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서 축 늘어져 있느라고 세상만사가 다 귀찮았는데, 이제 좀 더위가 가시려는지 살 만하네요. 안 그래도 책도 안 읽고 게으른데, 좋은 핑계였죠 뭐. 다들 잘 지내시는지...
올 여름엔 25년 가까이 사랑해 오던 펫샵보이즈 오빠들을 지산밸리에서 봤으니 아, 이제 더 바랄 게 없을 거 같다... 고 생각했으나 이 간사한 인간의 마음에는 어느새 또다른 소망이 하나 더 자라고 있다.
이제 아케이드 파이어가 오면 안되나! 몇년 전, 글래스톤베리 록 페스티벌 실황 공연을 본 뒤 홀딱 반해버렸는데, '이런 밴드도 올 수 있을까' 싶었던 매시브 어택도 와서 공연을 했으니 아케이드 파이어 같은 웅장한 밴드가 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곧 신보가 나온다고 한다. 기대중이다. 맛보기로 살짝 들어본 곡의 전주 부분이 너무나도 시원하다.
근데 사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 대해선, 벨 앤 세바스찬과 뱀파이어 위크엔드 등에서 받은 감동이 크기는 하지만 별로 뒷맛이 좋지가 않다. 올해부터 엠넷이 진행을 맡은 때문인지 너무 상업적이고, 너무 불친절하고, 게다가 꺼먼 옷을 입은 경호원 '강한 친구들'은 너무 고압적이기까지 했다. 내가 주인이 아닌 잔치, 그저 돈 내고 들어온 구경꾼일 뿐인 축제엔 큰 추억이 남을 수가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