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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12월
평점 :
#테러리스트 #도서협찬
#마르틴베크시리즈
이윽고 폭발음이 잦아들었다. 이제 사람들의 비명 소리, 절박하게 도움을 구하는 소리, 우는소리, 신경질적으로 욕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다가 구급차와 소방차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하며 사람들의 소리를 덮었다.
군발드 라르손은 일어났다. 자신이 크게 다친 데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무엇이 자신을 자빠뜨렸는지 찾아보았다.
그 물체는 발밑에 있었다.
그것은 굵은 목과 퉁퉁한 얼굴에 이상하게도 여태 까만 쇠테 안경을 쓰고 있는 머리통이었다._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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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자네의 문제는 잘못된 직업을 가졌다는 것뿐이야. 잘못된 시대에, 잘못된 나라에서, 잘못된 체제에서." _554p.
지난 2월부터 읽기 시작했던 '마르틴 베크'시리즈 그들의 마지막을 장식할 <테러리스트>는 스케일이 조금 더 커진다. 암살 테러, 은행 강도 재판, 포르노 영화감독의 살해 사건은 다른 이야기인 듯 하지만 역시 조금씩 얽혀있고 베크는 그 사건들의 중심에서 사건을 하나씩 해결해 간다. 정치인을 대상으로 암살 테러를 일삼는 국제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한편 예정된 국빈 방문 일정의 특별책임반 책임을 맡게 된 베크는 그의 동료들과 다시 한번 범죄와 맞서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을 데리러 오겠다는 남자를 믿고 아이와 함께 기다리던 소녀는, 몇 달째 소식이 없는 남편을 찾아가기 위해 은행에 돈을 빌리러 가지만 그런 그녀를 은행강도로 오인한 사건으로 번지게 되기도 한다. '은행'이 돈을 빌리러 가면 그냥 돈을 내주는 줄 알았던 소녀.... 샤워를 하다 집에 침입한 누군가에게 린치를 당해 살해된 영화제작자.. 이런 별개의 사건들이 퍼즐을 맞추듯 조각을 맞춰가며 사건이 해결되어가는 한편 테러리스트를 쫓는 과정이 마지막 장에 이르르기 직전까지 숨 가쁘게 진행되어 역시나 흥미진진하게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조금은 시간이 흐른 시대의 범죄소설이지만 지금의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합류한 옛 동료 콜베리, 퉁명스러움과 우악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강직함을 보여준 군발드 라르손, 새로 적응해가는 동료를 격려하면서도 못내 아쉽기도 한마음을 감추기도 하며, 새로운 연인과의 삶을 제일 많이 보여주었던 시리즈의 마지막이라 조금은 애틋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던 이야기였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완독한 지금, 아직 책장을 펼치지 않은, 곧 읽게될 미래의 독자들에게 부러운 마음이 든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건 정말 휘릭휘릭. 어떻게 추리해도 참 독창적인 추리과정과 결말을 보여주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로재나>,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발코니에 선 남자> <웃는 경관> <사라진 소방차>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어느 끔찍한 남자> <잠긴 방> <경찰 살해자>에 이어 마지막 권인 <테러리스트>로 대망의 막을 내리게 된다.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 소설의 모범'이라 불려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최근 추리, 범죄소설들이 잔인하고 잔혹한 묘사들에 피로함과 불편함을 느꼈던 이들에게 아날로그 한, 지적 유희를 느껴볼 수 있는 시리즈가 될 것이다.
잠시 후 레아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말했다.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나는 지금 당신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꽤 오래 사랑할 것 같아요.”
마르틴 베크는 얼떨떨했다. 그러나 이내 레아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레아가 그의 가슴에 묻었던 얼굴을 들고 말했다.
“내 말은, 당신이 내 것이라고 주장할 테고 우리 둘 다 원하는 동안에는 계속 그럴 거라는 뜻이에요. 이제 확실해졌나요?”_102~103p.
"그가 걱정돼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사회에서 혼자 힘으로 살아간다는 건 힘들어요. 자신에게 낯선 체제에서."_108p.
"평생 다양한 정부 기관, 특히 유력자들과 싸워온 내 경험에 따르면, 그들에게 누군가의 말을 듣게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답니다. 하물며 누군가의 말이 옳다고 믿게 만드는 건 더 어렵죠."_237p.
지난 세월 동안, 마르틴 베크가 왜 좋은 경찰관일까 하는 문제를 궁금해한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중략) 마르틴 베크가 탁월한 경찰관이 된 요인을 꼽을 때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그의 좋은 기억력, 이따금 고집불통처럼 보이기도 하는 끈기, 논리적 사고 능력이었다. 또한 사건과 관련된다면 어떤 일이라도, 설령 나중에 무의미한 사실로 밝혀지고 마는 하찮은 일이라도 반드시 시간을 내어 확인하고 넘어간다는 점이었다. 그런 사소한 고려가 가끔 중요한 단서로 이어지기도 했다. _31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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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