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읽을 때 그 책에 맞는 (내 나름의) 기준에 따라 그 책을 읽을 시간과 장소, 집중도를 정해놓고 ‘ㅇㅇ 독서‘라 부르며 책을 읽곤한다. ‘프로젝트 독서‘는 그 해의 주제에 따라 고른 책을 집에서 노트를 작성해가며 읽는것이고, ‘태풍독서‘ 는 태풍이 온 날 미스터리를 읽는 것을 말한다. 그밖에도 ‘침대독서‘ ‘카페독서‘등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반납독서‘이다.

이름에서 예상 할 수 있듯 ‘반납독서‘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데 몇가지 조건이 더 있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책이 마음에 들어 끝까지 읽곤 싶지만 사고싶진 않다.
2. 반납일이 5일 이하로 남음
3. 남은 페이지가 200페이지 정도 (책의 판형이나 글자 크기에 따라 다름)
‘반납독서‘는 이런 경우에 발동되는 시스템으로 다른 모든 ‘ㅇㅇ독서‘를 일시중단하고 나의 여유시간을 전부 ‘반납독서‘에 투자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그렇게 월요일부터 ‘반납독서‘ 시스템으로 읽은 책이다. 꽤 집중해서 읽었다곤 하나 삼 일만에 다 읽을 수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는데 책이 재미있었던 덕분이다.
물론 이론물리학 용어와 개념이 사정없이 공격해온 초반엔 가파르고 메마른 벼랑을 오르듯 힘겨운 독서였지만, 중반부부터는 흥미로운 일화들이 등장하여 그야말로 절벽에서 뛰어내린 행글라이더 처럼 책장을 넘나들며 휠훨 날 수 있었다. 때때로 역풍이 불기도 했지만(클라인의 5차원이니 원거리평행이니 세미벡터니) 어차피 이해못할 것을 알기에 적당히 이해한척 넘어가니 너무나 편안한 독서가 되었다.

예전에 책을 읽을땐 고집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를 꼼꼼히 읽곤했지만 지금은 ‘프로젝트 독서‘를 할 때를 빼곤 안 읽히는 부분은 넘겨가며 술술 읽는 편이다. 어차피 꼼꼼하게 읽어도 기억하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엉뚱한 부분만 기억에 남는다는 것도)

이제 ‘반납독서‘를 끝냈으니 ‘오후독서‘로 읽던 ˝호모 데우스˝로 넘어가야겠다. 참고로 ‘오후독서‘는 직장에서 오후 근무 시간에 짬이 나면 하는 독서이다.
그렇다 내가 바로 그 유명한 월급도둑이다.

모두 자신만의 ‘ㅇㅇ독서‘를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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