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엔 언제나 산책을 한다. 옷을 다 갈아입고 내 방 사방-책장, 책상 위, 바닥-에 쌓인 책들을 둘러보며 오늘은 어떤 녀석을 산책 후 카페에서 읽을 책으로 선택할지 고민한다. 너무 무거워도, 커도, 제목이 지나치게 수상해도 안 된다(살인이라든지 살육이라든지). 19금 딱지가 붙어있는 책도 물론 안 된다. 그리고 살짝 지적 허영심을 채울 수 있는 녀석이 좋다.
오늘 선택한 책은 내 일요일 산책에 자주 동석하는 엘릭시르의 `미스터리 책장` 중의 한 권 `황제의 코담뱃갑`이다. 우아한 제목 아래 숨겨진 피튀기는 살인 사건! 상쾌한 햇살 아래 건전한 산책 후 마무리로 읽을 책으로 딱이다.
자주 가지만 처음 온 것처럼 날 대하는 주인이 있는 편안한 카페에서 일주일에 한 번 최고의 커피와 치즈 케이크, 그리고 미스테리.
이런 작은 사치만으로도 내 삶은 만족으로 가득찬다. 부디 모든 일요일이 오늘만 같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