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좋은 어린이 책 <투표합시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고정욱(동화작가)

 

요 귀여운 것들이 딴 생각을 품고 있을 줄이야…

‘투표합시다.’ 동화책으로는 도발적인 제목이다. 어이쿠, 표지를 보니 ‘인간은 우리의 노예다!’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도 걸려 있다. 그리고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주먹 쥔 손을 치켜들고 저마다 무언가를 외치고 있다. 투표용지도 그려져 있는 걸 보니 알겠다. 선거철이 다가온 것이다.


반려동물들도 선거를 하나? 그건 알 수 없다. 이들은 인간이 잠든 시간에만 비밀스런 공간에 모여서 활동하니까. ‘고양이거리’라는 이름은 조금, 많이 불공평하다. 이곳엔 고양이 말고도 강아지를 비롯한 다양한 반려동물이 모이는데 말이다. 고양이당이 무려 76년 동안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에 이 모양 이 꼴이다. 자기들 생각과 자기들 말이 곧 법인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어째 심상치 않다. 고양이당 후보인 호야에 맞서 강아지당 후보인 복돌이가 제법 강력하게 도전하는 탓이다. 복돌이는 거리 이름을 ‘반려동물의 거리’로 바꾸고, 구호도 ‘인간은 우리의 좋은 친구’로 바꾸겠다고 한다. 고양이들 입장에선 눈에서 불이 번쩍하며 펄쩍 뛸 일이다.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같은데도 은근히 사실적이다. 보시라. 도도하고 오만하게 인간을 바라보는 고양이들과, 다정하고 충성심 강한 강아지들의 심리와 행동을 어쩌면 이리도 잘 표현했는지. 게다가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인간 세상처럼 요지경 속이다. 그래도 이들은 인간보다 훨씬 낫다. 치열하게 대결한 끝에 권력이 바뀌어도, 이들은 결과에 승복할 줄 안다. 아쉽긴 하지만,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이렇듯 토론과 대결을 통해 성장한다.


정치와 선거라는 만만치 않는 주제를 친근하게 소화한 작품이다. 기발한 사건을 요리조리 엮어 가는 작가의 발랄한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대담한 선과 색으로 동물들의 심리와 표정을 잡아낸 화가의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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