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 책 <레몬첼로 도서관 탈출 게임>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지혜(바람숲그림책도서관 관장)

 

“이것을 하는 방법을 배우면,

당신은 영원히 자유로워질 것이다.”
우리는 도서관에 왜 갈까요? 오랫동안 사서로 근무하고,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자주 해 보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레몬첼로 도서관 탈출 게임≫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위로 척 올렸습니다. 바로 제 오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책 속에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는지 모릅니다. ‘그래, 도서관은 이래서 가야 하는 거지.’ 하면서요.

 

언뜻 이 책은 게임 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이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몇 장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저처럼 게임을 싫어하든 요즘 아이들처럼 게임을 좋아하든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었고, 저 역시 손을 떼지 않고 끝까지 읽었습니다. 박진감 있게 전개되는 장면 장면들이 웃음과 기대감을 주는 동시에, 도서관과 책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자연스럽게 알려 주어 더욱 흥미로웠지요.

 

레몬첼로 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개발자이지만 어릴 때 도서관과 책의 소중함을 체험한 덕분에 현재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게임만 하는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왜 중요한지, 왜 책을 가까이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고 싶어 하지요. 그래서 레몬첼로 씨는 오래전에 문을 닫은 은행을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도서관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열두 명의 아이들을 초대해 그에 걸맞은 사상 초유의 도서관 개관 행사를 열지요.

 

여느 아이들처럼 게임에 빠져 있던 주인공 카일 킬리는 게임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도서관 개관 행사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러다 뜻밖의 도서관 탈출 게임에 흔쾌히 응하게 되지요. 게임에는 고수인 반면, 책에 대해서는 무식할 정도였던 카일은 도서관을 탈출하는 게임을 통해 점차 책 읽기의 재미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도서관을 좋아하게 되지요.


“그렇지? 도서관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대가로 그처럼 어마어마한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니?”
“레몬첼로 회장님이 그렇게 만드셨잖아요.”


저는 카일과 레몬첼로 씨의 대화를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도서관이라는 곳은 언뜻 보기에 딱딱하고, 지루하고, 답답해 보이지만 제대로 이용하기에 따라 그 안에 숨겨진 엄청난 매력을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들이 카일처럼 도서관 곳곳에 숨겨져 있는 매력과 책의 진가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도서관 안에서 그리고 살아가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과 예절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알려 주고 있습니다.


“서로를 대할 때도, 도서관 안의 책들과 전시물을 이용할 때도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해요.”


진첸코 박사의 말은 마치 모든 도서관 운영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말해 줍니다.


이 책의 제목은 ‘도서관 탈출 게임’이지만, 카일과 그의 친구들은 모든 행사가 끝나고 난 뒤, 오히려 레몬첼로 씨에게 ‘매일 도서관에 와도 되냐’고 묻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변화시킨 힘은 무엇일까요? 이것이 바로 책이 가진 매력일 것입니다. 아이들이 도서관을 탈출하기 위해 맨 끝으로 풀었던 문제, “이것을 하는 방법을 배우면, 당신은 영원히 자유로워 질 것이다.”에 대한 “READ(독서)!”라는 답이야말로 ≪레몬첼로 도서관 탈출 게임≫이 전달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카일이 그랬듯 책의 매력과 재미에 푹 빠져 보길 바랍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마주하듯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말이지요.


전문가가 선택한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거짓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신승철(철학자, 철학공방 별난 대표,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의 저자)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철학 그림책
“사실 거짓말이었어!”라고 고백한 적 있나요? 난처해질까 두려워, 차마 거짓말이라는 얘기를 못한 적이 있나요? 거짓말이라는 게 밝혀져서 난처해지거나 창피를 당하거나 야단맞은 적 있나요? 일본의 동화작가 나카가와 히로타카가 쓴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룬 어린이 책입니다. 이 책은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식의 교훈을 던지지 않습니다. 대신 거짓말을 둘러싼 물음과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고나면, “거짓말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품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이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둘러댈 때, 기억이 나지 않아서 사실을 지어낼 때, 책임을 회피하려고 할 때, 재미있게 얘기하고 돋보이고 싶어서 등등의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흔히 나쁘다고 생각하는 ‘거짓말’이 때론 삶의 진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저는 우리 삶의 현실을 “이거 하나야” 하고 고정시켜서 보지 않는 자세에 주목합니다. 즉, “이것일 수도 있지만, 저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조심스럽고 비밀스러운 제안이 ‘거짓말’에 숨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부터 생각해보죠.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갑자기 외쳤습니다. 그 거짓말을 하기 전, 양치기 소년은 산 속에서 양을 치는 자신의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지요. 소년이 한 거짓말은 재미없는 세상에 대한 일종의 ‘도발’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어요. 저는 자신의 일상을 바꾸려는 양치기 소년과 같은 거짓말을 예술가들이 창조하는 예술 작품에서 살짝 엿보곤 합니다. 그들이 창조하는 소설, 영화, 그림 같은 예술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사실 ‘거짓말’일 수도 있어요.


