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만나 - 모든 중요한 일은 만나야 이루어진다
수잔 로앤 지음, 김무겸 옮김 / 지식노마드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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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만나' 일단 제목이 독특하다. 제목만으로는 어느 분야의 책인지 쉽게 판단할 수가 없었다. 표지를 보면서도, 무슨 연예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과 표지를 통해서는 이것이 대면접촉을 통한 커뮤티케이션의 기술적 측면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정리한 책이라 전혀 예상하지 했다. 우선 <일단 만나> 속에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우리 실상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한계가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만나'라는 간결한 두 개의 단어를 통해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 일단 만나라~' 그런데, 만남에는 어떠한 예의, 규칙이 있는 법이니, 그런 기술적 방법을 따라 실천하고 발전하라는 충고가 담긴 책이다.  

 

<일단 만나>는 '대면 접촉'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한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하더라도 우리는 아나로그적인 '접촉'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지 않는가? 그러한 중요성의 측면을 여러가지 의사소통의 방법을 일러준다. 그리고 '이것만은 꼭!'이란 코너을 통해 핵심을 쉽게 정리할 수 있어 더없이 유용하였다.

 

때론 무심하게 지나쳤던 나의 일상 속 대화, 타인과의 소통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만남에서 헤어짐에 이르는 무수한 의사 소통의 방법(몇가지 외우고 실생활에서 사용해야 할 표현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참으로 유용하다),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울 수 있는 방법, 뒷담화의 유용성 등등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을 택한다면, 나도 '대화의 달인'이 되지 않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줍움'에 대한 것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과 함께 '수줍음'을 극복하는 7단계는 내게 절실히 필요한 대화의 기술이었다.

 

내게 부족한 점, 고민스러웠던 것들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대화의 기술과 소통의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더없이 유용했던 책이다.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에 손전화 정도는 꺼둘 수 있는 여유를 찾게한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자꾸 손전화에 눈길이 머무는 책이었다. 일단 만나려면 약속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친구들에게 간단한 안부 전화를 하고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왠지 허전했던 일상에 활기와 설렘으로 가득차게 하는 책 <일단 만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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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인생 - 삶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헤르만 헤세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이재원 옮김 / 그책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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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인생' 아~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으뜸으로 치는 그 '헤르만 헤세'의 책이 이렇게 내 손에 쥐어졌다. <헤세의 인생>, <헤세의 사랑>, <헤세의 예술> 이렇게 3 편의 책이 새롭게 소개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헤세의 인생>을 선택하였다. '인생, 사랑, 예술'이란 삶의 키워드 중에서 어느 것을 우선 선택해야할지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진 후, 사랑, 예술을 아우룰 수 있는 '삶, 인생'에 대한 그만의 철학, 고뇌를 가장 먼저 접하고 싶어졌다. 여전히 삶은 아름답고 소중하다며, 내게 희망과 꿈을 전해주었다.

 

나는 왜 헤세를 좋아할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지와 사랑>을 통해 헤세의 글에 첫발을 디뎠고, <데미안>을 통한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헤세를 탐닉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글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글을 통해, 내 내면의 울림을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것 같고, 나의 고민, 아픔, 갈등이 그의 글 속에 온전히 녹아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많이 위로 받으며 용기를 얻었던 기억, 그 힘으로 나는 그 어두웠던 터널을 지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껏 그렇게 헤세를 맹신하고 맹종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롭게 단장한 그의 글, <헤세의 인생>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내게 위안이 되주었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이 책 <헤세의 인생>은 헤세를 30년 넘게 연구했던 '폴커 미헬스'의 노력의 산물이다. 헤세의 시, 소설은 물론 에세이, 신문 기고문과 편지, 메모 등에서 그의 명문장들을 고르고 골라 '인생'이란 테마로 하나의 이야기를 엮었다. 하나하나 주옥같은 그의 글을 곱씹으며, 언제나 그렇듯 내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스스로 '영혼의 순례자'를 자쳐하며,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고뇌했던 그를 만날 수 있으며, 온전히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일러주었다. 아이들만이 갖을 수 있는 천진무구한 순수성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그 순수성에 반해 살아왔던 나를 돌아보았다. 또한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나만의 보물을 캐보며, 행복에 젖는다. 청춘, 노년에 대한 헤세의 생각들에 공감하기도 하고, 갸우뚱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역시 '헤세'였다.

