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닐 슈빈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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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루시를 보면서 고등 영장류였던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고, 틱타알릭을 보면서 물고기였던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50)



 

<내 안의 물고기>란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또한 발이 있는 물고기 '틱타알릭(Tiktaalik)'의 발견은 무슨 공상과학소설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물에서 뭍으로 생명의 대전이가 일어나는 과정 속, 어류와 양서류(초기 육상동물)의 진화적 숨은 그림을 찾게한 동물화석 '틱타알린'이 2004년에 발견되었다는 것과 함께 '닐 슈빈'이란 과학자의 '인체 역사 추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내 안의 물고기>은 아주 흥미진진하다. 그 어떤 진화에 대한 설명보다 다채롭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첫 페이지를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 이거 진화론을 담은 과학서 맞나 싶은 생각에 갸우뚱거렸다. 책 속에는 닐 슈빌이 '화석 사냥꾼'이 되어, '틱타알릭(Tiktaalik)'의 발견 과정을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계획, 추론을 갖고 캐나다의 엘스미어 섬의 데본기 화석 탐사를 하게 되었는지, 그 이전에 어떤 놀라운 화석들을 발견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렵지 않고, 무슨 모험기, 탐험기를 읽는 것처럼 쉽고, 재미있었다. 진화적 측면을 다루면서도, 지질학적 접근, 암석의 특성들과 함께 화석 예상지를 유추하는 과정 속, '고생물학'의 세계로 길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틱타알릭(Tiktaalik)'은 북극의 원주민 이누이트 말로 '커다란 민물고기'란 뜻이다. 이 화석의 발견이 획기적인 것은 비늘과 지느러미를 갖으면서도 초기 육상(사지)동물처럼 납작한 머리와 팔다리와 같은 위팔 아래팔(손목에 해당하는 뼈와 관절도 있음)이 있고, 머리와 어깨 사이에 목이 존재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진화적으로 하나의 연결고리(물과 뭍의 경계에 놓인, 어류와 육상동물의 둥간 단계에 해당하는 화석)를 이어주는 중요한 화석으로 과학계를 놀라게 하였다.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에게 인체는 타임캡슐이나 마찬가지이다. 캡슐을 열면, 지구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 고대 바다와 개울과 숲에서 벌어졌던 먼 옛날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고대의 대기에서 벌어졌던 변화가, 세포들을 협동시켜 몸을 만들어내는 분자들에 반영되어 있다. ...... 역사는 현재의 삶과 미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이다." (280)

 

이 책 <내 안의 물고기>는 '틱타알릭(Tiktaalik)'의 발견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즉 인간의 유전학적, 발생학적, 진화적 역사의 코드를 하나하나 추적해 나간다는 것이다. 물과 뭍의 경계에 놓인 화석의 발견은 우리 인간의 역사 그 근원의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하나의 단서가 되었다. 고생물학자이면서도 해부학 교수인 '닐 슈빈'은 그 단서를 기초로, 인체의 신비을 파헤치고 있다. 제목 '내 안의 물고기'의 의미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물'에서 출발하였다. 그 진화적 연결 고리가 인간과 다른 많은 동물들, 특히 물고기의 관계를 통해, 쉽고 재밌고 설명하고 있다. 해부학, 발생학, 분자생물학, 고생물학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내 안의 물고기의 흔적은 찾는 과정이 흥미롭다. 지구과학의 측면에서 산소 농도의 증가와 함께 지구 상에 다양한 '몸'이 등장하게 되는 과정, 후각, 시각, 청각에 대한 진화적 측면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각각의 다른 생물군에서 공통된 해부학적 측면과 함께, 여러 돌연변이 유전자(아이리스, 팍스 6 유전자)의 실험 결과를 통해, 이해를 쉽게 해주었다.

 

인간의 근원을 파헤치면서, 유전과 진화를 '보조'라는 광대 캐릭터로 설명하면서, 이해를 도우면서도 하나의 질문을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근원을 어디까지 설정하는가에 대한 한계에 대한 이야기는 뒤통수를 한 대 때리는 듯한 충격과 같았다. 진화의 역사 속, 우리 몸이 갖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설명하는 것 또한 굉장히 흥미로웠다. '물고기가 업그레이드된 진화의 흔적이 곧 인간'이란 흥미로운 명제 앞에, 쉽고 재밌는 인체 탐험의 시간이었다.

 

"완벽하게 설계된 세상이라면, 즉 진화의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면 우리가 치질에서 암까지 온갖 질병들 때문에 고통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282) 

 

다시 말하지만, <내 안의 물고기>는 인체에 내재된 진화의 흔적과 신비를 '물고기'라는 단서로 풀고 있다. '닐 슈빈' 과학자 자신의 탐험담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어, 과학 이론이 아닌, 과학 에세이를 읽는 경쾌하고 명쾌한 느낌도 들었다. 또한 지난 생물학의 많은 분과들 속 과학사적 업적을 소개하면서, 진화의 과정을 흥미롭게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는 참 착한 책이다. 더불어, 책을 읽는 내내, 생명의 소중함을 절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많은 신비를 담고 있는 우리의 몸과 다양한 생물들간 진화적 사슬을 하나하나 엮으면서, 진화의 비밀의 문을 활짝 열어 둔 책 <내 안의 물고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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