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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 2집 지은
오지은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한동안 내가 남자 가수들 혹은 밴드들 노래만 듣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내가 이렇게 남자를 좋아하나...?" 했었는데, 요즘 자주 듣는 곡 리스트에는 아마도 이자람 밴드, 루네, 흐른, 그리고 오지은 들이 올라가 있다. 노래를 듣다 보면, 아 참 똑똑한 친구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쩜 이렇게 또렷하게 가사를 잘 쓰는지. 노래도 아주 똘똘하게들 불러서 아주 기양 맘에 든다.
오지은 1집에서는 <오늘 하늘엔 별이 참 많다>를 참 인상깊게 들었었다. 집에서 김치를 담그다 들었던 거 같은데, 누가 옆에서 자기 일기장을 또박또박 읽어주는 듯한 다정하고도 쓸쓸한 느낌이어서 겉저리를 버무리던 손을 잠시 놓았던 것 같다. 아, 이 사람이 (말로만 들었던) 오지은이구나... 하는 것을 몇 소절 듣고 바로 알았던 것 같고.
2집이 나왔다. 굉장히 사운드가 풍성하다. 작정하고 화려하게 만든 것 같다. 1, 2, 3, 4번 트랙까지 연달아 듣다가 잠시 쉬었다. 힘들어서. "낙하하는 심장 진공의 밤 ... 원할 때마다 자빠뜨리면 네가 버텨내질 못하고 ... 잠들 수 있는 밤은 일찍이 잊은 지 오래다 나 대신에 벌레만이 울어주는 밤에... " 2번 트랙 <진공의 밤>을 듣고 한호흡 고르고,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4번 트랙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를 듣고는 한참 쉬었다가 다음으로 넘어갔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하고 있는 노래들. 앗 뜨거워, 앗 차가워 속으로 이렇게 뇌이며 하나씩 하나씩 들었다.
1집에서 <화>라는 노래를 들었을 때, "널 갈아먹고 싶다" 뭐 이런 가사를 듣고 첨에 깜놀했다가, 아 그래 이해할 수 있어 이런 감정... 하고 이내 곧 공감했었는데, 2집 가사들도 처음에 들었을 땐 참 무섭고 서늘하고 그렇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뜨거워진다. 이거 힘들어서 자주 못 듣겠는걸... 했다가도 <진공의 밤>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두 곡은 계속 듣고 있음 -,.- 가사가 역시나 무서운(!) <푸름>도 좋고, 보너스트랙 <작은 자유>는 다정하고 따뜻해서 좋다.
오지은처럼 이렇게 발라드, 록, 재즈, 포크, 팝... 다양한 장르에서 무슨 노래를 불러도 이렇게 일단 잘 부를뿐더러 자기 개성까지도 분명하게 드러낼 줄 아는 가수가 또 있을까. 하도 원숙하게 잘 불러서 나이가 좀 있는 줄 알았는데(게다가 '여왕님'이라고 불리기까지 해서 말이지) 81년생, 이제 스물아홉이다. 그녀의 앞길에 무한 영광 있을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