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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피니아 전기 2 - 황금빛 전쟁의 여신
카야타 스나코 지음, 오키 마미야 그림, 김희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 혼자한테 이런 위험한 일을 시켜놓고 구경만 하며 앉아 있을 수도 없어서 말이야. 도와주러 왔다."
소녀는 짐승과 같이 으르렁거렸다. 그러고는 숨죽인 낮은 목소리라고는 해도 쏜살같이 국왕에게 뒤집어씌운 욕설과 잔소리의 무시무시함은, 산적인 이븐마저도 얼굴을 돌리고 싶어질 정도의 것이었다.
최소한 열 번은 불경죄로 감옥에 쳐넣어져도 할 말 없을 정도의 설교를 펼친 뒤, 소녀는 단호히 진영에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알겠어. 너는 국왕군의 총대장이란 말이야! 삼천의 군대는 너 하나를 신주로 삼아서 싸우고 있는 거라고. 내일이면 결전이 시작되는데, 당사자인 신주단지가 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이런 일은 남한테 맡겨두고 너는 본진에서 얌전하게 있으면 돼. 그것도 일이란 말이다!"
"보통의 대장이라면 그걸로 괜찮겠지만 말이야."
남자도 양보하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지금까지 계속 선두에 서서 뛰어나가 싸우는 전투만 해와서 말이야. 갑자기 장식품이 되라고 말해도 곤란하단 말이다."
"월, 너는 임금님답지 않은 게 장점인 왕이긴 하지만 말야, 그것도 때와 장소가 있는 거다. 여기에선 국왕에게 어울리는 태도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이건 내 전쟁이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임금님 같지는 않지만 너무나 임금님스러운 임금님과
그 임금님을 옆집 꼬마 다루듯 하는 입버릇 나쁜 전쟁의 여신의 대화입니다.
적은 병력으로 성을 공략해야 할 상황에서 리는 자신이 혼자 성에 숨어 들어가
성에 불을 지르고 덤으로 할 수 있다면 연대장도 죽이겠다고 말합니다.
당연히 상식 있는 어른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소리를 지르지만
리는 자기 하나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실패하면 그뿐이고 성공하면 승리의 길이 열릴 거라고 말하지요.
혼자 가는 리가 걱정되고 자신의 일에 아무런 상관도 없는 리 혼자 고생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 임금님은 도우러 갔다 오히려 잔소리만 실컷 듣습니다.
이 뒤는요?
당연히 두 사람과 임금님의 친구인 이븐까지 세 사람이 사이좋게 성에 잠입하지요.
먼치킨은 RPG게임에서 나온 용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터무니 없이 강해 오히려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캐릭터를 지칭한다고 합니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 말도 안 되게 강한 초인적인 인물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검을 들면 소드 마스터요,
마법을 쓰면 9서클 마법을 주문도 없이 펑펑 써대는 그런 인물을 말하지요.
사실 <델피니아 전기>의 리는 전형적인 먼치킨 캐릭터입니다.
누구나 놀랄 만큼 아름다운 미모에 괴력, 뛰어난 검술 더불어 용기와 지략까지 겸비했습니다.
일당백의 용사란 바로 이런 인물을 가리키는 거겠지요.
원래라면 이런 먼치킨 캐릭터는 강할수록 사람들의 실소를 자아내기 마련인데,
어쩌면 좋을까요.
리는 너무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콩깍지가 단단히 씌였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