이 책에서 나오는 ‘드라마 세트장’이나 ‘하늘을 날거나 칼에 베여 죽은 척하는 영화배우’처럼 작가가 가짜로 지어낸 이야기일 수 있는 것이지요. 그 예술가들은 진짜 같은 가짜 이야기에 ‘거짓말’이라는 향신료를 살짝 뿌려 세상을 재미있게 재창조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이 경우에 그 이야기가 진짜인지 거짓말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공적 자리에서, 즉 책임이 분명한 자리에서 하는 거짓말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재창조하려는 거짓말이 생활에 활력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책을 읽으니 어릴 적 기억이 납니다. 어릴 적, 저는 늦은 밤에 어머니 옆에 나란히 누워서 거짓말로 지어서 얘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어머니는 “응, 응”을 반복하시면서 응대하시고 계셨지만 사실은 반쯤 잠이 든 상태였죠.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미있게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세상을 재창조했던 기억의 순간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느낌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이 책은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물음표가 가득합니다.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해!”라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그 안에 감추어진 삶의 비밀을 살짝 보여줄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나오는 마지막 질문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철학적으로 사고할 기회를 끊임없이 던져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거짓말이란 뭘까. 사람이란 뭘까”


전문가가 선택한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분홍 문의 기적>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영미(대전 대문초등학교 교사)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니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그래도 생각해 보자. 엄마가 죽는다면?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할 것이고 밀려오는 슬픔이 옅어질 때면 누구에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원망까지 마음에 일게 될 것이다. 『분홍 문의 기적』에 나오는 ‘박진정’과 그의 아들 ‘박향기’가 바로 그랬다. ‘분홍 문’을 들어서면 아내이자 엄마인 ‘김지나’ 씨가 만든 ‘행복한 우리 집’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두부를 사러 집을 나섰다가 사고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남겨진 두 남자의 집은 ‘안 행복한 집’이 되었다. 아내와 엄마를 잃게 된 이들은 세상을 향해 비뚤어지게 된다. 아들 향기는 학교에 지각하기 일쑤였고 게임에 빠져 살았으며, 아빠는 가게 일에 소홀했고 술에 빠져 살았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다.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은 기적이 되어, 김지나 씨가 엄지공주 같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목에 걸린 감 씨가 몸에 흡수되는 데 걸리는 72시간! 그 시간 동안 그들은 그녀와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박진정 씨와 김지나 씨, 그리고 아들 박향기가 만든 행복한 집은 마치 유리잔과도 같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유리잔이 수천 개의 유리 조각으로 와장창 깨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깨진 유리 조각을 원래대로 할 수 있을까? 시간을 돌리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고 이때야말로 기적이 필요한 순간이다. 기적이란 믿을 수 없는 거짓말 같은 일이기에 작가는 먼발치에서 주인공들을 관찰하며 객관적인 태도로 그들에게 일어난 기적을 이야기한다. 바로 ‘분홍 문에 사는 사람들에게 생긴 기적’을 통해 깨져버린 유리 조각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음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기적같이 주어진 72시간 동안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산책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길지 않은 72시간은 엄마와 아내가 늘 지켜봐 주기 바라는 아들과 아빠가 다시 일어날 이별을 부인하려 애쓰기보다는 주어진 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서로를 온 맘 다해 사랑하고, 남겨진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깨진 유리 조각에서 또 다른 유리잔을 만들어 가는 것임을, 그렇게 ‘그래도 행복한 우리 집’을 다시 만들어 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선물이었다. 『분홍 문의 기적』은 ‘엄마의 죽음’이라는 예기치 못한 슬픔 속에서도 어떻게 우리가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지 따뜻한 희망을 보여 주고 있다.


자, 그럼 다시 생각해 보자. 엄마가 죽게 된다면? 슬픔에 쌓여 엉망진창인 삶을 합리화하는 못난 삶을 살 것인가? 그저 엄마가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아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엄마와의 추억을 마음 한구석에 고이 넣어 두고 또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엄마가, 가족 한 명 한 명이 나와 함께일 때 온 마음을 다해 서로 사랑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엄마에게 반찬이 맛없다고, 학원가기 싫다고 짜증만 부리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지금 당장 달려가서 엄마와 아빠에게 ‘사랑해’라고 큰 소리로 고백해 보자. 그리고 가족과 함께 『분홍문의 기적』을 읽어 보자. 그러면 매순간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그런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될 것이다.