이젠 <헤세의 사랑><헤세의 예술>을 들여다봐야겠다.  긴긴밤이 헤세가 있어 외롭지 않을 듯. 언제고 곁에 두고 품을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삶의 행로가 결정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의 행로에는 언제나 인간이 스스로 개입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 변화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감사와 사랑의 능력이 많을수록 그러한 가능성은 커집니다."

-빌헬름 아인슬레에게 보낸 편지 (15)

 

삶의 상처,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끊임없이 견뎌내며, 화해하고, 행복하라 이야기해주는 헤세, 그는 진정 그 누구보다도 나의 정신적 지주다.

그가 있어, 나의 삶이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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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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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김탁환의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두근두근, 어찌나 기쁘고 설렜던가! 그 기쁨의 순간을 기억하더라도, 그의 소설 <노서아 가비>는 나의 기대 이상의 이야기였고, 이 여름에 나는 아주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주 대만족이란 소감을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다. 벌써, 누군가에게 이 놈의 소설 <노서아 가비>가 재미있다며 권하였다. 김탁환! 그는 이야기꾼답게 아주 재미있는 소설 하나를 세상에 내놓았다. 손에 쥐는 순간 잠시도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이 내침걸음에 쉼 없이 달리고 말았다.

 

커피와 고종! 처음 소설의 소재를 듣는 순간 역사적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순종의 이를 다 빠지게 만든 커피 독약 사건! 그것은 바로 '김홍륙사건'이었다. 그의 이력을 얼핏 들은 적이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저자 스스로 이야기하듯,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시기가 약간 다르면서, 그의 상상력 속 새롭게 창조된 인물들과 역사적 인물들이 알맞게 어우러져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 중에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바로 주인공 '따냐'이다. 역관(최홍)의 외동딸(최월향)로 태어났으나, 청을 거쳐 러시아를 종횡무진하는 사기꾼 그리고 고종의 바리스타였던 그녀의 이야기는 아주 경쾌하고 긴장감 넘친다. 또한 이반(정 도령, 김종식)에 향한 넘치는 그녀의 사랑, 그리고 배신과 음모 속, 그녀는 온전히 자신의 두 발로 서는 모습이 그 어떤 악랄한 사기꾼과는 달리, 힘차고 역동적이고 개성 넘쳤다.

 

처음, 아버지의 죽음으로 위기에 처한 따냐가 국경을 넘고, 그의 재주를 함껏 발휘하면서 러시아로 흘러들어가, 사기꾼 일당에 합류하면서 벌이는 사기행각은 기상천외한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기존의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이야기 속 역사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소설로 각색된 부분이 많다 하더라도, 조선에서 러시아로 생활의 근거지를 바꾸는 과정은 우리의 역사의 일면일테니, 그 속에서 잊혀진 독립운동가 '최재형'-<한국사傳 5>-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또한 러시아 황제 니꼴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한 조선 사신(민영환)과 따냐와 이반의 사기행각이 절묘하게 엮어지면서 흥미로웠다. 또한 아관파천과 '베베르'의 이야기, 고종의 대한제국 선포 등등 조선의 격동기, 구한말이란 시대상을 그려보며, 이야기에 흠뻑 취했다.

 

기존의 김탁환 소설과는 달리, 첫 시작부터 아주 경쾌하고 쉽게 쭉쭉 읽힌다. 모든 것을 훤히 펼치듯 이야기하면서도, 끊임없이 뒷이야기가 궁금하고 또 궁금해진다. 역시 탁월한 이야기꾼이었다. 더불어,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차례였다. 차례가 참으로 독특하였다. '커피는'으로 시작되는 13가지 커피에 대한 정의는 이야기와 어찌 그리 딱 맞아떨어지던지~ 커피 한 잔에 굴곡진 인생 전부를 담고 있는 듯, 참신한 차례에도 반했다.

