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에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서울, 북촌에서 -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김유경 지음, 하지권 사진 / 민음인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서울은 무엇인가에 쫓기듯, 그렇게 스치기만 하는 창문 밖 너머의 세상이었다. 그런 서울에 다양한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서울을 담은 다양한 책들을 접하면서, 조금씩 여유있는 서울 나들이를 하고 나서부터다. 서울의 번잡함만큼, 그냥 지하세계를 통해 바삐 다닌 것 말곤 서울은 그다지 여행지로서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다 얼마전, 탁 트인 광화문광장을 보고 난 후(노을빛마저 상큼함으로 다가오며 진한 감동에 잠시 정신이 멍할 정도였다.), 기존 서울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기 시작하였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서울의 다양한 모습, 특히 살아 숨쉬는 고풍스런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할까? 이방인이 된 듯한 이질감에 참으로 낯선 서울이 점점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 차오른다.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순간 사진(스냅사진)마냥 뜨믄뜨믄 연결고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공간과 공간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듯, 이번에 만난 <서울, 북촌에서>도 역시 너무도 다채로운 서울의 모습, 아니 북촌의 모습에 순간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서울, 북촌에서>는 한옥마을로 상징되는 북촌의 모습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금껏 아직 북촌을 가 본 적이 없어 뭐라 섣불리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서울, 북촌에서>는 '북촌하면 한옥'이란 획일화된 등식을 거부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물론 900여채의 한옥마을의 진풍경을 빼놓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진정 20여년의 취재, 5여 년간의 저술이 보여주듯,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면서 변화무쌍한 북촌의 모습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또한 켜켜이 쌓인 북촌의 역사를 낱낱이 해부하며, 그 곳에서 역사와 문화의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어, 자본과 개발에 짓눌린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 씁쓸함마저 느끼며, 있는 그대로의 북촌을 볼 수 있었다. 

 

한옥으로 상징되는 전통이란 것이 솔직히 퇴색된 상태였다. 즉 북촌의 한옥마을이 1930년대 이후 지어진 개량한옥으로서, 지금의 부동산 투기처럼 살짝 부정적으로 생각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또다른 의미-그것은 바로 제 2차 물산 장려 운동(1929~1932)이 시작될 때, 초가집이 아닌 기와집을 지어 구식한옥의 단점을 보완하고 전기와 수도 시설을 갖춤으로 '주택으로 물산 장려를 한 것이다'라는 것이다. -로 해석된 한옥마을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삶의 휴식처로서의 북촌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특히, 세검정 일대의 이야기는 안평(무이정사, 무계정사)과 몽유도원도, 세초연 등의 역사의 흔적을 뒤쫓으며, <몽유도원>이란 책의 배경을 형상화하면서 머릿속은  자유롭게 노니는 추억의 사진을 꺼낸 듯, 흥분에 들뜨기도 하였다.

 

<서울, 북촌에서>를 통해, 한옥 동네의 북촌, 예술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북촌, 근현대사의 숨은 권력의 상징인 북촌을 만날 수 있었다. 기존의 북촌이 사방팔방으로 확대되면서, 다양한 북촌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었다. 더욱 가까워지는 북촌, 서울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한 서울나들이를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또한 서울이 자꾸만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고 있음을 느낀다. 이 강한 끌림, 또다른 북촌 이야기 <북촌탐닉>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달래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오쿠다 히데오'<공중그네>를 통해 만난 후, 그의 매력에 빠져, 올 여름을 유쾌하고 보내고 있다. 지난 <남쪽으로 튀어 1>권을 읽고, 여유 있을 때마다 차근히, '지로'를 따라 유쾌한 이야기 <남쪽으로 튀어 2>에 빠졌다. 무작정 '유쾌'함만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유쾌한 속 많은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지로'의 정곡을 찌르는 명쾌함에 움찔거리게 된다.

 

지로네 가족은 정말 남쪽으로 튀어 보통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벗어났다. 갑자기 이사가 결정되자마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비행기에 올라탄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특별한 가재도구 없이 오키나와로 이사한 가족들은 대단한 환대 속에 마을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정착하게 된다. 드디어 아버지가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허물어져 가는 집이 가족들에 의해 집으로의 모습을 갖추며, 전기도 없는 원시적인 자급자족 형태의 생활을 시작한다. 품앗이 형태로 너와 나의 구벌이 없이, 조건없이 배려하고 돕는 섬사람들의 모습이 '도쿄'의 도시 사람들과 비교되면서, 어리둥절하지만, 그 풋풋함에 매료된다.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아버지와 학교에 가고 싶은 '지로'와 '모모코'는 누나와 선생님의 도움과 아버지의 묵인하에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학교의 자유분방함과 규칙 속에서 한 시간이 넘는 통학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섬 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한다고 할까? 하지만 여러 사건사고들 속에서도 가장 커다란 그늘이 드리우게 된다. 빈집은 어느 리조트 건설 회사의 땅이었던 것, 불법점거로 인하여, 아버지의 이력과 함께 매스컴을 타면서, 아버지만의 투쟁이 시작되면서, 가족의 끈끈한 정과 화해(도쿄에 홀로 남았던 누나 '요코'가 가족들에게 돌아온 것)가 긴장감있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일단, 이 책 <남쪽으로 튀어 2>을 읽는 즐거움은 '지로'의 시선에서 이야기되는 유쾌함과 상황을 꿰뚫는 지로의 명석함이라고 할까?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어른들의 세상은 그렇게 썩 좋지많은 않다. 아이의 순수함을 잃지 않으면서, 나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과정,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유분방한 지도가 하나로 어우러져,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아버지가 꿈꾸는 세상과 현 상황이 대조를 이루면서, 우리들의 현모습에서 씁쓸함이 무더나지만, '지로'를 통해 맑아진다.

