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아이의 책가방 싸기, 어디까지 도와주어야 할까요?
아이의 책가방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는 극과 극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다 챙겨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책가방은 당연히 아이 스스로 챙기는 것이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아이에게 혼자 하라고 말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실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보면 양쪽의 방법 모두 조금씩 문제는 있습니다.
첫 번째, 모든 것을 부모가 챙겨주는 경우 아이가 스스로 배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이런 부모들도 다 속사정은 있습니다.
“저도 아이 스스로 하게 두고 싶죠. 그런데 혼자 하게 두면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니까요. 준비물도 못 챙겨가서 혼나고 수업에도 영향을 주게 될까 봐 걱정이 되니 자꾸 챙겨주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점은 엄마가 책가방을 완벽하게 챙겨준다고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준비물을 잘 챙겨 넣어주어도 아이가 책가방에서 찾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지이요. 실제 교실에서도 준비물이 책가방에 있는데도 없다고 말하는 아이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자기가 스스로 챙기지 않았으니 준비물이 있다는 확신도 없고, 꼼꼼하게 챙기는 훈련도 스스로 할 기회가 적었으니 당연히 물건을 찾는 일도 서툰 것이지요.
두 번째, 처음부터 혼자 하게 두는 부모의 경우 아이가 책가방 챙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없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니, 학교에 가면 당연히 책가방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부모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책가방 싸는 일은 당연히 아이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이가 이제 고작 여덟 살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아직 책가방 싸는 일이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어떻게 정리하는지 그 방법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뜻이지요. 실제로도 두 번째에 해당하는 부모들의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 하소연을 자주 합니다.
“아휴~. 이건 무슨 책가방이 아니라 쓰레기통이에요. 쓰레기통! 학습지는 다 구겨져 있고, 뭘 쏟았는지 끈적끈적한데다가 교과서는 찢어지기까지 했더라고요.”
정말 그냥 내버려두면 아이의 책가방 속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 아이 책가방만 그럴 거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이런 상태의 아이들 책가방에 아주 익숙합니다. 즉, 그런 아이들이 교실에는 꽤 있다는 뜻이지요.
물론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살펴보면 이런 능력은 성별의 차이, 그리고 인지 능력 발달에 따라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따라서 아이의 책가방 관리는 먼저 우리 아이가 스스로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체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지점에서부터 엄마는 약 20% 정도를 더 이끌어주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교과서 정도만 아이가 챙길 수 있다면 엄마는 나머지 공책, 알림장, 필통 등을 챙겨줍니다. 일단 그렇게 엄마와 함께 하면서 아이도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1~2주일 정도 하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이번엔 아이에게 교과서와 공책, 알림장 정리까지 넘겨줍니다. 엄마는 아이가 잘 했는지 함께 점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줍니다. 그렇게 또 1~2주일이 지나면 나머지 부분도 넘겨주는 식으로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과정은 3개월 안에는 끝나야 합니다. 지능이나 다른 부분에 문제가 없는 한 아이가 스스로 책가방을 챙기는 습관을 들이는데 세 달이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