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소시지 - 27일 간의 달콤한 거짓말 풀빛 청소년 문학 6
우베 팀 지음, 김지선 옮김 / 풀빛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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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랜 만에 독일소설을 접한다는 생각, 여러 수상 경력 그리고 '청소년문학'이란 말에 가볍게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집었다. '소시지'하면 독일 아닌가? 그런데 '카레'소시지?  그리고 ' 달콤한 거짓말'이 하나로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카레의 매콤 쌉쌀함처럼 머리가 확 트이면서, 뭔가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청소년문학'이라 한정하는 것이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 책, 그만큼 누구나 읽어 볼 만한 책 <카레소시지>였다.

 

처음에는 이야기 전개가 만만하지는 않다. 이야기 형식면에서 기존의 틀을 크게 벗어나있었다. 자꾸만 끼어드는 무엇인가-세 사람의 주인공의 서술는 '내'가 되었다가 '그'가 되고, 불쑥 주인공의 회상 장면에 현재의 내가 끼어들어, 그 간격이 모호했다.-가 있어, 흐름을 놓칠까 노심초사한 점에서 소설의 처음은 낯선 형식면에서 집중의 어려움이 있었다. 옮긴이는 이 또한 소설적 장치였다는 설명을 곁들여주고 있지만, '거짓말'과 '카레소시지'가 하나로 연결하고자 하는 성급한 마음에, 많은 부분을 놓치기도 하였다. 이 점은 독자로서 이 책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청소년문학'이니깐.

 

허름한 길거리 식당의 '카레소시지'를 즐기던 '나'는 '카레소시지'를 발명한 사람이 그가 자주 찾았던 노점의 주인 '브뤼커'아주머니라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밝히고자 '브뤼커'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어느 양로원에서 그녀는 만나 '카레소시지'의 발명 일화를 듣게 되는데, 그것은 그녀의 짧았던 27일간의 사랑 이야기였다. 우연하게 만났던 스물네살의 해군상사 '브레머'와 마흔세살의 '브뤼커'의 사랑, 그리고 시작된 '브뤼커'의 거짓말, 1945년 즈음의 독일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다세대주택의 꼭대기 브뤼커의 집에 숨어 살게된 탈영병인 '브레머'는 무의미한 전쟁이 싫어 탈영은 강행했지만, 전쟁 중, 탈영병은 총살형이기에 숨어지낼 수 밖에 없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브뤼커 이외에는 소통의 여지가 없다. 종전이 되고, 항복을 선언한 상황 속에서도 그 소식을 알 수가 없다. 브뤼커의 거짓말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창 밖 풍경의 변화를 느끼게 되고, 아우성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미각의 상실뿐.

 

'브레머'를 사랑하게 된 '브뤼커'는 강한 여성이었다. 그 주류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의지도 있었고, 종전후 폐허 속에서 호색한인 남편을 내쫓고, 혼자 힘으로 남매를 뒷바라지하는 강한 어머니이기도 하였지만, 그는 한 사내를 열렬히 사랑했던 비련(?)의 여인이기도 하였다. 27일간의 짧은  그러나 그 삶에 단 하나였던 불꽃같은 사랑, 그 사랑을 조금만 더 연장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된 그녀의 거짓말은 불안불안한 마음과 함께, 그녀의 가상하고 헌신적인 노력 앞에 쉽게 동요되고 만다. 그리고 '유태인'에 대한 만행을 접하고, 격화된 감정에 진실을 말하는데, 하지만 사랑이 떠난 뒤, 종전 후 그녀의 생동감 넘치는 삶의 이야기가 박진감있게 전개된다.

 

전쟁 속, 1945년 무렵의 독일의 모습을 보면서, 그 당시 우리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생각해본다. 아니, 그 전 식민지 상황도 떠올리게 된다. '브뤼커'주변은 다양한 사람들, 권력에 아첨하고, 앞장이가 되었던 이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을 꿈꿨던 독립투사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견뎌야했던 뭇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또한 혼란과 폐허 속에서 강인하고 생동감 넘치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독립과 6·25를 겪으면서, 허리끈 질끈 동여메고 동분서주 삶의 현장을 누볐던 우리들의 어머니, 할머니를 만나게 될 것이다.

