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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월요일 - 참을 수 없는 속마음으로 가득한 본심 작렬 워킹 걸 스토리
시바타 요시키 지음, 박수현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기존에 나와있는 워킹걸에 대한 책을 읽지 않은 상태다. 명품, 스타일, 패션 등 관심 밖의 세계라 여기며 살고 있기에 호기심 따위는 별로. 그러다가 '참을 수 없는 월요일' 제목부터 뭔가 투덜투덜 이야기할 주인공의 모습이 떠올랐다. (솔직히 투덜투덜 이야기 하는 소설 좋아라 한다.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같이 뭔가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 투덜투덜거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낄낄 거린다.)
낙하산으로 입사하여 출판사 경리로 일하는 주인공 '네네'는 그다지 이쁘지 않다. 스스로 못생겼다 한다. 그리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니다며, N게이지용 모형을 만드는 별난 취미를 가지고 있다. 회사를 중심으로 해서 그녀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데 첫머리를 읽으면서부터 곧장 나를 발견하게 된다. 너무도 솔직담백하기에 더욱 아찔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참을 수 없는 월요일/ 모두에게 비밀인 화요일/ 눈물 나게 외로운 수요일/ 달콤 쌉쌀한 목요일/ 그래도 기쁜 금요일/ 목숨 겁니다. 주말입니다./ 또다시, 참을 수 없는 월요일 의 차례로 소소한 일상속에서 자그마한 사건들이 네네에게 일어난다.
직장동료(코바야시)와의 정산영수증으로 인한 마찰과 복수사건, 상사의 불륜 현장을 목격, 평소와는 다르게 20만원의 거금으로 트리트먼트를 하고, 레이스 속옷을 지르고, 그리고 도난 사건, 같은 회사 편집장의 자살과 그 딸의 오해로 알게 되는 진실(이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 너무도 단순하게 속았다는 사실에 부끄럽기까지 하다.), 회사 내에서의 이지메(왕따), 그리고 분개하고 받은 스트레스는 케이크 따위로 풀기도 한다. 또한 직장동료와의 화해와 친밀도 급상승, 절친한 동료 '야야'의 퇴사 그리고 묻지마 살인의 희생자(요즘의 고시원방화사건의 시사성까지 포함하면서)가 되고 사랑의 큐피터가 되기도 하는 등 나와 다를 것이 없는 네네와 야야의 이야기는 진정성을 가지면서 훈훈한 그 무엇을 남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거라며 회사에서 죽은 사람처럼 산다.'는 네네의 표현에서 나역시 즐거움을 배제한 회사 생활의 고달픔만을 생각하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무언가 나만의 방식으로 좀더 즐거움을 찾아내야 하는데 네네는 그것을 찾아낸다. 회사 건물을 모형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계획한 것이다. 그녀는 좀비가 아닌 살아 숨쉬는 워킹걸이 되는 것이다.
이 소설에 극적인 어떤 큰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단편적인 사건 전개식이 일본소설 아니던가!). 더한 것은 특별한 연애사건 조차 없다는 것이다. 소설 속 '사랑-연애'의 환상은 배제되면서 - 솔직히 야야의 로맨스를 자꾸 기대하게 하더니 살짝 사카우에와의 열린 결말 정도- 자투리 같은 '코바야시'와의 남다름이 다이다.
극적인 사건이 없이 단편적이고 일상적인 사건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전개가 지루함을 말하지 않는다. 기존의 편견으로 인한 소설 속 작은 반전들이 한 가득이기 때문이다.
또한 네네의 일상이 나와 하등 다른 바 없기에 책을 읽을수록 더욱 강한 흡입력으로 빠져들게 된다. 나는 천천히 읽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잔잔한 물결은 금세 큰 파도가 되버리고 나를 좌초시켜버린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정말 나도 '다행이다'라는 말에 뻐저리게 동감하면서 작음 감동까지 선사해 주는 고마운 소설이다.
네네는 곧 나였음에 꼭 내 일기장 같은 이 소설을 그 누군가에게 선뜻 내밀지는 못하겠다. 그러하기에 더욱더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며 자기의 회사 생활을 뒤돌아보며 또한 희망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아쉬움 점 하나를 뽑자면, 너무도 일상적인 우리들의 회화식 표현- 이것은 너무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과 일본어가 그대로 혼재되어 글을 읽는데 방해되기도 하였다. 일본소설이기에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번역소설의 한계겠지만,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뭐~ 나의 무식함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 사람은 무언가를 기대하고 그 기대만큼 결과가 돌아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같은 결과를 얻었을 때보다 훨씬 더 실망해. 불합리하다.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32쪽)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것을 슬쩍 상대박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순간. 입고 있던 갑옷을 벗고 후~ 하고 속내를 드러낼 기회."(255쪽)
"...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내 눈앞에서 구체적으로 일어나게 되니 인생은 항상 변화한다는 진실에 직면해버렸다. 좋든 싫든 모든 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변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남아 있는 건 없다. ... 앞으로 인생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환경이 변하지 않더라도 내 자신이 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 사람은 변한다. 그건 살고 있는 환경이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나는 바뀌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변하지 않겠다고 노력해본들 역시 변한다. 변하지 않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에 빠져 가라앉아 버린다. ..."(286,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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