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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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손님들 #도서협찬

#테스게리첸 #마티니클럽시리즈

'그들이 한 일을 잊지 않았다고 전해주세요.'

커피 테이블에 놓인 에단의 손글씨 원고를 바라보았고, 이젠 그 페이지들이 그녀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들이 한 일.'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코노버 가족들이 카메론산에 서서 조지를 찬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추모식은 한 사람의 결점이나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이니다. 오히려 그들은 찬양의 말들과 함께 그의 유골을 뿌리고 있을 것이다. _154p.

_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금욕적으로 살아왔고 그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그 무엇보다도 가족에 대한 충성심.' 결국엔 코노버 부부는 견뎌 내었다. (중략) "가족의 어떤 비밀은 묻어두는 게 가장 좋을 때가 있어요. 이것도 그중 하나죠." _318p.

해변 마을 퓨리티에서 익명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은퇴한 스파이들, 이들이 결성한 독서 모임 '마티니 클럽'의 활약이 돋보였던 <스파이 코스트>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가 돌아왔다. 퓨리티 마을에 여름 손님들이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코노버 가족의십 대 소녀가 실종된다. 문제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이 매기의 이웃인 루터 윤트라는 것. 마티니 클럽은 그의 무죄를 입증하고 실종된 소녀를 찾기 위해 나서게 된다. 서장 대행 조와 마티니 클럽의 대립, 그리고 코노버 가족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강 건너 이웃 루벤 타킨. 실종된 소녀를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오래된 비밀, 호수의 시체, 수십 년 전 아버지가 저지른 살인으로 그저 지켜보며 침묵해야 했던 루벤, 딸을 찾으려는 수잔의 절박함과 이 상황에서도 가족의 울타리를 굳건하게 지키려는 엘리자베스 등 여러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전작이 흥미진진했다면, 이번 시리즈는 추리물? 같은 느낌이었달까? 역시나 생각지 못한 인물의 등장과 의외의 연관성, 그리고 안타까운 사연까지 더해졌던 <여름 손님들> 이번에도 마티니 클럽의 활약으로 무사히? 여름 사건 종결지을 수 있을까?

은퇴한 전직 CIA 요원들이기에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나 스릴은 없지만, 세월이 주는 노련함? 우아함?이 돋보였던 이야기는 이들이 다음 사건, 또는 그다음 사건 이야기를 이어가며 무더운 여름 단 한 권의 스릴러, 추리소설을 읽게 된다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장애를 가진 누나와 어두운 구석의 분노에 찬 남동생. 둘은 모두 은둔형 외톨이였다. 반세기 전 아버지가 저지를 잔혹한 행위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평생을 유배지에서 살아야 했다.

조는 메인스트리트 학살로 사망한 네 명만이 샘 타킨의 희생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 집에 두 명이 더 있었다. _231p.

관절이 더 이상 유연하지 않고, 젊은 시절보다 더 멀리, 더 빨리 달릴 수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였지만, 그런 신체적 변화는 적응을 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리한 정신은 그들이 하는 일과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의 핵심이었으며, 잘 연마된 기술이 퇴보하기 시작하는 걸 느끼는 것은 그 자체로 죽음과도 같았다._414p.

가족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사랑할 사람뿐이다. _422p.

오탈자 ; 405p. "여동생을 -> "누나를

#미래지향 #은퇴한스파이 #마티니클럽 #마티니클럽시리즈2 #책추천 #소설추천 #스릴러 #추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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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사전 - 인생의 작은 숙련가를 위한
단춤 지음 / 유유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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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전 #도서협찬

#단춤 #유유히

내가 가진 단정함이 누군가를 슬프게 할 때마다 나는 길을 잃은 사람이 된다. 나에게 사랑을 알려준 당신에게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데 생각과는 다른 말들을 전하게 될 때면, 나는 자주 입만 껌뻑이는 사람이 된다. 그럼에도 그런 나를 한 번만 더 바라봐달라고 용기 내어 말해본다.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니까. 상처 입힌 마음을 미안해하고 받은 친절에 배의 친절을 돌려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니까. _137p. <계속하다>

_

단단한 마음은 어른이 되어가는 마음이다. 실수를 저지르고 사과하고 용서하고 용기 내어 시도하는 일련의 가정을 지나 평안한 나를 마주하는 것. 애쓰고 버텨냈다가도 흔들리고 무너졌다가 다시 해보는 날들이 모여 차근차근 내가 되어간다. 바람에 흩날리지 않을 단단한 고집을 안은 채 어른이 되어간다. _155p. <단단하다>

