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치의 꽃 정쟁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표지가 참으로 인상적인 책이다. 하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이란 제목이었다. '정쟁'이라 하면, 가장 먼저 소모적일 뿐, 그지없이 무용지물처럼 느껴지는 '당쟁'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런데 '조선 정치의 꽃'이라면, 기존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지니고, 머리를 맑게 속시원하게 역사적 지평을 넓혀주리란 기대감에서 선뜻 책을 집었다. 책은 욱중하였다. 230여년 간의 조선 시대의 정치 흐름을 관통하고 있을 정도니, 한 권의 방대함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정말 조선 후기 정치를 정말 한 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먼저 '선조'시대를 시작으로 '순조'까지 조선 후기 230여년 간의 조선의 정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화, 환란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조선 후기 역사가 하나의 흐름을 타고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많은 정치적 소용돌이 속, '과연 무엇이 조선 정치의 꽃인가'를 염두하다보니, 정치의 속성 그 잔인무도함과 마주해야 했다. 과연 정치의 속성 그 본질이 무엇인지 확언할 만큼의 지식이 없어 속단할 수 없지만, '정치'라는 틀 속에서 인간의 야비한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의 벗이 내일의 적이 되는 상황, 피 비린내 물씬 풍기는 끈적끈적한 역사를 뒤돌아보는 것은 마음이 꽤나 불편한 일이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역사를 만나기도 하면서, 생생한 역사 현장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존의 생각했던 '역사서'의 개념이 아리송한 책,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이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고, 역사소설을 읽는 것처럼, 신나게 이 여름 질주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역사적 사건들이 인물들간의 대화로 전개되고, 특정인물들의 성향과 말로에 대한 짤막한 서술이 겉들어지면서, 물 흐르듯 그렇게 술술 전개되었다. 인물들간의 '대화'가 사전예고 없이, 형식의 구애없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소설을 읽는 것인지 자꾸만 의문이 들었다.

 

조선의 정치를 흔히들 '당쟁'이라 업시여기는 생각을 두고, '식민사관'의 폐해라 비판하고, 그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던 책이 바로,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 편의 역사소설을 읽는 생생한 느낌만이 강하게 남았다. 그리고 인물과 인물 사이, 즉 왕과 신하 사이의 갈등, 신하들간의 갈등을 '토론의 장'을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다소 허물어졌다. 조선 정치의 꽃인 '정쟁'을 만나, 참다운 정치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한없이 무력했던 왕을 만나고, 주류에 편승하며 고개 숙인 사람들만이 강하게 남았다. 그리고 씁쓸함이 온몸을 감싼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정쟁' 그 토론의 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 결코 쉽지많은 않았다.

 

조선 후기의 정치, 그리고 그 생생한 역사 속에 풍덩 빠질 수 잇는 책이었다. 이 여름 지루하지 않은 역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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