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레슨 #도서협찬
#이언매큐언
그는 열한 살이었고, 초보자용으로 나온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권 첫 번째 전주곡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는 그 곡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 곡이 유명한지 아닌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 곡에는 때와 장소의 연결성이 없었다. 누군가 힘들게 그 곡을 썼으리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 음악은 그냥 거기 있는 것, 학교에 관련된 것, 혹은 겨울 소나무 숲처럼 어두운 것, 오직 그에게만 존재하는 것 그만의 차가운 슬픔의 미로였다. 그리고 결코 그를 놓아주지 않을 터였다. _13p.
_
세월이 육중한 뚜껑처럼 과거의 죽음을 슬그머니 덮었다. 우리는 삶에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잊는다. 그러니 일기를 써야 한다. 이제부터 일기를 쓰자. 과거는 빈칸으로 남고, 현재는, 이 감촉과 향기, 이 순간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곧 소멸할 것이다._458p.
서른일곱의 롤런드는 아내 앨리사가 그와 한 살배기 아들을 남겨둔 채 자신을 찾지 말아 달라는 쪽지 한 장을 남겨두고 사라져 버린다. 실종 신고를 했지만 오히려 용의자로 의심받게 되고, 그의 삶은 11살이었던 시절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롤런드의 칠십여 년의 인생 여정을 담은 소설이다.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굵직한 역사의 흔적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롤런드 인생 전체에 드리우게 될 미리엄의 그림자, 그 서막..... (사이코패스인가??? 저 선생님 왜 저러지? 마음의 소리가 책을 읽으며 계속... 선생님 그거 사랑 아니잖아요! 성추행이라고요!!!)은 롤런드의 삶 전체를 뒤흔들기에 충분했고, 그가 세상을 떠돌며 자유롭게 사는 것 같았지만 관계들은 불안정했고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나 싶었지만 아내는 사라져 버린다. 삼 년 후 우연히 만난 아내는 오직 자신의 야망에 충실하게 위해 가족을 뒤로 한 것이었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롤런드 또 불쌍...) 생계를 위해 시인의 꿈을 포기하고 호텔 라운지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테니스 강습도 하며 롤런드의 삶은 흔들리고 불안하지만 앞으로 나아간다. 살아가며 느끼는 또 다른 사랑, 조금은 커진 가족이라는 울타리... 문학적 야망을 이룬 앨리사는 외롭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지만,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것 같았던 롤런드의 주변은 따스하고 만족스러운 노년을 보낸다. 롤런드의 삶을 통해 인생은 예측불허이고,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지만 당시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충분히 노력했다면 그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오미는 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처음엔 경악하더니 그다음엔 괴로워했다. 그녀는 냉정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에게 어떤 상처, 어떤 결함이 있다고. "넌 그게 뭔지 나한테 결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난 이 정도는 알 수 있어. 넌 절대 만족할 수 없을 거야." (중략) 그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기 위해 자유로운 상태로 남아 있어야 했다. _232p.
“오늘밤엔 어머니와 싸우지 않도록 애써봐.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당신 일은 당신 스스로 결정할 거잖아.”
앨리사가 그의 손을 잡았다. “다른 사람의 부모를 용서하기는 쉽지.”_281p.
하지만 사랑이 과거로 사라질 때 모두가 잊어버리는 본질이 있었다. 함께했던 순간, 시간, 나날 속에서 느끼고 맛보았던 것. 당연시되었던 모든 것이 버려지고, 그것이 어떻게 끝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덮이고, 그 후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불완전한 기억에 의해 다시 덮이기 전의 그 모든 것. 천국이든 지옥이든, 많은 기억이 남진 않는다. 오래전에 끝난 연애와 결혼은 과거에서 온 엽서와도 같다._650p.
#문학동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해문클럽 #해문클럽자문단 #문학동네해외소설 #book #도서협찬 #소설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