들은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한동안 나를 붙들었다. 그리고 결말을 읽고 나서 더욱더 많은(리나와 둔의) 모험을 원하게 됐다."

"영문학 선생님으로서 <시티 오브 엠버>를 추천한다.
…  주의 깊게 통제되어 온 사회가 무너지는 이야기로, 같은 장르에 속하지만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텍스트인 <1984>나 <멋진 신세계> 등을 시작하기 전에 읽기 좋은 책이다."

"독자들은 엠버의 세계에 대한 환상적인 묘사를 통해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을 감상할 수 있다. 이상하고도 신비한 엠버의 세계가 소설 전체에 걸쳐 천천히 그리고 사려 깊게 펼쳐져 있다."

"탁월한 소설이다. 생동감 있는 어휘로 씌어 있고, 독특하고 간결하고, 놀라운 아이디어들이 넘치는 이야기다. 작가는 어둠의 도시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잔 뒤프라우 (지은이), 김윤한(그림), 신여명 (옮긴이) | 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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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일치법칙 2009-05-02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한 번 읽어봐야지

제라늄 2010-01-0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톤먼트의 그 소녀군요ㅎㅎ
미국 아이들용 책 중에 재밌었던게 꽤 되어서 이것도 기대되네요~

믿음이 2010-03-2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이 울렁거리는 내용입니다..새로운 소식 제 머리에 꼭 박힙니다..고맙습니다.
 



02 The City Of Ember

막내동생에게 사주었더니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린 소설이다.

2권이 언제 나오냐고 보채고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관심도 안보이던 애가,
이 책은 결말이 궁금하다면서 밤새 이 책을 붙잡고 읽었다. 
대체 어떤 책이길래 우리 막내를 이처럼 빨아들인(!) 것일까 하는 호기심에 책을 펼쳐들었다. 

예쁜 삽화(다정다감한 느낌이 드는!)와
큼지막한 글씨체가 어린이들이 읽기 편한 책이었다.
무엇보다, 모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아이들이 '이게 뭘까?'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보기에 좋은 책이었다.

Posted by yaleeliza(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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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모두 축하드립니다. 책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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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1 0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5장 밤거리에서



 날이 갈수록 할머니는 점점 더 정신이 흐릿해져 갔다. 리나가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설 때면 할머니는 으레 깡통들과 뚜껑 열린 항아리들을 벌여 놓은 채 부엌 찬장을 샅샅이 뒤지고 있거나, 리나의 침대 커버를 찢고, 뼈가 앙상한 팔로 매트리스를 들어 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곤 했다. “중요한 물건이었단다. 우리가 잃어버린 물건 말이다.” 할머니가 말했다.

 “그렇지만 할머니도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르신다면, 할머니가 찾아냈는지 못 찾았는지 어떻게 알아요?”

 할머니는 이런 리나의 물음에는 대답하려 들지도 않았다. 할머니는 리나의 손바닥을 찰싹 내리치고는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신경 쓰지 마. 상관하지 말라고. 그냥 내버려 둬!” 그리고 계속해서 뒤지기 시작했다.

 그즈음 머도 부인은 자신의 집보다는 리나네 집 창가에서 꽤 오래도록 시간을 보냈다. 머도 부인은 할머니에게 친구가 되어 드리려고 찾아올 뿐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 여자와는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은 걸” 하고 할머니는 리나에게 툴툴거렸다. 리나는 그런 할머니를 설득했다. “아마 아줌마도 외로운 가 봐요, 할머니. 기쁘게 맞아 주세요.”

 할머니와 달리 리나는 머도 부인이 곁에 있어서 왠지 마음이 든든했다. 엄마가 다시 생긴 것 같은 기분도 조금 들었다. 사실 머도 부인은 늘 꿈속을 헤매며 넋 놓고 살던 리나의 엄마와는 사뭇 달랐다. 머도 부인은 엄마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엄마’ 같았다. 부인은 리나네 식구 모두가 제대로 된 아침식사-대개는 버섯 육즙 소스를 곁들인 감자와 사탕무 차-를 했는지 날마다 챙겼다. 비타민 알약을 각자의 접시 옆에 가지런히 놓아 주었으며, 식구들이 완전히 약을 삼켰는지도 꼼꼼히 살폈다. 머도 부인이 집에 있을 때면 신발은 항상 제자리에 정리되었고, 가구에 묻은 얼룩도 말끔히 닦여 있었으며, 포피는 언제나 깔끔하게 옷을 입고 있었다. 부인이 곁에 있을 때면 리나는 마음이 놓였다. 부인이 모든 것들을 정성껏 보살펴 주었기 때문이다.

 열두 살에서 열다섯 살 나이의 다른 사람들처럼 리나도 매주 목요일은 휴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쉬는 목요일, 리나는 그날 저녁 스튜를 요리하는 데 쓸 순무 한 봉지를 사려고 가안 광장 앞 야채 가게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이때 뒤에 서 있던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리나는 우연히 엿들었다.

“내가 사고 싶었던 건 우리 집 정문에 칠할 페인트였어. 원래는 회색이었는데 몇 년간이나 새로 칠하지 못했더니 칠이 죄다 벗겨져 어찌나 꼴사나운지. 그런데 마침 나이트 가 어딘가에 그런 물건을 파는 상점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 뭐야. 파란색을 살 수 있길 바랐지.”

“파란색으로 칠하면 진짜 근사하겠는걸.” 듣고 있던 다른 사람이 탐난다는 듯 말했다.

