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야기.  왜 숙제를 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을까요?


“숙제 다 했어?”
  “…….”


  아이의 침묵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챈 엄마는 버럭 화가 납니다.


  “엄마가 학교 갔다 오면 숙제부터 하고 놀라고 했지? 너 분명 아까 숙제 시작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다 하지도 않고 지금 게임 하고 있는 거야?”
  “5분만 하고 하려고 했어요.”
  “5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벌써 1시간이 지났잖아.”


  이렇게 시인이라도 하면 그나만 양반입니다.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으니까요.


  “숙제 다 했어?”
  “응.”


  그러나 1시간 후, 엄마는 텅 비어 있는 공책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뭐야? 하나도 안 했잖아. 아까 다 했다고 해놓고는 이제 거짓말까지 하다니!!”


  그런가 하면 이런 상황도 있습니다.


  “숙제 다 했어?”
  “놀이터에서 조금만 놀다가 와서 할게요.”
  “안 돼.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하고 결국 안했잖아.”
  “엄마~. 한 번만요. 네? 딱 한 번만요. 이번엔 진짜에요. 지금 친구가 놀이터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단 말이에요.”


  놀이터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엄마는 한 번 더 말합니다.


  “자, 이제 놀다 왔으니 숙제 시작해야지.”
  “아, 배고파. 빵만 먹고 시작할게요.”


  또 30분이 경과합니다.


  “이제 정말 늦었어. 빨리 숙제 시작해.”
  “아, 엄마 때문에 진짜 짜증나. 나도 알아. 안다고! 이제 막 시작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잔소리하니까 하기 싫어지잖아!!”


  아이의 숙제는 부모에게도 스트레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아이에게 숙제를 시킬 수 있을까요?

 

  첫째, 아이에게 숙제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는지 살펴봅니다.


  여덟 살 아이들이 하루에 책상 앞에서 쏟을 수 있는 에너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 에너지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소진하고 집에 옵니다. 이런 상황만 이해해도 아이가 학교에 다녀와서 바로 숙제를 시작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일은 줄일 수 있습니다. 일단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잠시 휴식을 하며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거나, 맛있는 간식을 먹거나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충전의 시간이지요.

 

  둘째, 숙제의 양이 충분한지 살펴봅니다.


  교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학교에서 같은 양의 숙제를 내주어도 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는 참 많이 다르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떤 부모는 기본적으로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숙제는 다 하도록 시키는가 하면 어떤 부모는 아이가 스트레스 받는 것이 싫어서 숙제를 줄여달라고 하거나 또는 안 해 가도 봐달라고 미리 교사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합니다. 어떤 친구들은 여러 곳의 학원을 다니면서 각각의 학원에서 내 준 숙제를 하느라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학교와 학원에서 받아오는 숙제의 총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하고 아이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양을 체크해서 적절하게 관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단, 이때 주의할 점은 ‘내 아이가 할 수 있는 양은 옆집 아이의 양과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발달 상태도 다르고 기질도 달라서 같은 숙제에 쏟는 에너지의 양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숙제를 해 가야 하는 날이 겹치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잘 살펴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시작하기까지가 제일 어렵다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숙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30분이면 금방 끝낼 수 있는 양인데, 그렇게 밍기적거리면서 두세 시간을 끌어요.”


  맞습니다. 사실 아이들의 숙제를 들여다보면 정말 얼마 되지 않고, 30분만 바짝 하면 끝낼 수 있는 양인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양이 적다고 해도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숨고르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하루 30분만 러닝머신에서 뛰면 건강에 매우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딱 30분만 바짝 하면 끝낼 수 있는 일인데도 막상 운동을 시작하기까지 이 핑계 저 핑계를 찾기 일쑤죠. 아이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항상 아이가 책상에 앉아 숙제를 시작할 때까지 부모가 함께 이끌어주고 독려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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