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시험기간에 읽은 책들.

태백산맥은 내 성격에 10권이란 장편소설이란 분량을 감히 도전해볼 엄두를 내지 못하기에 선택한  만화책이다.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해하기 쉽고 빨치산의 입장에서 그들의 애환과 그런삶을 선택할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할수 있게 해준 책이다.흥미진진하고 스펙터클하며 슬프고 화가나다가 엄숙하고 절박해지다 숙연해지며 울분에 벌벌 떨며 나라를 걱정하다가도 한숨이 절로 나는 다채로운 감정을 경험 할수 있게 해준다.

직녀의 성은 딸애를 위해 선택한 책.먼저 읽고 권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발칙하고 무례하며 발랑젖혀진 주인공의 태도에는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을 뿐더러 굳이 이런 십대를 알고 싶지도 이해하고픈 심정도 안생긴다. 학창시절 이런 아이들은 언제나 주변에 있었고 이젠 내 아이들의 입을 통해 매일 접하고 제발 우리아이만은 소위 왕따,은따,날파리,똥파리등에서 자유롭기를 바라는 심정이다보니 감히 권해줄수 없을 것 같다.

돼지꿈- 반가운 오정희 님의 단편소설집.주부(또는 중년의 남성)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나이듦에 대한 작가의 소회가 녹아든 글이다. 구절구절 경험에서 나오는 글임을 실감케하고 책날개에서 보듯 이젠 누가 봐도  중년의 여인이 얼마나 진지하고 온힘을  다해 이글을 썼으며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글 한자한자 행간마다 그녀자신의 지금까지의 삶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글이 참 단아하고 진중하며 고풍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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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인간의 굴레'를 연애시절 남편에게 선물을 받았었다.당시엔 서로 책선물을 많이 했고 책속지에 무어라고 써준기억이 나서 책장을 찾아봤지만 이사하면서 버렸는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책을 읽으면서 책을 집어던졌던 기억이 있다.그리고 이후론서머셋모옴은 다시 읽지 않기로 했다.그러나 달과 6펜스를 읽고나서 그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어젯밤엔 인생의 베일을 읽느라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인물의 성격묘사가 탁월하고 얘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유연해서 책장이 술술넘어간다.인생이 베일을 마치면 인간의 굴레를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20년전과 지금의 갭을 책이 메워줄수 있을지 책을 집어던졌던 상황을 기억해내며 시간의 흐름에 애석해할지 혹은 감사할런지..아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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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의 키노키 ㅣ올해를 마감하는 수작, <과속 스캔들>)

상반기에 <추격자>가 있었다. 하반기엔 <미쓰 홍당무>가 있었다. 그걸로 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꽤나 빼어난 수작이 나왔다. <과속 스캔들> 이야기다.


<과속 스캔들>은 의외의 영화다. 소리 소문 없이, 어떤 기대도 없이 나왔는데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그렇다. 그러나 단순히 의외의 영화로 치고 넘어가기는 여러모로 아깝고 공정치 못하다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환상이라 생각했다. 단지 기대치의 전복과 의외성의 문제인지 적확한 판단의 문제인지 잠시 고민해보았다. 그러나 확실히 <과속 스캔들>은 제목만 빼고 다 좋은, 수작이다. 상업적인 성취도나 캐릭터를 만들고 키워나가는 치밀함, 장르나 관성의 도움 없이 영화 그 자체만으로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찰기 모두가 안정적이고 명민하며 빼어나다. 이런 탄탄한 기본기가 대한민국 개봉영화의 평균치라면 <과속 스캔들>에 대한 평가도 한 숟갈 덜어낼 수 있으련만. 불행히도 우리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속도위반 소재란 구태의연한 것이다. <제니, 주노>가 있었고 유사 장르로 <어린 신부>도 있었다. 거기에 톱스타 스캔들 이야기를 얹어봤자 꼴뚜기나 오징어나 그게 그거다. 낙지가 될 순 없다. 만약 속도위반 스캔들 소재가 대단히 참신한 아이디어라 생각해 그것의 파격에만 온전히 몸을 실었다면, 보나마나 너덜너덜 처참한 영화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어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여기서 속도위반 스캔들 소재는 갈등의 다소 유력한 줄기일 뿐이다. 심지어 이 영화는 스타 스캔들 소재 따위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관심도 없다며 그 자신의 이야기 안에서 깐죽거리는 발랄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제목이 대체 왜 이러냐고.

