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 동인녀 츠즈이 씨 02 동인녀 츠즈이 씨 2
츠즈이 지음, 주은영 옮김 / 길찾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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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인 츠즈이씨는 오타쿠이자 동인녀로 자신의 오타쿠이자 동인녀로서의 일상을 트위터에 그림일기로 올리고 있다. 이 책은 그 그림일기를 모은 것이다.

1권은 츠즈이씨와 그 친구들의 너무나 오타쿠스러운 행동에 중, 고등학교 때의 나를 떠올리며 이미 너덜너덜해진 참회의 이불을 꺼내 팡팡 차야 해서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었지만 (사실 그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2권은 직장인이 되어 조~금 차분해진 츠즈이씨 덕분에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친구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생일이 중추절 명월과 겹치자 달구경을 하며 캐릭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둘이 휴가를 내어 고급 호텔에 묵게 되면서 동성 커플로 오해를 받아 벌어지는 일들은 소리내어 웃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나저나 다른 친구인 조프다와 런던여행을 갔을 때 조프다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의 후속작 소식이 5년 만에 발표되자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었지. ...왜 내가 지금 런던에 있는데...”라고 괴로워하는 조프다의 모습에 공감하는 나를 보며 ‘나도 아직 조금 오타쿠의 기질이 남아있구나’ 싶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오타쿠에서 졸업했다고 생각했지만, “졸업... 할 수 있나? 오타쿠가...?! 평생 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게 아니고...?! 아니, 잠깐만, 애초에 입학한 기억도 없는데...!!!”라고 츠즈이씨가 혼란에 빠져 중얼거리는 것을 보니, 어쩌면 나도 입학도 하지 않은 오타쿠 생활을 지금도 졸업유예 상태로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우야겠노, 십자가를 짊어진 삶이 이래 즐거운데. 안 글라 츠즈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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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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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가쿠타 미쓰요는 일본에서 나오키상,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등 많은 상을 받은 소설가로 이 책에 실린 글은 월간지인 <넘버 두>에 2011년 봄 ‘첫 마라톤은 도쿄에서’와 2011년 가을부터 2016년까지 연재된 ‘어째서 일부러 중년체육’의 글을 가필, 수정한 것이라고 한다.

67년생인 그녀의 나이는 2011년 연재 시작 때 만 43세 정도, 그야말로 훌륭한 중년의 나이다. 저자는 30대에 실연을 한 뒤 연령의 불균형에 충격을 받고 (실연이란 젊은이의 특권 아닌가-저자 왈) ‘40대의 실연에 대비해서 튼튼한 마음을 갖자. 튼튼한 몸에 튼튼한 마음이 깃들겠지’라는 생각으로 근처 복싱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헬스클럽 회원이 되었고, 다시 몇 년 뒤에 뒤풀이 술자리에 참가할 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부분 달린다. 도쿄 마라톤을 시작으로 오키나와 나하를, 한여름 밤의 오다이바를, 로테르담을, 마지막으로 프랑스 보르도를 달린다. 도심지를, 공원을, 바닷가를, 산을, 여행지를, 석회동굴을, 와인을 생산하는 샤토의 부지를 달린다. 맑아도, 더워도, 비가와도 달린다. 아이스크림을, 스테이크를 먹고 와인을 마시면서 달린다. 심지어 꼬리뼈가 부러져도 달린다. 40대의 실연을 걱정했던 그녀는 어느새 결혼했는지 남편과도 함께 달린다(이런 배신자!!).

그러나 즐거워서 달리는 게 아니라 마지못해 달리는 것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자신은 달리는 걸 싫어한다고 단언한다. 마라톤에 참가할 때마다 “여기서 걸으면 기분 좋을 텐데”라고 중얼거린다. 그런데도 참 꾸준히도 달린다. 중간에 요가나 볼더링, 등산 등으로 잠깐 한눈을 팔긴 하지만 결국 달리기로 돌아간다. 그 이유는 ‘할 수 있게 된다’는 달리기의 딱 하나 놀라운 점 때문이다(모든 운동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처음엔 3km가 한계이던 그녀는 5년 후 20km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열심히 노력하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훈련한다.

