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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했던 것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2
미야모토 테루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리뷰를 쓰기 전에 고백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취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괜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서정적인' '투명한' '순정' '감성' 류의 단어가 어울리는 책은 내 취향과 백만 광년쯤 멀리 떨어져 있다.
'감성 에세이'보다는 차라리 삼류에로소설이나 할리퀸이 내 취향에 가깝다.
이런 류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그 섬세한 감성에 공감하기도 어렵고-오히려 이 바보 머저리! 하면서 뒤통수라도 갈기고 싶은 마음이다- 확실한 굴곡이 없는 전개는 살짝 지루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길게 썰을 푸는 것은, <우리가 좋아했던 것>도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이다. 즉,
*주의: 이 리뷰는 취향에 맞지 않는 소설을 읽게 된 사람의 객관성이 결여된 리뷰이므로 구매에 전혀 참고가 될 수 없습니다.
-줄거리-
운 좋게 방 3개짜리 임대아파트에 당첨된 요시는 친구인 당나귀와 함께 그 집에서 살기로 한다.
그리고 동거를 자축하며 들렀던 술집에서 우연히 동석했던 요코와 아이코의 장난에 넘어가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동거 첫날, 속임수에 넘어간 것을 알게 된 요시는 요코와 아이코에게 어떻게 복수를 할까 궁리하지만 의외로 배려 있는 그녀들의 태도에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요시와 아이코, 당나귀와 요코는 같은 방을 쓰게 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4명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들의 첫 번째 위기는 요코의 공금횡령에서 시작된다.
요코가 자신이 지배인이 될 미용실에서 공금을 유용했는데 그것이 들통날 위기라고 고백한 것이다. 4명은 가진 돈을 모아 요코에게 준다.
두 번째 위기는 아이코의 불안신경증.
이유 없이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코는 지하철에 타는 것, 혼자 있는 것이 무서워 회사에 가기도 힘들어 한다.
그런 아이코를 걱정하던 3명은 아이코에게 직장을 그만두고 의대 입시를 준비할 것을 권한다.
입시 준비를 시작하면서 신경증이 심해진 아이코는 요시를 압박하고 요시는 그것을 감싸 안으려 하면서도 가끔 화를 참지 못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갖가지 사건들.....
일단 나는 요코와 아이코가 요시와 당나귀를 이용하려고 쓴 속임수가 마음에 안 든다.
그리고 동거 첫날부터 별다른 계기도 없이 베드인하는이 커플들의 사고구조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이어지는 사건들도 마찬가지.
요코가 뻔히 옛날 남자 만나 바람 피는 거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당나귀나
어머니 보험까지 깨서 등록금 보태줬더니 대학에서 다른 남자 만나 헤어지자는 아이코를 사랑하니까, 네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니까 놓아준다는 요시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순수한 연애라는 것일까.
사랑하니까, 헤어진 남자친구와 바람을 피고 임신했다 낙태를 했어도, 그 사실을 코앞에 들이밀어도 용서할 수 있고
사랑하니까, 어려운 시절 뒷바라지한 남자 대신 돈 많고 안정적인 남자를 선택한 여자를 이해할 수 있는 걸까.
이것이 순수한 사랑이라면...나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작가에게는 '사랑'은 '희생'의 동의어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