 

커피의 중독성만큼이나 강한 김탁환의 이야기, 진한 커피향처럼 유혹하는 책 <노서아 가비>였다. 재미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여전히 아쉬울 것 같은 이야기였다.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그의 소설이 기대되고, 하루 빨리 만날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너무 앞질러가는 것일까? 그래도 또 다른 그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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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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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는 순간,  tv 속 '관타나모 수용소'의 이미지가 살짝살짝 스친다. 철창 속 피폐한 모습의 사람들, 그리고 기자의 부연 설명을 통해 본 tv 속 관타나모 수용소의 모습은 너무도 단편적일 뿐,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담고 있었다. '어떻게? 왜?' 정치적, 역사적 맥락의 이해가 전무했기에 더욱 알 수 없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책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를 통해 많은 의구심을 해결하면서, '관타나모 수용소'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대체 내가 왜 눈에 신경을 써야 하죠? 종일 보는 거라곤 감방 벽뿐인데요. …… 당신의 눈은 하늘도 보고 바다도 보니까요." (262)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지난 2001년 9·11사태 속,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보복의 일환으로 자행된 하나의 결과물이자,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치욕이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일으키고, 우리의 군이 파견될 때만해도,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의 존재 자체를 신기하게 여길 정도로 나는 무지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숨쉬고 있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 어느 한 쪽에서는 숨쉬는 것조차 고통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 가슴 아픈 것이었다. 외면하기엔 너무도 가혹한 이야기가 실재하고 있어, 상세히 알고 싶은 마음에 책을 들었고, 한 여대생의 이야기를 통해, 그 진실과 만날 수 있었다.

 

저자 '마비쉬 룩사나 칸'은 미국 파쉬툰(아프가니스탄의 최대종족)계 이민자 2세로,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를 위한 통역봉사를 하면서 알게된 아프가니스탄 수감자들의 사연과 관타나모 수용소의 실상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1009번 수감자 '하지 누스랏 칸'(여든 살의 중풍환자)과 아들 '이자툴라 누스랏', 1154번 '알리 샤 무소비'(소아과 의사), 902번 '타즈 모하메드'(27살의 염소치기 청년), 카시오 시계를 차고 다녔다는 이유로 체포된 과학 교사 '압둘 마틴', 345번 알 자지라 방송 기사 '사미 알 하즈', 단식 투쟁을 했던 '알 하즈', 가혹행위를 증언하는 '주마 알 도사리' 등등 무고한 수감자들의 이야기는 아주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 곳에서 자행되는 불법행위, 상상할 수 없는 가혹행위들을 듣는 것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법과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힌 대부분의 수용자들은 결백을 입증할 공정한 기회조차 없이, 고문당하고 억류당한 채, 수년을 견뎌야했다. 혹독한 시련을 이겨낸 수감자 모두는 또한 그 자체로 희망이었다.

 

" 우리는 매우 운이 없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울해하는 건 불운을 더할 뿐입니다. 우리를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이 있어요. 불행하다는 생각과 우울한 기분으로 나를 망치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알라께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면서, 서로가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어요." (68)

 

아프가니스탄의 실상(기형아들의 출생과 이상한 질병들)과 역사를 알면 알수록 우리와 미국의 관계를 재조명하게 된다. 또한 공포과 압박 때문에 인권의 박탈이 정당화되었던 역사는 지구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란 허울 뿐인 명분 아래 자행되었던 우리의 현대사의 오점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도 하였다. 또한 전쟁의 실상이 무엇인지, 절대적 인권의 소중함을 절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 이상 이러한 만행이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길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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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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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루시를 보면서 고등 영장류였던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고, 틱타알릭을 보면서 물고기였던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50)



 