영화는 왕년의 아이돌 스타였던 라디오 DJ 남현수(차태현)의 하루를 비추며 시작된다. 벌어놓은 돈도 살만큼 있고, 매번 흥미로운 사연을 보내오는 황정남(박보영) 덕에 청취율도 나날이 상승 중이라 이래저래 괜찮은 인생. 그런데 어느 날 문제의 황정남이 불쑥 찾아와 당신이 왕년에 옆집 누나랑 이러쿵저러쿵해서 낳은 아이가 바로 나니까 니가 내 애비요, 주장하며 집에 눌러앉는 일이 벌어진다. 심지어 정남도 홀몸이 아니라 아들 황기동(왕석현)을 동반한 비혼모. 쫓아내보려는데 쉽지 않다. 언론에 확 터뜨려버리겠단다. 정남과 기동의 등장에 현수의 고상한 생활패턴은 쪽박을 찬다.

정남은 “미혼모도 하고 싶은 거 많다“며 현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노래 대결 코너에 출연한다. 물론 가명으로. 그런데 노래를 의외로 잘 하네? 워낙에 탁월한 노래 솜씨로 작은 유명세를 탄 정남은, 덕분에 첫사랑 박상윤(임지규)과 재회한다. 기동은 유치원에서 맘에 쏙 드는 여자아이를 만나고, 유치원에 따라갔던 현수도 맘에 쏙 드는 선생님(황우슬혜)을 만나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그렇게, 현수는 끔찍하기만 했던 불청객들과의 관계에서 가족애를 발견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윤이 현수와 정남을 연인관계로 오해하게 되면서, 상황은 갑작스런 파국을 맞는다.

<과속 스캔들>의 미덕 가운데 상당수가 캐릭터에서 발휘된다는 점은 근래 <미쓰 홍당무>의 성과와 더불어 눈여겨볼만 하다. 톡톡 튄다고 무조건 좋은 캐릭터가 되는 건 아니다. 차태현이 연기하는 남현수가 그렇다. 남현수는 단선적이고 전형적인 인물이다. 인물의 온기가 입체적으로 다가오기보다 그런 상황에 빠졌을 때 보여줌직한 당혹감과 괜한 분노, 대중이 합의할만한 웃음을 만들어내는데 그치는 캐릭터다. 이를테면 피동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후반에 남현수가 적극적으로 부성을 받아들이는 대목은 (영화를 통틀어 무척 도드라지게)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튀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남현수가 타고 넘는 무게중심이란 전략적으로 탁월한 것이다. 한 때 뜨거운 스타였으나 이제는 한물 간 듯 보이는 남현수의 인물배경도 그것을 연기하는 차태현을 뚜렷이 환기시키면서 영화의 생동감에 도움을 준다.




황정남과 황기동은 이 영화의 보물이다. 이 엉뚱한 캐릭터들은 크게 위악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의 주된 줄기를 이루어 나가는데 손색이 없다. 이야기 안에서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특히 황기동을 연기하는 왕석현은 눈여겨볼만 하다. 어린 애가 뭐 저렇게 징그럽게 연기를 잘하냐는 식의 톤이 아니라서 더 좋다. 꽤나 아이다운 발성과 호흡인데 그 자체로 꾸밈없이 마음에 와 닿아 명징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가장 큰 웃음은 도맡아 터뜨려내는데, 박자감이나 만화적인 행동은 연기지도의 산물이라도 그 뉘앙스와 표정만큼은 동물적인 재능이라 생각된다.

