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로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마리아나 한슈타인 지음, 한성경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최근 들어 국내에 해외 작가들의 작품전시가 많아지고 있는듯 하다.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진 것이고, 또 다양한 작품을 국내에서도 감상 할 수 있다는게 매력적인것 같다.  생각할 일이 있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면 조용한 전시관을 홀로 거니는 느낌이 좋아 가능하면 오픈 시간에 방문하고는 한다.  라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고 있을 때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휴식을 하고 있구나'라는 기분을 갖기 시작한 건 얼마되지 않은 습관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동글동글하고 선명한 색채감, 미술전시회를 보러 간다는 느낌보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페르난도 보테로' 전을 갔었다.   전시회라고 하면 왠지 그림에 대한 지식이나 그 작가에 대해 공부를 하고 가야할 것 같아서 찾아다니진 않았었다.  보테로 전은 학교숙제 이후로 처음 내 발로 찾아갔던 전시회로 기억한다.  문화생활과 얼마나 높은 담을 쌓고 있었던건지... 그동안 전시회라는걸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전시회에 쉽게 발걸음을 할 수 있게 해주었던 계기가 보테로의 동글한 그림과 색채감이 아니었을까?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외소해 보이는 그림들, 전시회장에서 이어폰으로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전시회장을 다 돌고 나왔을 때의 느낌은 처음 들어갔을 때 밝고 경쾌한 느낌만은 아니었다.  그당시 TV광고를 많이 하기도 했었고 밝고 경쾌한 나래이션 음악과 그림이 각인되어서 그 이미지만을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그가 그림을 그리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왜 뚱뚱한 사람들을 그리나요?" 가 아니었을까?  그럴 때마다 보테로는 같은 대답을 반복한다고 한다.

 

"아니오, 나는 뚱뚱한 사람들은 그리지 않습니다."

보테로는 늘 미술의 고요함을 찬탄했다.  그것이 그에게 이집트 조각같은 무한의 느낌을 주었다.  그의 그림에 상당한 서사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화면 속에서 운동감은 얼어붙은 듯 굳어 있다.  무엇보다 이런 특질은 인물들의 기념비성, 그들이 점령하고 있는 공간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들의 몸집은 너무 거대해서 움직일 수 없을 것만 같다.  살가죽은 풍만한 체구를 덮기 위해 잔뜩 부풀어 있는 듯 보이며, 개개인을 한정짓는 벽들 또한 인물의 주변에 빠듯하게 다다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의 풍부한 표현, 그리고 그림자가 색깔을 지저분하게 한다는 이유로 그의 그림들엔 그림자를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늘 "색채가 가능한 유익하게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표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라고 했고 이 글을 읽고 그의 그림들을 하나씩 다시 살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그의 작품들을 만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책의 작품들 속에도 작년 전시회에서 만났던 그림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림은 한 번 보는 것으로 그 작품에 대해 뭐라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알게 되는 것 같다.   전시회, 도록, 그리고 이번 책을 통해서 그의 그림을 4~5번정도 본 것 같지만 그림을 보며 느껴지는 감상은 달라지고 있는걸 느끼게 된다. 

 

 

도록처럼 생긴 얇은 책은 보테로의 작품들과 그가 작품생활을 하게 된 이야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작품 생활, 변화 과정들을 담고 있다.  콜롬비아 메데인 출신의 그가 거장의 그림들 단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하고 혼자서 미술을 공부한 건 어쩌면 미술적인 재능은 타고나지 않았던 걸까?  그가 자신의 고장을 떠나서 그림 공부를 하는 과정과 그림에 대한 이해, 변화들을 그의 작품들과 함께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림이 실려있는 순서와 글의 이야기가 차이가 나서 앞,뒤로 넘겨보기를 반복하다보니 나중엔 몇 페이지 되지 않는 글을 읽으며 살짝 짜증도 나기 시작했다.  또 글이 워낙 다닥다닥 붙어 있다보니 한 번에 다 읽어내려 가기 보다 중간 중간 다른 책들을 읽어가며 쉬어갈 때 읽는 책으로 읽어갔었기에 다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책의 제목이 그에 대한 이야기 라는걸 짐작은 했지만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일대기를 간략하게 작품과 버무려 만든 책같아서 차라리 그에 대한 작품들을 작품 초기부터 시대별로 정리하며 설명했더라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그림에 대한 이해도와 작가에 대한 관심보다 그의 그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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