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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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유토피아 #도서협찬

#정보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서 위안을 얻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관계가 생계와 연결될 때는 더더욱 안정적으로 느껴지겠지. 그러나 연구소 로비에 잠시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일하러 올라가기 전에 나는 어쩐지 무섭고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지고 가야 할 먹고사는 걱정, 밥줄에 대한 집착이 무섭고, 그 집착이 앞으로 198주년, 298주년, 398주년····이 지나도록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 그리하여 나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이 연구소라는 곳에 발목 잡힌 채 끝없이 허덕여야 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슬프고 무서웠다. _48p. #영생불사연구소

_

무너져버린 세상에 혼자 남았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평온했다. 세상은 황량했고, 아름답고, 자유로웠다. 콘크리트에 남아 있던 마지막 온기가 사라졌다. 몸을 떨면서 나는 일어섰다. _161p. #여행의끝

<영생불사연구소>의 조금은 엉뚱 발랄한 행사 준비과정이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데 마지막 페이지 몇 줄에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려준다면, <여행의 끝>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One more Kiss, Dear>을 읽으며 어떻게 이런 전개를 이런 마무리로 할 수 있을까? 하며 마음이 아려오기도 했고 <그녀를 만나다>의 마지막 문장은 그저 먹먹하게 앞서 읽었던 문장들을 다시 되짚어보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되짚어보면 단편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인상 깊어서 읽고 되돌아가 다시 읽기를 반복하게 되는 글이었다.

사실 이전에 읽었던 소설보단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가고 가독성이 뛰어난 글이다. '공포스럽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운명을 다룬다' 타임지가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라고 하는데, 책을 다 읽고 이 책의 추천사들을 읽어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야기의 끝이 어디에 다다르게 될지 긴장하며 책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때론 웃프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글이 불편하고, 오싹하지만 마음에 내려앉아 오늘과 내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럼에도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생존하고 기억하고 애도하며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이야기한다. '상실하면 애도해야 하고, 상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서는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상실된 사람들은 누가 기억해 줄 것인가. 그리고 행동으로 애도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런 상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_362p.

내가 기억하는 기계는 사람을 죽였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서 멀쩡한 청년이 죽었고 크레인이 무너져서 밑에 있던 사람을 깔아 죽였고 혼자 운행하던 지하철이 광고판 고치던 사람을 치어 죽였고 배가 가라앉고 독극물을 뿜어내고 치고 떨어뜨리고 밀어내면서 장비는, 기계는, 기계로 가득한 생산 설비는, 공장은, 작업장은, 일터는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기계가 자기와 같은 사람을 그렇게 허무하고 무의미하고 끔찍하게 죽이는 걸 그저 보고만 있었다. 아니 그저 보고만 있는 건 아니고 사람과 기곗값을 계산해서 이득을 따지고 앉아 있었다. _241~242p. #그녀를만나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뿌리와 두 발뿐이다. 거대한 기계가 다시 돌아온다면 우리는 그 뿌리마저 뽑힌 채 실험실이나 감옥에서 시들어 죽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씨앗은 살아남을 것이다. 수많은 씨앗 중 하나 정도는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아서 어딘가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하나만 있으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 하나를 위해서, 우리는 기다린다. 지평선 너머에서 더럽고 거대한 기계의 날개 소리 대신 꽃가루가 날아오는 날을. _353p. #씨앗

#래빗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SF소설 #소설추천 #추천소설 #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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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을 기다리는 코딱지 코지 웅진 우리그림책 130
허정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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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을기다리는코딱지코지 #도서협찬

#허정은 그림책

코지와 코비는 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원래 서영이 콧구멍 속에 살던 코딱지니까요.

콧구멍에서 나온 뒤 처음 맞는 겨울이라

눈이 무엇인지 몰랐어요.

주말이면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자고 가는 조카님, 아침에 고모를 깨우러 올 때면 어떤 책들이 있나 둘러보며 자신이 읽을 만한 책을 점검하는데... 문제는 요 아이가 다섯 살!! 오늘 아침엔 한다는 말이 "고모 내가 읽을만한 책이 없어요." 다시 책표지를 쓰윽~ 보더니 골라잡았던 『첫눈을 기다리는 코딱지 코지』 이 책 덕분에 오늘 하루 알차게 보냈다는~

서영이의 콧구멍 속에 사는 코지와 코비. (그럼 얘네는...ㅋㅋ) 아이의 콧구멍 속 코지와 코비의 이미지를 확인한 순간부터 무섭게 빠져드는 아이는 그림만 보고 설명하는 이야기에도 너무 신나하고, 눈과 비슷한 휴지, 요거트, 소금등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재질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해 볼 수 있다. 눈 오는 날이면 추위도 모르고 밖에서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심정이 이러할까? 최근 많은 눈이 내렸던걸 기억하면서 "그럼 얘네도 눈을 봤나 봐요." 하며 너무도 신나하며 몇 번이고 페이지를 넘기며 신나하는 그림책으로 실사 이미지의 입체적인 느낌 때문인지 혼자 페이지를 넘기며 중얼중얼 읽기도 하게 된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이야기를 확장하는 연습을 하게 해준 그림책. 긴 겨울 아이와 함께 읽으며 '눈'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웅진주니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유아그림책 #그림책추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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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년
레이먼드 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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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도 비슷한 절대 법칙이 있어. 착한 인간이 먼저 죽어. 악마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몸에 악(惡)이 없으면 면역력 결핍으로 죽는 거야._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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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이지 않을 거예요.”

