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나의 진주 드레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한미화(출판 칼럼니스트)

 

가슴을 뛰게 할 아름다운 진주 드레스
제가 어릴 때 동네에는 양장점이 있었어요. 하지만 큰맘 먹어야 옷을 맞춰 입을 수 있었어요. 달마다 돈을 모아 계를 타면 아줌마들은 투피스 정장이나 원피스를 주문했어요. 양장점에서 맞춘 옷들은 중요한 자리에 갈 때만 입었어요. 엄마의 원피스도 늘 장롱 속에 있었어요. 좀약 냄새가 적당히 밴 채 얌전히 모셔져 있었지요. 결혼식장에 갈 때 몇 번 입은 것이 전부라 몇 십 년이 지났지만 새것과 다름없었어요. 몇 해 전 엄마가 그 옷을 버리려는 걸 얻어 왔어요. 꽃무늬가 자잘한 코발트색 원피스를 치마로 수선했어요. 봄이 되면 이 긴치마를 나풀거리며 입고 다녀요. 이걸 입고 있으면 엄마 치마폭에 매달려 양장점을 기웃거리던 계집애로 다시 돌아갈 것만 같거든요.


사실 저는 드레스를 입어 본 적도 없고 진주 드레스는 더더욱 없어요. 엄마가 진주 드레스는커녕 귀걸이나 목걸이를 하는 것도 본 적이 없거든요. 화려한 차림을 하고 다니는 건 왠지 엄마를 창피하게 하는 일 같았어요. 그래서 『나의 진주 드레스』를 읽고 글을 쓰라고 했을 때 땡깡부렸어요. “진주 드레스라도 사 줘야 글을 쓸 거 아니야!”라고요. 그랬더니 송미경 작가가 말했어요. 진주 드레스 입은 모습을 그려 주겠다고요. 그 그림을 다른 누구도 아닌 저 자신에게 보여 주고 싶어요.

 

소양이는 엄마 그리고 할머니 이렇게 셋이 사는 것 같아요. 엄마는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해요(어쩌면, 저랑 똑같아요). 아마 아빠가 없거나 멀리 가신 것 같아요. 어린이 드레스 가게를 하는 소양이 엄마는 부지런히 일해요. 때때로 소양이 말이 들리지 않을 만큼요. 하지만 소양이 엄마는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이면 창밖을 보며 한숨을 쉬곤 해요(이것도 저랑 똑같군요). 햇빛이 찬란하게 내리비치거나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맘속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리나 봐요. “이봐, 소양이 엄마. 뭘 위해 사는 거야? 바빠서 소양이랑 놀이동산도 못 가고!”


사실 소양이는 드레스 가게 딸이지만 드레스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입어 보자고 해도 고개를 젓곤 했지요. 그런데 소양이만 그런 건 아니에요. 떡볶이집 아들이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떡볶이고요. 빵집 아이가 쳐다보지도 않는 건 다름 아닌 그 말랑말랑하고 맛있는 빵이거든요.


허리를 펴지도 않고, 쉬는 날도 없이 엄마가 매일매일 손님들에게 파는 드레스는 소양이에게 결코 입고 싶은 옷이 아니에요. 아름다운 옷일 수도 없지요. 아무리 비싼 장식이 달리고 색깔이 화려하다고 해도요. 하지만 엄마가 콧노래를 부르며 만든 드레스, 아주 오래된 커튼을 잘라 장식을 만든 드레스는 달라요. 기쁨으로 완성한 옷이에요. 아름다운 옷이고말고요.


송미경 작가는 『바느질 소녀』라는 동화에 이런 말을 적어 두었더군요. “동화를 쓴 지 7년째입니다. 매일 내가 걷는 길을 의심했고, 매일 한 걸음만큼의 믿음이 필요했어요. 앞으로도 나는 가 보지 않은 길로 계속 나아가려 합니다. 어떻게 되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언젠가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소양이 엄마에게 매일 매일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가 자욱한 길이었겠지요. 그 길을 조심조심 걸으며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했겠지요. 그러느라 길가에 피어난 선홍색 홍매꽃도, 점점이 노란별을 단 산수유 꽃도 보지 못하고 지났겠지요. 긴장을 한 탓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소양이에게 다정한 말도 못하고요. 내일은 또 어쩌나 그 생각만 가득하니까요.