황우슬혜의 등장은 신선했다. 정보 없이 보다가 불쑥 등장하는 그 얼굴에 조금 놀랐다. <미쓰 홍당무>의 이유리 선생 역할로 상당히 진한 인상을 남겨놓은 터다. 이건 여담이지만 황우슬혜라는 이름의 이 신인배우는 꽤 오래두고 지켜보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습자지처럼 모든 걸 빨아들이는 배우라는 아무개 감독의 찬사를 제쳐두더라도, 외모 이상의 아우라가 스크린 너머로 분명히 감지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손에 잡히지 않는 수사상의 평가일 수밖에 없다. 그녀는 확실히 지난 두 편의 영화를 통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성공적인 캐릭터 연기를 해냈다. 아직까지는 그 뿐이다. 그 이상의 평가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를 통해 조금 더 선명하게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밖에 특별출연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 역할은 그 보다 큰 성지루나, <은하해방전선>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임지규가 눈에 띤다. 작지만 알찬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데, 극의 찰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인물의 맥락이 상당수 날아가 버린 듯 보인다. 아쉬운 일이다.

<과속 스캔들>은 준비가 안 되어 있던 남자가 아버지 역할을 떠맡게 되면서 소동을 벌이고 결국에 가족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이를테면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 식의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가 그런 식의 줄기를 화끈하게 비틀거나 파괴하고 재구성하는 박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크게 단순화해 보자면 착실하게 수순을 밟아가는 쪽에 가깝다. 이야기 안에서 인물들은 갈등하고 화해하고 다시 갈등하고 크게 화해한다. 신예 강형철 감독은 그 자체로 저돌적인 데뷔작을 선보일 마음은 없는 듯 보인다. 그보다 <과속 스캔들>은 억지 화해와 거짓 연대의 불편한 거품을 걷어내더라도 이런 종류의 영화가 충분히 훌륭해질 수 있다는 사례로 거론될만한 결과물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의 가족관계가 소유감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 관계가 성숙되는 경우란, 최소한 현실에서만큼은 대단히 드문 것이다. 인정받을만한 하나의 주체로서, 상대를 객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너무 많고, 그만큼 피아를 구별할 수 있는 균형감각을 찾아 챙기기 어렵다. 엄마는 엄마고 아빠는 아빠고 동생은 그냥 동생일 뿐이지,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사람에게 못할 짓을 말을 자꾸 하게 된다. 그렇게, 있으나마나한 가족이 자꾸만 늘어간다.

그런데 유사 가족을 형성하는 드라마 텍스트에선 경우가 사뭇 달라지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모였다. 관계를 구별하고 객관화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서로에게 개별적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으로 관계를 성숙시킬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넓어진다. <과속 스캔들> 안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혈연으로 맺어진, 이 유사가족 아닌 유사가족 또한 누군가의 필요로 의해 만들어졌으되, 결국에는 모두의 필요로 뭉쳐지는 것이다. 이 가족이 필름이 다 돌아간 이후로도 잘 먹고 잘 살았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티격태격 많이도 싸우고 울고 또 웃겠지. 하지만 최소한, 박살나 허물어질 관계는 아니라는 심정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욕망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글_ 허지웅 일러스트_ 장재훈 (<프리미어> '허지웅의 키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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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가도 하다.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 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서>

 

 

 

 

로건의 죽음은 무의미한 것이었으며,우리가 충격을 받은 이유도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이었다.때로는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목숨을 잃는다.하지만 그건 그들의 선량함이 시험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시험할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우리 밖에는 그 누구도 없는 것이다.P51

 

 

 

 

 

열폭풍이 지난후 지구에 남은 생존자와  폐허가 된 지구의 모습을 여과없이 그려내고 있다.먹을 것을 찾아 끝없이 움직여야 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에서 살아남은 자의 처절한 고통을, 그 공포를 함께 감내하는 일은 버거운 일이다.책을 잡고 마지막까지 놓는 그 순간까지 희망은 없었다.온통 허무,공허, 암흑,살인적인 추위,기아,살인,인육을 먹는 행위까지 지구종말의 공포로 몸서리치게 만드는 소설이다.이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기이한 경험하나.아무리 화창한 날씨라도 책만 잡으면 햇살마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커튼을 열어두고도 마치 암전된 극장속에 혼자버려진듯 그 먹먹함에 기분은 나락으로 내려앉게 된다.감정이 너무 업되어 잠시 눌러야 할 필요가 있을때  이책은 상비약이 될터이고 아주 기분이 다운되어 있을때는 위험하기 짝이 없으니 요주의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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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와일드 토크' 온라인 확장판ㅣ문소리)

어디 아파요? 웬 한약을.
아니 자꾸 피곤하고 힘들어요. 요즘에는 그래요. 세끼 꼬박 챙겨먹어도 살이 쭉쭉 빠져. <사과> 개봉 때문에 술까지 마셨는데. 제가 술 마시면 바로 찌거든요. 그런데도 그러데.