 

40년 후, '카레소시지'의 발명 일화를 찾아 나섰던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후의 이야기를 만나게된다. 단지 '카레소시지'가 궁금했을 뿐이었던 '나' 그리고 그 속에 놀라운 삶의 이야기, 역사의 생생한 체험,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도 꽃을 피웠던 사랑, 폐허 속에서도 '식탁'위 꽃을 놓는 독일인의 모습을 보면서, 그건 비단 독일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만나면서 절로 흥미진진해진다. 천천히 고조되며 절정에 이르는 순간, 그 충격과 명쾌함은 이루말할 수 없다. 고생스러웠던 산행 후, 탁 트인 시야 속 예기치 못한 풍경과 마주하게 되는 그 시원함과 흐뭇함 그 이상이었다. 입 안, 매콤한 카레맛이 입맛을 절로 돋우며, 꼴깍꼴깍 침이 절로 넘친다. 그 '브뤼커'할머니의 카레소시지가 참으로 먹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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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사회 : 사자, 개미, 마모셋원숭이 과학과 사회 6
기 테롤라즈 외 지음, 이수지 옮김 / 알마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알마'의 과학과 사회 시리즈 5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이미 만난 적이 있었다. 조금은 색다른 경험을 통해 신선하면서 좋은 기억(내용 자체는 만만하지 않았지만, )이 남아 있었고, 또다른 여러 시리즈의 책이 궁금하였다. 그리고 <동물들의 사회>라는 또다른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회와 동물 기존의 지식으로는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자와 개미, 그리고 마모셋원숭이가 흥미를 끌었다. 특히, 표지의 사납게 생긱 작은 몸체의 마모셋원숭이는 생소하여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하지 않던가! 그리고 이 때의 '사회'는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로, 행동생태학적으로도 '군집생활'은 동물의 세계에서 하나의 기현상이라 한다. 그런데 동물이 '사회'를?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작은 오해이기도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동물들의 사회>란 이 책은 동물들의 사회를 면밀히 관찰하고, 행동양식과 생태 환경을 통해 '사회성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총 3개의 장으로 각자 다른 저자(프랑크 세지이/ 뤽 알랭 지랄도/ 기 테롤라즈)는 '군집, 집단'에 대한 다른 접근을 하면서 이를 종합하고 있다. 한 마디로, '동물들의 사회성'이란 것은 '집단' 차원이 아닌 '개체'중심으로 파악하면서, 동물들의 사회적 행동을 '자기조직화''자연선택'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동물이 무리를 짓는다는 것은 크게 두가지(익명집단과 사회)로 분류할 수 있다. 행동생태학의 방법론을 택해 분석하면서 군집 생활의 이점을 크게 두 가지-'보호하기'와 '자원찾기'-로 설명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먹이자원'에 초점을 맞추고, 게임이론을 동물 행동 연구에 적용하여 '진화 게임'을 설명한다. '생산자-좀도둑 게임'이론은 더없이 흥미로웠다. tv를 통해 보았던 장면들-수사자가 잡은 먹이를 하이에나 무리가 접근하여 빼앗는 장면이었다. 하이에나의 수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숫적 우세를 앞세워 사자의 먹이를 빼앗고, 사자는 눈치보다 포기하는 장면이었다.-들이 겹쳐지면서, 훨씬 흥미진진한 동물의 생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흡협박쥐'들의 협동 생활-이것도 tv를 통해 본적이 있는데, 피를 먹지 못할 경우에는 서로 나눠 먹는데, 이를 이타주의가 동물에게도 진화할 수 있다고 추측한다-은 언제나 신기한 이야기인 것 같다. 군집 생활을 진화적 측면(자연 선택)에서 해석하고, 이에 또다시 경제학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 1장의 이야기였다.

