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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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울지마인턴

#나카야마유지로

리리리링 리리리링.

모니터 알람 소리가 심야 병동에 울려 퍼졌다. 지금 이 층에만 서른 명 가까이 되는 환자가 잠을 자고 있다. 어떤 이는 수술 후의 통증을 견디면서 어떤 이는 수면제에 취한 채로 어떤 이는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 그리고 이시이는 지금 그 짧은 생을 마감하려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생에서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그 영혼에 무엇을 새겼을까? 스테이션 좌우 양쪽으로 길게 뻗은 복도는 어두웠다. 그 어둠은 한도 끝도 없이 영원으로 이어져 있을 것만 같았다. _170p.

다섯 살의 류지는 같이 놀던 형이 돌연사를 목격했던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지만, 25살의 현재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눈치껏 배워야 하는 외과 인턴,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들은 너무도 많지만 차근차근 배우기란 쉽지 않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의료현장에서 구할 수 없는 생명을 마주할 때면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로 입원한 다섯 살 아이, 자신과 같은 나이의 말기암 환자, 기초생활수급자인 치매노인 등 다양한 환자들의 에피소드들을 겪으며 환자들과의 시간을 통해 내면적으로도 성장하는 시간을 통해 의사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의료 드라마이기도 하다. 25세 초보의사 류지의 고군분투 성장기는 마지막 장에 이르러 자신의 5살 시절, 외면했던 시간을 오롯이 마주하면서 한층 성장한 그의 내면을 보여준다.

현직 외과의사이기도 한 저자의 필력은 생생한 의료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생생하며, 의료현실과 생명의 경중을 과연 누가 정할 수 있는 것인가? 살리고 싶어도 살릴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그저 인간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은 흐름으로, '슬기로운 의사 생활' 드라마를 일본판으로 읽은 느낌이랄까? 꽤나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로 감동 의학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 하고 싶은 책.

외과 의사에게 있어서 환자의 인격은 그 치료행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자라고 무슨 생각을 하며 누구를 사랑하는지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의 일부인 피부, 근육, 장기, 혈관, 신경, 조직을 대면할 뿐이다. 이 '천 가리개'는 그런 용도에 딱 맞는 아주 훌륭한 발명품이었다. _25p.

도대체 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걸까. 94세라는 나이, 치매, 가족이 없다.

그러니까 그의 생존은 종료되어도 된다? 의료비가 전액 무료인 기초 생활수급과 관련이 있는 걸까? (···) 단지 수명 연장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수술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본다면 어떨까. 수술을 해서 그의 생명이 연장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사회 전체로 보면 부담만 증가할 뿐일까.... _65p

지난 몇 달간 인턴 생활을 하면서 류지 내면에는 주어진 일을 100% 지시대로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 대립하는 마음을 어떻게 절충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척할 수도 없었다. 류지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고 한편으로는 아직도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조바심이 났다. 아무튼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의사가 되어야 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의사가 된다고 과연 이 마음속의 대립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_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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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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