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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Lucid Fall) 정규 4집 - 레미제라블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루시드 폴 노래를 싫어하는(별로,라거나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이 앨범에 대한 진지한 혹평 두어 개를 어젯밤에 읽고서 약간 놀란 상태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고등어>를 처음 들으며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하는 대목에서 그만 눈물을 뚝뚝 흘렸던 나로서는 그런 평가가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니 '이 사람 노래에서 짙은 '먹물' 냄새를 맡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다 다르니까, 뭐.
4집의 제목이 <레 미제라블>이라고 했을 때부터 약간 불길한(나 울겠구나) 예감을 하긴 했는데, 첫 곡 <평범한 사람>에서부터 나는 '용산'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갈 곳이 없었네 /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 나는 너무나 평범한 /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
'광주'를 떠올리게 하는 가사의 <레 미제라블> part 1, 2 도, "엄마는 나를 떠나고, 허기지는 점심시간 지나 / 밥짓는 냄새 가득한 이 동네 / 하지만 나에겐 집이 없"다고 노래하는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나도 듣고 싶어하는 외톨이 소년의 목소리도, <벼꽃>도 <고등어>도, 2009년을 지나온 불행하고 불쌍한 우리와 이웃의 초상 같아 나는 그저 대책없이 슬프다.
이 앨범에서는 쌀 냄새, 밥 냄새, 고등어 굽는 냄새가 난다. 몸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앉아 먹는 밥상의 냄새가 난다. 밥상 주변에는 루시드 폴이 키우는 개 '문수'도 장난스럽고도 선한 눈망울로 주인을 바라본다. 착한 사람들이 오손도손 밥 먹어가며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참으로 평범한 바람이 생겨난다. 누구든 이 선한 노래들에서 위안을 받기를,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건네줄 수 있기를...
나는 이 음반이 그저, 2009년을 힘겹게 지나온, 어느 선한 이웃사람의 노래로 들릴 뿐이다. 벌써 5장째 사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연말 선물로 여기저기 돌리고 있다. 이번에도 나에게 평화를 주어서 고마워요, 루시드 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