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소리 - 하루밤에 읽어내는 불교 입문서
황명찬 지음, 최석운 그림 / 지혜의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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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어내는 불교 입문서'라는 책소개를 보면서, 그림과 함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교이야기려니 생각하였다. 하지만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이 너무도 큰 실수였다. 물론 하룻밤이면 충분히 읽고도 남을 분량이지만, 어찌 책을 분량으로만 따질까? 심오하면서도 달콤한 깨침이 있는 책으로 그 깊이와 고즈넉한 울림에 자꾸만 느림보가 되도록 한다. 때론 '무슨 소리지' 제대로 읽었다 할 수 없어 다시 읽고, 너무도 명쾌한 풀이에는 절로 다시 되새김질하게 하며, 참으로 천천히 하루하루 몇번을 읽고 읽히는 책, 그래도 여전히 서운한 책 <소리없는 소리>였다.

 

불교입문서라면서 '선악과'이야기를 꺼내다니, 참으로 아리송한 책인데, 명쾌하였다. '선'과 '악'을 분별하게 된 계기가 '선악과'을 따 먹은 후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낙원'인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 '고해'의 세계에 살게 되었다며 타종교를 아우르듯 첫머리를 시작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좋다와 싫다, 기다와 아니다, 옳다와 그르다의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온갖 고초가 시작된다는 것, 그러하므로 그런 분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 요지였다.

그런 분별이란 우리의 인식이 교육되고 습관화된 것에 불과함을 강조하면서 모든 사물의 본질을 깨닫는 것의 장애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까마귀'를 '까마귀'로 보지 못하고 '흉한 새'로 인식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을 두고두고 이야기한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음의 씨앗'이야기였다. 그 씨앗이 언제가 싹을 틔우게 될 때, 그것은 우리의 마음에 달린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나는 내 마음에 어떤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무념무상'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은 '무슨 이야기를 하나' 귀기울이게 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멍때리고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에 그림이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차분히 마음이 가라앉으며 여유를 찾다보니, 절로 글과 그림이 하나가 되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하나됨을 느낀다. 무심한 밤, 달빛에 취한 나를 보기도 하고 상념에 잠겨 막대기 집고 땅을 헤치는 듯한 모습에서 무심함을 느끼게 된다. 참으로 알 수 없지만, 은근히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는 그림과 함께여서 더욱 흥미로웠다.

 

"우리는 추워서 죽겠고 더워서 못살겠다고 한다. 저 놈은 미워서 죽겠고 이 사람은 예뻐서 죽겠다. 춥다고 안달한다고 춥지 않고 덥다고 짜증낸다고 덥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경계에 끄달리고 분별과 집착의 늪에 빠져 항상 괴로워한다. 바람이 쉬면 파도가 잦아 고요하고 맑은 바다가 드러나듯 모든 분별 망상의 파도를 쉬면 어여한 마음을 갖게 된다." (189)

 

 '불교'의 가르침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차곡차곡 마음에 무엇인가가 쌓여가는 것이 책을 읽는 내내, 평온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책장을 덮은 후에는 작은 울림이 귓가 언저리에 맴돌기도 한다. '소리없는 소리'라는 제목의 의미가 살포지 자리하며, '우리가 사는 곳이 고해인가?' 라는 의문으로 시작되는 책, <소리없는 소리>는 결코 우리의 삶이 '고해'만은 아니라는 가르침을 일깨워주었다. 편협함과 자기 오만에 빠져,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마음을 활짝 열고,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느끼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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