아무래도 드라마 활동을 겸하다 보니 더 힘들 것 같네요.
네. 드라마 찍느라 바쁘고, <사과> 홍보는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이제 개봉도 했으니까.

2004년에 찍은 영화잖아요. 시간이 꽤 흘렀는데 다른 때보다는 영화에 좀 객관적이 될 만도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정 반대예요. 오히려 4년 지나니까, 그만큼 감정이 더 쌓여. 차라리 아무개 작품에 푹 빠져 있다가 홍보까지 한달음에 달려가면 그냥 정신없이 끝나거든요. 그런데 이 경우는 결결이 감정이 너무 쌓였어요. 개봉을 하게 돼서 너무 좋긴 한데요, 좋은 만큼 너무 아프기도 한 것 같네요. 마음이.

마음이 어떻게요.
말씀 듣고 생각해보니까 객관화가 됐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는 것 같네요. 내 작품에 정확하게 판단이 서면서 모자라고 풍족한 부분이 완전히 눈에 들어오거든요. 모자란 부분은 모자란 대로 아프고요, 좋은 부분은 왜 이 좋은 걸 몰라주지 싶어 더 아파요. 뭐, 시간이 꽤 걸렸으니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안쓰기로 했어요. <괴물>을 만들어봐라. 4년 있다가 개봉하면 뭐 볼 거 있겠어(웃음).

개봉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지요. 같이 개봉하는 <미쓰 홍당무>도 좋은 영화인데 요즘 극장에 관객이 워낙 적다 보니까요.
정말 그렇지요. 사실 어제 극장에 가서 <미쓰 홍당무> 봤어요. 남동생 부부랑 같이 갔는데, 극장에 들어갔더니 관객이 한 사람도 없는 거야. 와. 한국영화 정말 힘들구나, 하면서 자리에 앉았는데요. 막상 보니까 6관에 들어가야 할 걸 5관에 들어갔더라고. 심지어 지금 여기가 <사과> 상영관이었던 거야. 푸하하. 그런데 사람이 너무 없으니까 차마 나오기가 안쓰럽잖아요. 흠. 뭐 그렇더라고요. 그래도 나 혼자 온 게 아니라서 <미쓰 홍당무> 쪽으로 옮겨 갔지요. 그런데 거기도 사람 없더라.




상영관도 많은 편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관객 반응은 좋은 편이에요. 저는 불광동 CGV에서 봤는데 거기가 식사 끝내고 쓰레빠 끌고 마실나온 장년 관객층이 많은 편이거든요. 그런데 영화 보면서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많이 웃고, 영화 끝나고선 대화도 많이 하고.
우리가 토요일에 신촌 아트레온에서 무대인사 했거든요. 그때 김태용 감독이 와서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봤더라고요. 김태용 감독이야 우리 영화 만들 때 굉장히 많은 부분 감정을 공유하고 참여한 사람이라 그 양반 소감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고. 주변 반응을 물었더니 굉장히 좋았더라고 하데요. 굉장히 많은 부분 캐릭터와 감정을 공유하고, 아주 조금이라도 웃기면 더 많이 웃으려고 노력까지 하는 것 같다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관객들이 보기에 이 영화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상업적이고, 또 예상했던 것 보다는 작품성 있고, 그런가 봐요.

그런데 관객을 극장 앞까지 데리고 오기가 어려운 거지요.
워낙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영화가 된 것 같아요. 심지어 기자들도 별로 궁금해하지 않아(웃음). 지금 타이밍에 적절한 아이템이 아닌 거지. 어쨌든 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소중한 영화고요, 그래서 개봉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해요. 흥행이 되면 더 좋겠지만. 요즘 10억 짜리 영화들이 꽤 나오고 있잖아요. <미쓰 홍당무>도 그렇고요. 참. 그거라도 잘 돼야 하는데(웃음). 한국 영화계를 위해서.

