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루비살롱 레이블쑈'에서 새롭게 발견한 '타바코쥬스.' 

 스스로 "찌질이들의 대마왕"이라고 부르며, 시간 있을 때는 야동을 본다느니, 루비살롱 공연장에 찾아온 외국 여인들과 알 수 없는 잡담을 나누고, 연습도 잘 안한다고 고백하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뭐 이런 녀석들이 다 있냐 싶기도 할 테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뜨거운 사람들인지.  

 타바코쥬스의 첫번째 작품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는 인상적인 음반이다. 이들의 음악은 짧고, 간명하고, 또렷하다. 웃기냐고? 아니다. 웃기지 않다. 유머러스한 노래 제목에서 피식 한번 웃게 될 수는 있지만,  이웃집 순이, 말년병장 영수, 수능만점 동생도 서로서로 잡아먹는 좀비떼가 되어 버렸다는 '좀비떼가 나타났다네'의 가사는 섬뜩하고, 얼굴 좀 파랗고 키가 좀 작아도 괜찮아, 9백년 동안 애인 없었어도 괜찮다는 '요다의 하루' 같은 노래는 유머 코드로 소비할 수만은 없이 심각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노래를 참 즐겁게 부르고 있다는 것. 아, 이 친구들은 음악할 때 정말 행복한가 보다,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요새 이게 대유행인가 보다. 우린 안될 거야, 아마. 갖가지 패러디가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루비살롱에서 만든 다큐멘터리의 일부인데, 이 장면이 캡처가 되어서 여기저기서 패러디하고 있다. 

보컬 권기욱의 이 달관(?)한 표정과 말투.  "하면 된다"고 세뇌당해왔던 내 세대에서는 이런 정서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나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의 청년들이 오히려 부럽다. "우린 안될 거야, 아마"라고 하지만, 이들은 전형적인 의미의 '성공' '안정'을 잡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 뿐, 행복해지는 방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혹, 정말 모를지라도 곧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사실 안되는 거, 잘 못하는 것이 분명한 일조차 "난 안될 거야 아마."라고 이야기할 용기가 전혀 없었는걸...  난 그래서 이런 정서를 루저 문화라고 하는 데 동의할 수가 없다.

부디, 즐겁게 음악 해나가기를 기원한다. 당신들은 우릴 계속 즐겁게 해줄 거라고 믿어요. 

아, 점심시간에 허지웅씨 블로그 갔다가 이 패러디 보고 뒤집어져 버렸다 ㅠㅠ   혐오스럽지만 너무 웃기고 너무 슬퍼서 여기에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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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5-18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통령 이잖아. ㅋ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ㅜㅜ

또치 2009-05-18 18:38   좋아요 0 | URL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도 울 수밖에 없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