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무리 내용이 어려운 인문과학 책이라도 `들어가는 말`이나 `서문`은 쉽게 읽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쉽고 재미있는 서문에 속아 얼마나 많은 읽지도 못할 책들을 샀는지!
그런데 이 책은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몇 번이나 눈과 머리가 헛도는 경험을 해야했다. 처음 시작은 좋다. 공기가 맑은 초여름 오후, 저자는 가족들과 경치가 좋은 풀밭으로 소풍을 가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를 읽는다. 이 책은 거기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다.
문제는 그 후다. 그렇게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도 아닌데 문장을 한 번에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저 글을 눈으로 쫓기만 하고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초조해진다.

`나는 동물 하나하나를 체계적으로 개괄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동물들의 (적어도 내가 볼 때) 아름답고 흥미로운 측면들과 그들이 구현하거나 반영하거나 제기하는 특징, 현상, 현안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즉, 더 거대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깜박거리는 `실상(real image)을 의미한다`
`˝진화에 비춰보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라고 한 진화생물학자 테어도시우스 도브잔스키의 말은 옮을뿐 아니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때 경이감과 감탄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는 점에서도 참이다`
`포그 해리슨의 말처럼 ˝상상은 사례의 측정된 유한성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발견한다˝`

가끔 이렇게 문장이 나와 안 맞는 책이 있는데, 툭툭 튀어나오는 단단한 문장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다보면. 몇장 읽지도 못하고 지쳐버리고만다.

책의 수준이 너무 높거나, 컨디션 문제일 수도 있다. 어쩔 때에는 죽어라고 안 읽히던 책이 다른 날엔 술술 읽히는 경우도 가끔 있으니까. 읽는 장소가 좋지 않은걸지도 모르겠다. 쉽고, 재미있는 놀거리들이 주변에 가득 널려있는 집에선 책에 집중하기가 쉽지가 않다. 특히 무더운 여름 오후, 선풍기도 없는 방에선 말이다.

어쩌면 본문은 술술 읽힐 가능성도 있으니 `들어가는 말`의 난관을 뛰어넘어 본문에 도달할 때까지 조금만 버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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