나도 30대가 되었을 때 건강 유지를 목적으로 그렇게나 싫어하던 운동을 시작했다(실연을 당하진 않았다).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몇년 하다 다른 운동을 시작했는데(저자가 경험했던 운동 중 하나이다),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벌써 3년째 하고 있다. 이러다 저자처럼 중년체육을 넘어 노년체육이 될 때까지 이 하기 싫은 운동을 계속할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된 우리, 같이 힘내서 운동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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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학 - 경험과 습관이 바꾸는 유전자의 미래
베른하르트 케겔 지음, 권상희 옮김, 김태수 감수 / 다른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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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화요일

친조부모 삶에서 특정 시기의 영양상태가 유전자에 새겨져 손주인 나의 수명을 결정하고. 외관상 아주 다르게 보이는 두 좁은잎해란초의 꽃잎 모양이 각각 세대를 거쳐 대물림됨에도 두 식물의 꽃잎 모양을 결정하는 DNA 염기서열에 별 차이가 없다면 이는 무엇 때문일까? 이미 오래전에 웃음거리가 된 J.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설이 오랜 은둔생활에서 벗어나 화려하게 재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걸까?

이와 같은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후성유전학이라는 책의 주제 자체는 매우 흥미로우나 저자가 이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영 별로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걸 왜 굳이 어렵게 설명하는가? 독자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기쁨을 느끼는 가학 취향이라도 있는 것일까? 오즈월드 에이버리의 형질전환 실험을 설명하는 문장을 보자.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폐렴 연쇄상구균의 무해한 줄기세포가, 병을 일으키는 독성이 있는 죽은 줄기세포와 파괴된 줄기세포 간의 접촉이 일어날 때 돌연 자발적으로 폐렴을 일으킨 것이다” (47p)

여기서 나는 이 책을 읽을 의지를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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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주영아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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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1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엔 추리소설이 생각나.

그러고 보면 요즘 추리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군. 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지도 않았어. 아, 거기 있는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과 검은숲 ‘엘러리 퀸 컬렉션’의 신간? 그건 추리소설과 사랑에 빠졌던 내 추억을 기념하는, 과거의 물건이야.

한땐 추리소설을 위한 서점을 열어 그곳에서 여생을 보낼 꿈을 꾸기도 했는데, 그만 과학책에 푹 빠져버리는 바람에 잊고 있었어. 그렇다고 내가 줏대 없는 바람둥인 아니야. 들어봐. 추리소설과 과학책 사이엔 커다란 공통점이 있어. 그건 바로 논리야. 과거 날 매혹한 건 일본의 신본격 추리소설들이었어. 개성 있는 탐정이 괴이한 사건을 논리로 해결하는, 아야츠지 유키토나 아리스가와 아리스, 미쓰다 신조의 소설들 말이야. 과학책? 역시 개성 있는 과학자가 괴이한 이론을 논리로 설득하지. 진화론, 양자역학, 암흑물질, DNA. 게다가 과학책은 현실의 미스터리를 해결해. (물론 일시적일 때도 있지만) 그러니 내가 과학책에 대책 없이 빠질 수밖에 없지 않겠어?

허나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엔 과거의 사랑을 다시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리마스터’가 한국어판으로 올 겨울에 발매된다는 소식 들었지? 그 게임이 나온지 벌써 10년이 됐다는게 믿어져? 일본어로 발매된 게임이라 대사집을 보면서 결국 엔딩까지 봤었지. 그게 한국어화가 되서 나온다니...... 그 기념으로 오늘 밤엔 내가 과거에 사랑했던 것들을 추억하려 한 권 마셔야겠어. 건조한 논리에 으스스함을 한 알 넣어서. 엘러리 퀸의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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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생각하기 - 행동학에서 본 고양이 양육 대백과
팸 존슨 베넷 지음, 최세민 옮김, 신남식 감수 / 페티앙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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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9

오늘 드물게 공기가 맑아 퇴근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랜 산책을 했어. 온종일 내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을 네 모습이 떠올랐지만, 시원한 바람에 홀려 걷다 보니 너무 늦어지고 말았지.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나를 마중 나올 너의 울음소리를 그리워했어. 왜 이제 왔냐고 묻는 듯한 냐-냐- 가냘픈 너의 그 울음소리.

아파트 주차장 한구석, 굳게 잠긴 이동장 안에 버려진 채 발견된 너. 그 좁은 곳에서 웅크린 채 얼마나 오래 냐-냐- 울었을까? 당장이라도 그날 그곳으로 달려가서 널 품에 안고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 그곳에서 홀로 울고 있었을 널 생각하면 하염없이 네게 잘해주고 싶어.

사랑하는 것들에게 잘해주기 위해서도 나는 책을 읽어. 이 책이 그런 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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