<내 안의 물고기>란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또한 발이 있는 물고기 '틱타알릭(Tiktaalik)'의 발견은 무슨 공상과학소설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물에서 뭍으로 생명의 대전이가 일어나는 과정 속, 어류와 양서류(초기 육상동물)의 진화적 숨은 그림을 찾게한 동물화석 '틱타알린'이 2004년에 발견되었다는 것과 함께 '닐 슈빈'이란 과학자의 '인체 역사 추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내 안의 물고기>은 아주 흥미진진하다. 그 어떤 진화에 대한 설명보다 다채롭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첫 페이지를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 이거 진화론을 담은 과학서 맞나 싶은 생각에 갸우뚱거렸다. 책 속에는 닐 슈빌이 '화석 사냥꾼'이 되어, '틱타알릭(Tiktaalik)'의 발견 과정을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계획, 추론을 갖고 캐나다의 엘스미어 섬의 데본기 화석 탐사를 하게 되었는지, 그 이전에 어떤 놀라운 화석들을 발견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렵지 않고, 무슨 모험기, 탐험기를 읽는 것처럼 쉽고, 재미있었다. 진화적 측면을 다루면서도, 지질학적 접근, 암석의 특성들과 함께 화석 예상지를 유추하는 과정 속, '고생물학'의 세계로 길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틱타알릭(Tiktaalik)'은 북극의 원주민 이누이트 말로 '커다란 민물고기'란 뜻이다. 이 화석의 발견이 획기적인 것은 비늘과 지느러미를 갖으면서도 초기 육상(사지)동물처럼 납작한 머리와 팔다리와 같은 위팔 아래팔(손목에 해당하는 뼈와 관절도 있음)이 있고, 머리와 어깨 사이에 목이 존재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진화적으로 하나의 연결고리(물과 뭍의 경계에 놓인, 어류와 육상동물의 둥간 단계에 해당하는 화석)를 이어주는 중요한 화석으로 과학계를 놀라게 하였다.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에게 인체는 타임캡슐이나 마찬가지이다. 캡슐을 열면, 지구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 고대 바다와 개울과 숲에서 벌어졌던 먼 옛날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고대의 대기에서 벌어졌던 변화가, 세포들을 협동시켜 몸을 만들어내는 분자들에 반영되어 있다. ...... 역사는 현재의 삶과 미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이다." (280)

 

이 책 <내 안의 물고기>는 '틱타알릭(Tiktaalik)'의 발견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즉 인간의 유전학적, 발생학적, 진화적 역사의 코드를 하나하나 추적해 나간다는 것이다. 물과 뭍의 경계에 놓인 화석의 발견은 우리 인간의 역사 그 근원의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하나의 단서가 되었다. 고생물학자이면서도 해부학 교수인 '닐 슈빈'은 그 단서를 기초로, 인체의 신비을 파헤치고 있다. 제목 '내 안의 물고기'의 의미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물'에서 출발하였다. 그 진화적 연결 고리가 인간과 다른 많은 동물들, 특히 물고기의 관계를 통해, 쉽고 재밌고 설명하고 있다. 해부학, 발생학, 분자생물학, 고생물학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내 안의 물고기의 흔적은 찾는 과정이 흥미롭다. 지구과학의 측면에서 산소 농도의 증가와 함께 지구 상에 다양한 '몸'이 등장하게 되는 과정, 후각, 시각, 청각에 대한 진화적 측면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각각의 다른 생물군에서 공통된 해부학적 측면과 함께, 여러 돌연변이 유전자(아이리스, 팍스 6 유전자)의 실험 결과를 통해, 이해를 쉽게 해주었다.

 

인간의 근원을 파헤치면서, 유전과 진화를 '보조'라는 광대 캐릭터로 설명하면서, 이해를 도우면서도 하나의 질문을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근원을 어디까지 설정하는가에 대한 한계에 대한 이야기는 뒤통수를 한 대 때리는 듯한 충격과 같았다. 진화의 역사 속, 우리 몸이 갖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설명하는 것 또한 굉장히 흥미로웠다. '물고기가 업그레이드된 진화의 흔적이 곧 인간'이란 흥미로운 명제 앞에, 쉽고 재밌는 인체 탐험의 시간이었다.

 

"완벽하게 설계된 세상이라면, 즉 진화의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면 우리가 치질에서 암까지 온갖 질병들 때문에 고통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282) 

 

다시 말하지만, <내 안의 물고기>는 인체에 내재된 진화의 흔적과 신비를 '물고기'라는 단서로 풀고 있다. '닐 슈빈' 과학자 자신의 탐험담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어, 과학 이론이 아닌, 과학 에세이를 읽는 경쾌하고 명쾌한 느낌도 들었다. 또한 지난 생물학의 많은 분과들 속 과학사적 업적을 소개하면서, 진화의 과정을 흥미롭게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는 참 착한 책이다. 더불어, 책을 읽는 내내, 생명의 소중함을 절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많은 신비를 담고 있는 우리의 몸과 다양한 생물들간 진화적 사슬을 하나하나 엮으면서, 진화의 비밀의 문을 활짝 열어 둔 책 <내 안의 물고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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