“인간의 결심은 중요하지 않아. 차라리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운명한테 빌어.”_51p.

미성년인 주인공 '바람'은 엄마의 사채 빛을 받으러 왔던 '백기'와 만나며 밤 세계로 발 들이게 된다. 그저 군대에 들어가 군에 말뚝 박는 게 목표인 바람. 조직원이면서도 담배, 술, 욕설도 하지 않으며 모든 이에게 존댓말을 하는 바른생활 소년 조직원이다. 홀. 짝숫날을 가르며 업소를 관리하던 중 영선을 짝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버린 첫사랑, 그리고 그 현장에서 사라져버린 형님 백기. 조직은 와해되고 묻어버릴 수 없었던 사건의 진실과 백기를 찾기 위해 세상에 맞선 소년이 마주할 비밀.. 그 쓰디쓴 진실을 마주하며 성장한 소년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까?

소설은 한편의 영화처럼 빠른 전개와 조직, 사랑, 살인사건 등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적당한 위트에 버무려 한 편의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바른 생활 소년의 조직생활 고군분투기! 때론 잔인하고 때론 웃프지만, 마지막 장에 이르러 드러난 씁쓸한 진실이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휘리릭 페이지가 넘어갔던 소설이라 추천!

-저는 절대 사람 안 죽여요.

밤 세계로 들어왔을 때 한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온 힘을 다하는 것보다 힘을 적당히 주는 쪽이 훨씬 어렵다. 나는 손을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 피로 얼룩진 그의 뺨따귀를 갈겼다. _87p.

그녀는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부류였다. 이익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사람. 정의나 도덕, 혹은 신념이라고 부르는 것을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사람. 우리에게 이들은 돌연변이였다. 이해조차 할 수 없다. 밤 세계에서 상대를 파악할 때의 전제는 인간은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만약 이 전제가 깨지면?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할지 티끌만큼도 예측할 수가 없다. 우린 그런 인간들을 본 적이 없으니까. 존재할 수 없는 걸 대비할 수는 없으니까_169p.

“부끄러움을 모르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_300p.

#마지막소년 #빌린책 #도서관 #레이먼드조 #문학동네 #소설 #장르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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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 윙 (일러스트 표지 에디션) 엠피리언
레베카 야로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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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세대가 하나만 있어도 역사를 바꾸거나 심지어는 지워버릴 수도 있단다.' (중략)

"한 세대가 기록을 바꾸고, 한 세대가 그 기록을 가르치기로 하면, 다음 세대가 자란 후에는 거짓말이 역사가 되지."_6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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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달아나지 않을 것이다. 도저히 극복하지 못하겠다 싶을 때마다 그만뒀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난 오늘 죽지 않을 거야. _68p.

죽거나, 날아오르거나 두 가지 선택밖에 존재하지 않는 바스지아스 군사학교에 오게 된 작고 연약한 바이올렛, 드래곤 라이더가 되어야 한다니... 서기를 꿈꾸어왔던 그녀의 삶은 군사학교를 향하는 다리를 건너는 순간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고 언니가 그토록 피하라고 했던 원수 집안의 라이오슨을 다리를 건너자마자 만나버리게 된다. 그런데 제이든 라이오슨 진짜 역대급 어른섹시! 이때부터 이 둘이 어떻게 엮일 것인지도 포인트! 험난한 교육과정을 거쳐 전설의 드래곤이 바이올렛을 선택하게 되고 은빛 머리칼의 바이올렛은 드래곤 부대에서 생존을 위해 성장해나가고 누구도 믿지 못할 동기들 사이에서도 우정과 사랑을 키워나가게 된다. 판타지, 마법, 로맨스, 액션 등등 드래곤과 인간이라는 세계관으로 거대한 세계를 탄탄히 쌓아올린 『포스윙』은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시간을 순삭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믿기지 않는 백과사전급 책이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는 건 안 비밀이지!! 거의 마지막 즈음에 폭풍오열하며 놀라운 반전으로 책장을 덮었으니 다음권 『아이언 플레임』으로 넘어가야겠다.

