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1월 1일부터 시내버스 요금이 300원 오르면서 대중교통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인상률은 21퍼센트이다. 말이 안되는 인상률이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만큼 힘이 있었다면 더 많은 말이 나왔을 것이다. 수도권에도 똑같이 오른다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저항할지, 그대로 관철될지 궁금하다.


  전기요금이 21퍼센트 오른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사람들이 더 자원을 아껴써서 사회 전체적으로 자원을 더 적게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다르다. 대중 교통요금이 21퍼센트 오르면 사람들이 자가용을 더 많이 몰고 다닐 것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자가용을 몰수록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하고 대기오염도 심해진다. 대중교통은 요금과 상관 없이 같은 양의 자원을 소모한다. 사회적으로 더 적은 자원을 쓰고 대기오염도 줄이려면 대중교통 요금이 오르면 안된다. 대중요통 요금은 더 낮아져야 한다. 


  이러한 고민을 하던 중에 독일에서 9유로 티켓(한달 정기권)이 도입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꼭 9유로 티켓 같은 것이 도입되었으면 한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거나 부자증세를 하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세금을 줄이고 시민의 부담을 늘리는 이번 정부에서는 힘들다.


  시골일수록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하기 힘들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하루 12대의 버스만 지난다. 한 시간에 한 대 꼴인데, 적어도 30분에 한 대는 지나야 한다. 시골 지역의 버스 이용과 관련해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이 있는데 공연이 9시 이후 끝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사는 곳의 막차는 공연장 근처에서 8시 40분쯤 지난다. 공연 티켓은 5천원으로 매우 저렴하지만, 공연을 보려면 차를 타거나 버스가 가는 곳까지 중간 지점까지 이동해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택시비는 최근에 올라서 정확하지 않지만 만 오천원 이상이다. 이러한 상황이 너무 화가 나서 글을 쓰게 되었다.


  시내버스 이용 관련해서 지엽적으로 보이지만 너무도 중요한 상황이 하나 더 있다. 지선-간선 문제이다. 나는 최근에는 가끔만 겪는 상황이지만 과거에 매일 멀리 이동해야 했을 때는 매일 겪는 일이었다. 지금 상황은 버스 하나로 줄기와 가지 모두 이동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림을 그리면 더 잘 설명할 수 있을텐데, 자동차 이용자들은 줄기로만 이동하지만, 버스 이용자는 가지까지 거쳐서 돌아가야 한다. 원래는 비용을 투입해서 가지로 이동할 버스를 따로 마련해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단 이유로 시민들의 시간을 잡아먹는다. 그 가지에는 사람이 적게 살아서 아무도 타지도 내리지도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가지를 없애자는 게 아니다(가지에 사는 사람들도 이동권이 있다). 그 가지를 거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 속 터지는 상황이다.


* * * * *


  <기후위기와 자본주의>에 대중교통을 급진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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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채석장 반대 현수막을 보면서 문득 문지의 '채석장' 시리즈 생각이 났다. 물론 '억까'하고 싶지 않다. 채석장 시리즈를 읽을 의향도 있다. 하지만 저 비유적 표현이 쉽게 허용된 이유를 생각해보게 된다.


한겨레 기사에선 채석장 시리즈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문학과지성사가 새 인문사회 문고판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 시리즈엔 ‘채석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영화화하려던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의 미완의 프로젝트에 훗날 알렉산더 클루게가 ‘상상의 채석장’이란 이름을 붙인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리즈 이름이 암시하듯 수록하는 텍스트들은 잘 세공된 완성품보다는 투박하고 거친 원석 조각들에 가깝다. 정련된 에세이나 논문으로 거듭나기 전 사유의 파편을 모아놓은 창작 메모나 연구노트 정도라고 할까.>


소개글엔 도시에 건물 짓기 위해 돌을 캐가는 행위를 말하고 있진 않다. 작가들이 써놓은 메모 형식의 글을 보석을 만드는 원석에 비유한다. 독자는 채석장에서 작가가 써놓은 원석을 캐낸다.


출판사가 있는 도시에선 채석장도, 반대 현수막도 볼 일이 없다. 현실의 채석장은 산을 깎아서 만드는 장소다. 나무를 없애고 먼지를 일으키고 덤프트럭이 다니게 되면서 주변 주민들은 피해를 본다. 


