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는 순간 - 안희연의 여행 2005~2025
안희연 지음 / 난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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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는순간 #독파

#안희연 #난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어쨌든 줍는다는 것은 허리를 굽히는 동작을 수반한다. 주운 것은 그것을 주운 자와 부지불식간에 연결된다. 무엇을 주웠는가, 왜 주웠는가. 물음의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심층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줍는 순간, 그의 인생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으므로, 줍는 순간, 어떤 이야기는 사건의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었으므로. _2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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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you happy?"라는 질문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그것은 단순히 기분을 묻는 질문이 아니라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강력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경험은 나에게 중요한 것을 일깨워 주었다. 행복의 조건은 부富에 있지 않으며 오직 삶의 순간순간에 진실하게 임하고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 어느 누구에게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할 자격은 없으며 누군가의 삶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나의 오만일뿐이라는 것.

우리에게는 각자의 삶이 있고, 각자의 무게가 있다. 나는 여전히 우리 중 누구의 무게가 가장 과중한 것이냐는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_222p.

안희연 시인의 여행에세이, 『줍는 순간』 , 안희연의 여행 2005~2025'라는 부제가 책장을 넘기며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 여행을 하며 직접 찍은 사진과 여행지에서의 단상, 여행에서 만난 순간들을 주워 채집통에 모아 글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오늘의 우리들이 여행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생각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다. 지금의 삶을 잠시 떠나 낯선 장소에서 내가 떠나왔던 곳을 잠시나마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낯선 여행지에서의 설레임, 달라진 시간과 공간에서 마주하고 담아왔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일상에서도 나만의 채집통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시인의 여행에세이, 때론 여행일기를 엿보는 것 같기도, 조금 긴 시를 읽는 것도 같았다. 늘 어딘가 떠나고 싶다고 갈망하고,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수차례 길을 떠나지만 결국 제자리인 삶. 시인은 지금의 삶을 잘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길을 떠나왔던 게 아닐까? 안녕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아둥바둥한 마음이 흘러넘쳐 헤매고 있다고 생각될 때 다시 꺼내어 조용히 읽고 싶은 글이다. 머리맡에 놓일 책 한 권으로 추천하고 싶다.

여행지에서 저는 채집통을 가진 사람이 됩니다. 여행이 끝나면 제 채집통은 불룩해져요. 영혼의 허기를, 마음의 추위를 채워주는 보석 같은 장면들 때문이지요. 제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줍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을 줍느냐고요? 저를 찌르는 순간들이요. 저를 관통해가는 감정들이요. _10~11p.

모든 시간은 얼룩을 남깁니다. 크든 작든, 아름답든 더럽든 그 얼룩들은 모두 내 사랑의 정거장들. 하나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거기 서서 손을 흔드는 나를 봅니다. _22p.

자꾸만 옛날 생각이 났다. 그러니까 스물한두 살 무렵,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말이다. 그때의 나는 쏟아지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 출렁이다 넘어지는 게 일이었다. 어떤 일에도 무뎌지지가 않았다. 늘 생생하고 시퍼렇게 아팠다. 그때 내가 가장 많이 내뱉던 말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였다. _118p.

나의 경우, 여행은 내 삶이 고여 있지 않다는 '자기위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언가를 '보기'위한 여행이 아니라 '흐르기' 위한 여행, 백지 위에서는 시로 멀리 가고 실제 삶에서는 비행기를 타든 기차를 타든 멀리멀리 가서 더 멀리 가기를 늘 꿈꾸는. 그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자 여행이다. "모든 것은 죽음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되 그것에 잠식당하지 않는 것. _154p.

나는 아직도 "젊은 날의 여행이 날 감동시키고 변화시켰다"는 그의 말을 잊지 못한다._184p.

결국 우리 삶의 모든 시간은 하나의 얼굴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물론, 그렇게 탄생한 얼굴의 진짜 이름은 죽음이다. _2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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