나의 하루는 안녕했을까? 잠깐의 순간만 뒤돌아보더라도 안달복달, 버럭, 울렁일 정도로 일렁이는 감정의 파도에 하루도 편안할 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단춤 작가는 인생에서 매일 같이 찾아오는 감정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차근차근 매일의 경험이 쌓여 '인생의 작은 숙련가'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인생의 작은 숙련가라니! 나 한 사람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니 나의 감정들도 조금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잠시 멈춰 엉켜있는 감정들을 차근히 풀어가며 마음을 표현하는 50개의 감정 단어를 이야기하는 <감정 사전>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와 작가가 새롭게 부여한 정의가 쓰여있어 거기에 읽는 이들이 부여하는 정의를 더한다면 나만의 감정 사전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마다 귀여운 짧은 만화와 에세이가 짝을 이루어 진행되고 있어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그날 그날의 감정을 알고 싶은 단어부터 골라 읽어도 전혀 손색없는 책이다.

오늘도 열심히 애쓰며 살아온 나에게 다정을 주는 연습, 나를 다독이기 어렵다면 이 책을 읽으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매번 다른 모험 앞에서 익숙해지지 않은 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누구나 겪는 일일뿐이다. 새로운 모험에서 저지르는 실수들을 부디 자책하지 않고 천천히 보듬어갔으면 좋겠다. 누군가 앞서 겪은 모험담을 들으며 눈을 반짝일 사람들이 부디 자신만의 지도를 들고서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 여정에서 당신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기를. _31p <모험하다>.

언제나 늘 같은 온도로 남아 있는 이야기들, 매번 같은 글을 읽는 것이지만 지겹지 않아. 시간이 흘러도 너에겐 나의 순간이, 나에겐 너의 순간이 남겨져 있다는 사실 덕에 편지라는 기록물을 더욱 아끼게 돼. 지난날의 나는 쉽게 잊히잖아. 나조차도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어버리기 마련인데. 동시에 오래 쌓아온 추억은 자주 겹치기도 해서 나는 너를 막연하게 기억하곤 해. 그렇지만 편지로 남겨진 너의 모습은 참 생생하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너의 말투와 습관들을 마주할 때면 내가 알고 있는 너라서 웃음이 나온다. 시시각각 모든 게 바뀌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을 사실이 안도가 된다. _146p. <기록하다>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만 같은 단단한 가치를 찾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 심지가 두터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들을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을 품은 마음은 더 많은 사랑을 찾아 끌어안는다. 이 마음을 맘껏 꺼내고 나누며 우리가 선선하게 순환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_249p. <흠모하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추천 #에세이추천 #도서추천 #book #인생의작은숙련가를위한감정사전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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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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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나라 #가제본서평단

#손원평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다고 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삶 자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점점 무서워졌어. 외롭고 좁은 길을 나 홀로 끝없이 걷는 건, 생각보다 끔찍한 일이거든. 나는 그렇게 살았어. 어제까지. 너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이모의 눈이 붉어졌다.

뭔가가 점점 나빠지고 쇠락해간다는 느낌은 참 슬프단다. _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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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뭘까. 죽음이란. 꿈이란······. 수많은 상념과 질문이 비눗방울처럼 보글거리다가 일시에 사라진다. 그리고 나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언젠가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돌이키게 될까. 궁금하면서도 두려운 물음이다. _208~209p.

가슴속에 켜켜이 쌓인 단어가 너무 많을 때, 마음의 다락방에 처박힌 먼지 쌓인 실타래가 너무 단단하게 얽히고설켜 도무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침묵을 택한다. _28p.

나이 들어서까지 재력을 유지한 사람. 그런 사람은 존경받는다.

그게 존경받을 일인지는 몰라도, 존경받는 노인이 대부분 그 조건을 충족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_61p.

저출생, 고령화로 노인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가까운 미래의 한국. 스물아홉의 나라가 1년간 써 내려간 일기의 형식으로 <젊음의 나라>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보다 더 젊은 사람과 기계에게 대체되는 삶, 엄마와는 가끔 연락하는 것조차 스트레스이며, 룸메이트 엘리야는 공인된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에서 나라의 속을 한 번씩 뒤집는다. 유년 시절 너무도 사랑했던 이웃집 민아 이모의 행방을 늘 궁금해하며 시카모어 섬에 정식 입도해 배우가 되어 살아가는 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남태평양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섬으로 세계 각국의 슈퍼리치 시니어들이 호화로운 서비스를 누리며 노후를 보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젊은이이들도 만족스러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유토피아! 우연히 국내 최대의 노인복지 시설인 유카시엘에 채용된 나라는 유카시엘이 시카모어 섬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어 경력이 시카모어섬에 입도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상담사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나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마주하며 최상위인 유닛 A, B, C, D를 거쳐 F까지 모든 유닛을 경험하게 된다.