이미 많은 집들을 다른 방식으로 재분배하지 않는 한, 지방 어딘가에서 밭에 있는 모래를 캐내고 산을 깎아서 돌도 얻어야 한다. 아파트를 영원히 짓기 위해서.


녹색평론에도 짧게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이번 정부에서 전국에 산업단지를 짓는다고 많은 산과 언덕들을 민둥산으로 만들었다(산업단지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모든 도 지역에서 선정되었다). 녹색평론에 언급된 산업단지는 충청도 쪽에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우리 집 근처에도 산업단지 예정지가 있다. 길에서 매일 민둥산(몇 년 전에 깎였다)을 보게 되면서 저 산이 저렇게 쉽게 아무런 관심도 없이 파괴되는 이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4대강 사업의 반대 여론과 비교해보면 허무할 정도로 아무런 관심이 없다. 지역 주민들은 땅값이 오르고 보상도 해주기 때문에 반기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채석장이나 산업단지로 예정된 산과 언덕에는 '이름'이 없다. 4대강 사업에 그렇게 많은 반대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산강', '낙동강', '남한강'이라는 이름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생물에게 '이름'을 붙여주면서 우리는 '성원권'을 부여하고 그 대상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사람, 장소, 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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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왈츠>에서 의사 슈크레타는 친구 야쿠프가 저지른 예기치 못한 살인을 눈 감아주며 우정은 정의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슈크레타가 정의를 따르자면 친구의 살인을 고발해야 한다. "정의란 인간적이지 않아요"(슈크레타) 세상을 살다보니 "정의 밖에서 사는 느낌"이라고. 야쿠프의 살인은 야쿠프 본인도 모르게 일어나는 농담에 가까운 살인, 쿤데라의 '농담'이다.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의 뒷표지에 나오는 시인의 말을 보면, 시인 진은영에게는 우정의 의미가 슈크레타의 그것과는 상반된다. 진은영은 모차르트가 다른 사람들이 넘을 수 없었던 경계를 넘은 것처럼 친구가 탁월성을 발휘해서 새로운 영역으로 넘어가주기를 염원한다. 자신은 살리에르가 되도 괜찮으니 함께 경계를 넘어보자고. <우리는 매일매일>에 실린 '나의 친구'라는 시에는 다음의 구절이 나온다.


"그것을 믿자, 숱한 의심의 순간에도
내가 나의 곁에 선 너의 존재를 유일하게 확신하듯
친구, 이것이 나의 선물

새로 발명된 데카르트 철학의 제 1원리다.

  


문학의 정치성을 연구한 <문학의 아토포스>나 문학 상담과 시 쓰기에 관한 책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에서, 그리고 시인이 최근 번역한 실비아 플라스의 <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에서도 친구와 "단어와 단어로 맺은 우정"(심보선, <훔쳐가는 노래> 뒷표지)에 대한 강조를 읽을 수 있다. 내 마음을 읽고 친구와 시를 쓰며 '어둠'을 뚫고 나가서 빛을 발견할 수 있을까.


여기서 글을 끝 맺는다면 참 아름다울 텐데 조금 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정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고, 어느 쪽 얼굴이 더 많이 나타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연봉 9천만원을 받는 사람들의 시위(인천국제공항 사태), 행복 주택 반대 시위를 보면, 여기가 바로 아귀다툼이 펼쳐지는 지옥이다. 슈크레타식 우정 때문에, 산업 재해나 공장식 축산, 지구 온난화 등을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별의 왈츠>의 끝 부분에 소크라테스가 등장한다면, 우정이 뭔지 잘 생각해보자고, 슈크레타 당신이 말하는 그게 진짜 우정이냐고 추궁할지도 모른다. 추악한 세상에서 추악한 채로 남는다면 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아니기 때문에 추악한 세상을 견뎌내기 위해 잘못된 우정을 소환한다. 


소설가의 진실을 믿을 것인가, 시인의 믿음을 믿을 것인가. 몇 주간 생각만 해오다 글로 써보았는데, 결론이 안 나고 고민은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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