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온 것이 얼마 만인가... 

(여러분, 안녕하심미까! 또치입니다. 저는 지금 제주 한라도서관 멀티미디어자료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만 18년을 꽉 채운 월급쟁이 생활을 때려치운 지 어언 1년,

제주로 이주한 지 이제 6개월.

알라딘에서 계속 책을 사기는 했고,

책을 꾸준히 읽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글자를 다 잊어먹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엇을 읽어도 별 감동이 없었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때도 너무 많았다.

(심지어는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만화책을 봐도... ;; )

내가 맛이 가도 단단히 갔구나,

그동안 글자에 너무 치여 살았었던 탓인가... 

글자로부터 좀 멀어져 살다 보면 나아질까나...  이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책과 작가를 만났다.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아, 내가 그동안 좋은 작가를 못 만났던 탓인 거야.

나는 글자를 잊어먹은 게 아니었어 ㅠㅠ 

진심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미 네꼬씨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주셨는데

나는 의심이 많아, 긴가민가하다가 드디어 읽었다.

읽기를 정말 잘했다.

 

동화작가는 '꿈과 희망'의 전달자라고, 그래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라고, 동화작가라고 뭐 날마다 꿈과 희망에 가득차 있겠는가...

인간에게서 희망을 보지 못하고, 

 

인류가 진보할 것이라고, 어쨌거나 우리는 나아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 믿지 못하면서 그냥 자기 눈앞에 보이는 것을 쓰면서 살아가는 작가들이 사실 흔하다.

작가들에게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현실주의 아동문학이 답답하고 또 답답하기만 했다.

많은 작가들이 동화 속 주인공 아이들을 밑도 끝도 없는 나락으로 몰아넣고는

본인 스스로가 작품 속에서 길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작품들이 무책임하다고 느꼈다. 어설픈 어른들의 위안은 내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해피 엔딩에 이르는 길을 전혀 모르고 있으면서도

너희에겐 슬픈 이야기도 필요해, 라고 하면서 무책임하게 슬픈 이야기를 써낼 뿐이라고, 

나는 줄곧 그렇게 의심해왔다. 

 

그러나 이 네덜란드 할아버지, 휘스 카우어 씨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아이들이, 인류가 어떻게 희망을 믿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할머니 이후로 이런 감동은 처음 받아서

내친 김에 다른 작품까지 찾아 보았다.

아... 이분 작품이 왜 여태 소개가 안 되었던 걸까.

사람들이 알아먹지를 못한다고 생각해서였나.

나는 요 며칠 <토마스의 노트>를 씹어먹을 듯한 자세로 보고 또 보고 있다.

아니, 나이 든 + 남성 작가가

이렇게나 진보적인데다 여성주의적으로 완벽한 작품을 쓰다니...! 털썩...

게다가 이 책에 나오는 예수님은 

완전 쿨하고 시크한 남자 @.@  세상에나, 종교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이야...!

 

진심으로 경의를 담아 리뷰를 쓰고 싶어졌다. 

내가 이런 마음이 들다니, 정말 다행이다.

뭔가 나 스스로 치유를 한 것 같은 느낌이다. 

휘스 카우어를 내게 알려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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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2-08-1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스 카우어를 우리 조카 귀연이에게 선물할께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__________^

또치 2012-08-13 17:09   좋아요 0 | URL
아, 우리의 의젓한 귀연이...!
귀연이는 폴레케랑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너구리 2012-09-0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린 최근에 주디 블룸 책들 재미있게 읽었어. 이 책들도 보리 읽을 수 있을까? 울 동네 도서관에 이 작가 책들이 있는지 찾아보러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