 

동물들의 '짝짓기 체계'를 하나의 '군집'생활, '사회성'으로 파악하는 것이 2장의 전체적인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짝짓기 체계'는 조금더 광범위하게 적용(생식, 번식, 양육(?)의 일련의 과정 모두를 내표한다)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암컷과 수컷의 관계를 일부일처, 일부다처, 일처다부(동시적 일처다부와 협동적 일처다부로 세분화), 다처다부와 난교로 분류하면서 이론이 전개된다. 또한 이런 분류 속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암컷과 수컷의 결합을 이야기한다. 번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동물의 세계에서 암컷과 수컷의 역할관계는 그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고, 그것은 고정불변은 아니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다양한 동물들의 사례를 통해 쉽게 접근하는데, 사자의 이야기-일부다처의 사자 세계가 수사자들이 영아 살해 행동(특히, 수컷)을 조장한다는 것과, 이를 최대한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 암컷들의 집단 형성이라는 것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자연선택의 결과-가 특히 흥미로웠다. 또한 (협동적) 일처다부의 예로 '마모셋원숭이'의 이야기-쌍둥이 탄생의 비율이 높은 마모셋원숭이에게 일처다부는 필연적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것-도 인상적이었다.

 

곤충들의 집단 생활, 특히 '개미'를 통해 본 동물들의 '단체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3장의 이야기다. 곤충의 생태는 지금껏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지만, '자기조직화'란 이론을 통해 곤충들의 집단 생활을 분석하는 것이 생소한 이야기이면서 더욱 흥미로웠다. 동물들의 자극과 반응의 개체들간의 행동이 축적되고, 이는 집단 전체를 움직이며서, 사회를 조직한다는 이야기였다. 집단의 행동을 결정하는데 있어, '자기조직화'된 정보는 일종의 자연선택의 산물로 보고, '자기조직화 과정'의 다양한 정보를 상호작용하고 집단의 선택, 결정이 이루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내용임을 부인하지 않겠다. '동물'들의 이야기가 더욱 실감나고 생생하게 읽히면서,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동물 생태 속에서 '사회성'의 진화 과정을 밝히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다만,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동물의 사회>는 참 착한 책이다. 앞선 이론을 설명하고 다시 '맺음말'을 통해 정리하고, 3가지의 접근을 통해 동물의 '사회성'을 이야기하면서, '총체적 결론'으로 마무리하고 있어, 3번의 반복학습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다소 적은 분량이란 점이 이 책이 착한 또다른 이유다. 적은 분량으로 어려울 수 있는 과학지식을 조금은 여유있고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게 돕는다. <동물의 사회- 사자, 개미, 마모셋원숭이>는 가볍게 들리면서, 심오한 동물의 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하였다. 그리고 점점더, '알마'의 '과학과사회 시리즈'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진다. 다음엔 어떤 책을 또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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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치의 꽃 정쟁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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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참으로 인상적인 책이다. 하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이란 제목이었다. '정쟁'이라 하면, 가장 먼저 소모적일 뿐, 그지없이 무용지물처럼 느껴지는 '당쟁'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런데 '조선 정치의 꽃'이라면, 기존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지니고, 머리를 맑게 속시원하게 역사적 지평을 넓혀주리란 기대감에서 선뜻 책을 집었다. 책은 욱중하였다. 230여년 간의 조선 시대의 정치 흐름을 관통하고 있을 정도니, 한 권의 방대함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정말 조선 후기 정치를 정말 한 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먼저 '선조'시대를 시작으로 '순조'까지 조선 후기 230여년 간의 조선의 정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화, 환란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조선 후기 역사가 하나의 흐름을 타고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많은 정치적 소용돌이 속, '과연 무엇이 조선 정치의 꽃인가'를 염두하다보니, 정치의 속성 그 잔인무도함과 마주해야 했다. 과연 정치의 속성 그 본질이 무엇인지 확언할 만큼의 지식이 없어 속단할 수 없지만, '정치'라는 틀 속에서 인간의 야비한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의 벗이 내일의 적이 되는 상황, 피 비린내 물씬 풍기는 끈적끈적한 역사를 뒤돌아보는 것은 마음이 꽤나 불편한 일이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역사를 만나기도 하면서, 생생한 역사 현장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존의 생각했던 '역사서'의 개념이 아리송한 책,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이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고, 역사소설을 읽는 것처럼, 신나게 이 여름 질주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역사적 사건들이 인물들간의 대화로 전개되고, 특정인물들의 성향과 말로에 대한 짤막한 서술이 겉들어지면서, 물 흐르듯 그렇게 술술 전개되었다. 인물들간의 '대화'가 사전예고 없이, 형식의 구애없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소설을 읽는 것인지 자꾸만 의문이 들었다.