“한데 막상 그곳에 찾아갔더니, 글쎄 점원 말이 페인트 같은 건 없다고 하지 뭔가. 심지어 단 한 번도 판 적이 없다며 내몰더라고. 불쾌한 인간 같으니! 그가 가진 건 색연필 몇 개가 고작이라더군.” 첫 번째 사람이 이야기를 했다.

 리나는 자신이 그린 상상 속 도시 그림을 생각하자 색연필이 몹시 갖고 싶어졌다. 그 도시가 어떤 빛깔일지 알 수는 없었지만, 화려하고 다양한 색깔로 빛나는 장소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돈을 좀 더 유용하게 쓸 데는 많았다. 할머니의 단벌 외투만 해도 여기저기 헤진 구멍들로 가득했고, 실밥이 뜯어져 너덜너덜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최근엔 거의 외출하지 않으시잖아, 리나는 마음속으로 중얼댔다. 할머니는 주로 집 아니면 털실 가게에 계시니까, 뭐. 사실 새 외투 같은 건 그다지 필요없으시지, 그렇고말고. 게다가 색연필 몇 자루가 비싸 봐야 얼마나 비싸겠어? 어쩌면 할머니께 드릴 외투를 사고도 색연필 몇 자루 정도는 살 수 있을지 몰라.

 그래서 결국 리나는 그날 오후 포피를 데리고 나이트 가에 있다는 그 상점으로 출발했다. 최근 업히는 요령을 터득한 포피는 다리로 리나 허리를 감싸고, 작고 튼튼한 손가락으로 언니의 목을 꽉 붙잡았다.

 두 블록 더 걸어가자 아무런 간판도 붙어 있지 않은 상점이 나왔다. 이곳이 틀림없이 그곳일 거야, 리나는 생각했다.

 처음엔 가게 문이 닫힌 듯했다. 창문 안쪽이 어둠침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을 슬쩍 밀자 뜻밖에도 문이 스르륵 열리며 동시에 문손잡이에 달린 종이 소리를 냈다. 가게 뒤쪽 방에서 머리가 까만 남자가 나타났다. 큼지막한 이와 기다란 목이 두드러져 보였다. “무슨 일이죠?” 그가 물었다.

 리나는 그를 알아보았다. 메신저가 되어 근무했던 첫날, 시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배달해 달라고 리나에게 부탁했던 사람이었다. 이름이 후퍼, 아니 루퍼, 그래 루퍼였다.

 “연필을 판다고 들었는데요?” 리나가 물었다. 왠지 미심쩍어 보였다. 상점의 선반들은 재활용 종이 몇 다발 외에는 텅텅 비어 있었다.

 리나의 등에 업힌 포피가 몸부림을 치며 낑낑댔다.

 “이따금씩.” 루퍼가 대답했다.

 “제가 관심 있는 건 색연필이에요. 당신이 정말 가지고 있다면요.” 리나가 말했다.

 “몇 자루 있긴 한데, 좀 비싸서 말이야.” 그는 툭 불거진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물건을 볼 수 있어요?” 리나가 말했다.

루퍼는 뒷방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작은 상자를 갖고 와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상자의 뚜껑을 열자 리나는 자세히 보려고 상체를 숙였다.

 상자 안에는 색연필이 적어도 열두 자루는 들어 있었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랑, 보라, 오렌지. 그 연필들은 심지어 단 한 번도 깎지 않은 것들이었다. 연필 끝은 납작했고, 지우개도 달려 있었다. 리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전부 얼마죠?” 리나가 물었다.

 “네가 사기엔 아무래도 무리일 텐데.” 남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을 걸요.” 리나가 말했다. “나도 직업이 있어요.”

 “좋아, 좋아.” 그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불쾌하게 만들 것까진 없지.” 노랑 색연필을 집어든 그가 손가락 사이로 연필을 휙휙 돌렸다. “색연필 하나에 5달러.” 그가 말했다.

5달러라니! 일곱 자루면 외투를 살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낡고 누덕누덕 기운 게 뻔하지만 어쨌든 따뜻한 외투를 말이다. “너무 비싸요.” 리나가 말했다.

 그는 어깨를 한번 으쓱 추어올리더니 냉큼 상자 뚜껑을 닫았다.

 “하지만, 어쩌면…….” 리나는 다급히 생각했다. “한 번만 다시 보게 해 주세요.”

그는 뚜껑을 다시 한 번 들어 올렸고, 리나는 색연필들을 보려고 다시 몸을 굽혔다. 리나는 그중 한 자루를 집어 들었다. 깊고 맑은 푸른색으로 칠해진 연필 표면은 반질반질했다. 연필의 꼭대기 평평한 단면에는 푸른색 연필심이 동그랗고 작은 모습을 내밀고 있었다. 분홍빛 지우개는 빛나는 금속 테두리에 감싸여 연필 끝에 매달려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딱 한 자루만 사도 되잖아, 리나는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조금 더 돈을 모으면 다음 달에는 할머니께 외투를 사드릴 수 있을 거야.

 “결정해.” 남자가 말했다. “네가 사지 않아도 이 물건에 관심 있는 다른 고객들이 많거든.”

 “알았어요. 하나만 살게요. 아니, 잠깐만요!” 리나를 사로잡은 건 굶주림 같은 것이었다.

 리나는 아기가 잠든 방에 들어가 주머니에서 색연필 두 자루를 꺼냈다. 그것들은 더 이상 아까 봤을 때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색연필을 손에 쥐자 그 먼지투성이 가게에서 리나가 느꼈던, 갖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그 느낌은 이제 공포와 수치심, 그리고 어둠과 마구 뒤섞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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