소양이 엄마는 오랜만에 드레스를 직접 만들며 ‘언젠가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는 믿음 혹은 좋아하던 일을 하는 즐거움을 맛보았어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만든 옷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로 탄생했어요. 소양이는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그동안 엄마가 팔던 드레스와 다르다는 걸요.


소양이는 아마 평생 이 진주 드레스를 잊지 못하겠지요. 소망과 기쁨으로 엄마가 만든 진주 드레스였으니까요. 『나의 진주 드레스』는 그동안 작가가 쓴 이야기 중 가장 아름다운 동화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 드레스를 어린이들에게 선물하는 책이니까요.


자, 이제 제게도 평생 양식으로 삼을 만큼, 가슴 뛰게 할 아름다운 진주 드레스를 선물로 주세요.

 

 

전문가가 선택한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큰사람 장길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서정오(옛이야기 작가, 동화작가)

 

이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품었던가 봅니다. 그 물음에 대한 답 가운데 하나가 바로 큰사람 거인설화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장길손은 정말 그 몸집이 어마어마한 큰사람입니다. 춤을 추면 몸이 해를 가리고 눈물이 강을 이루었다니 그게 어디 예사 큰사람입니까? 이 크나큰 사람이 예사 사람들과 소통하며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야기 줄거리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재미난 거인설화가 여럿 전해 옵니다. ‘마고할미’나 ‘설문대할망’ 같은 여자 거인설화가 그중 많지요. 이 장길손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와 짝을 이루는, 보기 드문 남자 거인설화여서 그 값어치가 각별합니다.


마침 송아주 작가님이 이 이야기를 맛깔나게 다시 써 주었습니다. 전해 오는 이야기 줄기를 잘 살리면서도 가지를 다듬고 살을 붙여 멋진 이야기로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장길손이 이루는 것들이 점점 더 커져가다가 드디어 제 몸을 바쳐 땅을 만듦으로써 대단원에 이르는 틀은 놀라운 바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허풍이 심한 우스개로서, 다소 허술하고 조각난 모습으로 전해 온 것인데, 작가님의 손끝에서 튼튼하고 옹골찬 이야기로 거듭 태어났습니다.


어린이들은 누구나 이 책을 읽고 옛이야기의 재미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고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책을 쓴 송아주 작가가 바라는 바이기도 할 것입니다.

 

 

전문가가 선택한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만화보다 더 재밌는 시간 여행자의 일기장>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장동석(북칼럼니스트)

 

이색적인 볼거리가 가득한 멋진 시간 여행, 지금 출발합니다!

때론 장황한 설명보다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이 당시의 상황을 명쾌하게 보여 주지요. 『만화보다 더 재밌는 시간 여행자의 일기장』이 바로 그런 책이에요. BC 100만 년, 인류가 불을 발견한 최초의 현장인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1969년 달에 두 발을 디뎠던 인류의 도약까지, 28개의 장면이 인류의 역사를 재밌게 보여 줍니다. 큼직하고 시원스러운 그림으로 당시 인류의 고민과 생각 들을 한눈에 설명해 주지요. 그림으로만 알 수 없는 더 자세한 내용들은 주인공 찰리가 노란 일기장에 조목조목 요약해 준답니다. 재미와 지식을 모두 잡았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대목은 BC 211년 만리장성을 건설한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는 대목이에요. 보통 진시황이 주인공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당시 진나라를 좌지우지한 이사, 시황제에게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조언한 주술사 서복 같은 인물들을 내세워요. 만리장성이라는 거대한 건축물에 가려진 역사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어 흥미롭답니다. 1380년 중세 최고의 시인이라 불린 제프리 초서와의 만남도 인상적이에요. 『켄터베리 이야기』 등의 작품을 남겨 ‘영문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제프리 초서에 대해 핵심만 잘 짚어 내서 우리가 지식의 향연에 동참할 수 있게 해 준답니다. 1599년으로 날아가 셰익스피어와 비교해 보면 무척 재미있을 거예요.