고령화사회, 저출산, AI의 일상화, 극단적 혐오와 차별, 늘어가는 외국인 이민자, 존엄사 등 미래라 이야기할 수도 없이 지금 당장 닥친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듯하다. 지금도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청년들, 기족이라는 테두리, 계급으로 드러낸 죽음, 누구에게나 마주하게 될 노년의 삶.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머지않은, 어쩌면 당장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려보게 된다. 책장을 덮자마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속편으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되는 소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읽고 이야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진심 추천, (이미 올해의 책!)

다 살아지고 다 죽어진단다. 그러니 더더욱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죽어야지. 그게 내 꿈이야. 소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거.

무슨 꿈이 그래.

이 나이쯤 되면 다들 그런 꿈을 꾸게 돼._94p.

꿈을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해진다면 어떤 목적으로 살아야 할까._132p.

내 존재는 뭘까. 노인을 상담하고, 노인을 떠받치고, 노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고 나서 내게 떨어지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그 보잘것없는 숫자들이 내 존재이자 명함이자, 세상이 내게 매긴 등급 같다. _145p.

현대의 선택사는 신원이 확실하고 재력이 충분한 중산층 이상에게만 허용된다. 엄격한 신원 보증과 공증 절차, 사기나 제삼자의 압박으로 인한 죽음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과거처럼 죽음을 향해 꺼져가는 생을 온전히 겪으며 운명이 허용하는 만큼 살다 죽는다. 불안과 두려움, 고통을 고스란히 짊어진 채로. _180p.

네가 나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가지는 이유는, 난 네게 상처를 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_240p.

어쩌면 내가 살아갈 인생은 그림자 같은 삶이 아닐까. 내가 빛이 되지 못하고 누군가의 그늘로만 존재하는 ······.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통째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_280p.

한때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뿌리가 이곳에 단단하게 박혀 있음을 안다. 그러니까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고 가지를 뻗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곳이 아름다울지 추악할지, 내 선택이 다행스러울지 후회로 남을지 모르지만. _283p.

#도서협찬 #다즐링 #도서추천 #소설추천 #아몬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추천도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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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속으로
엠마 스트라우브 지음, 정미정 옮김 / 그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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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속으로 #도서협찬

#엠마스트라우브

과거로 돌아가 제 인생과 아버지의 인생까지 통째로 바꾸려 한다면 미친 짓일까요? 지금부터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을까요? _1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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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든 결말을 어떻게 짓는지에 따라 희극이 될 수도 있고 비극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같은 이야기를 수많은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니, 마법과도 같은 일이 아닌가. _474p.

39살의 앨리스는 자신이 졸업한 모교에서 일하고 있으며 부유하고 멋진 남자친구도 있다. 하지만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여러 장기가 한꺼번에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어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아버지를 매일 문병 가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마흔 살 생일, 앨리스는 술에 취해 본가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비초소에서 잠이 드는데 눈을 떠보니 열여섯 생일 아침이다! 건강하고 젊은 아빠와 열여섯의 자신이라니! 앨리스의 아버지 레너드는 [타임 브라더스]라는 시간 여행을 하는 두 형제에 관한 소설은 수백만 부가 팔리고,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성공한 소설가로 이혼 후에도 혼자 앨리스를 키웠다. 아버지 덕분에 자신이 졸업한 사립학교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 여행을 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아빠가 건강하고 젊었던, 자신마저도 열여섯의 생일날로 돌아간 앨리스, 이 생일날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자신의 원래 세계인 마흔 살의 세계도 영향을 받아 달라지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원하는 미래로 바꿀 수는 없는 걸까?' 앨리스는 시간 여행을 반복하며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시간을 살게 되었을까? 시간 여행을 거듭하며 아버지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실로 돌아와 여전히 누워있는, 더 나아지지 않는 아버지를 보며 앨리스는 아버지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시간 여행을 하며 아버지와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며 이별을 준비하는 여행이 아니었을까? 앨리스가 조금 더 확실하게 행복하게 보이는 결말을 원했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간 속으로> 영화화도 확정된 만큼 어떻게 영상으로 담아낼지 궁금해지는 원작 소설이었다. 따뜻한 힐링 소설로 추천.

그녀는 평생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혹시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혼자만 너무 뒤처진 건 아닌지 늘 궁금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버지를 꼭 빼닮은 그녀 역시 아버지처럼 혼자가 더 나을지도 몰랐다. 앨리스는 어느 순간이 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줄로만 알았다. 그녀의 삶 역시 다른 이들과 똑같은 궤적을 그릴 거라고 믿었었다. _65~66p.