역시, 유쾌함을 빼놓으면 '오쿠다 히데오'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유쾌함 속에서 삶을 관통하는 지혜 또한 읽을 수 있어, 웃다가, 정신이 버쩍 드는 책 <남쪽으로 튀어>였다. 다음엔,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선거>를 만날 생각이다. 무척이나 설레고 기대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해 전, 일본소설을 경계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소설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을 조금 아까워하기 시작하였다(그렇다고 매번 읽고 싶은 책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매번 항복하기 일쑤였고, 분명하게 말하지만 <남쪽으로 튀어 1,2>권 내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책이다.). 그런 정점에 있을 때 만난 것이 바로 <남쪽으로 튀어!>였다. 최근에야 '오쿠다 히데오'의 유쾌한 이야기에 빠져 맥을 못추고 있지만, 그 때만해도 표지의 험상궂은 사내의 모습에 반감을 가지며 '흥'하고 눈에 밟히는 이 책을 멀리하였다.

 

최근에 읽은 <공중그네><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를 만났다. 예측불허의 유쾌한 이야기를 기대하며, <남쪽으로 튀어!>를 손에 집었다. 솔직히, 기존에 읽었던 2권의 책과는 사뭇 달랐다. 처음에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되었다. 그러나 '50쪽의 한계선'을 넘자마자 너무도 호기심을 유발하며, 과연 '지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로 가족의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지로와 그의 친구들을 괴롭히는 '가쓰'와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증에 속도감이 절로 붙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지로'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과 학교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작가라지만, 딱히 할 일 없이 빈둥되는 것처럼 보이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온갖 말썽을 몰고 다닌다. 학교에 불쑥 나타나 담임선생님을 괴롭히고, 공무원과는 언제나 말씨름을 하는등 아버지의 일거수가 보통 창피하고 짜증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중학생인 '가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도움을 청할 수가 없다. 어른들 세계에 어린이가 무력한 것처럼 어린이의 세계에 어른은 무력하다며, 스스로 헤쳐나간다. '가쓰'와 대결이 있던 날, 어머니에 대한 과거를 얼핏 듣고, 폭발한 지로는 친구 '구로키'와 가출을 감행하지만, 이내 돌아온다. 그리고 '아키라 아저씨'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되고,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가족의 남쪽행에 동행한다.

 

사회주의 운동을 했던 아버지는 아나키스트로 분파하여 조용한 삶(?)을 살게되지만, 집안 생계를 꾸리는 어머니와 외가족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언능 <남쪽으로 튀어 2>권을 읽어야 많은 궁금증이 풀리겠지만, <남쪽으로 튀어 1>권의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하고 유쾌하였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구나 생각이 절로 들었다. 초등학생의 세계, 그들의 상황 묘사와 심리 묘사가 유쾌하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끈다. 과연 초딩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초등학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인상과 함께, '지로'의 솔직한 불평불만 그리고 자신 앞에 놓인 여러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 모습, 우적우적 날름날름 맛나게 먹는 '지로'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절로 귀여움에 빠진다.

 

유쾌한 지로의 성장소설인 이 책 <남쪽으로 튀어 1>에 이어 2권의 담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남쪽으로 이사한 가족들, 그 곳에서의 생활이 어떻게 전개될지, 생각만으로도 유쾌하고, 지로의 엄마 '사쿠라'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을 어떤 식으로 해소시켜줄지 모든 것이 기대되고 설렌다. 언능 읽어봐야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은 박치기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인생은 박치기다 - 재일 한국인 영화 제작자 이봉우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책!
이봉우 지음, 임경화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부터 확 끌어당기는 책은 아니었다. 제목도 그렇고, 표지를 메운 낯선 얼굴도, 슬쩍 지나치고 말았다. 그러나 우연히 손에 쥐어진 책, 기대했던 것보다 알찬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여전히 열정을 발산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 영화 제작자 이봉우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희망을 가득 담고 있는 책이다. 꿈을 이루며, 그 꿈을 향해 열정을 다 하는 좋은 인생 선배를 만난 듯한 가슴 벅찬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영화 박치기를 보지는 못했다. 다만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몇몇의 장면 정도가 떠올르는 그런 영화다. 일단, 나는 영화를 그다지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직접 영화관에 가는 일은 꽤나 번거롭고 피곤한 일이라 느끼게 된 순간, 어떤 흥미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말 어쩌다 우연히 보고 싶은 영화가 일 년에 한 두 편에 불과하고, 그렇다고 꼭 챙겨보지도 않는다. 단지 스치는 생각일 뿐. 그런데 <인생은 박치기다>는 줄곧 영화이야기만 한다. 그렇다고 재미없는가?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영화이면서 우리내 인생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 부모님에 대한, 친구들에 대한, 조국에 대한 애잔함과 그리움이 담뿍 묻어나기에, 한 편의 유익한 단막극을 본 듯한 꽤나 기분 좋은 느낌이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이고, 친구였을 그는 지난 추억을 영화에 아니 인생에 녹여내는 영화 제작자일 뿐이었다.  

