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을 읽는 순간,  tv 속 '관타나모 수용소'의 이미지가 살짝살짝 스친다. 철창 속 피폐한 모습의 사람들, 그리고 기자의 부연 설명을 통해 본 tv 속 관타나모 수용소의 모습은 너무도 단편적일 뿐,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담고 있었다. '어떻게? 왜?' 정치적, 역사적 맥락의 이해가 전무했기에 더욱 알 수 없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책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를 통해 많은 의구심을 해결하면서, '관타나모 수용소'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대체 내가 왜 눈에 신경을 써야 하죠? 종일 보는 거라곤 감방 벽뿐인데요. …… 당신의 눈은 하늘도 보고 바다도 보니까요." (262)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지난 2001년 9·11사태 속,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보복의 일환으로 자행된 하나의 결과물이자,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치욕이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일으키고, 우리의 군이 파견될 때만해도,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의 존재 자체를 신기하게 여길 정도로 나는 무지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숨쉬고 있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 어느 한 쪽에서는 숨쉬는 것조차 고통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 가슴 아픈 것이었다. 외면하기엔 너무도 가혹한 이야기가 실재하고 있어, 상세히 알고 싶은 마음에 책을 들었고, 한 여대생의 이야기를 통해, 그 진실과 만날 수 있었다.

 

저자 '마비쉬 룩사나 칸'은 미국 파쉬툰(아프가니스탄의 최대종족)계 이민자 2세로,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를 위한 통역봉사를 하면서 알게된 아프가니스탄 수감자들의 사연과 관타나모 수용소의 실상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1009번 수감자 '하지 누스랏 칸'(여든 살의 중풍환자)과 아들 '이자툴라 누스랏', 1154번 '알리 샤 무소비'(소아과 의사), 902번 '타즈 모하메드'(27살의 염소치기 청년), 카시오 시계를 차고 다녔다는 이유로 체포된 과학 교사 '압둘 마틴', 345번 알 자지라 방송 기사 '사미 알 하즈', 단식 투쟁을 했던 '알 하즈', 가혹행위를 증언하는 '주마 알 도사리' 등등 무고한 수감자들의 이야기는 아주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 곳에서 자행되는 불법행위, 상상할 수 없는 가혹행위들을 듣는 것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법과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힌 대부분의 수용자들은 결백을 입증할 공정한 기회조차 없이, 고문당하고 억류당한 채, 수년을 견뎌야했다. 혹독한 시련을 이겨낸 수감자 모두는 또한 그 자체로 희망이었다.

 

" 우리는 매우 운이 없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울해하는 건 불운을 더할 뿐입니다. 우리를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이 있어요. 불행하다는 생각과 우울한 기분으로 나를 망치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알라께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면서, 서로가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어요." (68)

 

아프가니스탄의 실상(기형아들의 출생과 이상한 질병들)과 역사를 알면 알수록 우리와 미국의 관계를 재조명하게 된다. 또한 공포과 압박 때문에 인권의 박탈이 정당화되었던 역사는 지구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란 허울 뿐인 명분 아래 자행되었던 우리의 현대사의 오점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도 하였다. 또한 전쟁의 실상이 무엇인지, 절대적 인권의 소중함을 절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 이상 이러한 만행이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길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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