하루를 살다 보면 지금처럼 다른 것들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현재에 몰입하는 순간을 마주했다. 어쩌면 인생을 잘 사는 비결이란 이런 찰나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거나 기껏해야 몇 초밖에 지속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만큼은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과 감사함으로 충만해졌다. _201p.

지난 20여 년을 허비하면서 깨우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마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결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인생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에게 알려야 했다. _244p.

아무 일도 안 일어나. 일시 정지 상태인 셈이지. 돌아가는 것도 순식간이야. 30초에서 길어야 1분 정도? 1분 이상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 행성들의 움직임에 맞춰 이동할 테니 정확하진 않아도 그쯤 될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알아서 찾아갈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가 떠나왔었던 때와 똑같지는 않아도 여전히 마흔 살의 너로 돌아갈 거야. 어떤 모습일지는 오늘 하루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아까 삶은 그리 유동적이지 않아고 했던 말 기억나니? (중략)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하루뿐이란다.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면 대개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편이지. 시간은 안정적인 상태를 좋아해. 난 시간이 길 위의 자동차와 같다고 생각해. 차는 계속 달리고 싶어하고 대부분 경우는 계속 내달리지. _288p.

누군가를 잃는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아. 상실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법이지. 상실은 으레 슬픔과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야. 삶에서 슬픔과 고통을 빼고 나면 팥소 없는 찐빵 아니겠니? _431p.

#그늘 #정미정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Tins_Time_Tomorrow #소설추천 #시간여행 #타임슬립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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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의 끝
정해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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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의끝 #도서협찬

#교환독서북클럽 #정해연

"그날 산에서."

엄마의 얼굴이 굳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인우를 보았다.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날?"

"아빠 돌아가시던 날, 왜 나를 구한 게 엄마가 아니야?" _75p.

_

자신이 이렇게까지 달려온 것은 모두 아들 하나 때문이었다. 아들이 잘못된다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 귀중한 아들이다. 사고뭉치였지만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다. 그런 자식을 교도소에 보낼 수는 없다. 살인자로 만들 수는 없다. _31p.

<홍학의 자리> <더블> <유괴의 날> <드라이브> 등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사회적인 이슈를 놓치지 않는 작가 정해연의 신간 <매듭의 끝>을 교환독서 북클럽으로 현주님과 함께 읽게 되었다.

초등학생인 인우는 유년시절 부모님과 캠핑을 갔다가 부모님이 잠든 새벽 밤에 더 많이 나온다는 다슬기를 잡으러 혼자 강으로 내려갔다가 물살에 휩쓸려 며칠간 병원에 누워있다 깨어나게 되지만 아버지가 그사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의문을 갖게 되고 어느 날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형사가 찾아오며 어머니에 대한 의심은 더욱 짙어지게 된다.

한편 혼자 힘으로 아들을 키우며 회사 운영에도 재능이 있었던 희숙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두고 사람을 죽였다는 아들의 전화에 아들을 절대 살인자로 만들 수 없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두 모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이어지고 의외의 인물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전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무섭게 질주하기 시작한다. 어머니를 살인자로 의심하는 아들, 그리고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었던 어머니 안타깝게도 한 아들은 형사가 되었고 한 아들은 재활용도 안될 개차반 같은 자식이었으니...

후반부에서야 드러나는 이야기의 전체적인 실루엣. 역시나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가독성! 교환독서북클럽이라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지인과 함께 읽고 공감했던 문장도 비교해읽어서 더욱 흥미로웠던 소설, 역시 정해연 작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미스터리구나 싶다.정해연이 정해연했다!

"범인은 여자거나, 아니면 김영택보다 힘이 약한, 혹은 자기가 제압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남자일 가능성이 있어. 그리고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지."

"뭔데요?" (중략)

"비정한 다정함." _177~178p.

"믿지 마라."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인우는 대답 없이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엄마라면 그럴 수 없다. 자식을 살인자의 아들로 만들 수는 없어. 그런데도 자기가 죽였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하나뿐이야."

어머니는 숨을 몰아쉬었다.

"자식을 지켜야 할 때. 자식이 살인자일 때." _260p.

드디어 매듭을 풀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랫동안 묶여있던 매듭은 풀었어도 그 자국이 남았다. 그 자국은 마치 상흔과도 같았다. 절대 지워질 수 없다는 것을 인우는 잘 알았다. 평생을 두고 속죄해도 사라지지 않을 자국이었다. _309p.

#현대문학 #홍학의자리 #책소설 #소설추천 #추천소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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