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만화는 그다지 재미가 없다.그저 평범한 직장인일뿐인 주인공 타나시 때문이기도 하고, 딱히 극적인 줄거리 없이 주인공의 일상을 다루는 구조때문이기도 하다.백주대낮에 조폭 비슷한 깡패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사건이 '극적' 이라면 극적이지만, 그 사건조차 후줄근한 이유때문에 일어나고 김새게 마무리되는 식이다. 성적인 소재가 많이 나오고 주인공은 너무 망상을 즐기는 터라 조금만 더 빗나가면 변태만화 될 뻔 했다.그렇지만 이 만화를 아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또한 주인공 때문이다.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무능력한 영업사원인 타니시.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소소한 불의를 만나도 대적할 용기와 힘없이 늘 당하기만 하는 타니시.좋아하는 여자에 대한 마음만은 순수하지만 동시에 생물학적인 욕망은 어쩔 수가 없어서 침대밑에서 에로비디오를 꺼내 뒤적거리는 타니시.만화로 볼 때는 한없이 한심해보이는 인생같지만, 사실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이렇지 않을까?이런 게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평범' 아닐까?그래도 3권에서는 타니시가 조금 덜 망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먹는 거에 관련된 만화가 또 나왔다.제목 그대로 푸드 코디네이터인 아야씨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 푸드 코디네이터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달리, 음식점의 메뉴도 짜주고 음식점의 전반적인 컨설팅도 해주는 그런 직업인 듯 하다. 한국에서도 저런 종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코디네이터'라는 직업명을 갖고 활동하는 직종은 없는 것 같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으로 보았다.이 만화를 읽으면서 생각한 건 딱 이거다.- 아무리 뻔한 구조라도 재미있는 건 재미있는 것.이라는 사실.사연이 있는 요리사 혹은 레스토랑들이 아야가 근무하는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고, 아야는 그런 의뢰를 훌륭히 해결한다. 암에 걸려 미각을 잃은 후 애타게 후계자를 찾는 주방장을 도와 레스토랑도 재건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 라면집 주인을 재기시키기도 한다.극의 구조는 수십가지 버전으로 나와있는 일본의 요리만화들을 참고하면 되겠다.그러나 재미는 분명히 있다.하염없이 열몇권씩 나오면 그 때는 볼 것 같지 않지만 말이다.
내친김에 '실전! 청소력' 보다 반년 정도 일찍 출간된(일본 현지에서) 이 책까지 읽었다.물론 겹치는 내용이 몹시 많다. 두 책의 차이는 이렇다. 이 책은 청소력에 대해 처음 쓰여진 책인 만큼 이론에 치중했다. 저자의 개인사와 청소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도 자세히 적어 놓았다.그이는 사업 실패, 이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방에 틀어박혀 정말 쓰레기와 동고동락하면서 살다가 청소때문에 재기했다고 한다. 물론, 넋이 나간 상태였으므로 본인이 마음을 잡은 건 아니었고 고등학교때 친구가 들이닥쳐 몽땅 청소를 해줬다고. 처음엔 '왜 남의 집을 마음대로 하고 난리야' 하고 생각했지만, 말끔해진 방에 깨끗한 공기가 들어오자 진짜 묘하고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나.그리고는 청소력에 대한 온갖 사례들(역사적인 실화에서 따온 터라 이 부분이 꽤 흥미진진), 청소 회사를 차리면서 상담해 준 사람들에 대한 관찰기 등이 흥미롭게 들어있다.목차를 보면 좀 황당스럽게 느껴진 부분이 많았는데 읽어보면 그와 달리 진지하다. 하여튼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청소에 대한 의욕은 매우 불탄다.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그래서 실전편을 따로 낸 모양. 의욕은 생겼으나 당최 카오스 중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책이 실전편이었던 듯 하다. 거기에선 '딱 3분만 습관을' 들이는 온갖 요령을 가르쳐준까.실전편 리뷰를 쓰고 나서 당장 청소를 시작했다. 대청소를 시작했다가는 넉다운 될 것 같아서 일단 가스레인지 주변 딱 한군데 청소했다. 후드 필터도 갈고, 기름때도 삭삭 닦아주고, 낡은 칫솔 빨아 말려둔 것으로 눌어붙은 녹들도 다 닦아냈다. .............죽을 뻔 했다. 그러나 상쾌하긴 하더라. 그리고 "왜 아무도 청소한 걸 알아주지 않아!" 하는 울화통만 해결한다면 심신수행의 방법도 될 듯.
허니와 클로버가 끝났다.사실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는데, 진짜 끝났다.그리고 전혀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끝나버렸다.차라리 누구 하나 죽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멍하지는 않았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다.하여튼, 이 만화를 읽으면서 가까운 친구와 늘 옥신각신했었던 기억이 난다.과연 주인공이 누구냐는 것. 친구는 하구미를 주인공이라고 했고, 나는 다케모토라고 주장했다.사실 '다케모토가 주인공이어야 한다' 는 마음이 강했고,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10권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서 역시나 주인공은 다케모토였음을 확인했고, 기뻤다.재능도 그 무엇도 없다고 자신을 표현하는 다케모토. 그러나 살아가는 순간순간 작은 깨달음과 배움을 받아들일 마음과 능력이 있던 다케모토. 행운의 클로버는 다케모토의 것이었고, 그래서 마음에 들판이 펼쳐지듯 시원한 가슴으로 책을 덮었다.저자가 다음 작품에선 어떤 사람들을 그려낼지 기다려진다.
솔직히 말하면 '걸레 한 장으로 인생을 바꾸는' 이란 부제에서 뒤집어졌다. 그 귀엽지만 처절한 부제때문에 책장을 넘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너무도 유명해서 이름마저 낯익은 저자. 그런데 이런 책을 쓴 사람이었구나-하며 궁금증이 커져갔다.한마디로 이 책의 주제는 "청소를 하면 인생이 핀다" 는 것. 사람은 만사 귀찮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무기력해지고, 주변을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그런데 이렇게 해서 쌓인 잡동사니는 은근히 마음에 거슬려 나쁜 에너지를 늘린다.뭐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해 새로운 물건을 또 사게 되고, 어지러운 방은 충동성을 길러 나가서도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결국 악순환인 것.저자는 이도 저도 안될 때, 당최 내 삶에 꼬인 것들을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모르겠을 때,일단 미친척하고 청소에 몰두하라고 말한다. 정리하다보면 이상하게 마음 속까지 정리된다는 그 말이, 저자 본인의 경험담에서 나온 것이라 설득력은 좀 있다. 그러니까 그토록 붐이 일었겠지만.평소 풍수에 관심이 있던 사람, 캐런 킹스턴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등을 읽었던 사람은 이 책이 식상하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번쯤 실천해볼 가치는 있다는 생각. 그러나 일본 책 특유의 가벼움과 일회성 때문에, 이 책의 존재 또한 잡동사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