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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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우리 스스로 말로 표현하지 못해서 기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까지 기억한다. 불평등, 위험한 노동, 혐오 발언 등에 노출된 개인들은 오염된 물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들처럼 건강이 나빠진다. 사회역학자 김승섭은 사람들을 상처 입혔던 사건들을 해석하는 담론 또한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재난을 겪은 개인들은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해도 움직이지 않는 국가 권력이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람들 앞에서 좌절을 겪고 건강이 나빠진다. 저자의 작업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둘러싼 언어를 바꾸고 당사자들의 외침을 지지해준다. 저자는 지식과 권력의 공모를 의심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언어를 지지하는 과학적 연구를 내놓으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생각이 주변 사람들과 다를 때 자기의 경험과 상처를 얘기하고 나눠야 더 나은 삶을 꾸릴 수 있다는 저자의 조언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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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엣 - 파란색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 그 240편의 연작 에세이
매기 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사이행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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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틴바우어 새가 파란색 물건을 수집해 둥지를 꾸미는 것처럼, 저자는 파란색 물건을 모으고, 파란색에 관한 글과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자신의 일상을 파란색 일화로 채워 나간다.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파란색을 글쓰기를 통해 기억에 더 잘 새겨둔다. 저자는 연구기금 신청에서도 파란색으로 유명한 장소로 세계여행을 가서 파란색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적지만, 연구비를 타는 데 실패한다. 작가는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해진 가까운 친구와의 일화를 책을 관통해서 써낸다. 작가는 자신이 마주친 것에서 파란색이 상징하는 슬픔과 우울의 감정을 읽어낸다. 작가는 파란색을 사랑하는 걸 선택하지는 않았고 그저 파란색이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말한다. 우리가 무엇을 사랑할지 선택할 수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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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여행하는 법 땅콩문고
임윤희 지음 / 유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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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는 도서관과 사서가 없었다면 자신의 작업이 불가능했을 거라며 감사를 표한다. 저자는 공부와 연구의 공간을 내어주는 도서관의 매력에 끌려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세계 각지의 도서관을 찾아다녔다. 독자는 이 책에서 아름답게 지어진 도서관의 사진을 볼 수 있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주는 사서의 역할에 대해 알 수 있다. 도서관의 ‘기능’이 본질적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라지만 세계의 도서관이 이용자에게 전하는 다양한 ‘선물’을 보면서 독자는 한국 도서관이 어떻게 변해야 좋을지도 생각하게 된다. 한 ‘대상’에 대한 사랑과 탐구가 이렇게 성심성의껏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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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회사의 본질 - 재산권과 계약권의 이종교배
김종철 지음 / 개마고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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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세월호 사태처럼 유한책임 주식회사가 일으켰지만 제대로 책임지지 않은 비극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금융과 주식회사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많은 사람이 은행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주식회사에서 일하고 회사의 제품을 구매한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 문제나 양극화 문제도 은행과 회사가 설립된 17~8세기 유럽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법과 제도가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추적한다. ‘신탁법은 영국 지주계급이 영지를 왕에게 빌리지 않고 직접 소유하려고 13세기부터 투쟁을 이어오다 17세기 말 왕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 제정되었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재산권과 계약권의 이종교배는 신탁법에서 처음 나타난다. 영국의 귀족은 왕에게 토지를 빌려 영주 역할을 하다 사망하면 왕에게 토지를 되돌려 줘야 했다. 영국 귀족들은 자식에게 자신의 권리를 물려주기 위해 제3자에게 땅을 양도하면서도 땅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는다. 왕은 귀족이 죽어도 제3자에게 양도된 땅을 찾아올 수 없게 된다.  (고대 로마와 서구 근대의 공통점=배타적 재산권->제국주의->노예제. 차이점=서구 근대가 재산권과 계약권을 이종 교배한 점.)


저자는 17세기 영국 금세공업자들이 시작한 은행업’(2현대 금융의 기원’), 1855~1862년에 도입된 회사법의 유한책임제도’(1주식회사의 본질’),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스트리트의 금융기법 레포(환매조건부채권)’머니마켓펀드’(4‘21세기 국제금융위기의 본질’)에서도 재산권과 계약권의 이종교배라는 아이디어를 발견한다. 저자는 또한 17세기 영국 명예혁명으로 도입된 대의제에서도 정치가들이 국민에게서 주권을 빌린 채무자이면서 주권을 독점하는 재산권자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1684차일드사에서 발행한 은행권[아직 남아 있다니 책에 사진을 실었으면 어땠을까. 표지 디자인에 일러스트 형태로 활용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이나 1837블라이 대 브렌트소송사건의 판결문, 1855년부터 도입된 회사법에 대한 당시 학술지 편집자의 의견, 2008년 금융위기를 일으킨 월스트리트 부외 금융 시스템의 모형 등을 분석하면서 현대 금융업의 본질을 추적한다. 그중에서도 2003내국세 세무청 대 레이어드 그룹 공공유한회사소송의 판결문은 주식회사의 본질을 정확히 정의한다. “[주식은] 계약권들의 다발 그 이상이다. () 이 권리들은 순수한 계약권이 아니다. 그것들은 회사의 자산에 대한 재산권은 아니지만, 회사에 대한 재산권이다.” 주식회사의 대주주는 1855~1862년에 도입된 회사법과 일련의 법원 판결(1837블라이 대 브렌트소송사건 등)로 의결권과 인사권 등 회사의 재산권을 누리면서도 문제가 생길 때는 채권형태의 주식보유자로서 책임을 면제받는다. 저자는 대주주가 책임이 적은 만큼 의결권이나 인사권 등의 권한도 내려놔야 한다고 말한다.