 

조선의 정치를 흔히들 '당쟁'이라 업시여기는 생각을 두고, '식민사관'의 폐해라 비판하고, 그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던 책이 바로,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 편의 역사소설을 읽는 생생한 느낌만이 강하게 남았다. 그리고 인물과 인물 사이, 즉 왕과 신하 사이의 갈등, 신하들간의 갈등을 '토론의 장'을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다소 허물어졌다. 조선 정치의 꽃인 '정쟁'을 만나, 참다운 정치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한없이 무력했던 왕을 만나고, 주류에 편승하며 고개 숙인 사람들만이 강하게 남았다. 그리고 씁쓸함이 온몸을 감싼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정쟁' 그 토론의 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 결코 쉽지많은 않았다.

 

조선 후기의 정치, 그리고 그 생생한 역사 속에 풍덩 빠질 수 잇는 책이었다. 이 여름 지루하지 않은 역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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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의 행복 - 두려움과 걱정을 물리치고 사랑의 마음을 기르는 행복한 명상
틱낫한 지음, 진현종 옮김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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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 '틱낫한' <화>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책을 읽고, '마음엔 평화, 얼굴엔 미소'라는 말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스렸던 적이 있다. 언제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주문처럼 되뇌었던 '적'이 있다(어느 순간 잊어버렸다. 그리곤 <틱낫한의 행복>을 통해 다시 마음에 새겼다.). 정말 마법처럼 마음을 평온해지고,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퍼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삶의 지혜를 주신 분의 책이니 어찌 지나치랴~, 그것도 '행복'이란 살짝 낯간질러운 책 제목으로 나를 유혹하는데 말이다.

 

사진과 글, 그림으로 절로 행복해지는 책이 바로 <틱낫한의 행복>이었다. 어떤 그럴 듯한 이야기 자체는 없다. 잠언집처럼 마음의 평온을 찾게 해주는 짧은 글귀와 그림, 그리고 자연을 담은 그림으로 눈, 귀, 코, 입, 피부 모든 오감이 즐거운 책이었다. 일단 '화'를 다스리는 것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였다. 애써 외면하지 말고 '화'를 알아차리고, 보살피라 이야기하면서 더 나아가 다른 이의 마음에도 기울리라 이야기한다.

 

다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화를 그저 보듬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 아기는 당장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69)

 

두려움, 불안, 화 등으로 행복하지 않다 느끼는 순간에도, 내게 주어진 소소한 일상적인 것에서 감사를 느낀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이지 않느냐며, 속삭인다. 삶의 순간순간에 만족하며, '사랑'을 통해 행복해지라 이야기해주었다. 또한 '참된 사랑'의 모습을 통해, 더불어 행복해지는 지혜를 들려주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때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203)



 

