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 책 <거짓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신승철(철학자, 철학공방 별난 대표,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의 저자)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철학 그림책
“사실 거짓말이었어!”라고 고백한 적 있나요? 난처해질까 두려워, 차마 거짓말이라는 얘기를 못한 적이 있나요? 거짓말이라는 게 밝혀져서 난처해지거나 창피를 당하거나 야단맞은 적 있나요? 일본의 동화작가 나카가와 히로타카가 쓴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룬 어린이 책입니다. 이 책은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식의 교훈을 던지지 않습니다. 대신 거짓말을 둘러싼 물음과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고나면, “거짓말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품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이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둘러댈 때, 기억이 나지 않아서 사실을 지어낼 때, 책임을 회피하려고 할 때, 재미있게 얘기하고 돋보이고 싶어서 등등의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흔히 나쁘다고 생각하는 ‘거짓말’이 때론 삶의 진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저는 우리 삶의 현실을 “이거 하나야” 하고 고정시켜서 보지 않는 자세에 주목합니다. 즉, “이것일 수도 있지만, 저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조심스럽고 비밀스러운 제안이 ‘거짓말’에 숨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부터 생각해보죠.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갑자기 외쳤습니다. 그 거짓말을 하기 전, 양치기 소년은 산 속에서 양을 치는 자신의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지요. 소년이 한 거짓말은 재미없는 세상에 대한 일종의 ‘도발’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어요. 저는 자신의 일상을 바꾸려는 양치기 소년과 같은 거짓말을 예술가들이 창조하는 예술 작품에서 살짝 엿보곤 합니다. 그들이 창조하는 소설, 영화, 그림 같은 예술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사실 ‘거짓말’일 수도 있어요.


이 책에서 나오는 ‘드라마 세트장’이나 ‘하늘을 날거나 칼에 베여 죽은 척하는 영화배우’처럼 작가가 가짜로 지어낸 이야기일 수 있는 것이지요. 그 예술가들은 진짜 같은 가짜 이야기에 ‘거짓말’이라는 향신료를 살짝 뿌려 세상을 재미있게 재창조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이 경우에 그 이야기가 진짜인지 거짓말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공적 자리에서, 즉 책임이 분명한 자리에서 하는 거짓말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재창조하려는 거짓말이 생활에 활력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책을 읽으니 어릴 적 기억이 납니다. 어릴 적, 저는 늦은 밤에 어머니 옆에 나란히 누워서 거짓말로 지어서 얘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어머니는 “응, 응”을 반복하시면서 응대하시고 계셨지만 사실은 반쯤 잠이 든 상태였죠.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미있게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세상을 재창조했던 기억의 순간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느낌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이 책은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물음표가 가득합니다.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해!”라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그 안에 감추어진 삶의 비밀을 살짝 보여줄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나오는 마지막 질문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철학적으로 사고할 기회를 끊임없이 던져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거짓말이란 뭘까. 사람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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