주식회사와 금융업이 초래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근대적 인격 개념순환적 자아 관념으로 대체해야 한다(7로크의 인격-재산의 존재론’). 철학사에서 니체나 화이트헤드에 의해 극복된 근대적 인격 개념은 은행업이나 회사법에 그대로 남아 있다. 영국 금세공업자들은 고객들이 맡긴 예금보다 더 많은 돈을 더 높은 이자로 빌려줘서 수익을 얻지만 '뱅크런'으로 파산할 위험 또한 얻는다. 영국 금세공업자들은  뱅크런으로 은행이 망하는 걸 막으려고 영원히 죽지 않는 안정적 채무자 국가에 돈을 빌려준다(국채 발행). 국가가 은행에 돈을 빌릴 만큼 자금이 필요했던 이유는 근대의 팽창 정책으로 전쟁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은행에 빌린 돈과 그 이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저자는 왕이 죽거나 한 세대가 지나면 기존의 채무가 사라졌던 근대 이전처럼,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근대적 채무의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6장에서 소개되는 기본자산제에서는 기본소득제사회적 지분제도와 다르게 개인이 채권자에게 빚을 지고 있어도 자산을 약탈당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자유를 지키고 불공정한 계약을 맺어 노동하지 않으려면 일정 정도의 자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회사법에 따르면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나 경영자가 아니라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기본자산제를 활용하면 개인이 협동조합에 자산을 출자해 회사의 주인으로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회사의 직원들이 주인이 되어 회사의 대표를 뽑고 직접 책임진다면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도 책임지지 않는 기업은 사라질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줄 기본자산은 사회적 상속(자식 한 명 당 4억 이상 상속 금지)으로 마련된다. 저자는 플라톤의 법률이나 신라 시대의 정전제에서 기본자산제의 원형을 찾되 오늘날의 실정에 맡도록 제도를 보완해 설득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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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왈츠>에서 의사 슈크레타는 친구 야쿠프가 저지른 예기치 못한 살인을 눈 감아주며 우정은 정의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슈크레타가 정의를 따르자면 친구의 살인을 고발해야 한다. "정의란 인간적이지 않아요"(슈크레타) 세상을 살다보니 "정의 밖에서 사는 느낌"이라고. 야쿠프의 살인은 야쿠프 본인도 모르게 일어나는 농담에 가까운 살인, 쿤데라의 '농담'이다.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의 뒷표지에 나오는 시인의 말을 보면, 시인 진은영에게는 우정의 의미가 슈크레타의 그것과는 상반된다. 진은영은 모차르트가 다른 사람들이 넘을 수 없었던 경계를 넘은 것처럼 친구가 탁월성을 발휘해서 새로운 영역으로 넘어가주기를 염원한다. 자신은 살리에르가 되도 괜찮으니 함께 경계를 넘어보자고. <우리는 매일매일>에 실린 '나의 친구'라는 시에는 다음의 구절이 나온다.


"그것을 믿자, 숱한 의심의 순간에도
내가 나의 곁에 선 너의 존재를 유일하게 확신하듯
친구, 이것이 나의 선물

새로 발명된 데카르트 철학의 제 1원리다.

  


문학의 정치성을 연구한 <문학의 아토포스>나 문학 상담과 시 쓰기에 관한 책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에서, 그리고 시인이 최근 번역한 실비아 플라스의 <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에서도 친구와 "단어와 단어로 맺은 우정"(심보선, <훔쳐가는 노래> 뒷표지)에 대한 강조를 읽을 수 있다. 내 마음을 읽고 친구와 시를 쓰며 '어둠'을 뚫고 나가서 빛을 발견할 수 있을까.


여기서 글을 끝 맺는다면 참 아름다울 텐데 조금 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정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고, 어느 쪽 얼굴이 더 많이 나타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연봉 9천만원을 받는 사람들의 시위(인천국제공항 사태), 행복 주택 반대 시위를 보면, 여기가 바로 아귀다툼이 펼쳐지는 지옥이다. 슈크레타식 우정 때문에, 산업 재해나 공장식 축산, 지구 온난화 등을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별의 왈츠>의 끝 부분에 소크라테스가 등장한다면, 우정이 뭔지 잘 생각해보자고, 슈크레타 당신이 말하는 그게 진짜 우정이냐고 추궁할지도 모른다. 추악한 세상에서 추악한 채로 남는다면 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아니기 때문에 추악한 세상을 견뎌내기 위해 잘못된 우정을 소환한다. 


소설가의 진실을 믿을 것인가, 시인의 믿음을 믿을 것인가. 몇 주간 생각만 해오다 글로 써보았는데, 결론이 안 나고 고민은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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