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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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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다고 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삶 자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점점 무서워졌어. 외롭고 좁은 길을 나 홀로 끝없이 걷는 건, 생각보다 끔찍한 일이거든. 나는 그렇게 살았어. 어제까지. 너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이모의 눈이 붉어졌다.
뭔가가 점점 나빠지고 쇠락해간다는 느낌은 참 슬프단다. _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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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뭘까. 죽음이란. 꿈이란······. 수많은 상념과 질문이 비눗방울처럼 보글거리다가 일시에 사라진다. 그리고 나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언젠가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돌이키게 될까. 궁금하면서도 두려운 물음이다. _208~209p.
가슴속에 켜켜이 쌓인 단어가 너무 많을 때, 마음의 다락방에 처박힌 먼지 쌓인 실타래가 너무 단단하게 얽히고설켜 도무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침묵을 택한다. _28p.
나이 들어서까지 재력을 유지한 사람. 그런 사람은 존경받는다.
그게 존경받을 일인지는 몰라도, 존경받는 노인이 대부분 그 조건을 충족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_61p.
저출생, 고령화로 노인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가까운 미래의 한국. 스물아홉의 나라가 1년간 써 내려간 일기의 형식으로 <젊음의 나라>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보다 더 젊은 사람과 기계에게 대체되는 삶, 엄마와는 가끔 연락하는 것조차 스트레스이며, 룸메이트 엘리야는 공인된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에서 나라의 속을 한 번씩 뒤집는다. 유년 시절 너무도 사랑했던 이웃집 민아 이모의 행방을 늘 궁금해하며 시카모어 섬에 정식 입도해 배우가 되어 살아가는 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남태평양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섬으로 세계 각국의 슈퍼리치 시니어들이 호화로운 서비스를 누리며 노후를 보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젊은이이들도 만족스러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유토피아! 우연히 국내 최대의 노인복지 시설인 유카시엘에 채용된 나라는 유카시엘이 시카모어 섬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어 경력이 시카모어섬에 입도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상담사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나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마주하며 최상위인 유닛 A, B, C, D를 거쳐 F까지 모든 유닛을 경험하게 된다.
고령화사회, 저출산, AI의 일상화, 극단적 혐오와 차별, 늘어가는 외국인 이민자, 존엄사 등 미래라 이야기할 수도 없이 지금 당장 닥친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듯하다. 지금도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청년들, 기족이라는 테두리, 계급으로 드러낸 죽음, 누구에게나 마주하게 될 노년의 삶.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머지않은, 어쩌면 당장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려보게 된다. 책장을 덮자마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속편으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되는 소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읽고 이야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진심 추천, (이미 올해의 책!)
다 살아지고 다 죽어진단다. 그러니 더더욱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죽어야지. 그게 내 꿈이야. 소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거.
무슨 꿈이 그래.
이 나이쯤 되면 다들 그런 꿈을 꾸게 돼._94p.
꿈을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해진다면 어떤 목적으로 살아야 할까._132p.
내 존재는 뭘까. 노인을 상담하고, 노인을 떠받치고, 노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고 나서 내게 떨어지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그 보잘것없는 숫자들이 내 존재이자 명함이자, 세상이 내게 매긴 등급 같다. _145p.
현대의 선택사는 신원이 확실하고 재력이 충분한 중산층 이상에게만 허용된다. 엄격한 신원 보증과 공증 절차, 사기나 제삼자의 압박으로 인한 죽음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과거처럼 죽음을 향해 꺼져가는 생을 온전히 겪으며 운명이 허용하는 만큼 살다 죽는다. 불안과 두려움, 고통을 고스란히 짊어진 채로. _180p.
네가 나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가지는 이유는, 난 네게 상처를 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_240p.
어쩌면 내가 살아갈 인생은 그림자 같은 삶이 아닐까. 내가 빛이 되지 못하고 누군가의 그늘로만 존재하는 ······.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통째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_280p.
한때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뿌리가 이곳에 단단하게 박혀 있음을 안다. 그러니까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고 가지를 뻗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곳이 아름다울지 추악할지, 내 선택이 다행스러울지 후회로 남을지 모르지만. _2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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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