3부와 4부는 조금은 남다른 기획이다. 옮긴이가 직접 '틱낫한 스님'의 수행 요령을 일러주면서, '플럼 빌리지'에서의 생활을 들려주었다. 앞선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고,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행복한 수행 이야기 편은 옮긴이의 솔직하면서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처음, 책에서 만난 '전념'이란 단어가 아리송하니, 그 의미가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순간 순간의 충실함을 통해, 모든 불안, 고통을 벗어던지라는 깨달음이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마음의 씨앗'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내 마음은 어떤 씨앗을 품고 있을지, 나는 어떤 꽃을 피우길 원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화려하진 않아도, 수수하니, 예쁜 꽃이면 좋겠는데, 솔직히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니, 결코 그렇지가 못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사진으로 눈요기하고, 귀퉁이 작은 수채화 그림을 보며 미소짓다 보니, 좋은 향기가 내 주변을 감싸듯이 절로 쾌청하니, 훈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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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소리 - 하루밤에 읽어내는 불교 입문서
황명찬 지음, 최석운 그림 / 지혜의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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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어내는 불교 입문서'라는 책소개를 보면서, 그림과 함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교이야기려니 생각하였다. 하지만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이 너무도 큰 실수였다. 물론 하룻밤이면 충분히 읽고도 남을 분량이지만, 어찌 책을 분량으로만 따질까? 심오하면서도 달콤한 깨침이 있는 책으로 그 깊이와 고즈넉한 울림에 자꾸만 느림보가 되도록 한다. 때론 '무슨 소리지' 제대로 읽었다 할 수 없어 다시 읽고, 너무도 명쾌한 풀이에는 절로 다시 되새김질하게 하며, 참으로 천천히 하루하루 몇번을 읽고 읽히는 책, 그래도 여전히 서운한 책 <소리없는 소리>였다.

 

불교입문서라면서 '선악과'이야기를 꺼내다니, 참으로 아리송한 책인데, 명쾌하였다. '선'과 '악'을 분별하게 된 계기가 '선악과'을 따 먹은 후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낙원'인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 '고해'의 세계에 살게 되었다며 타종교를 아우르듯 첫머리를 시작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좋다와 싫다, 기다와 아니다, 옳다와 그르다의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온갖 고초가 시작된다는 것, 그러하므로 그런 분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 요지였다.

그런 분별이란 우리의 인식이 교육되고 습관화된 것에 불과함을 강조하면서 모든 사물의 본질을 깨닫는 것의 장애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까마귀'를 '까마귀'로 보지 못하고 '흉한 새'로 인식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을 두고두고 이야기한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음의 씨앗'이야기였다. 그 씨앗이 언제가 싹을 틔우게 될 때, 그것은 우리의 마음에 달린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나는 내 마음에 어떤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무념무상'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은 '무슨 이야기를 하나' 귀기울이게 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멍때리고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에 그림이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차분히 마음이 가라앉으며 여유를 찾다보니, 절로 글과 그림이 하나가 되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하나됨을 느낀다. 무심한 밤, 달빛에 취한 나를 보기도 하고 상념에 잠겨 막대기 집고 땅을 헤치는 듯한 모습에서 무심함을 느끼게 된다. 참으로 알 수 없지만, 은근히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는 그림과 함께여서 더욱 흥미로웠다.

 

"우리는 추워서 죽겠고 더워서 못살겠다고 한다. 저 놈은 미워서 죽겠고 이 사람은 예뻐서 죽겠다. 춥다고 안달한다고 춥지 않고 덥다고 짜증낸다고 덥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경계에 끄달리고 분별과 집착의 늪에 빠져 항상 괴로워한다. 바람이 쉬면 파도가 잦아 고요하고 맑은 바다가 드러나듯 모든 분별 망상의 파도를 쉬면 어여한 마음을 갖게 된다." (189)

 

 '불교'의 가르침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차곡차곡 마음에 무엇인가가 쌓여가는 것이 책을 읽는 내내, 평온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책장을 덮은 후에는 작은 울림이 귓가 언저리에 맴돌기도 한다. '소리없는 소리'라는 제목의 의미가 살포지 자리하며, '우리가 사는 곳이 고해인가?' 라는 의문으로 시작되는 책, <소리없는 소리>는 결코 우리의 삶이 '고해'만은 아니라는 가르침을 일깨워주었다. 편협함과 자기 오만에 빠져,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마음을 활짝 열고,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느끼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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