작은 영화라는 수사가 없어져야 한다고 보지만, 어쨌든 그런 식의 아이템들이 꾸준히 나와 주고 관심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런 작은 영화들이 왜 죄다 여자들이 만들고, 여자들이 주인공인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정말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보고요. 그런 10억의 노하우들이 많이 전수돼서 아주 소중한 레시피로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어나가야지요.

요즘 드라마에서 맡고 있는 역할의 상황도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도 옛날 남자친구와의 불륜이 다뤄지잖아요. 장준환 감독은 뭐라 하시던가요.
그래서 요즘 자기 전에 그런 소재로 한 두 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불륜이나 옛날 남자친구, 여자친구,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거 이런 작품 계속 하면 안 되겠어요(웃음). 별로야. 남편은 <사과>를 처음 본 건 결혼하기 전에, 그러니까 2년 전이거든요. 그때는 정말 공포스러웠데요.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그런데 막상 지금 다시 보니까 오히려 더 희망적인 구석을 많이 보게 되나 봐요.

저는 그 “노력을 한다”는 말이 참 살갑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기 까지는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 사랑을 이루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노력을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뭐든지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고요.
부부관계에 있어선 더 그래요. 연애를 할 때는 같이 있는 시간이 하나의 이벤트지요. 특별하잖아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같이 있는 시간이 가장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들이예요. 같이 뭐하냐면, 씻고요, TV 앞에 늘어져있고요, 밥 먹고요, 화장실 들락날락 거리고요,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힘들어하고요. 그냥 이거 같이 하는 거야. 그런 시간들을 함께 하는데 무슨 존경심과 애정이 나오겠어요. 아무리 대단한 사람 모셔다 봐라. 마음대로 되나. 그래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상대가 변하지 않게 하겠다는 건 무리한 욕심인 것 같고요. 최소한 그래도 이 사람에게는 언제까지나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는 노력 있잖아요. 그런 거. 그렇다고 매일 아침 일어나서 풀 메이크업 하자는 건 아니고(웃음).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람에 따라 절망적으로도, 희망적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좋게 보고요.
사실 정답은 없지요. 관계의 문제잖아요. 특히 부부관계라는 게 말이죠, 쉽게 끝낼 수 있지만 동시에 쉽게 회복될 수도 있는, 참 그렇게 묘한 거 같아요. 이게 뭐 피를 나눈 것도 아니고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으로 시작한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부부 생활은 어떠세요.
뭐, 아직 2년이 채 안 됐지요. 그런데 실제 같이 산 날은 1년 좀 안 됐을 거예요. 저는 촬영한다고, 남편은 시나리오 쓴다고 어디 가 있고 그러니까. 서로 스케줄을 물어가며 좀 시간을 내서 만나려고 하는 관계이지요.

그거, 연애잖아요.
어. 좀 그래요. “오늘 진짜 와요? 와 나도 빨리 가야지.” 막 이래.

장준환 감독은 <타짜 리벤저>로 고민이 많겠어요.
요즘은 머리를 무슨 올드보이 파마를 해가지고 다녀요.

네? 왜요?
아니 뭐 어느 날 갑자기 그런 머리를 해보고 싶다며. 왜냐고 물었더니 “타짜스럽잖아” 막 이러더라고요. 머리 흔들거리면서(웃음).

요즘 <내 인생의 황금기>가 한참 방송되고 있는데요. <태왕사신기>와는 또 다르겠지요. 전형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을 익힐 수 있는 첫 작품일 텐데요.
영화를 만들 때하고는 확연히 다르지요. 만드는 사람들의 태도도 다르고요. 뭐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고가 다른 것 같아요. 다른 것 보다 드라마는 참 말이 많아요. 영화에선 분위기로 설명할 수 있는 걸 드라마에선 전부 대사로 설명해내야 하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영화에서 했던 대사들 다 합쳐도 이 드라마에서 하는 대사만큼 될까? 아닐 것 같아요.




전에 김윤석씨 말을 들어보니 드라마에선 일상적인 장면이 많아서 괴로웠다고 하시더군요. 영화는 많은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축약해서 보여주느라 일상적인 장면이 거의 없는데, 드라마는 이를테면 밥 먹은 모습 같은 게 많다고요. 그게 또 어렵다고.
밥 먹는 장면 되게 많아요. 식구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그런데 저는 그런 데 무척 비현실적이에요. 아니 어느 집에 3대가 맨날 모여서 밥을 먹어요? 게다가 한국 사회가 아무리 좁다지만 무슨 일이든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고, 그걸 또 다 일러바치고 말이죠. 정말 판타지예요. 거기에 비하면 <사과>는 정말 현실적이네. 손톱만큼도 센 게 없잖아요.

