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나무 투쟁기 - 새로운 숲의 주인공을 통해 본 식물이야기, 개정판
차윤정.전승훈 지음 / 지성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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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나에게 책이란 게 아무 위로가 되지 않고 있다. 무슨 책을 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그래도 알라딘 플래티넘이 유지되는 것은 CD 를 대신 마구 사들이고 있기 때문 -_- ) 그런 와중에 오늘 아침 신문에서 충격적인 뉴스를 보았다.  

국토해양부는 14일 생태환경 전문가인 차윤정(44·사진) 경원대 교수를 4대강 추진본부 환경 부본부장 겸 홍보실장(전문계약직공무원 1급)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차 부본부장은 서울대 임학과(현 산림자원학과) 출신으로, 지난 1999년 남편인 전승훈 경원대 교수(도시계획 조경학부)와 함께 신갈나무의 일대기를 의인체 소설 형식으로 쓴 <신갈나무 투쟁기>를 펴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신갈나무 투쟁기>의 저자가 4대강 홍보실장이라고? 나뭇가지로 한 대 얻어맞은 듯 멍... 하고 눈앞에 별들이 반짝이는 것 같이 어지러웠다. 

책장으로 달려가 <신갈나무 투쟁기>를 꺼냈다. 갈기갈기 찢었다. 신문지들 사이에 넣어서 다음주 수요일날 재활용품 버릴 때 내다 버릴 예정이다. 

정말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 

어제는 정호승 시인이 동아일보에 “적에게 기습 공격을 당해도 물증을 찾아야만 항의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 나는 우울하다.” 어쩌고 하는 초현실주의적(!) 칼럼을 실었다는 말에 어리둥절...했는데(네, 그렇게 우울하게 지내세요) 오늘 아침엔 이런 일이 다 있네. 

책 만드는 일로 밥 먹고 살지만, 책이란 게, 글이란 게, 이렇게 쓸데없이 느껴지는 날이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고 믿을 만한 것은, 그저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뿐인 것 같다. 가서 오이소박이나 마저 담가야겠다. 

올해는 책을 참 많이 정리해서 버리고 팔고 재활용가게에 기증하고 그랬는데, 차윤정이고 정호승이고는 그냥 다 찢어버려야겠다. 집에 마당이 있다면 불태워 버리면 딱 좋겠는데. 참 너무들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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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5-1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비참한 소식이에요..ㅜㅜ

또치 2010-05-15 22:18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 잘 지내셨어요.
같이 울어주셔서 고마워요 ㅜㅜ 아으아으아...

saint236 2010-05-1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인들이 자기 학문에 대한 신념과 지조를 지키지 못하네요. 일제시대 매판 지식인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또치 2010-05-17 11:33   좋아요 0 | URL
김지하, 황석영... 이런 양반들 보고는 그런가부다 했었는데
임학을 전공한 과학자가 이런 입장을 취하다니,
아무리 노력해봐도 정말 알 수가 없어요 @.@

穀雨(곡우) 2010-05-1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윤정씨의 수려한 글쓰기에 신갈나무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생각했는데...
우째 이런일이....ㅠ.ㅠ

또치 2010-05-17 11:34   좋아요 0 | URL
다들 울고 계시네요 ㅠㅠ

쟈니 2010-05-1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T T 이건 정말, 충격입니다. 저도 차윤정씨 책을 버려야 할지.. 아.. 화가납니다.

또치 2010-05-17 11:35   좋아요 0 | URL
책 찢어버리고 와서 마구 쓴 글인데...
생각해 보니 이렇게 '멀쩡한' 책을 갈기갈기 찢은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우째 이런 경험을 안겨준답니까 이놈의 시대는... ㅠㅠ

글샘 2010-05-1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은 아무리 파헤쳐도 된다. 자생력이 있기 때문이다. - 어느 임학자-
이런 명언이 나올 법하군요.
배중에 복원력이 가장 큰 군함이 뚝 부러지는 나란데... 이런 일 정도야 비일비재하겠죠.

달팽이처럼 2010-05-21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호승 시인한테 엄청 충격먹었었는데, 생각도 않던 사람한테 또 뒷통수를 맞고 말았습니다.또치님 말씀대로 정직하게 땀흘리고 몸을 움직여 얻은 지혜나 지식이 아니고는 다 소용이 없단 생각이 듭니다.지식인 나부랭이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많이 보다보니 요즘은 책을 읽을때 더욱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게되는 좋은점은 있더군요.

나그네 2013-11-1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신갈나무 투쟁기는 정치적 목적으로 쓴 책입니다. 2010년 당시 독서토론할 때 책을 바로 보아야 한다는 구성원들 생각이 납니다.
지나가는 길에 괜히 생각나 한 줄 적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