 

 

전문가가 선택한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개똥벌레가 똥똥똥>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심명자, (사)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대표


우리말에는 두 말이 합쳐져서 아름다운 말이 되는 순우리말 합성어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외국어가 섞인 줄임말은 늘어만 가는데, 순우리말 합성어의 사용은 점점 줄어들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언어는 생명체처럼 태어나고 자라고 성장하고 전성기를 누리다가 그 의미를 대신하는 다른 언어가 나타나면 어느 틈에 기억에서 사라지지요.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켜내려면 우리가 그 언어들을 생활 속에서 즐겨 사용해야 합니다. 외래어나 비속어, 줄임말들이 생활 속에 가득차서  순우리말들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렇듯 보석 같은 우리말을 발굴하여 아이들에게 전하는 책이 만들어져서 참 반갑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성과 정보를 한 책 안에 다 넣다보면 어느 한 쪽이 소홀해져서 삐걱대는 일이 많습니다. 그만큼 두 가지 미덕을 함께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런 면에서 이 <개똥벌레가 똥똥똥>은 감성과 정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입니다.


개, 똥, 벌레가 합쳐져 만들어진 개똥벌레라는 합성어에서 출발하여 구멍과 가게가 합쳐진 구멍가게까지 모두 13개의 순우리말 합성어가 제시되는 동안 13편의 토막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남매의 일상이지요. 순박하고 따뜻한 풍경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우리말 여행을 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마다 단어가 반복되어 자연스럽게 리듬을 형성하고, 자꾸자꾸 따라 읽게 됩니다. 평소 쓰지 않던 낯선 단어라도, 뜻을 알고 보면 쓰고 싶어지지요.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을 보기만 해도 웃음을 자아낼 만큼 익살스럽게 표현되어 있는 그림은 이 책이 아이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게 합니다. 학습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어휘력 확장의 씨앗을 제공하는 글,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과 아련한 추억을 불러오는 배경을 함께 표현한 그림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우리말 체험을 선물할 것입니다.

 


전문가가 선택한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어느 날 학교에서 왕기철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민아(파주 지산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도깨비와 함께 떠나는 횡단보도 열 줄의 세계
도깨비가 우리 곁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언제든 상상 가능한 이야기이다. 어딘가에 외계인이 사람인 척 우리와 섞여 살고 있다는 설정도 가능한데, 조상 대대로 이야기를 통해 우리와 함께해 온 도깨비가 지금도 어딘가 눈에 띄지 않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이상할 게 없다. 게다가 이야기 속에서라면 더더욱. 대체 그 많던 도깨비는 지금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바로 이 책에서 궁금해마지 않던 ‘오늘날의 도깨비’를 만나게 된다. 사건의 시작은 도깨비가 인간과 어울려 살기 시작한 지 딱 백 년 되는 해, 이젠 사람들과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려 살아가는 도깨비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녀석이 있다. 바로 왕기철. 역시나 주인공 왕기철 도깨비는 그럴싸하게 사람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장난을 좋아하고 게으르고 이야기 듣는 건 좋아해도 공부는 죽어라 하기 싫어한다. 학교 가기 싫다는 아들 때문에 부모는 아침마다 다툼이 끊이질 않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왕기철은 천하태평이다. 이런 녀석을 학교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건 역시 연륜이 있는 할머니다. 할머니는 손자에게 학교 가는 길에 놓인 횡단보도의 비밀을 알려주고, 다음날부터 왕기철은 학교를 가야하는,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갖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의 말처럼 횡단보도 줄이 9개에서 10개로 바뀌는 날에 신기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판타지 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 도깨비의 등장부터가 이미 판타지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이 책은 그 안에서 또 다시 판타지 세계로 떠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바로 횡단보도의 숫자가 변하는 때이다. 매일 보는 밋밋한 횡단보도를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 건너가는 다리처럼 설정함으로써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롭고 신나는 모험의 세계로 넘어가는 매개가 되게 한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나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일이 어쩌다 가끔 일어나고, 이 모든 일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에 왕기철이 또다시 횡단보도 숫자가 10이 되는 걸 확인하는 순간, 우린 또 어떤 신비한 일이 벌어지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감사하다가도 한 번쯤 일탈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처럼 약간은 흥분된 마음으로 왕기철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또 이 책이 재미있는 건 요소요소 흥미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수수께끼 같은 장치들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횡단보도 줄이 변할 때 뭔가 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물론, 탈출한 호랑이를 찾는 전단지, 갑작스럽게 등장한 임시 담임선생님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약. 절대 물을 주어서는 안 되는 토괭이, 선생님의 알쏭달쏭한 태도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왕기철의 왕성한 호기심으로 사건의 사건을 일으키며 하나씩 하나씩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게 된다. 주저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왕기철과 괜찮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결국 하지 말라는 금기 사항을 모두 깨 버리고 갖가지 소동을 일으키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신없으면서 재미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임시 담임선생님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나의 속 모습은 무엇일까, 우리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약이 있다면 주저없이 먹을 수 있을까? 등등. 무엇보다 인간이지만 진짜 인간이 되는 게 어려워서 약을 먹어야 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안쓰럽기 그지없다. 남의 일 같지 않은 공감을 끌어낸다.

 

신나게 땀나게 후회 없이 잘 논 아이가 건강한 정신을 갖고 잘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이야기 속에서나마 그런 즐거움과 자유를 만끽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짜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언제든 왕기철처럼 횡단보도 10줄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

 


전문가가 선택한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