그런데 보통 사람 사는 게 그렇지요. 객관적으로 센 일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있겠어요. 모두 주관적이라 평가야 다르겠지만.
요즘에는 ‘한국 사회가 어쩌다가 이렇게 센 걸 좋아하게 됐지?’ 그런 생각을 종종 해요. 저도 옛날에 센 영화 좋아했어요. 타란티노 영화나 기타노 다케시 영화 같은 거요. 그런데 지금의 센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음. 음. 에이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 한국 관객들이 굉장히 세고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는 생각은 들어요.

현실에 대한 결핍이 아닐까요. 무기력하니까.
그렇지요. 요즘에는 의미 있는 독특함과 새로움이라는 게 과연 가능한 것인지 자꾸 회의가 들어요. 독특함과 새로운 것에 들이는 정성의 절반만 기본에 들이면 좀 안될까요? 요전에 남편한테 그랬어요. “여보, 내가 나이가 든 걸까요? 취향이 올드해졌나? 왜 이러지? 꼰대 같지요?” 그러니까 잘 모르겠다며 부부라 그런지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데. 헤헤.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요. 극 중 남편이 이종원씨잖아요. 요즘 맞바람을 피고 계시는데요(웃음). 그 배역이 가지고 있는 맞바람의 합리에 대해 이해하시나요?
연기하면서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좀 웃긴데요. 뭐, 이해는 하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아닌 것으로 답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거예요. 나의 방법이 긍정적이지 않은데 어떻게 긍정적인 결말을 바랄 수 있겠어요. 아주 잠깐 효과가 있는 것 같더라도 결국에 가서 서로의 마음에 남아 있는 건 그리 긍정적인 것이 아닐 것 같네요.

10년차 배우에게 물어볼 질문은 아닌 것 같은데요. 문소리씨는 연기가 재미있으세요?
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늘 성에 안 차지만 매 작품마다 새로운 숙제를 받는 것 같고, 새로운 과목을 공부하게 되는 심정이에요. 그렇게 새로운 걸 했을 때 결과도 정말 궁금하고요. 연기라는 게 말이지요, 정말 내 몸과 마음을 의지로 움직여서 해야지 할 수 있는 것이라서 말이죠, 재미가 없으면 못할 것 같아요. 요즘도 남편한테 가끔 물어봐요. 나 관둘까요, 그만둘까요, 그렇게. 그럼 아주 1초도 안 망설이고 대답하더라고요. 하기 싫은 하지 마요, 라고요. 재미없으면 그만두라고. 그 말이 정답인 것 같네요.

문소리씨는 말이죠, 남들이 시나리오 보면서 “아 이건 딱 문소리다”라고 말할만한 배역을 좇는데 별 관심이 없어 보여요. 이를테면 아까 말씀하신 과목처럼요, 계속 같은 과목 공부하는 건 원치 않는 거지요. 연기 초반에는 어느 정도 노출도 있는 센 영화들을 했다면 언젠가부터 아줌마도 하시고 판타지도 하시고요.
음. 그런 것 같네요. 익숙한 캐릭터는 시나리오가 들어와도 거절했어요.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요, 초반 10년은 그냥 여기서 보고 배운다는 심정으로 일을 해봐야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난 이걸 잘해,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고요. 계속 궁금한 것들이 바뀝니다. 지금 당장 경험해보지 않으면 다시 못할 것 같아요.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늘 그랬어요. 과연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어울릴까, 그렇게 약간 두려운 마음도 늘 한 편으로 가지고 있는데요, 그런 마음도 가지고 있어야 그걸 극복해주는 과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가장 마음에 남는 단 한 편의 작품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역시 <박하사탕>이 아닐까요. 제일 마음에 남아요. 정말 한 장면 한 장면 아주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고요. 그 영화 속에는 연기라는 게 무엇인지 전혀 모르던 시절의 내가 담겨져 있어요. 지금의 문소리가 아닌 거지요. 다른 문소리가 들어있어요. 그게 되게 애틋하고요, 좀 강하게 남는 것 같아요.