 

그가 배급했던 영화, 제작했던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그가 보았던 수많은 영화들에 대한 평이 덧붙여져 있고. <늑대 여인>이란 단편 소설이 실려 있기도 하다. 그 속에서 특히 여러 영화제를 누비며, 수많은 영화를 접하면서도, 재일 한국인으로서 우리 영화를 일본에 소개하는 일화들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영화 <치킨 런>의 실패담에 대한 일화(딸에게 받은 '인생은 칠전팔기래요. 아빠, 힘내세요'란 문자를 받으며 큰 위로를 받았던 이야기), 철저한 자기 반성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러면서도 흥행 참패 후, <공동경비JSA>의 성공은 왠지 모를 뿌듯함마저 안겨주었다.  

 

이봉우 그는 재일 한국인이다.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비애를 담으면서 부모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현대사의 쓰라린 기억들을 살짝 들춰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 역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꿈과 열정에 관한 진솔한 '이봉우'식 보고서를 통해, 희망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꿈, 열정, 희망으로 가득 한 책, 그것은 바로 <인생은 박치기다>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를 알게 된 것은 어느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 화면에서 찰라였다. 그런데 '뭐지?'하면서 순간 포착의 여운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손가락이 먼저 반응하였다. 아이와 할머니가 눈을 맞추며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던 것일까? 아니면 '할머니'란 말 속 애잔함과 따사로움이 밀려들었던 것일까? 사실 무엇이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책 소개를 꼼꼼히 읽어본 후, 이렇게 손에 쥐었다. 책을 읽는 내내, 눈시울을 붉히며, 누가 볼새라, 떨어지는 눈물을 쓸어닦으며, 책에 푹 빠져버렸다. 글쎄, 책 속의 사연 하나하나마다 안타까움, 그 절실함과 간절함에 동화된 것인지, 아니면 지금 현실에 안주하며, 무의미한 듯 살고 있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었는지 연신 뜨거운 눈물에 복잡한 심정이 교차하며, 진한 감동에 '행복'이란 것을 맛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조병국' 할머니 의사는 자신의 50년 의료 생활을 담아냈다. 아니, 의료 생활 자체가 아닌, 의료생활에서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 특히 아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길 인생의 위대함 이전에 생명에 대한 숭고함을 담고 있으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낮추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가슴을 떨리게 또는 아리게 하였다. 입양아들의 많은 사연들과 기적같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젠 돌이 되는 조카와 날마다 생활하다보니, 늘 가까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때론 힘들다며 투정도 부리는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아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할 때면, 조병국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가슴 아팠다. 하지만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하나하나 보듬으며,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대한 어머니'를 발견하다. 또한 다사로운 할머니의 손길을 느끼게 되었다. 내 주변의 소소한 것들까지 빛을 발하며,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지니게 하는 많은 이야기 듣다보니, 어찌 시간이 흘러간지 모르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하나를 꼽는다면,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힘들다고 아이들과 동반자살하는 이들에 대해 자살이 아닌 살인이라며 일침을 가하면서도,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일깨워주었던 이야기다. 엄마는 두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기차에 뛰어들었지만 기적처럼 아이는 살아났다. 다만, 두 다리를 잃게 된 아이가 미국으로 입양을 가고, 학교를 다니고, 양부모는 정글짐에 올라타고 롤러스케이트까지 탈 정도로 성장한 아이의 사진의 보내주었다는 사연이다.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우리들에게 생의 경이로움, 삶의 무한한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삶이 아이를 선택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내주는 이유는 이렇게 환히 웃을 내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81쪽)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는 진한 감동을 선사하면서, 각 자의 삶 속에서 나름의 행복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작은 목소리로 '소중한 사람아, 행복하라'라고 속삭이듯 이야기한다. 그런데 큰 울림이 되어 전해지면서 온몸이 떨려온다. 

뭔지 모를 허탈감, 좌절감에 속수무책이라면,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를 손에 쥐기 바란다. 버거운 삶 속에서도 두 주먹 불끈 쥐고,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도록, 작은 것 하나에도 소중함을 느끼며 앞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딜 수 있도록 좋은 안내자를 만날 수 있게 될것이다. 삶의 등불같은 할머니 한 분이 만나, 희망을 뿌려진 구석구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