이 책은 역사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들도 담고 있어요. 바로 평등한 세상을 향한 인류의 꿈이 이루어진 장면이에요. 노예제를 끝내기로 결정한 1865년 미국의 이야기, 여성의 참정권 획득을 위해 행진에 나선 1918년 영국 여성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죠. 재미와 지식, 거기에 감동까지 더해진 『만화보다 더 재밌는 시간 여행자의 일기장』! 역사 공부가 지루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죠? 그렇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세요. 역사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면 당시 상황을 훨씬 더 잘 알 수 있을 거예요. 이색적인 볼거리가 가득한 멋진 시간 여행, 지금 출발합니다!

 

전문가가 선택한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투표합시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고정욱(동화작가)

 

요 귀여운 것들이 딴 생각을 품고 있을 줄이야…

‘투표합시다.’ 동화책으로는 도발적인 제목이다. 어이쿠, 표지를 보니 ‘인간은 우리의 노예다!’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도 걸려 있다. 그리고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주먹 쥔 손을 치켜들고 저마다 무언가를 외치고 있다. 투표용지도 그려져 있는 걸 보니 알겠다. 선거철이 다가온 것이다.


반려동물들도 선거를 하나? 그건 알 수 없다. 이들은 인간이 잠든 시간에만 비밀스런 공간에 모여서 활동하니까. ‘고양이거리’라는 이름은 조금, 많이 불공평하다. 이곳엔 고양이 말고도 강아지를 비롯한 다양한 반려동물이 모이는데 말이다. 고양이당이 무려 76년 동안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에 이 모양 이 꼴이다. 자기들 생각과 자기들 말이 곧 법인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어째 심상치 않다. 고양이당 후보인 호야에 맞서 강아지당 후보인 복돌이가 제법 강력하게 도전하는 탓이다. 복돌이는 거리 이름을 ‘반려동물의 거리’로 바꾸고, 구호도 ‘인간은 우리의 좋은 친구’로 바꾸겠다고 한다. 고양이들 입장에선 눈에서 불이 번쩍하며 펄쩍 뛸 일이다.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같은데도 은근히 사실적이다. 보시라. 도도하고 오만하게 인간을 바라보는 고양이들과, 다정하고 충성심 강한 강아지들의 심리와 행동을 어쩌면 이리도 잘 표현했는지. 게다가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인간 세상처럼 요지경 속이다. 그래도 이들은 인간보다 훨씬 낫다. 치열하게 대결한 끝에 권력이 바뀌어도, 이들은 결과에 승복할 줄 안다. 아쉽긴 하지만,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이렇듯 토론과 대결을 통해 성장한다.


정치와 선거라는 만만치 않는 주제를 친근하게 소화한 작품이다. 기발한 사건을 요리조리 엮어 가는 작가의 발랄한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대담한 선과 색으로 동물들의 심리와 표정을 잡아낸 화가의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전문가가 선택한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꿈을 이루는 밥짓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고은정(우리장아카데미 대표,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이 책을 만난 순간, 초등학교 3학년 어느 봄날이 생각났어요. 어머니가 외가에 가셔서 처음 혼자 밥을 짓게 되었는데 냄비는 까맣게 타고 밥은 삼층밥이 되었어요. 위는 덜 익고 아래는 타서 가운데 조금만 먹을 수 있는 삼층밥. 함께 있던 동생만 한 그릇 주고 나는 쫄쫄 굶었지요. 그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멋지게 밥을 지어 동생과 함께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았을 텐데요.


어릴 때의 나처럼 처음 밥을 짓는 어린이에게 《꿈을 이루는 밥 짓기》는 쌀을 씻고 밥솥을 꺼내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와줄 거라고 기대합니다. 이 책을 따라 스스로 밥을 지어 먹다 보면, 밥은 땅과 하늘의 기운에 농부의 수고가 더해지고 밥 짓는 사람의 마음도 담기는 따뜻한 맛이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전문가가 선택한 4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