참고 ; 15금 정도의 수위가 있으니 초등학생들에겐 주의가 필요! ㅎㅎ

세 번째 라이더가 내 쪽을 돌아보는데, 심장이 그대로 멈추는 것 같았다. 그 남자는 키가 무척 컸고, 바람에 날리는 검은 머리와 짙은 색 눈썹이 눈을 사로잡았다. 강인한 턱선을 덮은 따뜻한 황갈색 피부에 검은 수염자국이 나있었고, 가슴팍에 팔짱을 끼자 가슴과 팔의 근육이 물결치면서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눈동자는... 눈동자는 금빛 반점이 박혀 있는 검은 '오닉스'같았다. 놀랍도록 선명한 대조에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아니, 그 남자의 모든 면이 그랬다. 이목구비는 깎아낸 듯이 강렬하면서도 또 완벽했다. 한 예술가가 평생을 들여 조각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치면 그의 입술에만 1년은 공들였으리라. 단언하건대 내가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아름다운 남자였다._33p.

"드래곤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를 가지고 라이더를 선택한다." _137p.

신들이시여. 나는 이 마음을 안다. 부정한다고 해서 진실이 바뀌진 않는다. 내 감정은 내 감정이었다. 1년 전 이 난간다리를 넘어온 뒤부터 나는 한 번도 도전과 시험에서 도망친 적이 없었고, 지금 와서 도망칠 생각도 없다. _547p.

"때로는 올바른 편에서 전쟁을 시작했다가 잘못된 편에 서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_594p.

#포스윙 #레베카야로스 #판타지소설 #북폴리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드래곤판타지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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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인문 기행 2 그리스 인문 기행 2
남기환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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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문기행1 #도서협찬

#남기환

그리스로 들어가는 문은 인간이며 출구는 자유다.

이 책은 호메로스에게 묻고, 카잔차키스와 함께 걸은 이야기다. 펠로폰네소스 여행에 이어 『그리스 인문기행』의 두 번째 단계는 그리스의 섬과 바다를 항해하는 유랑이다. 개척지와 미개척지, 과거와 현재, 역사와 신화의 경계가 모호한,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신들의 세계, 그리스다. 이 세계의 역사적 사명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세우는 것이다. _18p.

역사와 신화의 경계가 모호한 곳 그리스는 '신화의 땅'으로 불리며 신의 이름으로 세워진 신전 기둥과 신비롭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이곳을 조금 깊게 여행한 저자 남기환의 <그리스 인문기행>은 '고전'을 통해 그리스의 역사와 신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몇 년에 한 번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정독할 정도로 신들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1인인지라, 직접 걸어 다니며 고전과 그리스 현지의 이야기를 풀어낸 <그리스 인문 기행>의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총 3장으로 이오니아 제도/ 키클라데스 제도/ 북에게해 제도의 섬들을 유랑하며 태곳적 신화에 담긴 이야기는 고전과 역사를 넘나들며 읽는 이로 하여금 지적 유희를 즐기게 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의 과거 흔적들을 좆은 여행은 우리 인생의 자유,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게 된다. 역사와 신화의 진정한 의미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보다 생생한 그리스 신화와 고전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역사 인문학이지만 보다 쉽게 읽히고 재미있어 개인적으론 여행 에세이로 분류하고 싶다. 그리스 로마신화, 고전,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나의 그리스 여행에서 등장하는 전쟁사는 인간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반복해 온 어리석은 선택들에 대한 조롱에 가깝다. _55p.

여전히 그의 원고지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은 그가 만들어내는 야릇하고 기묘한 감정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분위기다. 『노르웨이의 숲』은 없다. 사랑과 이별, 죽음, 고독, 혹은 상실의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코노스의 젊고 자유로운 향기는 하루키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가 젊은 연인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_145p.

신전으로 이어지는 둑길을 따라 걸었다. 붉은빛과 황금빛으로 물든 낙조가 바다 위를 스치며 신전의 문을 향해 다가왔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렁였지만, 신전 앞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리스의 태양 아래, 바닷바람은 문을 휘감으며 머뭇거렸고, 시간이 그곳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 문은 신과 인간을 나누는 경계선 같았다. _180p.

어제도 오늘도, 경이로운 선물이다. 마음속에 '이오스'라는 작은 신전을 들여놓고, 배는 그리스의 또 다른 섬을 향해 나아갔다. 내일도 오늘처럼 신성한 하루가 되기를, 자연과 시와 예술이 곧 내 삶이 되기를 소망했다. 멀어져 가는 섬과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나는 상념에 잠겼다. 그때, 호메로스의 굵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너, 오디세우스의 영혼이여. 네 고향 이타카에 집착하지 말라. 너의 항해가 곧 너의 고향인 것을." _250p.

#상상출판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상상팸 #역사인문 #인문역사 #교양인문학 #도서추천 #도서추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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