그럼 반면에 제일 잊고 싶은 작품은요.
잊고 싶다라. 허망했던 경우는 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 너무 실례가 될까봐 얘기를 못하겠다.

왜 허망하셨는데요.
음. 저는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키며) 이걸 위해서 감독님과 함께 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계속 따로 갔더라고요. 바보 같이 그걸 영화 끝나고서야 알았어요. 그게 참 허망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내가 같이 갈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고요.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감독님이 혼자 갔던 것 같아요. 혼자 가려고 처음부터 마음을 먹었었나봐. 그래서 아무리 옆에서 말을 붙여도 옆에 자리가 없었어요. 그래서요, 그 이후로는 혼자하는 작업은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감독의 생각이 아무리 허접해도, 그걸 구현해냈을 때 연기에 의미가 있어요.

소통이 있었어야 했는데 못하셨다는 거네요.
그게 가장 허망해요. 그때 그 연기 자체에 대해 나쁜 평가를 받았던 건 아닌데요. 그것들이 전부 다 의미가 없어요. 정말.

제가 어제 밤에요. ‘내일 문소리씨를 만나면 뭘 물어볼까’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는데요. 어떤 블로그에 ‘문소리는 과연 예쁜가’라는 제목의 글이 있더라고요. <태왕사신기>때인 것 같던데요.
오. 그런 게 있었나?

거기 덧글이 재미있어서요. 누군가가 문소리씨와 학교를 함께 다녔나 봐요. 그런데 학교 내에 문소리라는 학생이 엄청나게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다른 건물에서 문소리씨 얼굴 한 번 보려고 오고 갔던 일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믿기 어렵겠지만 모두 사실이랍니다. 푸하하.

저는 혹시 문소리씨가 쓰신 걸까, 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나 인터넷 못해요. 안 했어요. 호호.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라는 게 없었어요. 그냥 타고난 거 어째. 그렇게 만족하고 살았지요. 그런데 영화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얼굴일 수 있지요. 좀 평면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여느 집 맏 며느리 감으론 최고라고요. 절대 빠지지 않는 외모지. 있는 집 시부모든 없는 집 시부모든. 아무튼 동네에선 소문날 외모라고요. 뭐, 물론 옆 학교에서까지 소문 듣고 찾아와 보러올 외모는 아니지만.

같은 학교 안에서 건물을 오갈 정도의 외모는 된다?
그렇지요. 푸하하. 아무튼 제 외모에 대해선 이창동 감독님이 명언을 남기셨지요. “넌 예쁘다. 다른 여배우들이 지나치게 예쁜 거다.”




연초에 <무릎팍 도사> 나오셨을 때 하신 말씀과 연결되는 질문인데요. 일종의 정치색이 있다거나 무게감 있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지시는데 거부감이 있으신가요?
거부감 까지는 아니고요. 대중들이 나를 어려워하는 게 문제인지, 그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은 있어요. 사실 제 직업은 배우인데요. 제가 가지고 있는 색깔 때문에 배우 일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그건 문제가 되겠지요. 주객이 전도되는 거잖아요.

다른 배우들이 본인의 이미지에 정치색이 스며드는 것에 대해 너무 지나치리만치 터부시하다보니 문소리씨가 더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아요. 비교가 되니까요. 한국 현대정치사를 돌이켜보면 그들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요. 4년 지나면 자기가 입을 피해가 너무 빤하게 보이는데. 하지만 지금은 자기 의견을 낸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어려운 때가 아니잖아요. 음. 저는 한국 사회가 굉장히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그런 발전, 변화가 또 다른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지금도 곳곳에서 느끼고 있는 문제기도 하고요. 음. 음. 뭐, 이런 생각은 해요. 배우들이 많이 예민하지요. 누가 자기 보러 늙었다고 하는 거, 못 생겼다고 하는 거, 그런 것에 대해 많이 예민하잖아요. 꼭 그것만큼 다른 것, 다른 것에 대해서도 좀 더 예민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예민해져서,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허지웅 (프리미어 '와일드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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